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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웃는 얼굴에 나는 가슴이 아프다

lyu 조회수 : 917
작성일 : 2004-10-30 10:14:08
가을입니다.
오래 투병생활을 해 오신 아버지께서 이번에 디카를 장만하셨네요.
교직에 있는 여동생이 비디오 찍고 거기 담긴 손주들 자식들 보는 걸 좋아하시는 아버지를 위해
하나 장만해 드린 모양입니다.
저 자신 아직 포샾은 너무 어렵고 한번 깨 보리라 마음만 먹고도 아이들 신세만 지는지라
가족 카페에 아버지께서 올리신 사진을 보면 감탄을 하네요.
주말에 시간내서 들른 아들한테 교육을 받고 -무지 찬찬하게 인내심을 발휘하는 동생을 보고 근처 사는 다른 여동생 놀랐다네요.
아다시피 금방 잊어버리는 나이의 병 때문에......-
또 여동생이 가끔 막힐때마다 도와드린다지만
인내심 가지고 열심히 하시는것 보며 저한테 문자가 왔네요.
"언니 아버지 너무 열심히 연습하신다. 격려 좀 해드려."
하구요.
몇년전에 컴퓨터를 처음 배울때도 카드놀이부터 시작하시면서 마우스 익숙해지기를 하시는데 이번에 디카 사드린 여동생이 막 칭찬을 해 드리니
"이 녀석아 날 네 학생으로 아냐?" 하시더라구요.
젊어서는 그손에 무엇하나 어눌한 것이 없더니 첫날 디카를 반가워하시며 만지작거리다 작동불능 상태로 만드시고는 좌절감에 힘들어하시기도 했다네요.
전원을 끄고 하룻밤 재워 다시 공부를 하셨다네요.
며칠전 팔남매중에 아래로 여동생 한분 이신 아버지 달랑 남으신 당신형제분 -중부님내외분 고모 두분내외분 넷.그리고 아버지 어머니 -
두분 여자매 그리고 큰어머님 어머님 모시고 대구서 지리산으로 단풍여행 다녀오셨더라구요.
칠순 노친네 다섯이 찍은 사진을 저희 가족 카페에 올리셨는데
제일 뒤에 아주 훤칠한 큰키로 서서 웃고 계시는 아버지가
어쩌면 그리도 맑고 밝은지요.
수일전에 다녀간 둘째 친손자 안으시고 찍은 사진에도 갓 백일 지난 녀석이랑 할아버지 표정이 어찌 그리 똑같은지요.
십년정도 일주일에 세번 투석하는 것 보아오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살아온 세월입니다.
언제나 힘든표정 숨기시려 하지만 부모자식이 숨긴다고 모르나요.
늘 보아오던 그 모습이 갑자기 이제 환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그 아름다운 아버지 모습을 보면서
저는
왜 이다지도 가슴이 아프지요?
마지막 꽃송이를 보듯이
한방울의 기름을 태우는 불꽃을 보듯이
그렇게 마무리를 하시나 하면서
가슴이 이렇게 두근거릴 수가 없습니다.
날마다 카페에 아버지가 올리신 아버지 사진을 보며
살아계심을 느낍니다.
한 가닥의 그늘도 없이 투명한 그 모습이 그 동안 내 눈에 보이지 않다 이제서야 보임은 이별을 준비하라는 암시인 것 만 같아 두렵고 슬픕니다.
그리고 강해지려고 마음 먹습니다.
아버지께서 맏이인 저를 믿게
편안하시게 저를 다집니다.

그래도 눈물이 자꾸 흐르는 것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사랑하는아버지
아버지......
저의 첫번째 연인인 아버지
IP : 220.118.xxx.58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흥임
    '04.10.30 10:20 AM (221.138.xxx.61)

    저도 마지막까지 흐트러진 매무새
    들키지 않으려 애쓰시는 멋쟁이 아부지
    그 모습 마음 아파
    비겁하게
    피하고 있는 내자신 발견 하곤 합니다.

  • 2. 이영희
    '04.10.30 10:35 AM (211.217.xxx.51)

    좋은 딸이시군요.
    제블로그에 오셔도 많이 대화 못했는데.....
    인생의 세월은 .....
    그런 사랑으로 채운다면 ..............
    슬픔보다 남은 시간의 소중함이 배가 될꺼예요.
    힘 내실꺼죠......

  • 3. 김혜경
    '04.10.30 2:23 PM (211.215.xxx.109)

    lyu님....
    뭐라 드릴 말씀이..저희 친정아버지 생각이 나서...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 4. 헤르미온느
    '04.10.30 11:31 PM (211.53.xxx.177)

    .........ㅠ.ㅠ.......
    마지막까지 얼굴닦아드리고 면도 해드리면 좋아하시던 깔끔하신 시아버님이 생각나서.....
    맘 굳게 잡수세요..........

  • 5. 퍼랭이천장
    '04.10.31 12:46 AM (220.116.xxx.236)

    저의 첫번째 연인인 아버지

    이말에 넘 가슴이 뭉클해지네요......
    님의 말씀처럼 정말 처음으로 포옹과 뽀뽀를 허락했던 연인인거 가튼데
    이젠 그 남겨진 주름과 거친 피부에 나이란 허울로
    표현 한번 제대로하질 않고 사는거 같군요...
    낼은 전화라도 해서 점심식사 같이 하시자고 해야겠네요...
    에궁..이러고서 금방 또다시 투정만 부릴 철없는 딸래미 일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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