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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 조회수 : 885
작성일 : 2004-11-05 20:13:11

-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세계의 많은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동화 ‘삐삐 롱 스타킹’을 쓴 스웨덴 작가다. 린드그렌이 94세를 마지막으로 사후세계 낭기얄라로 간지 1년이 지났다. 린드그렌은 행복했지만 이제는 지나가버린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자서전 <사라진 나라>에 남겼다. 사랑이 넘쳤던 어린시절은 동화작가에게 커다란 양분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소중한 삶의 추억 중 가장 중요했던 기억 하나. 린드그렌은 어떻게 책과 만나게 되었을까. 그것은 다섯 살쯤에 하녀 크리스틴의 부엌에서 시작되었다. 거기서 세상에는 자연만이 아니라 문명도 존재함을 처음 깨닫게 된다. 크리스틴의 아이 에디트가 학교에서 빌려와 읽어준 거인 밤밤과 요정 비리분다의 동화 때문이다. 이 경험은 어린영혼을 뒤흔들어 놓고 만다. 그리고 린드그렌은 스스로 책 읽는 법을 배우게 된다. 번역자의 표현에 의하면 이때 ‘사나운 독서욕구’가 생겼다. 그래서 린드그렌은 직접 책을 찾아 읽는 ‘사냥’을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멋진 생각을 하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크리스마스에 안내책자에서 한권씩 골라 선물로 책을 주문하게 해주었다. 마침내 처음으로 나 혼자만의 책을 가지게 된 것이다. 행복해서 기절할 정도였다. 그러다가 열 살이 되자 상급학교에 가고 학교도서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삼킬 정도로 먹어댔다. 그 안에는 쥘베른의 책들, 몽테크리스토 백작과 삼총사, 보물섬, 톰소여와 허클베리핀이...그리고 빨강머리 앤도 작은 아씨들도 있었다. 그리고 고전뿐 아니라 싸구려 소설들과 연애소설까지 마구 읽어대며 성장했음을 고백한다. 집안일 때문에 무한정 독서할 시간을 내는 것은 어려웠다. 하지만 어린막내동생을 돌볼 때면 책을 노래처럼 부르며 읽기도 했다. 책과 함께하던 린드그렌의 삶은 그렇게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린드그렌은 어린이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최고의 동화작가가 되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린드그렌에게 부엌의 이미지는 늘 책으로 향하는 길이다.

어린 영혼을 뒤흔드는 경험-아이들이 책을 좋아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자.
린드그렌의 어린시절을 읽다보니 초등학교 2학년때 다락방에 엎드려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를 아주 여러 번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하이디처럼 하고 싶어 일부러 추운 다락방에 올라가 낡은 이불들을 깔고 신선한 우유를 마셔보기도 했다. 그 후로 다른 책들도 닥치는 대로 읽어대며 책과의 만남에 빠지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비슷한 추억을 가지고 있으리라. 책 읽는 것이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던 책에 얽힌 기억을 갖고 있다. 그로인해 다른 책들도 계속 읽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겨 도서관이나 책이 많은 이웃집을 드나들게 된다.
책은 시골 농부의 딸 린드그렌의 인생도 바꾸었다. 크리스틴의 부엌에서 한줄기 시원한 바람처럼 문명의 맛을 느꼈던 린드그렌의 체험은 새로운 세상으로 뛰어드는 계기가 된다. 생일선물로 받은 책을 읽고, 오랜만에 놀러온 삼촌이 읽어주었던 책 때문에, 학교에서 선생님이 읽어주었던 재미난 모험 이야기에.......그러던 어느 순간 아이는 책을 재미있다고 여기는 계기가 되어버린다. 책을 읽어주고, 함께 책을 읽으며 아이에게 책을 좋아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자. 그리고 기다려 보자. 주변에 책이 많고,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으면 더욱 좋다.  어느 날 그 안에서 만난 책 한권이 아이의 영혼을 뒤흔들어 놓을지 모른다. 그 날이 오면 린드그렌처럼 사납게 타오르는 독서욕을 채우기 위해 부지런히 책 사냥을 나서야 하리라.

행복해서 기절할 정도의 기쁨-나만의 책이 있어야 한다.
  린드그렌은 처음 나만의 책을 가졌을 때의 기쁨을 행복해서 기절할 정도라고 했다. 요즘 아이들은 어떨까. 아직도 나만의 책을 가지는 게 어려운 아이들도 많고, 반대로 책이 넘치는 아이들도 많다. 우리 집에도 아이들 책이 참 많다. 책을 좋아하는 큰 아이를 위해서 아낌없이 사주기 때문에 대부분의 책은 큰 아이가 본 책이다. 둘째는 형이 보던 책을 주로 보게 된다. 그런데 아이들 취향도 다르고 늘 새로운 책은 다시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둘째에게는 주로 도서관 책을 빌려 읽도록 하면서 새 책을 잘 사주지는 않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어느 날 아이가 노골적으로 내 책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우리 집에 읽는 책은 모두 네 것이고, 더구나 읽은 책이라면 모두 네 책이라고 얘기해도 아이는 거의 다 형 책이란다. 생각해보니 보통 형 책 10권 사줄 때 둘째는 두 세권 사준 정도였는데 그 두 세권은 자기 책이라며 아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나만의 책이 필요하다. 읽을 책을 모두 사줄 필요는 없지만 아이가 원하고 간직할 만한 책은 사주는 게 좋다. 큰 아이 책사는 것을 줄이고 둘째아이 책을 사주는데 더 마음을 쓰기로 했다.  
그리고 주변에 나만의 책이 아직 없는 아이들에게는 아낌없이 선물도 하자. 한 권의 책이 아이 인생을 어떻게 뒤흔들지 알 수 없다. 그 아이들에게도 행복해서 기절할 정도의 책을 가지는 기쁨을 누리게 해보자. 그 책만이 가지는 향기는 어른이 되어서도 향긋하다.

열정과 헌신으로 책을 읽는 시기-도서관에 가는 방법뿐이다.
린드그렌을 매료시켰던 거인 밤밤과 요정 비리분다의 이야기는 상상만 해보아도 재미있는 이야기였음에 틀림없다. 린드그렌은 좋은 어린이 책이란 어린이의 언어로 되어있는 즐겁고 신나는 책이라고 늘 강조한다. 책 속에 숨겨진 작가의 깊은 의도를 말하고 있지 않다. 어린이 책은 의도를 가지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아이들이 읽어서 신나고 즐거운 이야기면 족하다고 한다. 그것은 어린시절 자신의 독서체험을 바탕에 두고 하는 말이다. 아이들이 그런 재미있는 책들을 신명나게 읽게 해주자.  
읽어도 또 읽고 싶어서 어느새 밤을 홀딱 세워버리고,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 잠깐 틈만 나면 책을 펴드는 그런 청춘이라면 얼마나 멋진가. 집에서 읽는 책은 부족하여 도서관 책을 닥치는 대로 읽어치울 만큼 왕성한 독서 욕구를 가진 아이들. 책 읽기에 재미를 붙인 아이들이면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가면서 그런 독서열을 보이게 된다. 뭐든 척척 읽어댄다. 사춘기에 몸이 갑작스럽게 성장하는 것처럼 독서도 그렇다. 그런데 주변에 보면 그런 아이들이 흔하지 않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아이들이 바빠서 그렇다. 린드그렌처럼 집안일을 돌보느라 그런 게 아니다. 다른 공부가 바빠서 그렇다. 그러니 공부에 시간을 쓰면 책 읽을 시간은 당연히 적어진다. 책도 많이 읽는 아이가 글도 더 빨리 읽고 이해도 빠르다. 잘 읽지 않는 아이는 자꾸 속도가 더디다. 이해가 늦어지기 때문이다. 공부도 많이 하면서 책도 많이 읽기는 어렵다. 어릴 때 책을 읽는데 시간을 더 쓰게 하자. 그래야 점점 성장하면서 책을 신명나게 읽을 수 있다.
마치 책을 먹어치우듯 척척 읽어대려면 책이 많아야 한다. 집에서는 그 책들을 감당할 수가 없다. 도서관에 아이를 보내자. 틈만 나면 가도록 하자. 도서관을 자꾸만 드나들어야 이 세상에 무궁무진하게 읽을 책이 많다는 것도 깨닫게 되고, 그 안에서 좋은 책을 골라낼 줄도 알게 된다. 그리고 어느새 열정과 헌신으로 독서에 빠지게 될 것이다. 사춘기에 몸이 자라는 것처럼 마음의 키도 쑥 자라게 하려면 수많은 책들을 읽어 치워야 하리라. 열정과 헌신으로 책을 읽는 시기를 거치면서 아이들은 훌쩍 어른으로 자라게 된다.
-강백향의 책 읽어주는 선생님-
IP : 218.145.xxx.112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커피와케익
    '04.11.5 8:50 PM (203.229.xxx.178)

    아..좋은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감사^^

  • 2. 작은아씨
    '04.11.6 12:25 AM (221.140.xxx.212)

    저도 잘 읽었어요~~ 감사

  • 3. 아리까리녀
    '04.11.6 6:47 PM (61.32.xxx.221)

    열차 전체 광고는 아무나 못하지 않나요?
    전에 일본 갔을때는 토마스와 친구들로 도배되어 있었는데...^^
    동방신기도 이젠 토마스 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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