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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 진지 밖에 없었다.

김흥임 조회수 : 1,788
작성일 : 2004-10-09 09:15:24

부모님이 화전답 일구며 살던 시절

일년에 세번정도(생일날.설날. 추석날)나
이밥(쌀밥)을 구경할수 있던 그 가난이
당연한걸로 여겨지던 날들이 있었다.

쌀 한말 구해다두고 내작은손으로 한웅큼씩만
보리쌀 가운데 앉혔다가 아부지 진지에만
섞어 드리던 시절.

위로 오빠가 두개.
우린 줄래 줄래 삼남매가 년년생이라
이십리 학교길을 나란히 나란히 오고 갔었다.

어느 가을날 이즈음 오후.
학교에서 돌아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부엌으로 달려가 열어제낀 그 무쇠솥단지에는
하얀 이밥만 세그릇 달랑 있었다.

"어 .밥이 왜 이거 뿐이지?

우리 셋은 서로의 얼굴만 멀뚱 멀뚱 바라보았다.
저녁 어스름이 되어서야 들에서 돌아오신 부모님.

"야덜아. 우떡하다 밥들을 안먹었냐?

솥 뚜껑을 열어보신 어머이가 물으신다.

"야(사투리.예 란뜻 )
아부지 진지밖에 없던데유?

우리 삼남매는 그렇게 합창을 했더랬다.
그러자 어머이는 배들이 고파 어쩌냐시며
혀를 차셨었지!

이웃집에서 벼타작하는 날이라 이밥을 하여
(그 당시는 특별한 날에 음식을 장만하여 이웃과 나누어먹는 풍습이 있었다)
우리들 밥을 얻어다 솥단지에 넣어두신 거였다고......

맛난 음식은 아부지꺼라고 미루다가 결국
나중에는 그음식만 남겨지던........

기억은 아픔이고
추억은 그리움이듯,

그 시절을 우리 삼남매는 종종 회상하며
추억 한다.





IP : 221.138.xxx.61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창원댁
    '04.10.9 9:48 AM (211.50.xxx.162)

    그 맛있는 하얀 쌀밥!
    그 맛이 지금도 저는 느껴지네요.

  • 2. 양미영
    '04.10.9 9:53 AM (221.155.xxx.240)

    한 편의 TV문학관을 보는 느낌..

    오늘 아침은 혜경샘도 아버지이야기로 제 눈물샘을 자극하시더니,
    김흥임님까지 왜 그러시는지..ㅠ.ㅠ

    군것질거리도 변변찮았던 시절인데..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요..
    그 옛날에는 없이 살아도, 어른들 음식에는 절대 손을 대면 안되었죠.
    부모에 대한 공경심, 형제간에의 우애등...가정교육이 철저했죠.
    김흥임님네 어머니께서도 가정교육이 엄하셨네요.

    그런 부모님밑에서라면 김흥임님의 인성이 짐작이 되네요.
    참 반듯한 분일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 3. yuni
    '04.10.9 10:36 AM (211.210.xxx.137)

    기억은 아픔이고 추억은 그리움.... 마자요. 휴유.....(왠 한숨??? ㅎㅎ)

  • 4. 현석마미
    '04.10.9 10:55 AM (70.56.xxx.78)

    저도 어릴적에 할아버지 할머니랑 같이 살 때...
    동네분들이 잔치하거나 맛난거 갖고오시면 꼭 보여드리고...물어보고 먹어야 했었던 것 같아요...
    안그럼 혼나죠...ㅋㅋㅋ
    그런데 요새는 음식들이 넘 풍족해서인지...그런게 없어진 것 같아요...
    음식 나눠먹던 시절이 그립슴다...

  • 5. 마농
    '04.10.9 12:25 PM (61.84.xxx.22)

    나 원 별 말도 아니구만.
    나가수란 프로그램에 대해 말 많지 않나요?
    각자 가수들 장르도 다르고 목소리도 다른 데 노래부르고
    순위를 매긴 다는 자체가 우습던데...
    그저 성시경이 자기생각을 말한 것이고 그것도 높은 수위로 말한 것도 아니고
    나라얘기한 건 그야말로 농담이던데
    그런 것까지도 문제가 되나요?

  • 6. 커피와케익
    '04.10.9 1:20 PM (203.229.xxx.176)

    음~~저도 제 자식들 그렇게 갈쳐야 되겠다고..다짐해 봅니다..^^*
    향기나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7. 마시오에
    '04.10.9 2:09 PM (222.115.xxx.88)

    좋은글 감사해요.
    님은 기억도 그리움으로 만드시는것 같아요.
    제 생각인가요?
    세남매가 동지애같은게 생겼을것 같아요.

  • 8. 김혜경
    '04.10.9 4:35 PM (218.51.xxx.65)

    김흥임님 글을 읽을 때마다 늘 뭉클 합니다...우리 한번 만나요...

  • 9. 0000
    '04.10.9 5:07 PM (211.225.xxx.198)

    저 결혼해서..새댁일때..
    본가에 갔었는데..마침 아랫층에 사시는 분이..떡을 가지고 왓더랬죠
    어머님이 안계시길래..
    오실때까지 기다리다가.........어느새 저녁무렵..
    돌아오신 어머님께..아랫층에서 떡을 갖고 왔다고 말씀드리고 보여드렸더니..
    왜 안먹었느냐고..맛이없냐? 하고 물으시더군요.
    어머님께 보여드려야 하는 거잖아요. 했더니만.. 아무말씀도 못하셨던...
    친정에선 그랬는데..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일단 집에 들어온거면..어른들 먼저 보여드리고..
    먹던지..하는거였는데.. 밥상에서 수저도 먼저 들면 안되고.... 부모님앞에서 담배피면 안되고.
    그런데..시집을오니..
    이게 자유란건지..방임이란건지...
    아무렇게나.. .. 담배펴대고..벌렁 드러눕고..
    정말..적응 안되더이다..

  • 10. 깜찍새댁
    '04.10.9 5:24 PM (218.145.xxx.156)

    전 암웨이 세제나 영양제 좋아서 쓰고 먹고 부업으로 하는데요..
    본인이 너무 욕심내지 않고 꾸준히 하심 돈 되던데요..
    제가 아무리 써도 한달에 30만원넘지 않는데요..통장은 100만원 좀 안되게 들어와요..
    물론 저 혼자만의 노력은 아니구요. 여러사람들의 노력의 힘이긴하져..
    다들 나쁘게만 생각하시는거 같아요..

  • 11. 메밀꽃
    '04.10.9 5:28 PM (61.74.xxx.186)

    저도 김흥임님 글 읽을때마다 뭉클하답니다.....

  • 12. 서산댁
    '04.10.9 10:04 PM (211.224.xxx.190)

    김흥임님....
    저도 가슴 뭉클해집니다.

  • 13. 헤르미온느
    '04.10.10 3:42 AM (210.92.xxx.27)

    어릴때, 아빠 진지 떠서 온돌방 아랫목에 묻어두고 이불로 잘 덮어두던때가 있었던게 어렴풋이 기억이 나네요...^^
    늦게 귀가하신 아빠옆에 앉아서 병아리 처럼 입을 벌리고 김에 싸주시는 밥이나, 좋아하는 생선살을 받아먹었었는데..^^

  • 14. ..
    '04.10.10 3:39 PM (211.199.xxx.139)

    헤르미온느님 부럽습니다.
    내 아버지는.. 혼자만 먹었는데....
    아버지상에 올라간 김..침흘리면서 바라만 봤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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