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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생긴 동생 둘.

Ellie 조회수 : 1,078
작성일 : 2004-09-19 19:43:40
우리 엄마, 까탈스런 할머니 병간호(암이셨더래요.)를 2년 동안 하셨어요.
간병인을 두긴 했지만, 평소 깔끔하시기로 유명한 우리 할머니 간병인한테 부탁도 제대로 못하셔서, 우리 어머니 거의 아니 매일 매일 병원으로 출근 하셨지요.
당시, 아버지 출근 시간 6시. 밥할려면 5시에 일어나셨어야 했어요. 그리고, 저랑 제 동생 도시락 싸고, 우리 깨워서 학교 보내고... 집 정리 대강하고, 도시락과 죽(할머니가 병원밥을 안드실려고 하셔서.. 2년동안 거의 매일 온갖종류의 죽을 끓이셨어요.)을 싸들고는 아침 10시에 집을 나셨었죠. 집에서 병원 까지 한시간.
저랑 제 동생은 학교 마치면 숙제 들고, 할머니 병원으로...(학원 안다녔었거든요)
아빠는 퇴근을 병원으로... 그렇게 2년동안 우리식구 생활이였답니다.
당연히, 엄마가 가장 힘드셨겠죠.
할머니 돌아가시고, 엄마가 마음으로 되게 힘드셨나봐요. 뭐, 우리 할머니께서 절대 친청 엄마 같은 시어머니는 아니셨지만, 그래도 이래저래 생각이 되게 많이 나셨대요.
그리고 얼마 안있어서, 뇌종양으로 고모가 병원에 입원 하셨더래요.
근데, 우리 고모가 시집살이를 장난 아니게 해서, 혹 친정쪽의 사람이 병원에 있으면 맘이라도 좀 더 편하지 않을까하는 아버지의 제안에.. 두말 안하고 엄마 또 고모 병원으로 매일 출퇴근... 그렇게 또 2년을 보냈네요. 결국 고모도 돌아가시고, 평소 부부애가 유별났었는데, 고모부도 고모 돌아가신지 일년이 안되서 간경화로 돌아가시더라구요.

고모에겐 딸하나 아들 하나 있었는데, 딸이 저보다 생일 3일 늦은 동갑이고요, 아들이 제동생 보다 생일 6개월 빨라요. 고모랑 고모부님 돌아가시고, 애들을 어떻게 해야 되나 이야기가 되게 많았었나봐요. 그런데, 애들이 외가 보다는 친가가 더 편하게 느껴졌는지 자기네들 작은 아버지 댁에 있겠다고 그랬었데요.

그게 벌써 10년 전이네요.

그러고 나서도 엄마가 늘 애들 생일 챙기 시더라구요. 제 생일 되면 저 선물 사면서 고종사촌 선물도 사서 제 편에 꼭 보내시곤 했어요. 아버지께서도 생각 날때 마다 제편으로 제 동생 편으로 용돈도 좀 주시고, 학비도 한번씩 주시고 하셨더래요.

그런데, 그 작은 아버지가 그다지 좋은 분이 아니라는 말은 고모 살아계실때부터 조금씩 들었거든요. 급기야 얼마전에 애들이 짐싸서 큰아버지댁으로 왔다나봐요. 큰아버지댁에선 우리집으로 연락...

그때 아버지 해외 출장중이셔서 집으로 연락이 안되는 상황이였는데 엄마가 우리집으로 애들을 데리고 왔더래요. 솔직히 우리엄마가 모르는척 해도 되는 상황이였거든요. 아버지 출장 갔다 오니깐 집에 사람이 와글거리 더라는... ^^;; 오히려 아버지가 좀 부담스러우셨나봐요. (법적으로 성인인 애들 두명 데리고 있는게 오히려 어린 애들 보다 더 힘들거라고, 차라리 둘 따로 살게 하자고 그러셨다더라구요.)
애들 우리집에서 지내기로 했데요. 엄마가 애들이 너무 기가 죽어 있는것 같다고 이럴때 일수록 챙겨줘야 된다 그랬데요.

우리 엄마가 시골에서 서울로 초등학교 4학년때 유학을 오셨더랍니다. 그래서 작은 외할아버지 댁에서 생활하셨데요. 그러니 남의 집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오죽하면 애들이 짐싸서 왔겠냐고 아버지 한테 그러시더래요. 아버지도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고, 엄마가 더 나서서 애들 우리집에 있어야 된다고 그래서 놀라셨다고 그러시더라구요 .

그래서 제게 이제 동생이 두명 더 생겼습니다. ^^
아빠가 말씀하시길, 엄마가 애들이 사람한테 그동안 상처를 많이 받은것 같다고 어제 두분이서 외식하는데 울먹이시더래요.

솔직히 저는 우리 엄마 처럼 못할것같아요. 할머니 병간호 2년하고 쉬지도 못하고 고모 병간호 2년 햇으니... 고모한테 좋은 감정이 남아 있을순 없죠. 아무리 두분이 좋은 사람들이라고 해도 말이죠.(엄청난 스토리가 있지만.. 이거 다 이야기 할려면 저랑 일주일 밤을 세어야 한다는.. ^^;;)


누가 우리 아버지께, "자제분이 어떻게 되십니까?" 라고 물으면 우리 아버지 늘 장난삼아서, "딸셋에 아들 하나 입니다." 그러셨거든요. (여기서 딸들.. 울엄마, 나, 우리집 강아지) 그런데 어제 전화 통화에서 그러시더라구요. 엄마한테 너무 고맙다고...

그래서 저, 동생 2명 더 생겼습니다. ^^
언젠가는 걔네들도 독립을 하겠죠. 우리집을 나가서 다시 세상을 헤쳐 나가야 되겠죠.
그런데, 우리집에 있는 동안은, 그동안 걔네들이 세상에서 받은 상처 다 치료 받을 만큼의 사랑을 듬뿍 듬뿍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도 그렇게 줄수 있는 마음을 달라고 지금 열심히 기도 드린답니다.

마지막으로 걱정이 하나 더있어요.. 우리 두기.. 막둥이 강아지, 멀리 있는 저보다 걔네들 더 따르면, 어떻하죵? ^^;;

(두서 없이 막 써내려 갔습니다. 제가 아직 다 자라지 못하고, 넓지 못한 마음때문에 좀 심란 하거든요. 애들이 너무 안쓰럽기도 하고, 그리고, 다른 아버지 형제들의 행동이 이해할수 없는것도 있고, 저는 이렇게 부모님과 떨어져 있는데, 우리 부모님과 같이 지내는 애들이 샘나기도 하고.. 그리 넓지 않은집에 방학때 가면 와글거릴거 걱정 되기도 하고... 엄마의 의외의 반응에 놀랍기도 하고.. 세상이 너무 험한것 같기도 하고.. 정말 심란해서요. )
IP : 24.162.xxx.174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알고파
    '04.9.19 8:09 PM (221.151.xxx.102)

    대단하시네요. 훗날 님께 좋은 일 생기면 그게 다 어머님 덕이려니 생각하셔요.

  • 2. 이론의 여왕
    '04.9.19 8:17 PM (220.86.xxx.7)

    존경스런 어머니십니다. Ellie님께서 어머니 맘을 헤아리시는군요. 그 어머니에 그 따님이세요.

  • 3. jasmine
    '04.9.19 8:58 PM (218.238.xxx.100)

    눈물이 막.....나네요....
    아이 낳고선 내가 아프면 안된다는 생각하고 살거든요......
    그런 어머니 밑에서 자란 Ellie님, 분명 좋은 사람이고 잘 하실겁니다.....^^

  • 4. 마시오에
    '04.9.19 9:12 PM (221.168.xxx.169)

    저도 눈물이........
    전 왜 이렇게 눈물이 많을까요?
    조금만 슬퍼도,.....조금만 감동받아도.....
    어젠 비디오 러브액슈얼리보고 감동받아서 얼마나 울었던지......
    대단한 어머니세요.
    그사랑을 먹고자란 Ellie님도 좋은사람이실거라는 생각이 퐉~퐉~

  • 5. Ellie
    '04.9.19 9:29 PM (24.162.xxx.174)

    합! 좋은 말씀들 정말 감사합니다. 엄마한테 여러분들 말씀 꼭 전해 드릴게요. (울엄마가 한번 띄워 드리면 붕붕 날아가시는 분이라~ ^^;; 왕비병이 약간.. 염려 되긴 하는데요...)
    어제 전화 해보니.. 제동생이 살판났더군요. 저 미국 오고 같이 놀아 줄 사람 없었는데, 맨날 사촌동생이랑 둘이 오락하고, 맥주 한잔에.... 오죽하면 엄마가 오락기 압수 했다고.. ^^;;

    좋은 말씀들 정말 감사합니다. (꾸우벅~)

  • 6. 기쁨이네
    '04.9.19 11:38 PM (80.140.xxx.140)

    압수당한 오락기 ㅋㅋ
    엄마에 대한 사랑은 언제나 끝없이 갈구하는 것 같아요... ...
    잃어버린 정도 되찾고 더욱 활기차기만을 바랄께요.
    어머님도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아울러 빕니다.

  • 7. 김혜경
    '04.9.19 11:50 PM (211.215.xxx.98)

    Ellie님 어머님 참 훌륭한 분이시네요..그러기 쉽지 않은데...

    형제 많은 건 좋은 것 같아요...Ellie님 축하해요, 동생 생긴거...

  • 8. 헤르미온느
    '04.9.20 12:47 AM (210.92.xxx.35)

    아...남(?)의 애들 키우는것 진짜 힘든데...
    어릴때 아빠 제자들 중 시골에서 유학온 집안 형편 힘든 오빠들, 늘 두세명씩 저희집에 살았거든요...제일 큰 방에 아빠랑 오빠들이랑 진짜 제 오빠랑 다 함께 공부하던 생각이 나요.
    거의 12년을 그렇게 그 오빠들 도시락까지(도시락도 엄청 컷어요) 아침마다 10개넘는 도시락 싸셨던 울엄마....그래서 울 아빠가 지금도 제자들 사랑 존경 많이 받으시는것 같아요.
    알고보면 엄마 덕인데...ㅎㅎㅎ...
    엘리님 어머님, 정말 존경해요..빛도 없는 일을 스스로.............

  • 9. 마농
    '04.9.20 12:59 AM (61.84.xxx.22)

    그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인데......
    정말 사랑이 많은 분이신 것같아요.......

  • 10. 레몬트리
    '04.9.20 2:59 AM (211.225.xxx.158)

    엘리님 어머님 좋은분이시네요.
    엘리님한테도 동생들이 생겼으니.. 나중엔 더 든든할꺼예요. 어려운일 생기면 서로 돕고..
    울 큰엄마 말씀이..
    "수양산 그늘이 강동 팔십리를 간다" 이러셨거든요.
    엘리님 잘되면.. 전부다.. 어머님 덕분이랍니다.

  • 11. Ellie
    '04.9.20 7:48 AM (24.162.xxx.174)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집에 동생들 있다그러니깐 가고 싶어 미치 겠어요.. ㅠ.ㅠ

    가지 많은 나무가 바람 잘날 없다는말.. 그말이 이상하게 걸려요. (제가 걱정을 사서 하는 스타일이라.. ^^;;) 물론 엄마도 아빠도 배풀기 좋아하는 분이시고, 제 동생도 사람을 무척 좋아하지만, 그래도 혹 서로 섭한일 생길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 되요. 이럴땐 집 나와 있는게 왜이렇게 서러운지.. 흑흑.

  • 12. 인우둥
    '04.9.20 11:33 AM (218.148.xxx.98)

    앗, 독수리 오형제 클럽에 입성하셨군요!
    자, 꽃다발 받으시고요, (쓔~~~웅!)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는 거,
    그거 맞거든요.
    네, 진짜 맞아요.
    서로에게 섭섭한 일, 당연히 생긴다고 보고요.
    가족이라고 맨날 따뜻한 것만은 아니잖아요.
    오남매 되셨으니... 그동안의 모습(원래 다섯식구)만 기대하시면 점점 더 힘들 거에요.

    오남매에겐 오남매 마인드가 필요한 것 같아요.
    세쪽 나누던 사과가 다섯 쪽으로 나뉘게 되니 힘든 건 당연하지요.
    그런데요...
    다섯 쪽 나뉘어 작아진 사과가
    어느날 보니 사과 자체가 커져버려서 1/3짜리 사과보다 더 커지기도 하더라구요.

    자꾸 노인네 같은 소리만 하네.
    아이참, 재미없다, 인우둥.
    맘에 안 드네.

    (어머니 참 존경스럽습니다. 이 말 꼭 해야하는뎅...ㅋㅋ)

    어쨌든 힘 내시고...
    폭풍 앞으로 전진!!! ㅎㅎㅎ

  • 13. 키티
    '04.9.20 11:52 AM (211.35.xxx.138)

    진짜진짜 사랑이 넘치시는 어머님이세요~~
    쉬운일 절대 아닌데...
    엘리님 생각도 대견하구요...
    복받으실 거예요~~

  • 14. 쌍둥엄마
    '04.9.20 1:35 PM (211.212.xxx.196)

    어떻게 그렇게 맴이 천사같으신 분이 계실까???
    누구라도 그런 상황이면, 님의 어머니처럼 하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요....
    너무나 훌륭한 어머니를 두셨군요...
    어머니한테 항상 감사하면서 사셔야 될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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