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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를 보다가..
전 정말 생소한 풍경이라...
남편더러 "아니 다 큰 아들을 방까지 들어와서 옷을 다 걸어주나? 웃기는 장면이네" 그랬어요.
그랬더니 울 남편왈 "울 엄마도 그랬어."
내가 "정말? 결혼하기 직전까지?" 그랬더니..
당연하다는 듯 "응."이라고 대답하더군요.
그래서 물었죠.
"마누라는 전혀 안 그래서 해줬음 하고 바라는 마음 있었겠네. 지금이라고 해주길 바래?"
해주겠단 맘으로 한 대사 아니죠. 이상한 소리 하면 한마디 쥐어 박아줄 생각으로 물어본건데...
울남편이 "아니... 나는 안 그래도 되는데 울 훈이한테는 해줬음 좋겠어."
그러더군요.
어린 애한테 방청소 안한다고 잔소리 하고 그러는거 너무한다고요. 애 학교 갈때 옷 입는 것도 신경쓰고 해야지 하나도 안한다구요.
전 생각이 달랐지만 저녁 먹고 기분 좋게 TV 보는 자리에서 언쟁 벌이고 싶지 않아서 그쯤에서 걍 대화를 접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이면 어느 정도 자기 스스로 해야 하는 나이라고 생각하고 또 내년엔 다시 직장에 복귀할 예정이라 엄마 없이도 혼자 할 수 있는 건 하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전 이것도 나름대로의 훈련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울남편은 챙겨주지 않는다고 모성이 부족한 엄마 취급하네요.
옷 입는 것 전혀 신경 안쓰는게 아니라 아이더러 내가 입을 옷 골라서 입어보라고 하고... 색상이 매치가 안되거나 소재가 안 맞거나 하면... 그 색깔엔 그 바지는 안 어울리는 거야.
여기다가 조끼를 입으면 더 멋있겠다... 이렇게 하나씩 코멘트를 해주고 스스로 선택해보고 오류를 줄여나가면서 배우도록 했거든요.
작년 여름부터 그렇게 해줬더니 요즘은 "엄마 이 바지엔 이 색깔 양말이 어울리지? 색깔이 맞을 거 같아서 골랐어." 엄마 이 남방에 잠바 입으면 안 어울릴까?" 그러면서 제법 괜찮게 매치를 해서 입고 다닙니다.
그리고 실내화도 1학년 때만 빨아주고 겨울 방학 때 실내화 빠는 법 알려주고 2학년 때부터는 내가 빨아서 신고 다녀라 하고 시켰어요.
아이가 놀다가 잊고 실내화를 안 빨아도 걍 내버려 뒀구요. 깜빡잊고 안 빨아서 더러운 실내화로 학교를 가는 일을 몇번 하더니 요새는 지가 알아서 실내화 빨아서 널고 월요일날 엄마가 말 안해도 스스로 실내화 주머니에 넣어 챙겨갑니다.
아직까지 제대로 잘 못하는 건 자기 방 정리정돈이에요.
애 아빠는 엄마가 늘 깨끗하게 청소해 주지 않는다고 불만인가 봅니다. 저는 방청소만 해주지 책상 정리는 안 해주거든요. 수요일에 영어선생님 오시는 날만 어쩔 수 없이 정리해 주지요.
자기 물건을 자기가 정리해서 뭐가 어디 있는지 알아서 아침마다 여보! 양말, 여보! 팬티 여보! 넥타이 요보 여보 하면서 안 찾을 거 아닙니까?
엄마가 클때까지 다 수발들어 주면서 키웠으니 자라서 장가를 가도 스스로 할 생각을 안하고 마누라가 엄마 대용으로 수발 들어주기를 바랄 수 밖에요.
전 불행히도 딸은 하나도 없고 아들만 둘이라 이넘들 어릴 때부터 제대로 잘 키워놔야 나중에 장가가서 마누라 고생시키지 않고 살지 싶습니다. 적어도 며느리한테 "어머니! 왜 남편을 그렇게 키워서 이렇게 밖에 못하게 만드셨어요?"란 소리 안 들을 만큼만요.
울 남편 제가 그 소리 하면 "어디 두고보자. 나중에 니 아들 집안 일 시킨다고 니가 며느리 구박하나 안하나." 그럽니다.
저요. 안 그럴겁니다. 왜냐? 아들 떠받들면 키우지 않을 거니까요?
내 손으로 다 큰넘 옷까지 옷장에 걸어주면서 키워놨으니 며느리가 나만큼 아들한테 못하면 죽일년 되는 거 아니겠어요? 내가 어떻게 저 녀석을 키웠는데... 하구요.
그래서 어느 정도 내 아들과 먼 훗날 정서적 독립을 위한 준비를 하는데 울 남편은 그걸 모르네요.
1. 야옹이
'04.11.7 3:23 AM (221.139.xxx.67)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정말 좋은 것 아닌가요? 저는 아직 아이가 어린데 앞으로 그렇게 하도록 키우고 싶은 걸요.
2. ..
'04.11.7 5:57 AM (211.201.xxx.139)그런 드라마도 있었나요?
제목이 뭔지..
하여튼 울나라 가부장 드라마 문젭니다..
자꾸만 잘못된 가치관이 확대 재생산되는것 같아요..
그래서 잘못된 사람들도
거봐 저 사람들도 저렇게 사네..
나는 괜찮은거네..하고 자신의 잘못된걸
합리화 시키는것 같아요..
정말 드라마가 문제가 많아요..3. 숲
'04.11.7 7:43 AM (210.183.xxx.106)멋집니다. 삼천포댁님.
스스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스스로도 자유로와지지요. 남의 도움으로 사는 사람, 남이 안해주면 섭섭한 사람말고, "생활에 대한 온전한 능력을 인간". 그게 여자든 남자든 더 매력적입니다. 멋진 아들 키우고 계시네요. 울 딸 그런 남자와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아직 만 세살막 넘은 아이지만 밥 먹을 땐 식구들 수저, 물컵 놓게 해요. 여자의 덕목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함께 사는 인간으로서의 능력을 가르친다 생각합니다.4. 아침
'04.11.7 7:49 AM (218.152.xxx.221)정말 잘 하고 계시네요..
결혼해보니, 부모가 아이한테 너무 잘 해 주는거 경계해야 될 거 같아요.
아이는 부모가 너무 잘 해주면,
나중에 결혼해서 힘들어 합니다.
더 잘해주는 배우자 만나면 문제가 안되지만,
그렇게 자상하거나 꼼꼼하지 못한 배우자를 만난경우, 적응을 잘 못해요,
배우자는 못해주는게 아니고 평범한데..본인이 만족이 안되고 늘 서운 하거든요.
그래서 평생 끼고 살 거 아니면 부모의 선긋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배우자는 이미 만난거니까 아낌없이 주어도 되죠.
근데 문제는 그게 잘 안되죠?^^
저는 울나라 드라마 남편 따라 들어가서 옷받아 걸어 주는것좀 안했으면 좋겠어요.
아내 존댓말, 남편 반말.도..
또..일하는 며느리가 아침밥상 차리는것도..
생각있는 드라마 작가, 피디가 제대로된 드라마 만들어도..우리가 많이 봐줄텐데..5. 헤스티아
'04.11.7 8:53 AM (221.147.xxx.84)님 멋져요!!!
6. 헤스티아
'04.11.7 8:54 AM (221.147.xxx.84)앗 그리고, 그 드라마가 뭔지 알려주세요. 그 게시판에 가서 따끔하게 경고를 날리고 오게요~
7. 우리도
'04.11.7 10:04 AM (211.207.xxx.126)선진국처럼
학교에서 남자 아이들한테
가사나 요리 뭐 이런거 가르쳤으면 좋겠네요
반면에 여자아이들한테는
공구,기계 수리등을 가르쳤으면 좋겠어요.8. 토스트
'04.11.8 7:21 AM (129.128.xxx.157)일단, 멋집니다에 한표 던지고~
예전에 도올김용옥선생님이 강의도중 이 시대의 엄마들이 과연 아들들을 어떻게 가르쳐야할것인가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시다
-개인적으로 이분 강의를 보다보면 저러다 혈압으로 쓰러지는거 아닌가하는 쓸데없는 걱정이된다는...-
한대목이 '아무데서나 소변을 보게하지말라, 자신의 방은 항시 깨끗하게 유지하도록 훈련하라, 그것으로 올바른 성교육이 될것이다'
그건 그렇고, 엄마가 왜 아들 옷을 받아줘요? 자식이 부모님옷을 받으드리지는 못할지언정...9. 믹스맘
'04.11.8 8:07 AM (220.78.xxx.81)원글님 참 잘하고 계시군요. 남편분이 약간 걸림돌 이긴 하지만 정말 아들 가진 엄마들이 아들 잘 길러야 한다고( 독립적으로) 생각합니다. 너무 희생적으로 하다보면 인간인데 나중에 본전생각? 안날까요? 저도 아들만 둘 입니다. 원글님 화이팅!
10. 빈수레
'04.11.8 7:12 PM (211.204.xxx.200)근데 글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반짝 들었습니다.
아들을 키우는 동안은 스스로 할 것을 당연히 가르치느라고 하는데,
다 큰 아들이 직장에서 퇴근해서 들어오면...광고에도 나오듯이....
자기 방에 박혀서 제 세상에 빠지니까, 피곤하다고 자느라고 바쁘니까...
저녁도 밖에서 먹고 들어오는 날이 더 많으니까......
할 얘기가 있을때 말 붙이기 위한 구실로 옷을 받아 걸어주면서 말을 붙이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요.
드라마를 원래 안 봐서 어떠한 설정인지야 모르지만,
그냥 사람사는 세상 하도 별 상황이 다 있으니까......
아, 저 역시 애고 남편이고 옷 안 챙겨 줍니다, 전업주부이지만.
바지, 웃옷, 양말, 속옷 다 두는 곳에 두고 스스로 알아서 챙겨 입도록 하고 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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