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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오기 빗자루 귀신 따라 온~~~~~~~~~~~다

김흥임 조회수 : 974
작성일 : 2004-10-25 09:47:56


되살려도 되살려도 질리지 않는
내 유년 기억의 뜨락,,,,

내 14개월 18일 오라버니가염
무쟈게 겁쟁이었어요
옛날 옛날에 지푸라기 뭉쳐 엉치 닦던 시절
그 겁쟁이 오라버니가 동지 섣달 긴긴 밤
문풍지 윙윙소리내어 우는 딱
그 시간 즈음이면 화장실<그시절엔 뒷간>을 가는 습관이
있었어염
소피야 보고프면 윗목에 놓인 요강단지에 보면 되지만
것두 어렵구,,,

지금 얼라들이 들으면 어느 시절 야그라냐
할터이지만 불과 삼십여년 전 ...
뒷간 하고 처가집은 무작정 멀고 봐야
한단 야그에 충실하게 뒷간은 멀고
볼일은 봐야 하고 한손으로 엉덩이 움켜 잡고
오라버니 애원 합니다

흥임아
한번마~~~~~~~~~~안
한번마~~~~~~~~~~~안

나야 종종 바래주기나 하면서 약을 올리지만
내 큰 오라버니는 뒷간 가는거 한번 바래 줄것도 아니면서
염장을 지릅니다

"너 그거 아냐?
아랫말 모퉁이에 귀신 불 있다~~~~~~아
너 조오기~~~성석이네 집옆 묘 자리에 달걀귀신있는 거 알지
알지?

"응 ,오빠 나두 그거 봤다
돌아다 보면 뒤꿈치에 붙어서 자꾸만 따라온다~~~~~~아

슬슬 놀려주다가 14개월 18일 오라버니 얼굴이
사색이 되어 갈 즈음 선심이나 쓰는 양 난 흥얼 흥얼
거리며 앞장을 서곤 하지요

뒷간에 가 앉아 볼일을 보면서도 바깥에 내가 배신 안때리고
잘 기다려 주는가 확인 하는거 잊지 않습니다
흥임아
밖에 있냐?
너 밖에 있지?

초가 지붕 처마밑 젤루 긴 고드름 따서
툭~~
한번만 치면 쨍그랑 소리내며
와르르~~~~
쏱아져 내릴듯한 별 무리 헤이느라 여념 없던
난 또 그게 재미 있어 감나무 그림자 뒤로 숨어 버립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볼일 마친 오라버니 잿간 다리 쿵쿵 구르며 목소리 애절히
외칩니다

"달구새끼<닭>나 밤똥 누지 사람새끼두 밤똥 누냐
달구새끼나 밤똥 누지 사람새끼도 밤똥 누냐

밤에 뒷간 안가게 하는 방편이라고 엄마가 일러주신걸
착실히 거행하고 겸연쩍은 미소 날리며 뒷간을 나서는
오라버니를 뒤로 하고 냅다 달립니다

"오빠야
저~~어기
빗자루 귀신 따라 온다~~~~~~~~~~아
~~~~~~~~~~~~~~~~~~~~~~~~~~~~~~~~~~~~~~~~~~~~
그해 겨울은 그렇게 따스함으로 제 한가슴
자리 하고 잇습니다.

IP : 221.138.xxx.61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헤르미온느
    '04.10.25 10:03 AM (211.181.xxx.28)

    아, 정겨운 얘기네요.
    저희도 아주 어릴때 마당 넓고 무지하게 나무많은 집에 살았어요. 화장실도 밖에 있었죠.
    밤마다 언니랑 줄줄이 화장실가서 교대로 지켜주던게 일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화장실 안에 있는게 덜 무서울것 같은데 말이죠.
    나무가지들이 너울거리는 바깥보다...^^
    오빠분이 귀여우셔요...ㅎㅎㅎ...

  • 2. 저두 한때..
    '04.10.25 10:37 AM (61.255.xxx.187)

    저도 그런 기억 나네요
    제가 무지 겁이 많았더랬어요 어렸을때
    지금은 상당히 많이 나아진 편이니...많은 발전이죠

    전 어렸을때...저희집 화장실이 현대식이였는데도...
    낮에 불을 켜야 하는 좀 어두운 화장실 있죠
    거기도 밤엔 혼자서 못 가서 자는 언니를 꼭 깨웠었죠

    지금 생각하면.....참 어이없죠..ㅎㅎㅎㅎ

    몇 년전 새로 이사간 집에서 귀신이란걸 딱 보고나니..
    뭐랄까....두려움은 좀 덜해지긴한데...
    그런데도 그 여자귀신의 그 야릇한 웃음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죠..ㅜ.ㅜ

    지금도 시댁가면.....시골이라 푸세식있죠...신랑 앞장세워 간답니다...ㅎㅎㅎ

  • 3. 나루나루
    '04.10.25 12:02 PM (220.71.xxx.45)

    재미 있네요.....^^
    지금은 이 삭막한 도심에 살고 있지만 7살까지의 유년의 시절과
    방학때마다 시골 큰아버지댁에 가서 놀았던 시골추억이 있습니다.

    요즘 아침에 일어나서 베란다에 나가서 창문을 열때 싸~하게
    차거운 공기를 마시면 한장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어릴때 눈비비며 일어나 나오면 엄마가 우물에서 두레박을
    올리시는데 우물속에서 김이 무럭무럭 나던 생각!

    겨울방학때 시골가면 서울친척이라고 특별대우를 해주고
    물댄논이 얼어서 빙판이되면 썰매타던 생각...
    오빠들은 외발썰매, 우리는 앉은뱅이썰매, 손님대접한다고
    손시려울까봐 가만히 앉혀놓고 밀어주기만 하던 사촌...
    그렇게 잘해줘도 이틀밤만 자면 엄마생각에 울던생각.

    얼마나 소중한 기억들인지...
    지금 아이들은 그런 낭만을 모르니 어린시절을 추억할때
    무슨 생각을 할까 생각해 봅니다.
    보자기 등에 두르고 황금박쥐흉내내던 생각할까요?

  • 4. 미스테리
    '04.10.25 12:13 PM (218.145.xxx.139)

    ㅋㅋㅋ.........
    옛날 외갓집 화장실이 생각나요....^^
    재래식 화장실인데 볼일보면 x뚜깐(?) 밑에서 빨간손, 노랑손, 파랑손이 나온다구...ㅋ
    그때가 그립네요....사루비아 꽃 띠어서 꽁지 빨아먹고 포도나무, 앵두나무...
    글구 그 우물...그거 이름이 뭐였죠?...물 한바가지 넣어 막 펌프질하면 나오던거...^^;
    치매가 왔어요....ㅠ.ㅜ

  • 5. 나루나루
    '04.10.25 1:35 PM (220.71.xxx.45)

    우물에 관한 추억도 많죠....

    키가 작을때 우물속이 너무 궁금하여 무엇인가를 받쳐놓고 올라가서
    들여다보면 까마득히 깊은곳에 동그란 거울같은것이 있었고
    하늘의 구름과 내 머리통이 비쳐 보이기도 했죠.
    손가락으로 이모양 저모양을 만들어 보기도하고.

    신기해서 어른들 몰래 돌멩이도 던져놓고 한참만에 들리는 소리에
    신나하고...나뭇잎도 따서 넣어보고 흔들거리며 떨어지는것을
    재미있다고 들여다며 놀았던..

    그러다가 여기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우물귀신이 되는걸까?
    라는 방정맞은 생각을 하면서
    흠찟 한 발짝 뒤로 물러나기도 했던 기억.

    세월이 조금 지나니까 집집마다 우물에다가 펌프를 설치하고
    뚜껑을 해 덮어놔서 우리의 재미거리가 한개 없어져 버렸고
    우물을 신기해 할만한 나이도 넘어버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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