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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보고서..그리고 잡담.

달개비 조회수 : 1,190
작성일 : 2004-10-18 01:47:32

지난 금요일에 제사가 있었지요.
대구와 경주 부산,서울에서 친척분들이 오셨답니다.
그런데 하나같이 여자는 안오고 남자들만 왔어요.

우리신랑 외아들에 저 외며느리인데
부산과서울에 사시는 두 작은어머님들은 안오시고 달랑 남편과 자식들만 보내고
대구와 경주에 사시는 두 고모님은 안올라 오시고 두 고모부님과 한 고종사촌만
올라오고 산본에 있는 큰댁의 큰아들은(신랑보다 아래) 동서는 안데려오고 자기만 왔습니다.

새삼스레 이번만 그런건 아니었지요.
거의 매번 그랬습니다.
서울의 작은 어머님은 그래도 명절때는 빠지셔도 제사때는 매번 오셨는데
그 시간이 거의 3~4시 입니다.
이시간이면 어머님과 저 열심히 전부치고 거의 마무리 할 단계이지요.
그 시간이라도 오시면 저녁상 차릴때 반찬이라도 내고
반찬 한가지라도 더 만들고 설겆이할때 그나마 좀 편했는데...

그동안 제사나 명절  지내면서 별로 힘들다 생각 한적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좀 힘들게 느껴지더군요.
피할수 있으면 피해가고 싶었습니다.

제사 지내고 상 물리는데 새삼스레 그 많은 사람들중에
여자는 달랑 저랑 시어머님뿐인게 보이지 않겠어요?
그래서 웃으며 사촌들에게 다음에는 혼자 오지말고 동서들좀
데려 오라 했습니다.(장가간 사촌은 달랑 하나이고 혼기 찬 사촌이 둘)
미안한지 제사상물리고 식사상 차리는것 서로 도와 주더군요.
그래봤자 반찬 나르고 식사 끝나고 빈그릇  갖다 주고, 상 닦아주는 것이지만
ㅎㅎㅎ 도움은 되었답니다.

닭살인척하는 울신랑 하나도 안도와주고
나중에 겨우 안마만 해주었어요.(나빠!나빠! *^^*)

내리 3일동안 저는 컴구경도 못했는데
저대신 글이나 올려두고...전 이제서야 알았어요.
그나마 페이지가 많이 넘어가서 제가 넘겨 보지 않았으면 못볼뻔 했지요.

그리고 다음날 토요일 멀리서 오신분들을 뒤로하고 저는 출근했습니다.
회사에서는 뭔일이 잘못되어 그 수습하느라 정신없어  퇴근도 늦어지는데...
ㅎㅎㅎ  울 시어머님 외가쪽 잔치로 수원 가셨는데요.
시외삼촌 두분을 모시고 온다고 연락 왔습니다.
부산에서 오신 시외삼촌을 그냥 보내기 섭섭해 모셔 오면서
서울에 사시는 큰 외삼촌도 함께 오신다는군요.  

저 전화한 남편한테 짜증 냈어요.

정말 피곤한데 나좀 봐주지...꼭 그래야만 하냐고?
어제 제사 지내고 피곤한 며느리 생각도 않으시고 또 손님을 모셔 와야 하냐고?
변변찮은 울집에 오는것보다 검사 자식 두고 대궐처럼 넓은집에 사는 큰댁으로
가는게 편한것 아니냐고?

울 신랑 미안하긴한데 그래도 어머니뜻이 그런데  어떡하냐며
행여나 어머니께 싫은 내색 말랍니다.ㅊㅊㅊ

내색이야 할수 없지만 정말 싫었습니다.
내겐 너무 어려운 분들인데....마음도 몸도 다 불편한데 정말 어쩌라고...

서둘러 퇴근했습니다.
원래 토요일에 은행따러 가려 했는데....
저 은행 따러 못갔어요.
너무 감사하게도 은행나무 주인이 직접 따서 제몫으로 챙겨 두었답니다.
아무때고 가져가란 전갈 아까 낮에 받았어요.

마침 서산댁님께 주문한 새우랑 낙지가 도착해 있네요.
새우 잘 씻어 오븐에 버터 살짝 발라 소금 뿌려 굽고
배가 많아서 리빙노트 보고 배 샐러드 만들었어요.
생각지도 못한 메뉴인데 간단하고 맛있군요.
울신랑 샐러드만 두그릇을 삭삭 비웠습니다.
브로컬리 데쳐서 초고추장이랑 내고,  여러가지 전 다시 데우고,
조기 한마리 다시 굽고, 매실 장아찌 꺼내고, 파김치 꺼내고,
고구마순김치 담고, 참게장 처음으로 개시하고, 다섯가지 나물 담고,
경빈마마님께서 챙겨주신 시원한 물김치 담고, 탕국이 많아 국이나 찌게는 생략

마침 준비된것이 많아 상차리는데는 그리 힘들일이 없군요.
하지만 설겆이꺼리는 참말로 많더군요.

12시쯤 잠이 들었는데 넘 피곤한지 자면서도 쑤시고 아파서 3시쯤 깼어요.
도저히 안되겠길래 자는 신랑을 깨웠습니다.
찜질방 가자고...
새벽4시에 찜질방가서 7시30분에 돌아왔습니다.
그제서야 몸이 좀 개운해졌어요.

은서 교회 챙겨 보내고, 아침식사 끝나고 곧장 두분 가셨어요
신랑 10시에 교회가고, 어머님 아버님 11시에 교회가고,
저는 그때까지 주방에서 떠나지를 못했나봐요.
12시30분에 칠순 잔치집 가야 하는데...
30분 남겨두고 청소랑 대충 마무리가 되어 준비해서
1시에 잔치집을 갔습니다.
그곳에서 3시까지 있다가
집에 돌아와서 자고있는 남편을 깨웠습니다.
잠은 내가 자야 하는데...하면시롬
안간다고 궁시렁대는 신랑데리고 파주 어린이 책 한마당 다녀 왔어요.
시간도 짧고 무엇보다 건물간 거리가 멀어 많이 걸어야 하는데
다리가 아파 걸을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가까운곳 몇군데만 들러봤어요.
김영사.파랑새.보림.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어느한곳.
유치원이나 초등학생정도의 자녀를 두신 분이라면
한번쯤 다녀오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필히 편한신발 신으시구요.
거기서 우연히 언니를 만나서 통일동산에서 함께 저녁먹고
돌아왔습니다.

이상 간추린 달개비의 주말보고겸 잡담이었습니다.  
IP : 220.88.xxx.139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헤스티아
    '04.10.18 2:03 AM (221.147.xxx.84)

    아이구 맙소사... 달개비님 넘 수고하셨어요... 엉엉...

    어디에 원망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넘 원망스럽네요--;;;;

  • 2. 키세스
    '04.10.18 2:46 AM (211.176.xxx.188)

    에효...
    직장 다니며 살림까지 하는 사람 조금만 배려해 주시지...
    그리고 앞으론 허니님도 부엌일에 동참시키세욧!

    그리고 저희 시댁이랑 비슷한 분위기네요.
    그나마 몇년 전까지 음식 다 해놓고 마무리하고 쉴 즈음인 명절 전날 저녁 11시경 작은 집 가족들이 단체로 들어와 그 시간에 새로 저녁을 차리고(그 시간까지 저녁을 안먹는게 이해할 수가 없어요. 출발해서 한시간 쯤이면 오는데... ) 설거지 하고 눈 진짜 잠깐 붙이고 아침에 일어나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면 작은 어머니랑 동서들은 방에서 화장을 열심히 하시고...
    음복할 땐 떡이 크다느니 나물이 어떻다느니...
    요샌 당일날 아침에 오니 얼마나 좋고 고마운지... ㅠ.ㅠ
    전 우리 신랑이 차남이라고 좋아라 했는데 시아버지가 그냥 장남도 아닌 큰집의 장남이시더군요. 흑흑흑

  • 3. 새콤달콤상큼
    '04.10.18 3:02 AM (220.79.xxx.82)

    달개비님... 정말 고생하셨어요. 만약 저라면??? 도저히 상상도 안갑니다.
    근데요, 잠시 어머님 흉(?)을 보자면, 안그래도 큰일 치르신 달개비님 맘을 조금만 이해해 주시지 좀 야속하네요. 어른들 모시고 살면, 당장 함께 사는것도 힘들지만, 이렇게 친척분들 손님접대도 참 마니 어려운거 같아요. 예전에 저희 할머니 할아버지 모시고 살때도, 정말 손님들 많이 오셨었죠. 울엄마도 학교 다니시랴, 제사에 친척들 방문에, 한달씩 자고갔던 분들도 계셨으니...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도대체 그 가족분들은 한달씩이나 자기 엄마가 저희집에 계신게 아무렇지도 않은지? 별로 가까운 친척도 아니었는데...

  • 4. beawoman
    '04.10.18 3:57 AM (61.85.xxx.50)

    읽기만해도 대단한 일정이셨네요. 달개비님 존경존경입니다.

  • 5. 코코샤넬
    '04.10.18 4:13 AM (221.151.xxx.31)

    제사에...그 많은 손님까지 치르시느라 넘 고생이 많으셨네요 ㅡ.ㅜ
    달개비님 힘든 마음 알다마다요..저도 외며느리인지라 혼자 준비하고, 시아버님 외에는 사촌도 누구도 오지 않습니다. ㅡ.ㅡ(오면 남자고 뭐고 다 시켜먹기라도 할텐데..)
    혼자 제기닦고 상차리고,먹고 치우고 뒷정리까지 장난 아니게 힘들지요. ...
    여러가지로....아이고,,,큰일 치루셨습니다...0.O

  • 6. Ellie
    '04.10.18 7:25 AM (24.162.xxx.174)

    흐미...
    미혼인 제가 읽으니..
    이거 거의 공포물인데요.. (나중에 저도.. ㅠ.ㅡ)
    너무 고생많으셨어요. 좀쉬셔야 하는데...

    그래도...
    영원한 "닭"입니다.^^

  • 7. 카푸치노
    '04.10.18 8:32 AM (220.75.xxx.166)

    진짜 저라면 엄두도 못내는 일이네요..
    얼른 식기세척기라 큰거 하나 장만하시고..
    남편분도 부엌일에 동참 시키셔요..
    정말 고생하셨네요..

  • 8. 마농
    '04.10.18 9:25 AM (61.84.xxx.22)

    부모님과 함께 사는것..부모님이 딱히 모난 분이 아니라면..그 자체는
    서로 양보하고 다독거리면...괜챦은 것같아요.
    문제는 부모님으로 인해서 파생되는 많은 손님들 뒤치닥거리가..사람을
    너무 힘들게하지요. 쉴 수가 없으니.....
    멀리서 온 남동생 하루밤 재우고 먹여서 보내고 싶은 시어머님의 마음도
    이해가 되긴 하지만...손님대접에 필요한 주 노동력이 며느리인게 문제같아요.
    글구 몇년 같이 살다가 분가할 계획이 있다면 모르지만..
    평생 함께 사실 수도 있다면, 어렵더라도 시부모님께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싫으면 싫다고 싫은티를 내는게 낫지않을까요?? 당장 좀 트러블이 생기더라도
    ........그게 낫쟎아요.
    며느리가 시부모님과 함께 살면..함부로 친구도 집에 초대하기 힘들고
    하고싶은 대로 못하고 참는게 많듯이...
    시부모님들도...며느리 입장 생각해서,며느리의 반의 반만큼은
    하고싶은거 참고...사시는게 옳다고 생각해요.
    제사음식양도 좀 줄이고 가짓수로 줄이자고 하세요.
    아플땐 지지는게 최고같아요..
    저도 보일러 쎄게 돌리고 좀 지졌더니 몸이 한결 가볍네요.

  • 9. 달개비
    '04.10.18 9:52 AM (221.155.xxx.82)

    지금보니 미혼자가 보면 안되는 글인것 같아요.
    결혼에 대한 회의나 두려움만 안겨드리는게 아닌지....
    키세스님! 그맘 제가 압니다.
    저도 제사때나 명절때 늦게오시면 제발 식사는 해결하고 왔으면 좋겠어요.
    바쁜 와중에 들어오는 사람마다 밥차려 줘야 하니...그것 정말 왕짜증이예요.
    저희 시어머님 대체적으로 마음 씀씀이 넓고 이해심 많은분이랍니다.
    혼자된 동생에 대한 마음이 유난히 애뜻하셔서 그 심정 모르는 바가 아니라
    걍 제가 이해 합니다.
    마농님! 저희 어머님께서 맨날 적게 하고 가짓수도 줄이자고 하십니다.
    다른집은 어떤지 몰라서 가짓수가 많은지 적은지 모르겠지만
    양은 제가 항상 제가 좀 많이 하네요. 다음부턴 정말 조금 해야겠어요.

  • 10. 아라레
    '04.10.18 10:00 AM (210.221.xxx.247)

    달개비님, 토닥토닥 주물주물 턱턱턱턱..... 안마나 해드리지요.

  • 11. 원두커피
    '04.10.18 10:04 AM (61.74.xxx.70)

    휴,, 달개비님.. 글만 읽어도 정말 숨이 차오르네요.
    저도 얼마전까지 시부모님과 같이 살았던지라 비록 제사나 명절음식은 많이 않했어도
    가끔씩 찾아오시는 친지나 친구분들 접대(?)하는게 정말 싫었거든요.
    차나 과일을 내가는데도 아버님이 너무 오버하셔서 접대받으시는 분이나 접대하는 제가
    더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 12. 풀내음
    '04.10.18 10:47 AM (210.204.xxx.4)

    우와.. 읽는 제가 다 존경스럽습니다. 전 주말에 그냥... 남편 세끼 밥먹이는거에 허덕이고, 아기 잘때 쿨쿨 자고 저녁때 이마트 가서 장보고 .. 이러면서 주말을 보냈는데..
    힘드셨겠어요. 나중에 복 받을실거에요. 근데 정말 대단하시네요. 음....

  • 13. 박하맘
    '04.10.18 11:37 AM (211.195.xxx.10)

    달개비님....
    전 주말내내 고추밭에있는 고춧잎 죄다 훓텄더니 등짝에 마비가 올려구해요....
    그 고춧잎 아마 저희 식구들 먹일려구 갈무리하는게아니라 몽땅 절에다 갔다줄거라지요...
    에효....
    저는 고춧잎따고 엄니는 산에 산보갔다오시구....
    남편은 현장목격안하구 일욜인데도 일하러가구...
    이래도되는거야~~~그런거야~~~~^*^

  • 14. 강아지똥
    '04.10.18 11:45 AM (61.254.xxx.209)

    정말 달개비님은 슈퍼우먼이시네여.힘들다라는 내색없이 묵묵히 다 끝내시고..대단하세여..아마 저같았으면 앞에서 그냥 주저앉아서 울어버렸을꺼에여...ㅜ.ㅜ
    암튼 감기몸살 안하게 조심하시구여...넘 수고하셨네여..

  • 15. 향설
    '04.10.18 12:05 PM (221.139.xxx.80)

    에고...정말 고생하셨어요...

  • 16. 밝은햇살
    '04.10.18 12:22 PM (61.102.xxx.240)

    와~ 주말을 넘 힘들고 바쁘게 보내셨네요..
    대단하세요
    전요..
    엄마모시구 동생네 부부랑 같이 만나서 하늘공원에 가서
    억새보구 놀다가
    언니가와서 엄마랑 우리애들 데리고 집으로 가고
    전 남편이랑"초보운전"이라고 도화지에 써붙이곤
    일영까지 운전연습을 다녀왔어요..
    학원강사님 보단 남편이랑 가니깐 긴장이 더 되더라구요..
    남편이 제가 운전하는차를 타니 감회가 새롭다네요
    집에오니깐 넘 피곤했지만
    다음주엔 어디로 가볼까나 머리 굴리고 있답니다..ㅎㅎ

  • 17. 미스테리
    '04.10.18 9:46 PM (220.118.xxx.47)

    넘, 고생이 많으셨네요...ㅠ.ㅜ
    읽는제가 다 다리가 아픈듯하고 힘드네요^^
    그래두 씩씩하게 다 처리하시니 어머님께서 믿구 그러시겠죠...^^
    저두 외며느리라서 그 심정 넘 잘 알지요...!!

  • 18. 김혜경
    '04.10.18 11:04 PM (211.215.xxx.98)

    세상에나...병 안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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