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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아버지 싫어요 ....

글쎄.. 조회수 : 1,047
작성일 : 2004-11-08 15:15:40
글을 쓰는 재주가 없어서 잘 표현할 지 모르겠습니다만,
답답하기도 하고, 제가 정말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인지....

결혼한지는 2년 되었구요...결혼한 이후로 친정아버지 안보니까 편해요..
그리고 성격도 좀 더 여유로워진거 같구요..결혼전엔 집이 전쟁터 같았거든요..
결혼 전에..특히 대학교다닐때쯤 만난 친구, 선 후배한텐 날카로운 모습만 보여서 챙피하기도 하구요..
그땐 제가 공격적이고 예민했었다는 걸 몰랐죠..지금 지나고 나서 예전 모습 보니까 부끄럽네요..

친정아버진..막노동을 하던 분이고..
일년에 한두달 정도만(여름 한철) 일을 하곤 그냥 집에 있는게 다였어요..
친구도 없으니 나가지도 않고 인상만 쓰고 티비만 보면서..
꼬마였을때도 말을 조금이라도 하면 시끄럽다고 핀잔듣고 일쑤고..
아빠와 무슨 말을 하고 싶어도 아빠를 최소 세번은 불러야 고개 돌립니다..
무뚝뚝하고는 다르죠.. 말도 막하고..생각나는대로...
자식을 하인이라고 생각하는 듯..
아빠라는 존재는 원래 다 그런 줄 알았다는...

그리고 벌어서 아껴쓰자 가 아니고 안 벌고 안쓰고 살자 라는 생각을 가진 듯해요..
4인가족에 생활이 될리 만무하니 엄마는 삯바느질을 하셨죠..
명절 전에 밤새며, 각성제에 박카스에 드시면서요..
지하단칸방인데 그나마도 미싱 소리 시끄럽다고 인상쓰는 사람이 아버지죠...

중학교때 겨우 등록금 내고 다니고 고등학교는 시에서 주는 장학금 받아서 다니고..
그러니 아빠랑  정겨운 시간을 가진 적도 없고 용돈을 받은 적도 없습니다.

제가 고등학교입학하고..엄마가 포목점을 하겠다고 하면서 그때부터 불화는 커졌죠..
엄마는 사업한다는 이유로 자주 늦게 오고..아빠는 여기저기 전화해서 사실인지 확인전화하고
(엄마가 원인제공한 것도 있긴해요..어쨌든..)
그래도 못 믿어 싸우고.. 엄마 때리고..담뱃불 던지고..등등..그 횟수가 늘어가고..
저는 매일 울면서 말리고..엄마는 얼굴도..눈동자도 멍들고..
아빠가 칼을 들고 난리 친 적도 있죠...
말릴때 봤었던 아버지 눈빛, 저지할때 느껴지던 힘.. 10년이 더 넘은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다시 떠오르는 거 같아 괴롭네요..

그러다가 아버지는 뇌출혈로 쓰러지고.. 그 이후론 엄마는 더 힘들어지고..
포목점은 빚을 지고 망하고..엄마는 다른 곳으로 피신하고...오빠는 군복무중...
그때 대학교때였는데 힘들게 아르바이트에, 장학금에, 휴학해서 돈벌고, 친척들의 도음으로 겨우 졸업했지요..
정서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너무 힘들었었지만 아버지의 도움은 전혀 없었습니다.
(버스비600원이 없어 학교에서 집에 올때 후배한테 돈 빌린적도...)
아버지니까 정신적으로라도 나의 힘이 되어주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구요..

취직을 하고 결혼할때 쯤 됐을때 명절때 친척들앞에서 그러더군요..
'결혼은 이제 니가 알아서 준비해서 가라...'
남들이 들으면 여태까지는 지극정성으로 자식 뒷바라지 해줬으니까 이젠 스스로 준비해라 라는 것처럼...
정말 황당하죠..
어느날 제가 자식을 사랑하고 아끼면서 키우지도 못하고 잘해준게 뭐가 있냐고 대들었습니다..
그랫더니 내가 너네들한테 못해준게 뭐있냐고 그러더군요..
자신이 가족에게 어떤 상처를 줬는지 몰라요...평생을...

본인이 가장으로서 어른으로서 못한거는 없는거고.. 자식들, 남들에겐 훈계합니다.
예를들어, 큰처제만 생일때 전화하고 용돈(?) 드리고 작은처제는 전화도 없다고 뭐라한다던가,
스스로 아버지한테 잘해라..등등...

이제는 아버지를 받아들인다기보다 아버지에 대한 미운 마음이 사그러들려고 하고
조금이나마 잊으려고도 해서 아버지가 그냥 가만히만 지내줬으면 좋겠는데
잊을만하면 아버지한테 잘 못한다고 뭐라합니다..
아빠로서 해준게 없구나 그런말 하는것도 바라지도 않구요..

얼마전에도 저한테 전화해서는 "너는 안부전화도 안하냐, 앞으로 집에 찾아오지 마라.."
전 너무 어이가 없습니다..

며칠전 아버지 생신이었는데 같이 외식하자고 엄마가 전화하셨더군요..
정말 안 가고 싶었지만 엄마와 오빠 얼굴봐서 갔습니다..

엄마, 오빠, 그래도 생신 당일날 전화는 했냐고 친절하게 대해드려라, 용돈드려라 그러시네요..
엄마 오빠도 아빠성격맞추기 힘들어하지만..그러라고.. 그래야한다고..
전요, 한 사람을 위해서 왜 세사람이 그렇게 힘들어야하는지 모르겠어요..
더더구나..정작 아버지는 세명의 노력을 모르는데..
당연한 걸로 알죠..

전 정말 모르겠어요..
자식에게 엄마에게 버팀목으로서 역할은 할 생각도 없고,
지금은 단지 나이들고 몸이 안 좋으니까 상처되는 언행을 해도 자식은 그 상처 다 받을지언정
아버지로 모셔야 하는건지
신랑한텐 남들처럼 좋으신 장인어른이 없어서 그게 젤 미안할 뿐입니다..
IP : 211.114.xxx.82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휴.......
    '04.11.8 3:39 PM (218.145.xxx.215)

    머....정도의 차이도 있고.........저보다도 더 힘드셨을 거 같지만.........
    저도 비슷한 심정이라.........로그아웃하고 이렇게 몇자 적습니다........
    저희아빠는..........젋을때..저희 어렸을때는 사업한다 어쩐다 없는 집에 엄마 못살게 굴어서 빚얻어오게 하고 그 돈으로 허구헌날 놀다시피 하다가 이제 환갑지나 나이들어 힘없어 돈 못번다 소리를 입에 달고 엄마가 빚,이자 얘기하면 남의 얘기하듯 나몰라라 하죠.........
    저요........아빠라는 존재 기대라는거 버린지 오래되었구요......결혼후 자주 안보니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에요.....
    저희 신랑은 첨에 제가 아빠 별로 안좋아한다니깐 이해를 못하더군요.....딸과 아빠가 원래 무지 사이좋고 친한 존재라고 생각하던 사람이니까요.......
    암튼................................
    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겠어요...............
    저요......전 어쩌면 님보다 더 못된 딸일거에요.......
    솔직히 말하면...................평생 아빠 안보고 살았음 좋겠어요.......엄마도 아빠 안봤음좋겠구요........
    그놈의 빚.......수억되는 빚..........그것 땜에 매일 힘들어하는 엄마 보는것도 넘 맘아프고.....
    전 몇년전부터 아빠는 없는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삽니다....
    결혼식때도....저 그냥 신랑이랑 입장하고 싶었지만.......엄마땜에 억지로 아빠손잡고 입장했어요.....
    오늘 당장 아빠가 죽어도.......저 절대 눈물 안흘릴거에요.......단지 남아있는 빚때문에 문제가 되겠죠.....엄마명의로 빌려놓은 그 많은 빚.....그것때문에 문제지.........

    님......전 님에게 아빠 용서하라던가 머..마음 바꾸라는 말 못하겟네요..

    그저.....지나가다가.........하도 저와 비슷한 심정이신거 같아........
    몇자 적어봤어요..............

  • 2. 구구절절
    '04.11.8 3:49 PM (210.204.xxx.253)

    대학 1학년 때 하시던 식품점 그만두시고 집에서 쉬셨으니 십수년이 넘었군요.
    평생을 술벗삼아 지내신 양반이라 그러려니 하지만 정말 옆에서 볼라치면 울화가 치밉니다.
    엄마의 희생으로 남매가 대학공부까지 했고 직장생활하며 자리잡고 살지만 3일에 한번씩 집 뒤집어지는 걸 보자면 너무 괴롭습니다.
    아이때문에 친정살이 3년하면서 그 꼴을 신랑에게 안들킬라구 무던히 애썼지만 위아래층 살면서 그게 어디 숨겨집니까. 아버지때문에 거의 숨이 꼴깍꼴깍 넘어가는 걸 보는 신랑도 많이
    힘드어했죠.
    제일 불쌍한 건 엄마.. 지금이라도 이혼하시라고 말씀드리지만 자식생각 끔찍하신 엄마는 엄마 생각만 하고 나가버리면 그 뒷감당을 자식들이 할 껄 뻔히 아는데 어찌 그러겠냐고 눈물 흘리시죠..
    도대체 이해가 안 갑니다. 어디가서 돈을 벌어오라고 하나, 용돈을 안드리나, 세끼 꼬박꼬박 챙겨드리는 살뜰한 부인에 자식, 손주 두고 왜 남은 생을 그렇게 보내시는지..
    정신병원이나, 요양원보내는 사람들.. 저,, 다 이해합니다. 암요, 이해하고 말고요...

  • 3. 행인
    '04.11.8 5:12 PM (211.225.xxx.119)

    정신병원이나, 요양원보내는 사람들.. 저,, 다 이해합니다. 암요, 이해하고 말고요...

    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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