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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벽 넋두리

익명 조회수 : 1,023
작성일 : 2004-10-22 01:41:36

저는 82쿡을 매일 매일 들어오는 삼십대 초반의 처자구요.
원래 저녁 잠이 많은 편이라 일찍 자는데...가을이라 그런지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지 오늘따라 잠이 안오더라구요. 12시쯤이던가..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가 KBS에서 하는, 정확히 제목은 모르지만 병원 응급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프로를 보았죠.
저희 엄마도 몇년전에 응급실에 가신 적이 있었는데....텔레비젼에서 생과 사의 기로에서 초조하게 애태우는 가족들의 모습이 남같지 않았어요. 다행히 엄마는 전처럼 건강하시진 않지만 아직 저희 곁에 계시구요.

행복하기 위해서...그 행복이 개인마다 다르겟지만...어쨋든 살아가면서 꼭 해야만 할것 같아서  놓치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그 프로그램을 보니 그래도 뭔가 놓친게 있는것 같아요. 쉽게 말해서 다 챙기지 못했다는 애기죠.

저는 자기 성취 욕구가 강한 편이라, 하고 싶은 걸 이루기 위해 지금까지 타이트하게 살아왔어요. 뜻대로 일들이 모두 잘 풀린건 아니지만, 원하는 바가 안되면 차선이라도 택하면서 가능한 원하는 모습에 가깝게 살려고 노력도 했고.. 그런데, 제 능력이 부족해서인지...제 목표를 위해 시간을 쏟다보니 부모님이나 식구들에겐 아무래도 소홀히 하게 되고, 또 집안에 신경을 쓰다보면 경제력이나 현실적인 뒷받침이 아쉬워서 뭔가 내가 해야만 할것 같고.. 능력이 뛰어나면 같은 하루, 같은 일년을 쓰더라도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제 능력이 부족해서인지 한쪽을 신경쓰다보면 마음과 다르게 소홀해지고 놓치는 부분이 생겨서 아쉽네요.

아직 결혼할 사람을 만나지 못햇는데... 결혼생활 하면서 병행할 수 잇는 튼튼한 직업을 갖추어야 결혼해서도 남편이나 시댁에 당당하고 친정에도 떳떳하게 신경쓸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제가 자존심이 센 편이라 남편의 월급받고 집에서 살림하면 왠지 위축될 것만 같아서, 지금 직장도 다니면서 또 다른것도 병행을 하고 있어요. 미래에 대한 대비랄까... 그러다보니 시간이 더 부족해지고, 부모님한테도 제대로 신경 못써드리고, 연애도 제대로 못하니 결혼도 늦어지고... 여러가지로 참 죄송스럽네요. 집안일도 잘하고, 돈도 잘 벌고, 연애도 잘해서 좋은 남자도 척척 데려오고 그러기가 저로서는 쉽지가 않네요.

가을이라서 생각이 많아진건지...이런 넋두리라니...

내일은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서 아버지 가을 옷좀 챙겨서 다려드려야 겠어요. 다림질을 못해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게 문제긴 하지만...어제 아침에 엘리베이터 안에서, 구겨진 바지를 대충 찾아입으신 아버지의 차림새가 내내 마음에 걸렸거든요.

이번달 통장 잔고가 간당간당할 것 같지만....카드로라도 담달엔 병원에 꼭 모시고 가야할 것 같아요.
가끔 머리가 아프시다는게...CT촬영이든 건강검진이든 해야 안심이 될 것 같네요.

엄마, 아빠...이제 뭐 해달라고 아무것도 안 바랄테니 그냥 건강하게만 제 곁에 오래오래 계세요.
부탁이에요.
IP : 220.85.xxx.93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수다아줌마
    '04.10.22 2:37 AM (221.151.xxx.209)

    효녀신가봐요...대개 효녀들이 시집가는게 좀 늦죠.
    저도 효녀는 아니지만 이런저런 집안일과 직업 등등 때문에 결혼을 서른 넘어 했어요.

    제가 서른을 넘길 때 현명하기로 소문난 회사선배언니가 이런 말을 하더라구요.
    "결혼은 남자의 딱 한가지만 보고 해야 한다"
    그때는 좀 이상하게 들렸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 현명한 생각이더군요.

    돈이면 돈, 지위면 지위, 외모면 외모, 사랑이면 사랑, 나에게 있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우선순위 한가지만 보고 남자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
    어찌보면 어리석게 들릴 수도 있지만 살다보니 이해가 가더라구요.
    적어도 내가 선택한 한가지만이라도 확실하다면 나머지는 그런대로 참아주고 살 수 있는 거 아닌가...싶어요.
    그게 어디 남자뿐이겠어요? 인생이 그런거 같아요. 우선순위 한가지만 이루고 살려해도 힘들고 버겁잖아요...

    저도 평범한 남자 월급으로 세상을 어찌 사나 싶어 이거저거 많이 따졌지만 살다보니 다 살아지더군요.
    안정적인 직업이 있으면 시댁이나 친정에도 당당하고 만일의 사태에도 든든하겠지만 사정이 안되더라도 너무 연연해하지마세요.
    완벽하게 살아가는 사람 없으니까요...82에 오시는 분들 다 완벽하게 사는 분만 계시겠어요?
    이것도 참고, 저것도 넘어가고...그렇게들 살아가는 거죠.

    모든게 다 잘될 거에요.

    제가 최근에 읽은 책에 이런 글이 있더라구요.

    "당신이 무언가 절실히 원하면 온 우주는 당신의 소망을 실현하도록 도와준다...."

    너무 좋은말이죠?
    사람일 마음먹기 달렸다는 옛어른들의 말씀처럼 긍정적으로 생각하시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면 좋은 날이 올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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