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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시험 공부를 하고 밤이 늦어 잠자리에 들면 피곤하긴 한데도 잠이 안옵니다.
대신 오만가지 잡생각이 다 나죠.
내가 잠을 자려고 하는 이시간에도 열심히 하는 녀석들이 있을텐데, 이렇게 잠을 자면 안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내일 일어나 학교갈 생각을 하면 잠을 자야할텐데 싶기도 하고... 한치앞도 안보이는 미래란 녀석을 좀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해야할 일들 - 대부분이 공부와 수업과 성적에 관련된 - 도 생각나고, 어깨는 무거워지고....
전 잘한다고 내세울만한 재주가 없거든요. 사람은 누구나 무엇 한가지는 잘 한다고 하는데 전 아직 그게 뭔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악기 한가지를 뛰어나게 잘 다루거나 그림을 정말 잘 그리는 애들, 혹은 체육을 엄청 잘하는 애들은 공부를 못해도 당당합니다. 왜냐하면 자기가 갈 길이 보이니까요. 정확하게.
근데 저처럼 공부를 하지만 뛰어나지 않은 애들은 골치가 아픕니다. 예체능 점수는 무난하게 나오지만 그건 상당한 억지와 노력의 결과이니 그길을 선택할 순 절대 불가한 노릇이고요... 아예 성적이나 낮으면 어쩔 수 없어서건 꿈이 있어서건 실업계를 선택할 텐데... 실업계를 가자니 성적이 아깝고 인문계를 가자니 답답하고 그러죠.
실제로 정말 어른이 되려면 칠팔년이란 세월이 남았는데 전 애들말대로 애늙은이 인건지 소위 말하는 먹고 살 걱정을 합니다. 제가 잘 하는 게 없으니까 더 걱정스러운거에요. 사실 지금은 그런 걱정보다 현실을 즐겁고 알차게 살아가는 게 더 중요한데...
단순히 직업만을,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할까도 고민했지만 국사시간과 국어시간에 우리나라의 역사와 말과 글을 배우면서 최소한 나라에 해는 되지 말아야 할텐데, 기왕이면 나라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하고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해답은... 못 찾았죠.
그런데 어제 우연히 사과나무를 보다가 한 변호사와 대법원 판사 부부를 봤습니다.
방송이라 과장일지 몰라도 정말 청렴하더군요. 근데 전 저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와... 이 나라에 아직도 저런 분들이 계셔서 그래도 나라가 굴러가는구나." 하고요.
아직 어려서 정확하고 자세히는 몰라도 우리나라 정부와 기관들이 더럽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더러움 속에서도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나라가 걸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 삶의 목표를 정했죠. 누군가 나에 대해 알게 된다면 "저런 사람들이 아직 있어서 나라에 희망이 있구나." 말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자고요. 할 줄 아는 건 없지만 그래도 제 능력 닿는 일들을 해나가다보면 언젠간 그런 말을 듣는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너무 큰 꿈이겠죠? ^^
그래도 전 열심히 할거에요. 뭔가 정말 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거든요.
그래서 못하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제가 잘하는 무언가를 찾도록 노력할겁니다.
나라의 작은 희망이 되기 위해서 말이죠.
1. 헤르미온느
'04.10.3 10:25 PM (211.53.xxx.72)짝짝짝...소라님같은 청소년이 있어서 우리나라 미래가 밝은것 같네요...
심히 걱정스러웠었는데...^^, 이제 안심할랍니다...홧팅!!2. 레몬트리
'04.10.3 10:54 PM (211.199.xxx.6)소라님 글을 읽다보니..막 화가 나네요.
남보다 잘하는게 왜 없어요.
이렇게 생각이 반듯한 사람..어디 있으면 또 나와보라고 그래요.~(버럭..화내는중)3. 헤스티아
'04.10.3 11:08 PM (221.147.xxx.84)소라양 넘 반가워요^^ 작년글 검색해서 읽다가 이리 논리정연하고 생각을 글로 잘 옮길 수 있는 학생이 어디 있을까 감탄했는데,, 왠 겸양의 말씀을^^;;
공부하느라 힘들고, 주변과 비교하면 좀 위축될 때가 있지요?? 다시 심기일전!! 화이팅입니다!!4. 찐
'04.10.3 11:13 PM (211.192.xxx.155)그나이에 그런 생각을 하다니 대견하네요.....생각없이 목표없이 나이만 먹어버린 저보다 훨씬 훌륭해요....앞으로도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면서 사시기를...
홧팅....5. 가을&들꽃
'04.10.4 12:06 AM (219.240.xxx.106)소라양을 보니 마음이 든든해지네요.
열심히 하세요!!6. 이론의 여왕
'04.10.4 12:17 AM (220.86.xxx.58)소라 양의 마음 100% 공감합니다. 저도 한 가지 특출나게 잘 하는 아이들이 제일 부러웠어요.
아무 것도 잘하는 게 없는, 아니 자신이 뭘 잘 하는지도 모르는 내가 너무 한심하기까지 했죠.
그런데요, 내 앞에 다가오는 걸 열심히 하다 보면 어렴풋이나마 뭔가 길이 보인답니다.
또 그 어렴풋한 그림자를 쫓다 보면, 이번엔 적절한 기회도 오고요.
불안해하지도, 우울해하지도 말고, 내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굳게 믿고
그게 무엇인지를 찾아간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무척 재미가 있을 거구요,
그 이후에 열리는 열매는 정말 풍성하고 달콤할 거예요.
에고, 내 주제에 이런 조언을 하다니.......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철이 아주아주 약간 들었던,
그래서 내 또래보다 10년이나 늦된 선배가 괜시리 노파심에 한마디 하고 갑니다.
소라 양은 워낙 지혜롭고 영리하고 맘이 따뜻하니까, 사실 저는 걱정도 안 되네요.*^^*7. 그린
'04.10.4 2:14 AM (211.179.xxx.10)이미 소라양 마음에 인생의 목표를 정하셨다니
그것만으로도 이미 절반은 이룬 거라 할 수 있죠.^^
(시작이 반이다...)
부디 꼭 이루시길....*^^*8. 향설
'04.10.4 2:54 AM (218.38.xxx.171)특별히 잘 하는 한 가지가 없다면...
여러 가지를 고루 잘 하시는 거 아닐까요?
시험 잘 보세요...^^9. 마농
'04.10.4 4:17 AM (61.84.xxx.22)짝짝...^^....
10. june
'04.10.4 4:41 AM (64.136.xxx.226)사촌 동생이 요즈 너무 힘들어 하고 있어요.
중학교때 친구들은 모두 실업계로 진학하고 혼자 인문계를 왔는데...
뒤늦게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이라네요.
기초가 부족해서 그런지 남들보다 여심히 해도 뒤로만 쳐지고...
많이 힘든가 봐요.
그 아이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엄마한테 자기는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으니까 아무리 열심히 해도 바로 표 나지는 않을꺼라고..
그래도 꾸준히 할테니까 그냥 잘 봐달라고 그랬대요.
힘들어도 노력하면 다 잘 될거에요.
저도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건 많은데 평생을 함께할 만한 일은 아직 찾지 못했답니다.
가슴에 큰 뜻을 품고 그 것을 발견할때까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믿고 있어요.
힘내세요!11. Ellie
'04.10.4 7:58 AM (24.162.xxx.174)무슨 세금이 왜이리 많이 나옵니까....
전기세도 오르고 무슨 세금이 이리 많나요...
세금은 정말 열심히 냅니다. 허리가 휩니다.12. 소라팬
'04.10.4 9:29 AM (211.119.xxx.119)핫핫 익명 간만이네요...
소라양 적성검사는 받아 보았나요?
참고로, 저도 어릴 적에 그런 고민이 참 많았지만, 학교때 성적표에서 점수가 제일 높았던 과목이 제일 좋았고 지금도 그걸로 밥 벌어먹고 삽니다. 비밀은 성적표에 있었다고나 할까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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