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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안 바라기-길어요
결혼 초에 남편이랑도 삐걱삐걱, 시부모님과도 삐걱삐걱한 일들이 저에게도 있었고 심지어는 이혼도 하네마네 한 적까지 있었습니다. 결혼 준비과정에서부터 시어머님의 서운한 말 몇 마디, 며느리는 우리 집에 들어오는 거다라고 생각하시는 보수적인 생각, 저희 친정집에 대한 은근한 홀대 등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이고 그것 때문에 남편하고까지 삐걱거리게 되었었지요. 아마 애만 없었으면 저도 한 성질 하는 터에 그래 때려치우자 하고 갈라섰을 지도 모르지요.
남편이 그래도 합리적인 사람이라 결국 며느리와 시댁의 트러블이라는 것이 꼭 어느 한 쪽이 나쁘고 잘못해서만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저보고 될 수 있으면 자기 부모님과 마주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하더군요. 자기한테는 너무 좋은 부모님인데 너 대하는 건 자기 보기에도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있다는 걸 이제 알겠다면서요. 그래서 한 1년 정도는 시댁에 될 수 있으면 안가고 살았습니다. 제사도 지내지 않는 집안이라 생신 때 가서 같이 외식하는 정도 외에는. 남편이 혼자 아이 데리고 가곤 했지요. 그리고는 또 시부모님이 3년 정도 외국에 가 계실 일이 있으셔서 자연스레 마주치는 일이 적은 상태가 되었지요.
그렇게 몇 년이 가다 보니 저도 마음에 맺혀 있던 것들이 많이 풀리고(제가 원래 그런 기억력은 좀 덜한 편입니다, 헤헤..) 예전에 불편했던 일들에 대해서는 서로 딱히 말도 꺼내지 않으면서 그냥저냥 다시 드나들게 되었습니다. 제가 주말마다 찾아뵙거나 하는 정성 며느리는 못되지만 가끔 전화드리기도 찾아뵙기도 이제는 서로 불편하지 않은 상태로 지내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희 시부모님 생각하시기엔 마음에 안차는 점이 많으시겠지만 반쯤은 포기하고 반쯤은 이해하려 애쓰시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요즘 일이 너무 바빴습니다. 어느 정도였냐 하면 눈 뜨면 애 학교 겨우 보내고 출근해서 밤 12시, 1시에 들어가는 일이 매일 계속되었거든요. 그러는 중에 한달 정도 외국 큰아들네 다녀오신 시부모님이 귀국하셨는데 귀국하시고 일주일이 되도록 못가뵈었답니다. 차로 10분 거리에 사시는 데도요.
다행히 이번 주말은 토요일 하루라도 쉬자는 분위기가 되어 오전에 아이랑 둘이 갔더니 시어머님이 '오랫만이네' 하십니다. 예전 같으면 '그동안 안와봤다고 비꼬시는 구나' 싶었을텐데 그냥 '헤헤'하고 웃고 맙니다.
과일 깎아먹고 가야지 하고 있는데 시어머님이 갑자기 외출하실 일이 생겼습니다. 그리고는 아버님께 밥 앉혀놓고 된장찌게 끓여놓고 갈테니 혼자 드실 수 있겠냐고 하시네요. 저는 오늘 할 예정이었던 밀린 일들이 머리 속을 오가는 가운데 잠깐 고민하다가 '어머님. 그냥 제가 차려드리고 저희들 같이 점심 먹고 가면 되는데요' 했더니 괜찮다고 자꾸 그러십니다. 그래도 우겼더니 부엌에 가서 쌀 앉히고, 찌개 준비며 심지어는 김치까지 꺼내서 썰어 놓으려 하시는군요. 제가 웃으며 '어머님 제가 그렇게 못 미더우세요. 놔두고 빨리 가세요' 했더니 '미안하잖아' 하십니다.
한편으로는 어머님 마음쓰심이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내가 참 나쁜 며느리인가 싶기도 해서 씁쓸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너무 손님 대하듯 하시니 그게 오히려 '너한테는 이제 아무것도 안 바라겠다'라는 무언의 항의이신가 싶은 생각까지 드니 참 시댁은 이러나 저러나 어렵습니다. 하긴 서로 안 바라는 게 맞는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만... 꼭 시부모라서가 아니라 친 부모 자식 간에도 바라지 않고 주려고 서로 생각해야 분란이 안 생기는 거라고 믿거든요.
어쨌든 저희 시어머님 저 경지에 이르시기까지 마음 많이 다스리셨을 텐데 저도 거기에 지지 않게 진심으로 두 분을 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별 거 아닌 글인데 참 길어졌네요.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 안가는 시가 사람들 때문에 속 끓이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그리고 저도 한 때 마음 다친 적도 있지만, 그래도 이런 일도 있다고 쓰고 싶었습니다. 저도 나중에 시누이 되면 어찌 해야겠다, 그리고 우리 엄마한테 좋은 시어머니 되시라고 자꾸 말씀드려야겠다라고 결심하면서....
이상 '시'스트레스 박멸 서로 안바라기 운동 본부였습니다.
1. 바람꽃
'04.10.10 12:56 PM (211.205.xxx.213)부동산에 전화해보니, 집주인이 해줘야 하는거라고 하네요
지난 겨울 서울이 엄청 추웠다면서 한 두 집만 그했으면 세입자 관리소홀일 수있지만
복도식이라 이 아파트에서 많이 그랬다면서 주인이 해주는거라네요.
돈 보내줘야 할까봐요....2. 스페셜
'04.10.10 2:52 PM (211.178.xxx.182)바람꽃님 말씀 전적으로 동감!!
3. ..
'04.10.10 3:34 PM (211.199.xxx.139)바람꽃님 말씀 전적으로 동감!!..............미투
4. 익명
'04.10.10 7:28 PM (218.237.xxx.128)진짜 서로 맘을 비우면 좋을것을
5. 나쁜며느리
'04.10.11 3:19 PM (210.183.xxx.2)저도 바람꽃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
하지만 원글님 이야기에도 공감이 가네요. 사실 저도 오늘 점심시간에 시누이한테 전화하고 기분이 찜찜하고 우울하거든요. 정말 하기 싫었는데 다음주가 우리 애기 돌잔치라 어쩔 수 없이 오라고 전화했죠. 시어머니한테도 전화해야하는데 스트레스예요. 오늘 밤에 해야지.
저희 시어머니도 원글님 시어머님이랑 비슷한것 같기도 하고... 이제 겨우 결혼 3년차인데 그동안 많다면 많은 일들이 있었죠. 워낙 아들에 대한 집착이 강한 시어머니... 당연히 아들을 비롯 저에 대한 기대치가 커서 원글님처럼 서로 바라는 게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저와는 트러블이 많았죠. 또 제가 고분고분한 며느리가 아니라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표정관리가 전혀 안되거든요. 저 역시 다행히 남편이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는 편이라서 제 역정을 다 받아주었죠. 어떤때는 집에 오자 마자 자기가 엄마 대신 사과하면 안되냐고 먼저 사과를 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쉽게 풀리지는 않더라구요.
결론적으로는 지난 여름 제 남편의 제안으로 제가 시아버지에게 편지를 썼는데 (그동안의 불합리하다고 느꼈던 것들) 그게 화였는지 복이였는지, 우리 시댁 시댁에 대한 도전장이라면서 난리가 났고(시어머니 눈이 붓도록 우시고) 결국 저희 부부 바로 다음날 월차내고 내려가 무릎꿇고 빌었고, 조금 풀리신 저희 시부모님 그럼 다시 잘 살아보자고 다짐하며 자리를 마감했죠. 옆에서 우는 엄마 보던 시누이 둘 저한테 난리 치고, 추석에 갔더니 인사도 안하더군요.
이렇게 되면 상황이 더 악화된게 분명한데 제가 화인지 복인지 모른다는건 그래도 우리 시어머니 그 후론 그 지겹던 레파토리(다 아시죠?) 반복안하시고 나름대로 노력하시는게 눈에 보여요. 물론 정말 싫은 부분(돈- 나도 딱딱 계산해서 재산 분배해줄 거다 등등)은 변하지 않았지만 저 역시 원글님처럼 그건 제가 포기할려구요. 말처럼 쉽게 아주 쿨하게 되진 않지만 그래도 이론적으로는 제가 이제 포기하고 그냥 받아들여야겠죠? 시누이들도 사실 정말 밉지만 그러든지 말든지 저는 제 할 도리를 다 해야겠죠? 그래야 저도 할말이 있겠죠.(하지만 역시 쉽진 않아요. 전화하는데 어찌나 가슴이 뛰던지...)
며칠 전 어떤 분이 시어머니와 두판 시누이와 반판 하셔서 다 완승했다고 하시던데 그 분 혹시 이글 보신다면 이겼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저는 이긴건지 진건지 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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