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사리속에 숨겨진 당면
시원한 평양냉면 사리를
후루룩후루룩 힘차게 빨아들인다.
"잘라드릴까요"라는 질문에
손사래를 친 까닭은
이렇게 후루룩 빨아들이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윗니와 혀를 동원해
똑똑 끊는 재미가 없다면
냉면의 참맛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리를 열심히 젓가락으로 끌어 올려 먹다가
살얼음이 뜬 육수를 시원하게 들이키려고
대접을 감싸 안았다.
육수에 뜬 살얼음이 눈에 거슬린다.
마실 때 입 언저리로 흘러내려
차갑게 윗입술을 괴롭힐 것같다.
입에서 먼 쪽으로 밀어놓기로 하고
젓가락으로 슬쩍 밀었다.
어라!!! 밀리지 않고 'ㄱ' 자로 꺾이네.
살짝 들어올렸더니
오잉!! 살 얼음이 아니네.
그건 분명히
회색빛 냉면사리가 아닌
투명한 당면 사리.
갑자기 머리가 뜨끈뜨끈해진다.
잠시 마음을 달래고
종업원에게 사장이나 지배인을 불러 달라고 했다.
"냉면 사리 속에 당면 사리가 숨겨져 있네요.먹을 만큼 먹었으니 냉면을 다시 가져오지는 말고, 냉면값을 계산에서 빼세요"
왜 당면이 빠졌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묻지 않고
내 요구사항만 이야기했다.
"죄송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행히 이런저런 군더더기 없이 내 요구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흔한 말로 "안 봐도 비디오다"
냉면 삶는 솥에 당면을 삶아서 함께 쓰는 게다.
이 집에선 당면을 넣은 갈비탕을 메뉴로 내기 때문이다.
메밀냉면 삶은 물을 달라고 해도
당면을 함께 삶은 그 물을 컵에 담아 내주겠지.
기분이 영 씁쓸하다.
이 집은 한 때 박정희 대통령이 청와대로 냉면을 배달시켜 먹던 곳으로 소문난 서소문의 'K면옥'이다. 광화문 앞의 신호등도 이집 냉면의 배달차가 지날 때는 수조작으로 쏜살같이 통과시켰다고 한다. 그러던 그 시절 그 냉면이.....
박대통령이 세상을 떠나고 나니 그 집의 냉면도 그 시절과 많이 달라진 모양이다.
오후 내내 뱃속에선
냉면 사리와 당면 사리가 뒤엉켜
난리법석을 쳤다.
요리 칼럼니스트인 '유지상'씨가 쓴 글을 읽고 옮겨 왔습니다.
재미있게 이 글을 읽었으면서도, 여운은 씁쓸하게 남는군요.
사람들이 먹는 음식으로, 장난 치거나, 속이는 방법은 근절되어야
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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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사리속에 숨겨진 당면
Han, yijin 조회수 : 909
작성일 : 2004-10-19 02:21:34
IP : 69.111.xxx.180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시냇물
'04.10.19 3:59 PM (219.248.xxx.251)정말 씁쓸하네요
음식으로 장난 치는 사람들 중형으로 다스리면 근절되겠죠?
으샤으쌰!!!!
광화문으로 돌진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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