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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좋은건 구름또한 있어서이리라

김흥임 조회수 : 937
작성일 : 2004-10-21 09:53:07


찌게가 식지 않는 거리에 있는 친정
그덕에 특별한 개인 사정이 있지 않는한
딸이지만 늘 집안 대 소사에 제일 먼저 달려
가는걸 온 가족이 당연시 여긴다

원할땐 언제든 달려가지만
간섭은 노우
내 스스로가 좀 차가운 성격인걸 안다

당신 귀한 맏아들 어깨 짐 덜어 주려 많이도 줄이고 줄인 제사
이지만...
늘 명절 앞뒤로 겹쳐 지는...

각각에 생활패턴을 가지고 있는
자손들 입장에선 대단한 스트레스 일수 있는데
.....

마음 착하고 입 무거운 맏며느리에
시엄니 젖가슴 더듬고 달려 드는 둘째 며느리에
막내답지 않게 진국인 변함없는 마음 밭을 가지고 있는
막내며늘에...

물론 당신들이 시대에 앞서는 사고의 소유자이시긴 하지만
우리집 어른들은 축복 받은 양반들이다

제사 준비 힘들다고 며느리들 목 축이며 일하라고
슬그머니 맥주 보따리 사 들고 들어 오셔 술잔챙겨주시는 시 아버지
팔순을 넘기신 연세란걸 누구 도 믿지 않을만큼
다감하고 깔끔하신 성격에 멋쟁이 영감님

물김치며 배추 김치에 감주까지 이미 얌전한 큰올케의 솜씨에
완성 상태이고.....

울 큰 올케언니는 나만 일찍 달려 가면 다른 동서
들이야 언제오든 만사 오케이다
그 만큼 믿어 준다는게 감사하다

일거리 많은 재료 미리 언니가 시장 봐오면
일사 천리다
그 사이 비중있는 장거리는 두 어른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아부지의 확실한 보따리맨 역할하에...

밤 깍고 떡 뽑아 오고 역시 어른들 몪이다

콧노래 불러가며
맥주 마셔 가며
제사 집인지 잔치 집인지 구분이 안간다

하나 둘 음식 완성숫자에 맞춰
형편 허락되는 며느리 아들순서대로
하나 둘 모여 든다

두루마기 갖춰 입으시고 언제나 지각생인 둘째
아들 도착과 동시에,
친손주 외손주 손녀들까지 제사 참예를 시키신다

시아주버니 제수씨 가릴것 없이 권커니 잣커니
거 하게 한상 벌어 지고....

아부지부터 다섯살 꼬맹이 까지 개미 행렬로
주~~~~~~욱
주방으로 상치우기 까지 모두 함께..

원 하는 음식 원 하는 만큼 알아서 보따리
챙겨 일찍들 나서라 등 떠 밀어주고..

큰 언니는 남은 음식 정리하고
난 온수 받아 후다닥 설거지 마무리
행주  빨아 탁탁 털어 걸고
언니야~~~~~~~~~~
난 간다

제삿날인지 잔치 날인지 감 안 잡히는 증조 할아부지
기일을 치르고...

분위기가 좋아 일을 해도
즐거운 피로감이다

~~~~~~~~~~~~~~~~~~~~~~~~~~~~~~~~~~~~~~

윗부분은 작년까지의 그림이고,

올해는 아부지 건강 원만치 않으신 고로
증조 할아부지 제사는 그냥 넘기자 조심스레 여쭈니...

자식사랑 끔직하신만큼이나 옛어른에 대한 애착 대단하셔
간단하게 나마 차리자시는 아부지 의견 존중하에...

간소히 차려진 젯상앞에
음식만이 간소한게 아니라
사람도 간소하다.

아부진 항암 3차 포기 하시고
그 증세 육안으로 확인될만큼의 무거움인지라
제사 참예안하시고

내 강아지 한마리 야간자율 마치고 헐떡거리고
오지만 시간 맞추기 어려웠고

둘째 오라버니 딸래미 K대 휴학하고 모대
마지막 관문에서
그놈에 활동성 간염이 걸림돌 되어 3수째인
올해역시 재검진 요한단 통보에
초상집 분위기라고...

사람 사는 세상에
천국이 늘 천국이라면
뭔 의미 있으랴.

IP : 221.138.xxx.61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래도
    '04.10.21 10:21 AM (221.142.xxx.208)

    님의 글 읽으면서 잔잔한 감동을 받습니다.
    부모님께서도 복 받으신분들이고 님또한 복받으신 분인 것 같습니다.
    그래요... 사람사는 세상에 천국이 늘 천국이라면 뭔 의미 있으랴... 참 와닿습니다.
    아버님 많은 고통 따르질 않길 기원합니다. 힘내시구요..
    님의 친정분위기가 참 부럽습니다.

  • 2. 이프
    '04.10.21 10:30 AM (202.30.xxx.200)

    구름은 언젠간 걷히는거니...

    내년엔 좋은일만 있으시기를....

  • 3. 은맘
    '04.10.21 3:25 PM (210.105.xxx.248)

    그래도.....

    늘 천국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다 어쩌다.... 정말 어쩌다 하루정도만

    힘들게 하시고 빨랑 천국으로 돌려 주시면..... 세상살기 참 좋을텐데..... 그쵸???

    모두에게 좋은일이 만땅 생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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