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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전업주부란...' 읽고 (글수정)

로가웃 조회수 : 1,433
작성일 : 2004-11-20 22:42:48
예전에 어느 여교수가 강의 중 여학생들에게 '대학교육을 받고 전업주부가 되는 것은 아까운 일 아니냐...'고 얘기한 것을 가지고  어느분이 글을 올리셨죠. 그래서 그 밑으로 전업주부 대 직장맘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이어졌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전업주부란...'을 읽고, 아 또 그 전처럼 논쟁이 다시 한번 벌어지겠구나...했는데,
의외로 여유와 유머가 담긴 답글들이 이어져서 읽으면서 흐뭇했답니다.

그런데 제가 이전에 어떤 남자와 아주 잠깐 사귀면서 있었던 일이 생각나서요.

저는 직장인이면서 석사과정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고, 남자는 같은 대학원 1년 선배였습니다.
같이 차를 마시다가, 우연히 '나는 결혼해도 직장생활을 계속 할거야. 남편에게 의존하는 건 싫어...여자라도 자기 자신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해' 뭐 이런 얘기를 하게 되었어요.
(20대 시절 저는 자신이 독립적인 여자라고 착각하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분명 잘난 척 하는 인상을 주었을 겁니다.)

그 남학생은 잠자코 듣고 있더니 '그건 사실 남에게 내세울 만한 생각도 아니야.' 라고 하더군요.
'왜냐하면 남자들은 그런 생각을 아예 못하거든.  그런 선택의 여지를 갖고 있다는 게 사치스럽게 들려'.

그 남학생하고는 안좋게 파탄이 나서...지금도 좋은 기억은 없지만요.
그때 제게 한 얘기가 두고 두고 머리속에 남았어요.

내가 돈 번답시고, 결혼해서 전업주부가 될 여자들보다 조금이라도 우월하다고 느끼는 것 자체가 웃기는 거구나. 경제적 자립이라는 건, 남자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구나....그러니 결국 이런 차이를 자각하지 못하는 한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종속될 수 밖에 없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요.

그러니 직장맘이 전업주부를 비하하거나, 전업주부가 직장맘을 비하하는 건 같은 여자들끼리의 누워서 침뱉기 같아요.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보다 더 나을 것도, 못할 것도 없고, 다만 그 상황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장단점이 있을 뿐이지요.

제 결론은, 전업주부는 그저 운이 좋은 것이고
(충분히 돈을 벌어다 주거나, 아내가 일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남편을 만났으니)
직장맘들은 어차피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 마지막 단락을 써놓고, 뭔가 잘못된 것 같아 찜찜하였는데, 빈수레님 답글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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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피치 못할 사정 (취업난, 육아, 직장내 성차별 등등) 으로 전업주부가 될 수 밖에 없었거나,
이런 문제가 비교적 적은 직업, 혹은 육아의 도움을 얻을 수 있었기에 일을 계속하는 직장맘이 대부분이지,
본인의 '선택'에 의해 전업주부가 된 '운이 좋은(?)' 사람들은 극소수일 것이라는 말씀이죠?

제가 전업주부가 아니어서, 제 시각이 아무래도 공평하지 못했음을 사과 드립니다.
제 경험과 입장의 한계였습니다.


IP : 194.80.xxx.10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혜경
    '04.11.20 10:58 PM (211.201.xxx.233)

    맞습니다..

    '직장맘이 전업주부를 비하하거나, 전업주부가 직장맘을 비하하는건...같은 여자들끼리의 누워서 침뱉기 같아요'- 100% 동감입니다.

  • 2. 생크림요구르트
    '04.11.20 11:00 PM (220.72.xxx.137)

    백퍼센트 공감합니다. 경제활동을 하느냐 마느냐를 고민할 수 있다는 건 사치스러운 거지요.
    그런데 확실히, 맞벌이를 하다 보면 남자나 여자나 헝그리정신(;;)이 부족해지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저만 해도, '최악의 경우 남편이 벌어오겠지...' 라는 생각이 머리 한편에 조금은 있고,
    저희 남편도, 언젠가 자기가 더 하고 싶은 일 하겠다고 기껏 구한 직장 포기한 일 있었거든요.
    그때 제가 '여보는 내가 돈 벌고 있지 않았더라도 그거 포기할 수 있었겠어?' 하고 물었더니
    그렇게 못했을 거라고 순순히 대답하더군요. (너무 솔직하지 않습니까^^;;;;)
    요즘도 항상 서로...여차하면 당신이 혼자 벌어야 해....하고 위협함으로써
    상대방의 경각심을 자극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저희 부부였습니다....-.-;;

  • 3. 마당
    '04.11.20 11:03 PM (218.52.xxx.169)

    운이 좋은거라..
    저도 제 일을 하다가 큰아이를 출산하면서 주저앉았는데..
    살림에 재주가 없는 저로선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할 일은 아니었답니다.

    결혼과 동시에 남편과 집에 딱 들어선 순간.. 오늘 입었던 이 옷들 내가 빨아야 한다는것 그리고 내가 목욕한 목욕탕의 수채구멍청소.. 변기를 닦는일..모두가 내 일이라는걸 알았을때만큼 충격은 아니었지만요...^^

    일하면서 밥해먹기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집에 있으면서 아이 돌보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이런일도 쉬운일은 아니었답니다.

    전 오히려 일을 할수 있는 사람이 운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전 집에 있으면서 어쩌다 내가 집에서... 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사람마다 다 다른것이겠지만.. 저처럼 살림에 소질없는 사람이.. 집에서..
    뜨는해 지는해 모두 창문으로만 바라보고..
    참치처럼 날뛰는 녀석이 잠이 들었을때만 커피를 마실수 있다거나..
    혹은 업고 마시다 입천정을 홀라당 해먹거나 하면..
    저절로 두줄기 눈물이..흑흑..

    큰놈은 어찌나 유별스러웠는지.. 백일쯤 됬을때도 잠꼬대로 좁쌀베게를 뱅뱅 돌려 패대기를 치는 괴력의 소유자였고.. 돌쯤 되니까...온집안에 손 안가는 곳이 없었고..
    정말 제가 어찌나 말랐는지.. 시댁식구들이 동정할정도였지요..

    울 시엄니는 내가 아들을 셋 키울수 있었던것은..느이자식새끼 같은 녀석은 없었기 때문이니라..라고 하셨었지요..

    여튼 돈을 벌면 경제적인 면으로 집안 살림에 기여할수 있고..
    그만큼 쓰기도 하니 내수경제에도 이바지 할수 있는등 여러가지로 좋지만..
    전 단지 집구석에서 그 좋아했던 여러가지 놀이생활을 접고..
    1시간에 여섯장씩 싸재끼는 오줌기저귀 똥기저귀를 갈며..아무 생각없었던 날들이었답니다.

    요즘은 애들이 커서 전 제가 자유부인이 될수 있을줄 알았어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하루종일 앉을수 없을때도 많아요.
    지금 이런 시간 외엔..

    지금도 큰놈 재운다고 목이터지게 한시간 반 책 읽어줬는데..
    또 기어나와.. 암이 뭐냐.. 심장질환이 모냐.. 내가 당뇨에 걸리면 치료약은 있느냐.. 엄마 내 혈관은 무슨 일을 하느냐.. 이러고 있군요..
    아빠가 대답을 안해주니까 혈압이 올라가 죽겠다고 협박을 하는군요.
    내친김에 배가 고파 잠을 잘수 없으니 순대라도 대워달라는군요.

    울 엄니는 제 아이를 보다 아이 보느니 밭일한다고 했다며.. 하시던 가게로 뛰어나가시길 여러날이었답니다.

    운이 좋았다고 말씀하시는건..흑흑..
    저를 두번 죽이는 일이랍니다..

    전 제게 있어서 그 일은 선택이었다기 보다 그냥 운명이 아니었을까 싶답니다.
    아이를 어느정도 키워놓으면 할수 있을까..할수 있을까..
    했는데 아이들이 커도 할수가 없더군요.

    아이들이 클수록 일은 더 많아지고 있어요. 제 손이 갈일도 더 많구요.
    아토피인 큰놈은 아직도 둘째보다 손이 더 많이 가지요.

    그래도 지는해를 보며 눈물을 뚝뚝 흘렸던 2000년의 어느 겨울저녁보다는 나은편이랍니다.
    두놈덕에 살도 안찌지만.. 다이어트가 별거냐고 생각하고 살고..
    큰놈때문에 디스크도 왔지만... 둘째놈 꿋꿋하게 다섯시간씩 업어도 봤네요.

    아이구 순대 달랍니다. 악을 쓰는군요. 11신데..
    토요일이라 늦게 자도 된답니다.. 점점 머리가 좋아지는군요...

    나가봐야겠어요. 로가웃님도 (로그아웃하셨단 말씀이신가봐요..헤헤..)
    좋은 밤 되세요.

  • 4. 로가웃
    '04.11.20 11:14 PM (194.80.xxx.10)

    마당님, 큰아드님을 의사로 키워보심이 어떨까요.
    마당님이 계속 일을 하셨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할 사정이 있으셨겠지요.
    운이 좋아지려면 자녀분들이 좀 더 커야 할 것 같군요...!

  • 5. 마당
    '04.11.20 11:25 PM (218.52.xxx.169)

    써놓고 나서 로가웃님 무안하실까봐 다시왔어요.
    저도 운이 좋다고 생각한답니다. 그래도 울 아이들 크는거 다 보고 내손으로 이것저것 해먹일수도 있구.. 정말 운이 좋지요..
    농담이었는데 혹시 기분이 상하실까봐 걱정이 되어요.
    큰애를 의사루요? 공부를 잘해야지요. 공부하라고 말만 하면 근육이 축축 늘어지고..볼태기가 땅바닥에 닿을정도로 불만인 녀석이랍니다.. 아 피곤해 배고파..똥마려...-_-
    기분 상하신건 아니시지요?
    정말 아니길 바래봅니다. 그래서 글 내내 농담조였는데..혹시.. 모르실까봐 얼른 왔어요.

  • 6. 이서영
    '04.11.20 11:47 PM (218.153.xxx.61)

    저는...
    애걱정 없이... (애가 없으니)
    직장다니고 하고싶은거 암때나 하고...
    훨훨 날아다니던 그 때가 젤 좋았던거 같애요.

    지금은...
    다른 즐거움을 빠지려고 하지요.
    그런데... 금방했는데 돌아서면 다시 해야 되는 똑 같은일...
    가끔은 우울해지기도...
    이러다가 인생이 끝나는거 아닌가...하고.

    전업주부가 좋은 직업은 못되는 거 같애요.
    내새끼 내가 키운다는 거만 빼면.

  • 7. 빈수레
    '04.11.20 11:58 PM (211.208.xxx.106)

    ...전업주부는 그저 운이 좋은 것이고
    (충분히 돈을 벌어다 주거나, 아내가 일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남편을 만났으니)
    직장맘들은 그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사실...
    이 부분을 읽고는 가슴이 철렁!하고...
    두근두근...벌렁벌렁...해서...
    꼬리가 하나도 없어서...

    '에이,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본 하늘만을 알 뿐이니.....' 하고...

    그냥 지나쳐 갔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맞벌이가 많은 현재라서 그런지....저처럼 느끼신 분들은 별로 없나 봅니다....

    제가 직장생활하던 시절만 해도....
    여자는 진급시험볼 명단에조차 오르지도 못했으며....
    결혼을 하면 당.연.히 그만 둬야만 했었습니다.....
    자기만의 고유업무를 주는, 책임있는 일을 맡겨주는 진취적인 사고의 상사를 만났다 하더라도,
    여직원이기에 기안자가 인솔을 하는 포상여행에도 당.연.하.게 갈 수 없는,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더더군다나 대졸여사원은...서울 본사의, 것도 특수한 몇몇 부서에서만 존재할 수 있었지요.

    말씀대로, 충분히 돈을 벌어다 주면서 맞벌이를 원치않는 남자와 결혼을 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현재 전업주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는....
    운이 좋은 것이 아닐 수도 있는 일이며....
    더더군다나 전업주부로 살면서, 넘쳐나는 에너지를 집안에서만 쓸 수 없는,
    봉사가 아닌 뭔가 성취가 있는, 스스로 발전을 원하는 인간에게는....
    전업주부로 아이만 키우는 것이, 살림만 하는 것이.....감옥살이에 귀양살이일 수도 있는 것이랍니다.

    그리고 요즘 세상에...
    충분한 돈을 벌어다 주는 남편이 몇이나 되며....
    또 남자가 돈을 충.분.히 번다 하더라도 생활비 타기 힘들어서 찌그러드는 주부들도...사실은 많습니다.

    그러면...그러시겠지요?
    그렇게 힘들고 돈을 벌고 싶으면 어떤 일이라도 하면 될 것 아니냐고.
    아이 때문에, 또 그런저런 상황에도 마누라가 돈 벌면 집안일이 밀리는 것 못 봐주고 그러면서도 집안일은 반드시 여자가 해야한다고 하는 남편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랍니다.

    세상사는.....그렇게 모 아니면 도요, 흑묘 아니면 백묘라는 식의 이분법은...그리 많지 않더군요.

    제가 결혼으로 인하여 직장을 그만둔 지가...십여년이 지났는데....
    어쩌다가 며칠전에 다니던 회사 홈피에 들어가 보게 되었는데....
    회사 임원진 소개하는 곳에 무심코 들어가봤는데....
    당시 차장이던 사람들이 대표이사급에 올라있고...
    입사 당시 갓 계장(요즘은 대리라고들 하지요?) 승진했던 사람들이 이사대우나 모 그러저러한 위치에 있더만요, 임원진에서 한두 명 빼고는 몽땅 제가 근무했던 바로 그 부서, 그 과에 속했던 사람들이고.

    워낙 일욕심도 많았고....여자라서 어찌구 하는 소리를 듣는 것은 죽기보다 싫었던지라...
    그들과 똑같이 야근하고...밤 12시 넘어서 퇴근하기 일쑤에...
    휴일에도 일하러들 나가면 똑같이 나가서 일하구....그랬었는데.

    저는 이렇게 전업주부, 같은 여자들 눈에도 운.이 좋.아.서,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편.하.게 산다고 보여지는 자리에서...
    머리도 녹슬고....새 지식 접하는 것도 느려졌고...
    자식 공부에는, 캠프에는, 체험학습에는 한달에 백몇십도 쓴 적도 있으면서...
    그에 비하면 몇푼 되지도 않는 동네 문화센터 등록비도 바들바들...

    그러면서...살았네요...아니, 삭았네요.....

  • 8. 윗분동감
    '04.11.21 12:04 AM (218.52.xxx.169)

    저도 그랬어요. 답글 다신 분들의 글뒤에 운이 좋아지려면 자녀들이 커야할듯이란 글을 보고도 놀랐네요. 전업주부가 운이 좋아서 편하게 남편이 벌어주는 돈으로 산다?
    전업주부가 정말 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네요.
    전 문화센터도 다녀본적 없고 하루종일 집밖에 나가는때라곤 아이들 학원 픽업해주고 문화센터 날라다주고 수영장 날라다 주고 할때밖에 없거든요. 아 시장도 보는구나. 할일없이 이것도 돈쓰는건가. 그리고 집에서 부지런히 밥해서 애들 먹이고 남편주고 그리고 마무리로 청소한번 하고 빨래 돌려서 널고 자거든요. 빨래랑 청소 하루 두번하구요. 안그러면 못버티니까 집이.
    편하게 놀고 먹는건 맞네요. 이거라도 해야지요. 청소빨래 못하는 사람 없을거고 애들 키우는거 못하는 사람 없을테니까요.
    이러니 시어머님이 제게 남편돈으로 화장품이나 옷도 사지 말라고 하셨겠지요.
    그래서 여태 친정에서 친정부모님께 용돈타서 화장품을 사기도 하고 옷은 안사고 그냥 동네아줌마에게 얻어입거나 하지요.
    놀고먹는거 참 편합니다.

  • 9. 배추흰나비
    '04.11.21 12:26 AM (61.102.xxx.150)

    저도 전업주부가 더 어렵다고 생각해요.. 물론 집에서 편하게 지내자고 작정을 한다면야 흔히 하는 말처럼 '푹 퍼져서' 지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직장 다니는 사람들 중에서도 그야말로 시간때우기 식으로 얼렁뚱땅 지내는 사람도 많지 않나요? 그렇게 보면 전업주부와 직장인 중 어떤 게 더 어렵다고 말할수는 없을 것 같아요.
    직업으로서 주부를 보면..개인적으로 성직이나 교직처럼, 헌신과 생산활동(?)사이의 어디엔가 놓여진 직업이라고 봐요.. 성직자나 교직자들.. 물론 희생정신, 봉사정신이 강해야 하긴 하지만 엄연한 경제활동이고 그것을 통해서 생계를 잇잖아요. 그런 직업보다 더 헌신의 성격이 강한 게 전업주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헌신의 정신을 별로 찾아볼 수 없는 저로서는, 전업주부가 그래서 힘들게 느껴지지요. 전 제가 한 일 인정받고 그게 결과로 나타나는 것을 좋아하지, 자신의 존재를 그렇게 감추면서 타인을 우선시하는 삶은 수양이 부족해서..

    또한 전업주부가 힘든 것은, 그러한 직업의 모호한 특성으로 인해서 경제활동이다, 아니다, 가치있다, 놀고 먹는 거다.. 그런 정의를 쉽게 내릴 수 없기 때문에 더 힘든 게 아닌가 싶어요. 게다가 아무리 열심히 살림을 한들 밖에서 벌어오는 것처럼 숫자로 나타낼 수도 없구요.

    그런 와중에서 자신으로부터, 타인으로부터 정체성을 확립하기도 힘들고, 헌신의 끝이 어디인지도 도통 모르겠고 눈에 띄는 성과도 없고.. 그래서 어느순간부터 모르는 사이에 점점 위축되는 게 전업주부의 가장 큰 현실적 어려움인 것 같아요.

    더구나 여성의 지위가 현저히 낮고, 결혼하는 순간부터 집안의 가장 아랫것이 돼 버리는 한국사회의 특성상 전업주부의 저런 어려움을 한층 더 가중시키는 거라 생각합니당..

  • 10. 벚꽃
    '04.11.21 12:30 AM (61.85.xxx.87)

    아~~~ 괴롭습니다. 전업주부인 저는요.
    저처럼 센스없고 융통성 없고 살림 못하고 요리못하는
    저에겐 집은 진정 감옥인거 같습니다. 크흑...

    창살없는... 창도 대문도 열려있지만 날아갈곳도 없고,
    어디로 날아가야 좋은지도 모르고
    아는데라곤 백화점 슈퍼, 마트, 동네슈퍼,시장, 완전 발이
    버스노선 같애요. 생각없이 가는 날엔 당연히 슈퍼로 가고 있더라는...ㅠ.ㅠ

    저는 직장생활 하고 싶어요. 날마다 반복되는 집안일
    너저분한 집구석(이 표현이 딱 맞거든요)

    그런데 어느날 여고 동창이랑 전화하다가 충격적인 말을
    들었네요.
    걔는 남편이 공장을 하고 있어서 같이 일을 하거든요.
    피곤한것 같더라구요.

    근데 걔가 "너나 나나 직장 생활하는거 힘들잖아.능력도 없고,
    집에서 애 키우고 살림 하는게 돈버는것 같아"

    이러는데 참... 제가 그렇다는거 인정은 합니다만
    친구입에서 그런얘기를 들으니 참 씁쓸하더군요.

    그렇다고 살림이나 똑 소리나게 잘하면 그나마 다행인데
    살림도 제 힘에 겨워요.미혼때는 살림잘하겠단 소리 꽤 들었는데
    이게 또 만만치가 않더란 말이죠.

    어쩌면 이 지긋지긋한 살림에서 벗어날수 있을까요.

    그리고요. 별로 낭비하지도 않고 충동구매도 거의없다고 생각하는데도
    남편으로부터 또는 친정언니나 엄마로부터 아껴쓰라 이런소리 들으면
    가슴이 답답해지는게....좀 그래요.

    어떻게 사는게 좋은건지....

  • 11. 흠;;
    '04.11.21 12:41 AM (221.143.xxx.146)

    결혼하고 나서 잠깐동안 일했는데 너무 좋았어요..
    쭉 전업하다가 일 하는데;; 일이 좋고 살림하기가 싫더라구요..
    아직 애도 없고... 그래서 살림하기 싫어서 더 늦게 가려고 했고;;
    신랑이 저보다 더 빨리 오니깐 쫌 하더라구요...
    살림하는게 너무 광범위하고 주위시선 안 좋고 진짜 하기 싫어요..
    그래서 전 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다시 찾아서 하려구요..
    살림하는거 진짜 더 피곤한 일인것 같아요..

  • 12. 흠;;
    '04.11.21 12:45 AM (221.143.xxx.146)

    결혼도 안한 제 친구한테 이런 말도 들었어요...
    운동하고 오는데 전화가 오더라구요..
    그 애가 지금 어디야?? 그러니 응 바람 쐬러 밖에 나왔어
    했더니 팔자 좋구나.. 그런 말을 하더라구요..
    진짜 헉 했지요....

  • 13. 그럼에도
    '04.11.21 1:02 AM (211.207.xxx.205)

    아직 출동은 안했소, 원글님처럼 생각하는게 정상인데 그렇지 않다고 제돈이라고 남대로 쓴다고라, 이건희 딸도 그래서 죽었다오, 돈 풍족히 쓰다가, 로마가 멸망했으며 조선도 멸망한 것처럼 좋지않은 현상이 오래가면 나라가 개인도 망하는 법이라우

  • 14. 현수
    '04.11.21 1:25 AM (211.179.xxx.202)

    모든 부모들이 아이들 학원 안보내고 과외 안시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봤어요.
    중학생 큰애 학원 안보내고 학교에서 중간등수인데 아래 등수에서 학원 다니는 애들도 수두룩해요.
    현재로선 대학 보낼 맘도 없구요.

  • 15. 김은희
    '04.11.21 1:25 AM (210.124.xxx.29)

    직딩하다 전업주부 돌아선지 이제 8개월 넘었습니다. 당근 운좋아서 둘다 해보는 건 아니고요.
    직딩도, 전업주부도 다 어렵고, 고달픕니다.
    직딩할 때는 전업주부 되고싶다고 부르짖다가, 전업주부하니 나 다시 직딩으로 돌아갈래하고 외치고도 싶고,
    삶이란 어떤 모습으로든 치열한 것이고, 만족이란 잡기 어려운 가치구나 하고 느낍니다.

    원글님에 "운좋다"는 표현은 남성 시각에서 보면 그렇게 생각될 여지가 많다라는 걸로 저는 해석됩 니다.

  • 16. 가영마미
    '04.11.21 1:28 AM (61.39.xxx.151)

    저도 무지 극성맞은 14개월 딸 엄만데요. 물론 전업이구요. 정말 손에 익지 않은 집안살림에 까다롭고 잠없는 딸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지금도 사실 너무 힘들어서 직장 나갈라고 신랑이랑 몇번이고 진지하게 상의를 했읍니다.

    신랑왈..너 고생하는거 너무 잘안다. 나라도 가는곳이라곤 수퍼에 시장 밖에 없고 하루종일 극성맞은 아이한테 시달리며 집안에서 갇혀 있음 돌아버릴(?)것이다.
    네가 고생하는거 잘 알지만 제발 가정을 지켜다오..나중에 다 보답(?)해 주마 하길래 그냥 맘접고 눌러 앉기로 했읍니다만..전 솔직이 집에서 살림할래 직장 갈래 하면 직장가고 싶읍니다.

  • 17. 애초에
    '04.11.21 1:34 AM (210.221.xxx.247)

    자꾸만 전업주부니, 직장맘이니 어쩌구 하는 글들 좀 안올렸으면 좋겠어요.
    누구 편들어 주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얘기 하다 보면 계속 어긋나고 감정만 상하는 글인데.

  • 18. 남자들
    '04.11.21 1:38 AM (194.80.xxx.10)

    탓이 커요. 전업주부라고 무시하고, 직장맘인데 가사분담은 안하려고 하고요.

  • 19. 김은희
    '04.11.21 1:54 AM (210.124.xxx.29)

    제 말이 그말입니다.
    여성들 의식에 나도 모르게 스며있는 남성본위의 사고방식이나 시각의 저울을 버리고, 여성은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한다는 이야기지요.

  • 20. 헤스티아
    '04.11.21 4:38 AM (221.147.xxx.84)

    어디서 뭘 하고 있건, 산다는 것 자체가 힘든일인 때가 있는것 같습니다.
    이 시대에 프로로 살아남는것 자체가 투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업(?)주부이든, 겸업(?)주부이건간에요..

  • 21. 여성의 선택이라..
    '04.11.21 7:16 AM (128.134.xxx.125)

    물론 여성에게 있어 경제적 자립이란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임신과 출산 또 육아 문제 역시 간과할 수는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겸업주부로 완벽하게 해낸다라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건 본인의 희생과 능력이 뛰어나서이지 둘다 잘 하려며 힘든 건 사실이죠 ^^.. )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느냐의 문제인데..
    직장맘들도 가사와 육아를 포기할 수 없고, 전업맘들도 가정의 경제문제에서 따로 떨어져 나와 있지 않죠
    양쪽 다 쉽지 않은 일이구요..

    남자가 대신 아기를 낳아주지 않는 이상 여성에게도 선택의 여지는 없습니다.
    과학 기술이 정말 발달해서 남자두 출산을 하게 되면..
    그때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선택권이 생기겠네요.. 호호호

  • 22. 가을&들꽃
    '04.11.21 9:05 AM (219.240.xxx.106)

    "집에서 가사 전담하기"와 "직장에서 일하기"는
    각각 서로 다른 특성을 갖고 있어서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봐요.

    모든 집 사정이 같은 것도 아니고,
    모든 직장 조건이 같은 것도 아니구요.

    비록 남의 눈에 어떻게 보이건 간에
    열심히 살고 있음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도 되는 일 아닌가요. ^ ^
    저는 불행히도 그런 자부심을 못 가지는 직장녀임니다만.... ㅠㅠ

  • 23. 정말 이상하네요
    '04.11.21 4:15 PM (203.229.xxx.178)

    네 확인했습니다.
    내일까지 일부수확해야 되므로 목요일날 배송해 드릴께요.

  • 24. 유리천장
    '04.11.21 10:48 PM (211.177.xxx.242)

    "정말 이상하네요"님!
    전 맞벌인데요, 전업주부들이 맞벌이 씹는 소리 무지 많이 들었어요.
    그게 뭐냐면요,

    - 아이 친구 엄마가 일한다고 하면 그 집 아이랑 노는 거 꺼리게 된다.
    - 돈이 중요하다 해도 새끼는 엄마가 키워야 인성에 좋다. 어디가 나도 티가 난다.

    등등 아이 앞세워 은근히 따돌리는 거 많이 봤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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