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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벌받을 거다..

또 익명 조회수 : 2,334
작성일 : 2004-10-06 23:43:21
친정 엄마, 시어머니 두분 다 퍼주는 거 좋아해서
중간에 낀 나는 늘 음식이 넘쳐났다.

남편이랑 두식구 객지에 떨어져 사는지라
주변에 누구 줄 사람도 없고
주고 싶어도 친하지 않은 사람 음식 줄 주변머리도 안되고 해서
싫다는데도 꾸역꾸역 보내주는 두 엄마땜에
난 정말 많은 것을 버렸다.


김치냉장고에 든 김치들을
20리터 쓰레기 봉지 하나 가득 버린적도 많고 (흑흑 깊이 반성)
총각김치 깍뚜기 물김치 오이김치 하여간 죄다 다  못먹고 종당에는 버렸다.

우리 생선 잘 안먹는데
아무리 그러지 말라고 해도 보내는 엄마땜에
냉동실에서 말라비틀어진
조기, 고등어, 가자미 서대도 정말 많이 버렸다.(모두  냉동실 냄새와 자리가 없어서)

온산을 헤매 깨끗한 쑥만 뜯어 했다는 쑥떡도 많이 버렸고 (난 떡이 정말 싫다)
절반도 못 먹었는데  보내고 또 보내는
(엄마들은 대체 우리가 한끼에 얼마나 많은 양을 먹는다고 생각하는 걸까?)
멸치도 버리고, 미숫가루도  버리고 (너무 오래 둬서 냉동실 냄새가 나서) 파래자반도 버리고  
심지어는 냉동실에서 빼빼마른 쇠고기 국거리(불고기는 잘 먹어서 제외)와
껍질의 털이 무서워 안먹은 돼지고기도 버렸다.

너무 너무 가슴이 아프다.
버릴때 양심에 찔려 어떨땐 냉장고에서 일부러 상하게 해서 버리기도 하고 (미쳤지 ^^;)

많이 있다고 보내지 말라고 아무리 노래를 불러도
두 엄마 다 떡하니 택배로 보내 버리고
친정엄마와는 그 문제로 싸움도 했다 (그래도 소용없음)

지금도 추석 다음에 온 택배에 (내가 안 가져가기 땜에 무조건 택배 이용)
냉동실은 우리가 싫어하는 생선에게 점령당한채 (몸에 좋은 거라고 무조건 보내시기땜에)
문도 겨우 닫혀서
나는 먹고 싶은 식빵도 못사먹고
(워낙 살 찌는 체질이라 빵 한봉지 사서  한번에 다 먹으면 안된다)
날마다 생선 한마리씩을 억지로 먹어야한다. (이제부터  버리지 않기로 다짐 또 다짐)

아마 한달쯤 후에는
나는 5키로쯤 쪄 있을테고 (보내주는 속도를 감당하려면 빠른 속도로 먹어대는 수밖에 )
이제 이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

사랑이 많은 두 엄마의 마음은 감사하고
(농담처럼 늘 돈으로 달라고 한다.  우리신랑 박봉에 시달리니까)
세상에는 굶어 죽는 애들도 많다니까
이제 정말 정신차리고 살려고 한다.

음식 절대로 버리지 않기...
IP : 211.106.xxx.47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04.10.7 12:02 AM (61.85.xxx.125)

    제가 상담해 본 결과..
    눈밑 처진 것은 정리할 수 있어도 색깔은 수술로 안된대요.

  • 2. 마농
    '04.10.7 12:06 AM (61.84.xxx.22)

    원글님 옆집으로 이사가고 싶습니다.진심으로요.
    이사가면 무진장 얻어먹을텐데...^^
    부럽습니다.^^.......
    동사무소가면 사회복지사가 있는걸로 알아요.
    한번 찾아가서....음식물 필요로 할만한 가정은
    없는지 한번 알아보시면 어떨까요?
    가난한 집에는..생선 한마리도 엄청나게
    큰 기쁨이고 고마움이랍니다.^^.....
    원글님이 나눠주면..아주 감사할거예요..

  • 3. 부럽다
    '04.10.7 12:16 AM (218.152.xxx.113)

    행복하시겠어요.. 부럽다는 말밖에는...

  • 4. 나도
    '04.10.7 12:24 AM (211.199.xxx.39)

    그런데..집안에 음식이 남아돌아도..
    시설에 보내기는 잘안되지 않을까요?
    귀찮아서..내가 먹고 말지....싶은게...(아니면..남주기는 쪼끔 아깝고..나먹기는 싫고..)

    저도 누가 택배로..아니..아니..택배도 과분하고..돌아올때. 떡이라도 한봉지줬으면하는 바램이.

  • 5. 노란잠수함
    '04.10.7 12:27 AM (221.166.xxx.102)

    저두 한때는 막 버리고 그랬었는데....
    이제는 양가 어머님이 연로하셔서 오히려 제가 해서 보내야할 형편이예요
    예전의 철없던 제가 후회되기도 하고 두분이 나이 드시는게 속상하기도 하고 그래요

  • 6. 6층맘
    '04.10.7 12:33 AM (220.92.xxx.60)

    사시는 곳이나 근처에 노인정이 있을텐데....
    그곳에 갖다드리면 참 좋아하신답니다.
    점심을 해드시기 때문에 반찬이나 김치등이 항상 필요하시죠.
    저도 몇 년전에 노인정에 가서 여쭤봤더니(2월달) 좋아하시며 달라고 하셔서 제가 기쁜 맘으로 드렸어요. 돼지고기도 두 근 사서 김치찌개에 넣어 드시라고 하고요.

    직장생활 하시는 분이라면 회사 동료 분들에게 지퍼락에 담아서 나눠드리고요.
    혹시 학교 선생님을 아신다면 반 학생들중 엄마가 없는 편부 가정의 아이에게 주라고 전해주세요. 아니면 입원 환자가 있는 학생이나 주위 분들에게 주시고요. 그리고 경비원들께도 주시면 도시락 잡수실 때나 밤에 야식하실 때 잘 쓰신답니다.
    내 입에 맞지 않는 반찬이래도 다른 이들의 입맛엔 꿀맛인 경우가 많답니다.
    저도 양쪽에서 많이 받는데 여기 저기 주다보면 모자랄 경우도 생긴답니다.

    어제도 지퍼락 그릇 7개에 담아다 주었습니다.(김치. 백김치, 총각김치, 고들빼기 김치,콩나물 무침, 호박나물 무침 , 큰 멸치조림, 작은 멸치 조림)
    아이 엄마가 병간호로 집을 장기간 비우게 되서요.
    저는 쌀도 조금씩 나눠서 맛보라고 주고 오늘은 보리차 볶은 것도 한 봉지씩 나눠주었답니다.
    절대로 버리지 마시고 남이 이런 것 준다고 괜히 흉이나 보지 않을까 걱정하지 마시고 기쁨을 선사해 주세요. 먹으면서 정이 생긴다고 하잖아요. 전 감자 두 알, 양파 두 개도 비닐 봉지에 싸서 제 도시락 동지에게 주었더니 감격해 하더군요. 저 또한 기쁘구요.
    지금 빨리 나눠 담으세요.
    내일 출근하면서 돌리세요.
    어 그런데 벌써 12시 30분이 넘었네요.
    이런, 이런!
    어서 주무세요. 저도 내일 새벽 운동을 위해서 잘랍니다.
    sweet dream~!

  • 7. 나누기
    '04.10.7 12:48 AM (211.199.xxx.39)

    경비아저씨 드리면..좋아하세요.
    저는 집에서 비빔국수..잔치국수..음식 많이 했을때 (손이 커서리^^::)
    아니면.. 오래두면 상하거나..맛없거나 할지도 모를때..
    미리 미리 신선할때.
    경비아저씨께 여쭤봅니다.
    이런거 있는데..드실래요?
    그럼..가지고 오라고 하시죠.
    전에는 남편이 손님접대로..일식집 갔다가..홍어 삭힌거..주방장 써비스라고 싸가지고
    왔는데.. 냄새가 너무 역해서..못먹고..김치냉장고에 싸두고..(상했다죠..버리고..)
    남편이 다 먹었냐고 해서..그렇다고 얼버무리고..(먹을줄 몰라요 ㅠ.ㅠ)

    그 담에 그거 또 가지고 왔더군요. 슬쩍 물어보니 비싼거라고..
    담날 남편 출근시키고..경비아저씨께..그런거 드실줄 아냐고 했더니..
    그 비싼걸..하시면서..주면 고맙지요..하셔서..
    =3=3=3=3=3 달려가..드렸더니..볼때마다..그거 맛있었다고.. ^^a

  • 8. 헤르미온느
    '04.10.7 1:45 AM (210.92.xxx.27)

    제 주소 가르쳐 드리고 싶어요...ㅎㅎㅎ...
    저는 뭐든 나 생각해서 부쳐주는것 한 번이라도 받아보고 싶은 사람이랍니다...^^
    마농님 말씀처럼 동사무소에 부탁해서 음식 전해주시면 좋을것 같네요...^^

  • 9. 우앙~
    '04.10.7 3:00 AM (195.244.xxx.171)

    제 친정엄마가 조금 그러신 편이예요. 제가 유학 생활을 오래했는데 엄마는 정말 한 달에 두세번을 그렇게 보내주셨답니다. 근데 제가 워낙 입이 짧아서요, 엄마의 손을 감당을 못했었죠. 혼자서 된장을 먹어봐야 뭐 얼마나 먹겠습니까..김치도요, 다들 금치라고 하는 유학생활의 김치를 전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호호) 주변 유학생들한테 다 나줘주고요. 나중엔 좀 오래되서 버린 거 아주 조금은 있습니다만 소포 오면 주위 친구들이 열광했죠. 엄마도 저의 뻔함을 아시는지 다 퍼 주지만 말고 너도 좀 먹어라 하셨는데요...

    세월이 지나고 어쩌다 보니 저는 또 외국에 나와 살고 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신랑이 외국인이라도 한국 음식을 너무나 잘 먹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아무거나 다 잘 먹죠. 울 엄마는 은근히 한국 음식 잘 못 먹는 남자가 더 좋다고 생각하시나봐요, 그래야 마누라 음식 하느라 힘들게 안한다구요 (한국 음식 손이 좀 많이 가나요) 하하 재밌죠? 암튼 친정 엄마의 소포 사랑은 평생 저를 따라다닐 것 같습니다. :)

  • 10. chin
    '04.10.7 3:41 AM (143.167.xxx.72)

    저는 이미 벌 받고 있습니다.ㅠㅠ
    결혼하고 1년 반동안 버린 김치며 반찬이며 온갖 음식들...
    지금은 없어서 못먹죠.유학생활 4년반째.
    김치 한달에 한박스씩 담아도 남아서 버리기는커녕 국물도 아까워 합니다.
    쌀이요? 석달에 한포대 먹을까 말까 했는데 요즘은 한달에 한포대도 모자랍니다.
    외식은커녕 시켜먹는것도 맘대로 못하니 삼시세끼 밥이죠.
    한국반찬 상할까 아까워서 냉동칸에 꽝꽝 얼려서 조금씩 아껴 먹습니다.
    그럴때면 한국에서 버린 음식이 너무 죄스러워요.

  • 11. 김흥임
    '04.10.7 8:09 AM (221.138.xxx.61)

    저도 동감
    전 사돈어른 까지 챙겨 보내 주시는 깻잎 절임등등
    강아지들이나 저나 방금 조물거려 만든것만 즐기는
    식성들이라 아주 기절

    그거 장만 하려면 그 불볕아래 얼마나 많은 손길이 필요한지
    다 알고 있는 저로선 더 괴롭답니다.

  • 12. 샘이
    '04.10.7 8:27 AM (210.94.xxx.89)

    저두 동감이예요.. 정말 버릴때마다 넘 괴로워요.. 쓰레기봉투값이 아까울정도구요..
    두식구인데도 왜 그리 많이 싸주시는지.. 저희 시부모님은 식당운영하셔서 더 그런거 같아요.. 문제는 1/10도 먹지 않았는데 또 보내시죠.. 택배아저씨만 보면 무서워져요.. 처음에는 죄송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것도 일이니까 짜증날려구해요..

  • 13. joylife
    '04.10.7 9:27 AM (210.104.xxx.34)

    6층맘님...
    마음이 참 따뜻한 분인것 같습니다.
    이런 댓글 읽으면 하루종일 기분이 좋습니다.
    우울한 아침이었는데....6층맘님 글 때문에 행복해집니다..

  • 14. 혀니
    '04.10.7 9:27 AM (219.251.xxx.180)

    생선문제...정말..동감입니다...
    어흐흐..좋아하는 소고기나 좀 주시지...항상 생선...
    (것도 내가 별 안 좋아하는 굴비..경상도 식으로 삐들하게 말린 생선들..)
    이번 달에도 냉장고 청소놀이나 하면서 지내야 겠어요...

  • 15.
    '04.10.7 9:57 AM (203.241.xxx.142)

    남편이 시부모님한테 의사표현을 분명히 하는 편이거든요.
    물론 그걸 아시니까 저한테 말씀하실 때도 있지만..
    암튼 이젠 생선은 절대 안 먹는다고 인지하셨고
    제가 옆에서 저 좋아하는 걸 탁탁 찍어서 달라고 해요.
    출근하면 도시락에 넣기 좋은 걸로.

    아직도 생선에는 미련이 남으신 건지.. 얘네들은 생선 안 먹으니까.. 라고 혼잣말을 하시는데요.. 그냥 모른척하고 저 좋아하는 것만 받아옵니다. 근데 그나마도 집에 오면 남편은 절대 안 먹으려고 해요. 겨우 꼬셔서 나물로 한끼 정도만 비빔밥 해먹죠. 울 남편은 그렇게 제사 명절 음식이 싫다네요.

  • 16. kidult
    '04.10.7 10:31 AM (219.250.xxx.46)

    이웃과 나눠 드세요.
    김치담는거 귀찮아 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얼마나 좋아하는데요.(바로 나)
    생선도 나눠먹고 이것 저것 나눠 먹으면 받아 먹은 이웃도 이것 저것 나눠주고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얼마나 좋아요?
    버리셨다는 음식 중 김치가 나는 젤로 아까버요.

  • 17. 안개꽃
    '04.10.7 10:32 AM (218.154.xxx.103)

    지역이 어디세요?
    증말 받으러 가고 싶네요. 진심으로...

  • 18. 조용필팬
    '04.10.7 10:39 AM (210.117.xxx.158)

    제가 님 옆으로 이사를 가서 얻어 먹어야 겠네요
    울 양쪽 집들은 그러지 않으니....

  • 19. teresah
    '04.10.7 10:42 AM (218.237.xxx.199)

    나두 시어머니가 주신 생선 냉장고에서 말라가고 있는넘들 버려야 하는데
    해 먹으려고 했는데 남편은 맨날 늦게 오고 흑흑흑
    저두 찔리네요

  • 20. 저두
    '04.10.7 1:33 PM (210.95.xxx.206)

    농사를 지으셔서 그런지 시어머니는 서울에 오실때마다
    왠 떡을 그렇게나 많이 해오시는지.. 박스로.. 맛없는 시루떡.. 절편들..
    차라리 쌀로 보내주시지..
    저는 떡을 거의 안먹습니다.. 신랑도..
    버리자니 노인네 정성이 아깝고.. 냉동실에 넣은 자리도 더이상 없고..
    가져오시면 그 즉시 말랑말랑할때 남도 주고 경비아저씨도 드리고 해야하는데
    시어머님 앞에서 그러면 또 섭섭해 하세요.. 저희 안먹고 남준다고..
    시어머님 몇일 지내다 가시고 나서보면 떡이 굳어서 남들도 못주고..

  • 21. 다혜엄마
    '04.10.7 2:31 PM (211.207.xxx.86)

    어디신지? 제가 놀러갈께요.....
    제가 봉투 들고 갈테니 저에게 버리세요?^^;;;;

    저또한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옆의 친구들에게 많이 나눠 주었네요.
    버리면 정말아깝잖아요..^^
    지금은 그 나눠 주었던 것을 또 아까와 하는 절 발견합니당~ㅡㅡ;;;;

  • 22. 헤스티아
    '04.10.7 3:30 PM (220.117.xxx.238)

    저두.. 낼름 받아오면 좋겠구먼요^^;;;

  • 23. 떡순이
    '04.10.7 6:15 PM (211.242.xxx.18)

    으아 전 다른것보다 [저두]님 떡 넘 아깝슴니다
    그맛잇는 떡을
    아무리 맛없이 굳은떡이래도 구워먹고 쪄먹고 아침으로 환상인데
    이상 떡순이엿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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