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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장수산나 조회수 : 879
작성일 : 2004-09-21 08:10:44
9월에는 수산나의 여섯번째 생일이 들어있는 달입니다.
ㅎㅎ....그러고 보니 벌써 육년 전 일이네요.

매일 아침 무거운 가방을 들고 출근을 위해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이 너무 무거워....
그만 삶의 끈을 놓아 버리고 싶다는 유혹이 스멀스멀 내 온 몸을
어루만지곤 했습니다.

남들은 모두 잠들어 있는 시간이거나....
밤샘을 하고 돌아올때 쯤이면....
한적한 거리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자동차의 불빛이
얼마나 매혹적이던지....

쉬고 싶다...이제는 쉬고 싶다....
억지로라도 쉬고 싶다는 것이 그 당시 나의 간절한 소망이였습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모든것들에 대한 복수를 할 수 있는
단 한번의 칼이라고.....
어리석은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맘만 가득할 뿐....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나를 비웃듯이
암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고 왼쪽 가슴을 도려내고
정말 견디기 힘든 항암치료를 받고 머리카락은 전부 빠져나가고....

그때서야 내 아이들의 슬픈눈을 보았습니다.
엄마가 없으면.....너무나 깊은 상처를 받게 될
내 아이들....
원망과 미움으로 얼룩졌던 내 남자까지...

나를 힘들게 했던 모든것들이
참 사소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숨은 그림찾기를 하듯....
예전에는 절대루 보이지 않던 행복이라는 숨은그림이 여기저기
너무도 쉽게 눈에 띄이는 겁니다.

그저 살아있음만으로도 감사하는 마음이 어느 순간
언덕 위 보름달이 둥실 뜨듯이 떠버렸어요. ㅎㅎ...
사선에 가서야 미련스럽게 삶의 행복을 발견한거죠 뭐....

자신을 가눌 수 없을만큼 삶이 힘들고 지친님들....
내 삶에만 매여있지 마세요.
다른 사람의 삶도 한 번 들여다 보세요.

참 치사한 방법이긴 하지만.....다른 사람의 불행을
확인하는 순간, 나의 행복을 발견하게 되곤 하지요.

우리 호스피스회원 형님들중에서 그런 말씀들 많이 하셔요.
병원에서 봉사를 하고 온 그날만큼은
그저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것 만으로도 남표니가 고맙고 이쁘고 그렇다네요.
헌디....그 이쁨이 쭈우욱 이어지면 좋을낀데 삼일은 커녕
하루만 지나면 유효기간이 끝나버리니...ㅋㅋ

그래서 봉사는 계속 되어야 한다고 그럽니다.

살아있음의 축제를 하루라도 더 연장하기 위해
투병하시는 분들을 뵈면.....
사는게 너무너무 힘들다고 악을 쓰던 내자신이 조금은 부끄러워지더라구여...

우리모두 살아있음의 축제를 즐기며 삽시다~~~
살아있는 그 날까지.....



IP : 61.80.xxx.165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engineer66
    '04.9.21 9:07 AM (220.124.xxx.253)

    수산나님,
    그동안 안 보이셔서 궁금했어요. 어제는 문득 혼자 수산나님이 안 보인다 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글을 올리시니 너무 반갑습니다.
    수산나님책 구입해서 잘 읽었습니다. 늘 행복하세요~~~

  • 2. beawoman
    '04.9.21 9:51 AM (169.140.xxx.38)

    수산나님 말씀 공갑합니다. 특히 이 부분
    "그저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것 만으로도 남표니가 고맙고 이쁘고 그렇다네요.
    헌디....그 이쁨이 쭈우욱 이어지면 좋을낀데 삼일은 커녕
    하루만 지나면 유효기간이 끝나버리니...ㅋㅋ "
    그 유효기간이 짧은 것은 제가 건강해서이겠죠?

  • 3. 장수산나
    '04.9.21 10:56 AM (61.84.xxx.3)

    engineer66님 고맙습니다.
    부끄러운 잡글을 일부러 사서 읽어주시다니!!!
    괜스리 민망하고 부끄러우면서도 넘 감사해서 옆에 계시면 뽀뽀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랍니다. ㅋㅋ...
    jangsusanna.net으로 오시면 수산나의 행복다방으로 들어오실 수 있답니다. 놀러오세요~
    그곳에서 저가 마담노릇을 하고 있지요.

    beawoman님~ 반갑습니다.
    네에~맞습니다. ㅋㅋ...늘 건강하세요.
    짧은 유효기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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