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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자폭하다..
명절때 가도 암일 안해요. 시댁 큰집가서 일해야 하는데 배가 많이 불러서 그것도 면제거든요.
하여튼.. 올해도 시댁에 갔는데
남편이 시댁과 이웃집 사는 친척어른을 찾아뵙겠다고 하길래 같이 나섰다가 거기서 술판이 벌어졌습니다. 울 남편은 다 좋은데 술만 들어가면 인사불성이 되도록 마십지요.. 하지만 시댁에 와서까지 설마 했더랬습니다. 역시나 인사불성이 되도록 마시더군요. 술만 일단 잡았다 하면 옆에서 말리는 것이 소용이 없어요.
둘이 인사드리러 갔다가 안오니까 시누이, 시어머니도 차례로 오셨다가 눈앞에서 아들이 술고래로 변하는 현장을 목격했지요. 그나마 술을 그만 마신것도 시어머니가 2,3차 가게 생긴 것을 뜯어말려서 집에 들어가게 된 거죠..
거기에다가 시댁에 돌아오더니 부모님 붙잡고 엉뚱한 소리 하면서 꺼이꺼이 울고, 명절 준비에 피곤하신 어머님 붙잡고 못주무시게 괴롭히고...
평소에 '**씨가 술이 너무 과해요..'이런 하소연을 하면 절 위로해 주기는 하지만 큰 문제가 아니라고들 생각하고들 계셨는데 아주 부모님 눈앞에서 자폭한 거죠.. 저야 자주 당하는 일이라서 '또 시작이군.. 근데 오늘은 자리가 자리인지라 좀 창피하네..'이런 심정이었구요. 사실은 조금 고소했어요.
아침에 필름끊긴 남편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약간 양념해서 다~ 얘기해 주고 창피해서 부모님 어떻게 보냐 하며 바보라고 계속 놀렸구요..
남편은 지갑속에 있던 상품권 못 봤냐고 시누이에게 물어보다가 면박만 당하고..
속은 속대로 안 좋으니 그 담날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괴로워하구요. 부모님 앞이니 집에서만큼 적반하장으로 굴지도 못하고 혼자 참으면서 말입니다. 술먹고 나면 미안하고 괴로우니까 더 성질부릴때가 있거든요.
사실은 술자리에서 상품권 꺼내서 친척 애들에게 뿌리는 것을 보고 남편이 잠든 후에 제가 지갑에서 꺼내 놨습지요.. 전 남편 지갑 안 뒤지는 아내로 되어 있거든요. -V-
그 상품권은 나중에 몰래 시누이에게 돌아갔습니다.
머.. 남편 술마시는 거야 하루이틀 버릇도 아니고.. 거의 포기하고 살던차에.. 시부모님에게는 자꾸 하소연하다가도 제 남편 흉만 보는 며느리되는 것 같았는데 그렇게 자폭해 버렸으니 무진장 고소합니다.
평소에 내아들만 잘났다고 내세우는 분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번 일로 시집 식구들이 제편이 된 것 같아서 혼자 비죽비죽 웃고 있어요.
1. 아름다운그녀
'04.10.1 12:02 AM (61.77.xxx.25)ㅋㅋ
2. 하루나
'04.10.1 12:10 AM (211.217.xxx.167)푸히히...시원하셨겠어요... 에혀 이인간은 오늘도 열두시를 넘네...울 시어머니 울남편 아무리 심하게 먹어도 집에오면 얌전하고 조신한 아들이라고 입술에 침이 마르시더니..한번 캠코더를 빌려와서 찍어서 보여드리고 싶어요...오면 너는 죽었다...
3. 잠시만 로그아웃
'04.10.1 12:10 AM (61.102.xxx.150)그전에는 아무리 자세히 정황을 얘기해 드려도 설마하면서 믿지 못하셨는데 역시 현장발각이 최고입니다..
그러나저러나 아들 부부가 물가에 내놓은 아이들 같아서 부모님 맘이 좀더 불안불안하실 것 같아서 그게 쪼끔 맘에 걸리지만.. 실상을 아신 게 더 나은 것은 같아요.4. 엘리사벳
'04.10.1 12:46 AM (218.147.xxx.104)저도 언젠가 음주운전한 남편의 지갑을 몽땅 비워 버린적이 있어요.
그래놓고 접촉사고로 실랑이 끝에 지갑에서 뭔가 꺼내 주던데 한번 보라고.....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그담부턴 술먹고 운전 안해요..5. 마농
'04.10.1 1:06 AM (61.84.xxx.22)정말 남편분이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파셨군요.ㅎㅎㅎㅎ
그걸 계기로 앞으로 술 좀 줄이시길 빌께요.^^6. 빨간풍선
'04.10.1 1:32 AM (221.147.xxx.149)저희 둘째 아주버님도 이번에 자폭하시다 큰 아주버님의 캠코더에 걸려 조카들과
어머님을 모시고 비디오 촬영한걸 보시곤 술 깬 다음날 "걸음아 날 살려라"하고 도망가셨
다죠......그저 증거를 남겨야..
저희 신랑은 내내 참고 참다가 오늘 자폭해서 지금 거실 구석에서 널부러져 자고 있네요.
이럴줄 알았으면 큰댁에서 캠코더 빌려올걸..-.-7. 음
'04.10.1 1:48 AM (211.225.xxx.165)울남편과는 대략 반대되는 상황 ^
시어머님과 기타등등 시가쪽 식구들앞에서만 자폭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술마셔도..순한 양처럼 조용히 자버립니다. 흐흐 ^^v
그래서 제가 술마셔서 걱정이라고 얘기를 안해도.... 늘상 그모양 그꼴인줄알고..
시어머니 걱정이 말도 못하죠..
시어머니 전화오면 "00는 아직 안들어왔냐?" "네..벌써 들어오나요? 더 늦게 오지요" 하면
"아이구. 그넘 때문에 내가 제명에 못살겠다."이러면서 한숨 쉬시고..
저한테 미안한 맘을 가지고 계시는지라.. 그저 조용히 듣고만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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