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이제 다 울었어요.
작년 9월이 지난 후 정말 거의 안 울었어요.
지나가는 아기와 엄마를 보고 가슴이 내려앉아도 울지 않았고
출산을 축복해주던 친구를 오랜만에 마주 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얼굴을 봐도 거의 울지 않았죠.
누가 내 앞에서 나 때문에 울면 내가 괜찮아 괜찮아 위로도 해줬고요...
전 마음이 모질어서
그 경황없을 때에도 누가 그 이쁜 세살까지 키워놓고 아이 잃어버린 사람도 있다
아직은 추억이 별로 없어서 괜찮아 금방 잊을거라 하면
그 말을 정말 믿었어요.
(근데 ㅜ.ㅠ님을 보니 그렇지도 않았군요. 어떡해요 님... 저보다 더 아프셔서 어떡해요...)
그리고 삼년만 지나면 정말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 거야
지금 이 상처도 아물어서 자국만 거무스레 남아있을 거야
얼른 그 삼년 후가 왔으면... 얼른...
하고 스스로를 추스렸답니다.
가끔 목이 메이면 그렇게 잠깐 있다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다시 살았죠.
...남편
친구로 만나 사랑의 말보다 농담을 더 많이 주고 받았던 이 사람과
그렇게 끈끈하고 애틋한 정을 쌓게 되었지만
둘이서 뒤돌아보는 그런 얘기는 하지 않아요.
아직 갈 길이 너무 멀어서...
서산에 해는 지는데 갈아놓은 밭은 없어서..
그저 앞으로 앞으로만 가고 있죠.
가끔씩 웃고 떠들면서
어쩌면 제가 다시 아기를 가지면 그때 한번 이 사람과 울 지도 모르겠어요.
모르는 일이지요.
제가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다섯이랍니다.
내년이면 서양 나이로도 서른다섯이니 올해 임신을 해도 노산이 되겠지요.
이제는 담담하려고 합니다.
다 하늘이 하는 일이고, 인간의 영역 밖에서 벌어지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다만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그간 정말 울지 않았는데
어제 이 글을 올려놓고 두 분이 바로 답글 달아주신 걸 보고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그리고 자려고 누웠는데 남편의 숨소리가 쌕-쌕-거리기에 베갯잇을 적셔가며 울었어요.
그렇게 귀를 기울여도 잡을 수 없었던 그 아이의 숨소리...
한때 정말 잠든 남편의 숨소리가 안 들리면 들릴 때까지 숨죽이며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지요.
그 시절이 생각나 조금 울고
그리고 또 여러 분들의 같이 가슴 아파하는 답글을 보며 또 울었네요.
집에 혼자 있어서 눈물을 주룩주룩 흘려도 괜찮았네요.
아마.. 그때 덜 흘린 눈물이 있어
이렇게 가슴 아픈 글도 올리고 여러 분들도 울리고 그런 폐를 끼쳤나 봅니다.
...저 정말 잘 살고 있어요.
몸도 마음도 추스리고 정리된 지 예전이라고 생각했어요.
다른 이들도 마음 놓고 예전처럼 대해주고요.
그 2학기에 못다한 학업을 마쳤고
(아이 보내고 다음 주에 학교로 돌아갔죠. 원래 예정되어 있었고 집에 앉아 별별 생각 다하고 있는 건
더욱 지옥이었을 게 뻔했기에 무리해서 복학했어요.)
시험을 보고 졸업도 했고
지금은 그럭저럭 일도 하고 살고 있네요.
다시 올 아이를 기다리며...
남편조차 제가 다 정리하고 잊은 줄 알기에(아니, 그렇게 생각하는 척만 할 지도 모르지만)
아무와도 이야기할 수 없는 1주년을 맞아
여러분에게 털어놓았고
이제 다 울고난 제 마음은 그래도 가볍답니다. 눈은 부었을 망정..
고맙습니다. 제 아픔을 조금 덜어가 주셔서..
저도 나중에 갚을께요.
이런 사이트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혜경 님.
남의 불행도 자기것처럼 울어주는 많은 언니, 동생들 아니었으면 감히 어디다 이 보따리를 풀었겠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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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세요..
원글 쓴이 조회수 : 957
작성일 : 2004-09-11 11:24:37
IP : 218.49.xxx.159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아픔
'04.9.11 12:26 PM (218.145.xxx.155)인간의 영역밖에서 이루어지는 운명..... 그 아픔이 점점 옅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힘 내시구요. 언젠가 밝은 태양이 가슴 속에 환하게 비칠 것 입니다. 아직 충분히 가능하구요.2. GEENA
'04.9.11 1:18 PM (221.139.xxx.79)아기... 꼭 다시 주실거예요.
제발 꼭 다시 주시기를...
마음이 너무 아파요...3. 미씨
'04.9.11 2:23 PM (203.234.xxx.253)원글님,,, 꼭 좋은일,행복한일 있을꺼니까,,,
힘내시고요,,
오히려,, 씩씩한 모습을 보니,,제가 다 위로가 되네요,,,
비가오는데,, 좋은 주말 보내세요,,,4. 조아라
'04.9.11 3:06 PM (221.161.xxx.224)연대나왔다고 와~ 연대나왔구나~하면서 알아주지 맙시다.
이젠 연대나왔다는 사람보면 어찌어찌해서 들어갔나보다하고 생각되더군요.5. 랄랄라
'04.9.11 5:33 PM (211.242.xxx.184)....ㅠ.ㅜ
다들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어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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