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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딸과 나의 딸

눈물 조회수 : 1,404
작성일 : 2004-09-21 13:56:19
무슨 얘기부터 시작해야할지..
이곳에라도 얘기하고 나면 맘이 조금은 나아질까요....

저희 부모님은 제가 5살, 제 동생이 3살때 이혼하셨어요.
저흰 아빠랑 살았구요, 할머니께서 키워주셨죠.
전 5살 이후로 엄마를 본 적이 없답니다. 단 한번도요..
하지만 자라는 동안 전 엄마가 보고싶다거나 하는 생각은 별로 없었어요.
아마도 워낙 어릴 때라서 엄마의 부재 자체를 느끼지 못했던 거 같아요...
제가 이런데 3살이던 제 동생은 더했겠죠..이 생각을 하니 그 애가 너무 가엾네요..

그렇게 자란 제가 결혼을 하고 딸을 낳았어요..
참 이상하죠, 지금껏 단 한번도 보고싶지 않던 엄마가,
제가 엄마가 됨과 동시에 너무 보고 싶은 건 왜였을까요...
그 때문인지 산후 우울증은 극에 달했었구요...
그 때 일들은 정말 지금도 생각하기 싫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건 그동안 단 한번도 우릴 찾지 않았다는 거에요..
제가 엄마가 되고 보니 그건 더욱 이해가 안 되네요..
아마도 모성애가 턱없이 부족한 사람이었거나 아님 무섭도록 독한 사람이거나
둘 중 하나겠지 하면서 이젠 어느덧 체념하기에 이르렀지만...

전 요즘 저 자신에게서 제가 그토록 미워한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같습니다.
아이를 대하는 제 모습에서요..
자기 자식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는데,
전 아닌가봐요..이제 몇 개월 안된 아이가 부담스럽고 때로는 귀찮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그 어린 것에게 소리 지르고, 내가 힘들단 핑계로 안아주는 것조차 인색하지요..
이런 제가 너무 싫습니다. 얼굴조차 기억하기 힘든 그녀의 끔찍한 면을 내가 고스란히
받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소름이 끼칩니다..
정말 이게 아닌데..내가 겪은 아픔을 내 아이에겐 주고 싶지 않으리라,
그래서 누구보다 좋은 엄마가 되리라 마음먹었던 나는 온데 간데 없고
표독스럽고 차갑기 그지없는 여자가 너무나 연약한 아이를 손에 쥐고 있네요..

하루에도 몇번씩 마음을 다잡으려 해도 잘 안되네요..
잠든 아이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속상하고 미안한 맘에 눈물만 납니다.
나의 딸도 울 엄마의 딸처럼 평생 자길 낳아준 엄마를 미워하게 될까봐...
자꾸만 겁이 납니다..





IP : 61.105.xxx.115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은맘
    '04.9.21 2:06 PM (210.105.xxx.248)

    대부분의 산모들은 산전 혹은 산후우울증이란게 있기마련이죠
    님도 지금 그런상황이신가봐요.

    님의 어머니께서는 찾아올수 없는 먼곳에 계신가봅니다. 외국이라든가....
    가슴에는 늘 님과 동생이 새겨져 있을 겁니다.

    지금 이상황을 잘 극복하시구요.
    님의 아가 많이 사랑하고 이뻐해주세요.
    저두 애 낳고 힘들땐 그랬었던것 같지만
    키울수록 시간이 갈수록 사랑이 커져가는건....
    내자식이기때문에... 엄마이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님에게도 그런모습이 충만할거라 생각이 드는데요. 님을 의심하지 마세요.
    지금은 힘이들어 그런가 봅니다.

  • 2. 종이꽃
    '04.9.21 2:26 PM (69.88.xxx.138)

    엄마도 사람이에요
    어린아기를 키운다는거 얼마나 힘든가요...
    저도 그 어린것에게 소리지르고 화내고 허벅지도 찰싹 때려주고 침대에 내 던지기 까지 했었어요...
    육아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건데요..
    나를 너무 힘들게 하는 아이가 밉다가도 ...이 연약한 존재가 의지할 데는 엄마 밖에 없단 생각이 미치면 또 아기가 한없이 불쌍하게 느껴지죠.
    그러면서 자랍니다...아기도...엄마도...

  • 3. ...
    '04.9.21 2:34 PM (221.140.xxx.170)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보세요...
    누구에게나 육아는 힘이 든 일입니다.
    그런데 원글님은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어머님을 떠 올리시다보니 혹시나 나도 엄마처럼...?하는 생각때문에 더 힘드신 거 같아요...

    원글님 나쁜 엄마 아니예요...

  • 4. 코알라
    '04.9.21 2:37 PM (211.227.xxx.139)

    님이 지금 힘드신것 당연하답니다
    저도 아이가 더 어렸을때는 더 힘들었었고 지금도 때로는 힘들어 아이에게 화풀이 비슷한 걸 하기도 한답니다.
    대부분 엄마들이 다 그래요
    겁내하지 마시고 자연스런 과정이라 생각하시고
    화내고 나면 또 아이가 불쌍해지잖아요
    그 마음 들지않게 조금더 덜 화내도로 노력해보자구요(저 포함)

  • 5. 개월이
    '04.9.21 3:01 PM (211.198.xxx.232)

    많이 힘드신가봐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저역시 모유먹이고 천기저귀쓰고 (왜그랬나 몰라 __;;;)
    아이 치닥거리에 손이 다 짓무르고해서
    혼자 펑펑 운적도 있었답니다

    근데 사실 그순간엔 내가 영원히 여기에 매이나 하는생각에
    더 부담이 되었었나봐요

    길어야 몇년이도 그 것도 지나고보니
    추억이고 아쉬움이 되는ㄱ군요

    우선 아기잘때 같이 쉬시고(집안 좀 어지르면 어때요? 조사나오는것도 아닌디...)
    맛나거 있음 본인이 먼저 챙겨드세요
    내가 나를 잘챙겨야 합니다
    특히 애키우는 사람은 ...

  • 6. 에스델
    '04.9.21 3:34 PM (220.82.xxx.14)

    눈물님...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저두 첫애 8개월....혼자 키우는데(친정/시댁 모두 멀어서) 처음엔 너무 힘들고 우울하고 그랬답니다. 윗 글의 님들처럼 맛있는 것 많이 챙겨 드시고 푹 쉬시고 기분 전환 하셔서 화이팅하세요.
    조심스럽지만, 아는 분도 돌쟁이 아이 떼어 놓고 이혼하셨는데 20년동안 한 번도 찾아 보지 않으셨데요. 아이에게 혼란을 줄까봐요. 주변의 모든 식구와 친척들이 계속 말리고 설득해서 지금은 체념하시고 아이가 잘 살아 주기만을 마음으로 기도하세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부러 그 동네 쪽으로는 가지도 않으셨답니다. 눈물님의 어머님도 멀리서 님을 지켜보시며 님을 위해 기도하며 사실거에요. 힘 내세요~

  • 7. 세월
    '04.9.21 4:12 PM (61.82.xxx.222)

    어떤 여자가 사랑하는 사람을 사고로 잃었습니다.
    그 이후 그 사람의 이름조차 입에 올리는 일이 없더라네요,
    그여자의 친구가 그 여자보고 어쩜 그렇게 독하냐고...죽은 사람만 불쌍하다고... 정말 사랑하기나 한거냐고 비난했더니.그 여자, 그러더랍니다.
    '넌..사랑을 잃어본 적이 없구나. 잃고나면 그 사람과 연관된 모든 것 너무 마음이 아려서 이름조차 입에서 낼 수가 없어.'
    라고요.
    눈물님의 어머니도 어쩌면 어차피 키워주지도 못할 거, 눈물님이나 동생을 대할 용기가 없었던것 아닐까요?

  • 8. 그냥갈수없어서
    '04.9.21 6:25 PM (192.33.xxx.39)

    어머님의 경우가 어떤 것인지 알 수야 없지만,
    눈물님에게는 제대로된 정신과 테라피가 필요하신 것 같습니다.
    (미친사람들만 가는데 아니구요.^^) 그거 받아보시면, 왜 그렇게 되신건지
    좀 더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시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물론 이런 데서 이야기 하시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자신이 왜 그런 지
    알 수는 없겠죠. 꼭 받아보세요. 아이와 자신을 위해서...

  • 9. 눈팅의 대가
    '04.9.21 7:40 PM (220.85.xxx.29)

    저도 윗글님처럼...원글님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서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아보길 권해요.....저도 님과는 다른 일이었지만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거든요..

  • 10. 마이드림
    '04.9.22 1:39 AM (211.208.xxx.68)

    님의 어머님이 님을 안찾으셨다고하시는데요~
    저도 큰아이 초등학교 1학년 둘째아이 6살일때 이혼했어요.....

    1달 지나서 아들은(그래도 손을 이어야한다는생각에)말고 딸아이를 몰래 데려올려고 갔다가 들켜서 못하고 2번시도해도 역시 실패,,,,ㅠ,,ㅠ

    그리고 바로 이사하더군요.....서울서 충주로~

    그래서 포기하고 열심히 돈벌었죠~~
    나중에 찾는다고..ㅠ,,,,,ㅠ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다 외국으로 이사했드군요~


    그렇게 세월이 흐르니까 찾을려는 마음보다는 이제는 아이들이 저를 원망하겠다는 생각이 앞서드라구요.....

    그래도 마음한구석으로는 딸아이는 시집가서 얘를 낳으면 그래도 엄마가 생각나서 찾을것이라는 마음이 들드라구요.....

    그러더 어느날 전화가 왔어요....지금으로부터 5년전.....

    엄마....나 xx예요~
    그 목소리 듣는순간 전 큰해머로 머리를 맞는거 같았어요~~

    지금 통화할수있는냐구요,,(혹시 제가 재혼했을까봐서요)
    그래서..그럼그럼할수있지.....
    엄마..나 만날수있어요...그럼 만날수있지...지금 어디니....저 일산친구집이예요...

    담날 잠실 롯데에서 만나기로 하고 하얀밤을 새웠답니다.......
    딸아이를 만나러 가는데 왜 그렇게 떨리는지..ㅠ...ㅠ...

    아이들이 내마음 모르고 원망하지는 않을런지~
    많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둘이 만나 부둥켜안고 울고 겨우 정신 가다듬어 식당에가서 이런저런얘기....
    도중에 아들아이가 딸아이 핸폰으로 전화를 했드라구요...
    어제 동생한테 엄마 오늘 1시에 만난다했더니 시간맞춰서 했드라구요~
    아들 목소리 듣는순간 눈물..콧물...ㅠ.....ㅠ
    아들은 군대게 가있더라구요~~~~~~~~

    외국 살다 자기네끼리 저 찾는다고 한국으로 다 나왔대요~~
    지금은 우리 세식구 별로 넉넉하지는 않아도 웃음꽃피우며 잘살고있답니다....

    위의 글쓴님......
    님의 어머님도 시간이 넘 오래되서 어머님이 염치가 없어서 찾고싶어도 못찾으시는것같아요~
    이세상의 어머님의 마음은 다 같답니다.....

    이해하시라고 저 로그아웃도 안시키고 이글 쓰고있어요~
    어머님을 이해하시고 넓게생각하세요.....
    님이 한번 찾아보시는건 어떠실런지요....

  • 11. 토스트
    '04.9.22 3:28 AM (129.128.xxx.157)

    마이드림님, 저도 눈물콧물하네요 ㅠㅠ
    지금 행복하시다니 제가 다 너무 감사합니다

    원글님, 마이드림님 말씀대로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지금 너무 힘드셔서 그러실거에요, 자책하지 마세요
    아가랑 꼭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12. 은비
    '04.9.22 10:07 AM (211.196.xxx.253)

    제가 요즘 가끔 보는 tv 프로그램 "꼭 한번만나고싶다"를 보다보면 원글님이나 마이드림님 같은 분들 사연이 자주 소개되곤하더군요. 딸들은 보통 출산하고나면 엄마생각이 많이나서 찾더라구요.. 자라면서 원망도 하고 또는 원글님처럼 아예 엄마의 부재자체를 의식하지 못하기도하고..엄마들 얘기 들어보면 하루도 아이를 잊은 적이 없대요. 행복한 때건 불행한 때건.. 아이몰래 몇번 가서 보고 온 엄마도 있고... 공연히 자기땜에 아이 혼란스러울까봐 애써 외면한 엄마들도 있고.. 모두 하나 같이 아이를 키우는 우리 마음같더라구요..
    님의 어머님도 아픈 세월 보내셨을꺼구요.. 님도 아이키우면서 힘드시니까 엄마생각나니까 그러실꺼예요..
    님 기운내세요.. 아이크우기 증말 힘들거든요.. 그래도 아이가 방긋웃오줄땐 증---말 행복하잖아요. 모든 엄마들이 다 그래요.

  • 13. 삼돌엄마
    '04.9.22 7:40 PM (211.38.xxx.93)

    마이드림님 글 읽고 저도 눈물이...
    글 너무 감사합니다.

  • 14. 삼돌엄마
    '04.9.22 7:41 PM (211.38.xxx.93)

    원글님도 꼭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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