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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님을 기다리며

카라이 조회수 : 1,093
작성일 : 2004-11-17 14:43:18
저 한심한 맏며느리랍니다.
결혼 5년차. 순수하게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처음으로 부모님들 상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외국에 나와서..
시댁에선 아직도 어머니가 식사 준비를 하시지요. 동서는 옆에서 파를 다듬거나 뭐 그런 잔심부름을 하고 전 청소와 설거지. -전 설거지가 가장 좋습니다. 기술?의 차가 가장 적은 종목이잖아요.
그래서 시댁에 가면 항상 설거지통에 달라붙습니다. 그 자릴 빼앗기면 뭐를 해야할지 막 헤맵니다.
큰댁에 가서도 그 댁 형님, 동서들도 있지만 얼른 제가 설거지통을 차지하죠.-
이러던 제가 부모님을 초대했지요.
극구 안 오신다고 하셔서 고모님께 모시고 오라고 항공권과 용돈까지 보내드리니 결국은 오시게 되었네요. 아, 돈때문에 안오신다고 하시는 부모님 아니십니다. 누구에게도 폐 끼치기 싫어하시는 분들이고 그게 자식들에게도 마찬가지네요.

바로 내일 입니다.
시장은 미리 다 보아놓았고 실수할까봐 내일 오전부터 시간 배정까지 해보고 메뉴를 짰습니다. 물론 82의 메뉴들이죠.

[목요일 저녁[
        바지락 미역국(시아버님이 소고기미역국을 싫어하셔서), 양장피, 엔지니어님 탕수육, 냉우동 샐러드, 연근전, 요구르트케익(토핑재료와 생크림도 사놓았죠) ,아스파라거스 베이컨말이 산들바람님 김치. 깍두기
------메뉴가 좀 그렇나요? 갈비찜을 하고 싶었는데 갈비를 못구했고요. 홍합구이도 하고 싶었는데 역시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금요일 아침]
         무국, 불고기, 일본식 계란찜,생선구이
[금요일 저녁]
         된장찌개, 수육(굴, 무채, 배추절임), 닭봉조림, 브로콜리
--------수육에 닭봉조림이 안 어울리는 것 같은데, 우리 (만 3세 -한국나이 5세) 아들이 닭다리를 정말 맛있게 온 얼굴에 다 묻히면서 뜯어 먹습니다.한 끼 닭매운찜을 해야하나? 하다가 닭봉조림으로 결정했습니다. 부모님들이 손자 씩씩하게 먹는 걸 보시면 좋아하실 것 같애서....- 참 웃긴 메뉴 선정이긴 하지만,

[토요일 아침]
         굴죽
[토요일 저녁]
         바베큐

[일요일 아침]
        미소된장국, 고사리고등어조림, 김
[일요일 저녁]
       돼콩찜, 회  
------------토요일과 일요일은 저도 같이 관광을 다녀야하는 관계로 토요일은 숯불바베큐를-미리 준비할 필요가 없어서-
                  일요일은 슈퍼에서 회를 사고 밥 되는 동안에 돼콩찜을 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월요일 아침메뉴는 저의 능력의 한계로 아직 못 짜고 나중에 생각을 해봐야 할 듯..

   제 손이 느리고 솜씨가 없어서 돼콩찜의 양념과 고등어 조림의 양념까지 모든 양념을 목요일날 미리 만들어 놓을 예정입니다.
   요리하면서 레시피 들여다볼 수는 없지 않겠어요.
모든 소스를  하루 이틀 전에 미리 만들어 놓아도 괜찮겠죠? 안된다고 하시면 저 지금부터 모든 레시피 외워야 합니다.

좀 긴장이 됩니다. 하필 감기까지 걸려서 주책없이 기침하고 콧물나고 그러면 걱정하실텐데 임신중이라 약을 먹을 수도 없고 걱정입니다. 그냥 아프더라도 며칠 뒤에 기침이 두배로 나더라도 며칠 뒤에 나오라고 기도 중입니다. 화이팅!  
IP : 61.205.xxx.59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joylife
    '04.11.17 2:50 PM (210.104.xxx.34)

    이쁜 며늘님...
    마음이 참 이쁘네요...
    시부모님 초대 멋지게 하실수 있을겁니다.
    빨리 감기나으시고 음식 준비 차질없이 끝내시기 바랍니다.

  • 2. 카라이
    '04.11.17 2:57 PM (61.205.xxx.59)

    글 수정을 하니까 나도 모르게 이름까지 바뀌어 버렸네요. 아이 몰라. 부끄럽다.
    그냥 긴강을-긴장으로 바꾸려던 것 뿐인데...

  • 3. 자수정
    '04.11.17 3:27 PM (218.51.xxx.35)

    정성과 마음이 가득 하시니 잘 하실겁니다.

  • 4. ....
    '04.11.17 3:45 PM (218.150.xxx.184)

    넘 예뻐보여요.
    부럽기도 하궁~~

  • 5. 창원댁
    '04.11.17 3:45 PM (211.50.xxx.162)

    정말 이뿐 며느님이군요
    하긴 시부모님도 좋으신 분들이구요.
    잘 하실 거예요

  • 6. 돼지용
    '04.11.17 3:45 PM (61.38.xxx.3)

    홧팅!!!

  • 7. 쵸콜릿
    '04.11.17 4:03 PM (211.35.xxx.9)

    벤댕이님 한테 한수 전수 받으시어요.
    한달동안...겹치지않은 메뉴로 2끼 차리셨데요.

  • 8. 국화
    '04.11.17 4:40 PM (211.225.xxx.173)

    너무 이쁜 며느님이시네요.
    저도 괜히 흐믓해서..읽다말고..살짜쿵 웃음을 실실 흘렸답니다.
    아프더라도 며칠뒤에...기침이 나더라도 며칠뒤에....그 마음..알것같습니다.
    진짜로 화이팅입니다.

  • 9. 하늬맘
    '04.11.17 5:49 PM (203.238.xxx.234)

    10년전의 제모습...
    근데..전 최선을 다하는데..
    어머님께서 자꾸 일정 앞당겨 돌아가신다고 하시더라구요..
    아마 영어가 좀 되셨으면 당신들 기분대로 항공권 바꿔서 돌아가 버렸을 분위기였죠..
    어찌어찌 하다가 밝혀진 사연은..
    오랫만에 아들 며느리 만나서 밤새 붙잡고 그간 있었던 이런저런 얘기 하고 싶으셨는데..
    아들은 일 바쁘다고 늦게까지 안들어오고..
    며늘은...저녁 먹고 애 재운다고 들어가더니 그냥 자 버리더라는..
    이것들이 미국살이 몇달하고 서양것들 다 됐나 싶어 너무 괘심하셨다죠...
    사실은..
    너무 신경쓰고 무리해서 애 재우다 제가 먼저 잠들어버린건데....ㅠ.ㅠ

  • 10. 김혜경
    '04.11.17 8:46 PM (211.215.xxx.166)

    너무 긴장하지 마시고 편안하게 하세요..파이팅!!

  • 11. lyu
    '04.11.18 8:48 AM (220.118.xxx.28)

    잘 하실 겁니다.
    무엇이든 예쁘게 보아 주실 것이니 걱정 말고 평소처럼 하세요.
    그렇게 그렇게 정이 쌓여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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