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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할 적에..

그냥.. 조회수 : 885
작성일 : 2004-11-03 21:04:27
예전에 연애할 적에 메신저로 주고받은 내용들을 읽어보니 괜히 지금 너무 화가 나고 슬픕니다..

남편이 저랑 연애할 적에 (연애초기.. 한 6개월?) 서로 메신저한 것을 제가 복사해놓은 파일이 있었거든요..

연애후 1년까지 서로 존댓말 쓰고, 정말 조심스럽게 예쁜 사랑 했었는데..

제 남편은 예전에 좋은남햏, 나쁜남햏 고르는 글이 올라왔을 때 좋은남햏에 거의다 해당되는, 약간은 무디고 무던하고 그런 남자거든요.. 연애초기에는 제가 티를 안내도 남편을 어찌나 좋아했는지요..

물론 나쁜점도 많지요.. 왕 똥고집스러운거, 융통성 없는거, 가끔 보수적이거나 이기적인거 등등..

어쨌든 그런 남자랑 연애하면서 주고받은 메신저 내용들을 보니 그런 곰같은 남자가 저를 진심으로, 너무너무 좋아하는게 그의 글에서 막 느껴지는데, 그의 지금 모습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나는거 있죠..

결혼하기 직전에는 거의 서로의 관계가 부부와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같이 잤던 건 아니었지만 그 직전까지 갔고, 남편 자취방에서 맨날 놀았죠 껴안고 티비보고 책읽고..) 부부가 된 지금은 또 조금 다르구요..

지금은 저남자가 저에게 뭘 해줄까를 생각하기보다는 (물론 생각하기는 하지만요,) 제가 자기한테 뭘 해주는걸 더 좋아하는 것 같구요, '마님과 돌쇠'컨셉을 아주 당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그런거에 그냥 시큰둥하구요, 자기 엄마한테 잘하는걸 자기한테 잘하는것보다 더 좋아하구,,

남자의 속성이니 물론 다 머리로는 알고 있던 사실인데, 메신저 했던 내용을 읽어보니까 또 다른 느낌이 확 와닿습니다.. 지금 제 글을 읽는 님들도 제 심정은 모르실거에요..
혹시 예전에 주고받았던 연애편지나 메일을 한참후에, 관계가 변화된 후에 읽어보셨던 분들은 지금의 제 허탈한 마음 공감하실지 모르지만..

변하는건 당연한데, 그렇게 변해버린 남편이 갑자기 너무 미워지네요..
남편이 소위 개천용이라서 결혼할 때도 참 조마조마한 일도 많았구요.. 제 눈물샘이 꽤나 튼튼하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런 어이없는 데서 무너지네요.

이래서 여잔가요?

IP : 222.106.xxx.171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두요
    '04.11.3 9:18 PM (220.117.xxx.213)

    이만큼 날 사랑해줄 남자는 세상에 없다 믿으며 결혼했건만 한번씩 던지는 무심한 말에 큰 상처를 받곤 합니다. 가끔은 외롭다는 생각도 들구요. 결혼한게 후회될때도 있고...

  • 2. 그냥..
    '04.11.3 9:27 PM (222.106.xxx.171)

    금융사기 전공하고 싶은 사람들이 보면 좋을 텍스트북 케이스죠.

  • 3. 가을&들꽃
    '04.11.3 9:40 PM (219.240.xxx.106)

    흠...
    걍 인정해주죠 모.
    한때나마 다정했으니 고마운 일이라구요...
    아니면...
    언제라도 다시 다정해질 수 있는 소질은 갖고 있는 남편이니
    희망은 있는 거라구요. ^ ^

  • 4. 행인
    '04.11.4 1:25 AM (211.199.xxx.197)

    세대차이 들어갑니다.
    옛날에 주고 받은 메일 -_-
    그때..메일 날릴만큼 컴터가 발달했어야 말이지요..우우~
    우린 편지를 주고 받던 시절이라...
    남편이 자상한것과는 거리가 멀고도 먼~ 사람이라 생각지도 않았는데..
    어느날 쌩뚱맞게..편지가 왔더라고요.. 집으로..
    놀랬죠.. 글씨가..글씨가...너무 못썼어요..ㅠㅠㅠ
    내 살다 살다..그렇게 개발새발 써논건 ......과연 이것이 러브레터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마구 들면서..대체 나를 뭘로 보고..이따위 글씨를 썼나? 화가 나고..
    그런데..알고보니..
    그게 최대한..무지 무지 심혈을 기울여서 쓴 필체더라구요..
    지금도 가지고 있지요.
    읽어보면..얼마나 유치하고..닭살이 돋는지..
    전 답장 안해줬습니다.
    그때만 해도..남편을 별로..안 좋아했기때문에...
    답장까지 써줄만한 가치를 전혀 느끼지 못했던.......

    그래도..살면서..새록새록..살아가면서..오늘 보다는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는
    아니..물질적인면에서가 아니고..
    마음으로 더 잘해주려고..노력하고..
    저는 노력하는 그 모습에 칭찬 많이 해주거든요.
    당장 돈 못벌어도..돈 벌려고 노력하는데 안되믄..
    그래도 그게 어디냐? 하면서..칭찬해주고..

    결혼을 결심했던 당시보다..신혼시절보다..지금의 남편은 180도 달라졌지만..
    그렇다고 다툼이 없는건 아니예요.
    자잘하게 늘 부딪히고..
    상대방이 화났을때..다른 한사람이 늘 참아주고..
    그래서..흐지부지 돼버리고..
    혹은 나이탓인지..싸우는것도 힘들어서..체력이 안따라주니..그냥 저냥..말고..
    그러면서..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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