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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은 오지 않고 서성입니다 (임신중이신 분들 보지 마세요)

잠깐만.. 조회수 : 2,040
작성일 : 2004-09-11 02:57:43
오늘 오후 약속이 있어 나가려는데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아서
하마트면 울뻔 했습니다.

햇살이 너무 부셔서가 아니었어요.
작년 이맘때를 차근차근 돌이켜 생각해봤기 때문이었죠.
아마 이 게시판에 한번 풀어놓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이야기식으로 구성을 했던 때문일 거예요.
원래는 그냥 단편적으로만 떠올리고 피식 가라앉히고 마는데...

...그러니까 작년 이맘때

낳은 지 사흘 만에 아이를 잃었습니다.

입덧 한번 크게 안했어요.
검사 결과 모두 이상 없었고
요가와 수영을 열심히 한 탓에
몸무게 증가도 우등생이었고
임신기간 내내 사들인 책만도 이십여 권에 달했을 걸요.
알면 알수록 해야 될 것만 같은 게 너무 많아 헉헉거리며 욕심을 냈죠.

하던 일도 그만두고 너무 한가한 탓에 웹서핑에 매달리며
게시판에서 보는 각종 사연들에 열 올리고 그랬던 것이 좀 걸리네요.

슬링이며 모유수유며 하는 걸 알아가면서
열심히 열심히 준비를 했죠.

막달 다 되어서는 거꾸로 선 아이를 돌리느라 체조도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요.

남편 말이 제가 뭘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거 처음 봤답니다.
...너무 극성을 부렸던 탓일까요.

그토록 원하던 자연분만
태어나서 몇 시간 안에 젖 물리기
다 했죠. 퇴원 전까지 계속 젖을 물리며 뿌듯했죠. 다 준비가 철저한 덕이라고...

...그리고 지쳐서 돌아오던 길에
남편과 둘이서 친정가던 길에
아이가 숨을 놓았습니다.

호흡이 끊긴 아이를 안고 119를 부르고 병원에 입원시키고
그 후 뇌손상이 심해 호흡이 돌아와도 정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말을 듣고

지옥에서 한 달을 보냈습니다.

내가 낳은 아이가 차라리...
이런 마음...

세상에 아무리 미운 인간이라도 이런 일만은 당하지 않기를 바라며..
이렇게 무력한 주제에 얼마나 교만했었나 가슴을 치며..
그렇게 지치도록 울었지만

결국에는 주변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기에 일어났습니다.
장기전을 각오할 무렵, 아이는 떠났죠.

화장장 들어서는 길에 하늘에 자동차 모양 구름을 보았습니다.
한번 사줘보지도 못한 자동차 장난감 타고 어여 가거라



...오늘 그 나날들을 돌이키다가 그만 울뻔했지만 울지 않았어요.
그때 평생 울 것은 다 울었기에 차마 울 수 없었습니다.

...저녁에 남편과 간만에 북적대는 대형 맥주집에 가서 잔을 기울였네요.
취기가 기분좋게 올랐을 무렵, 약간 비틀거리며 화장실에 갔다오다가
정답게 앉아있는 남편과 그의 누이를 보려니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괜히 뒤통수를 만지며 자리에 앉았답니다.

...지금 괜히 이 게시판 저 사이트 뒤적거리며 돌아다니는데
온몸에서 열이 마구 납니다.
이번에는 생리전증후군이 너무 심해서 마음도 너무 울적하고 신경도 날카로왔고
게다가 낮에도 잠이 쏟아지곤 했죠.

혹시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잠이 오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이번에도..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합니다.
기회가 있다면 정말 잘할 수 있을텐데..
아니 너무 잘하려는 욕심 말고, 정말 그 괴로운 때 다짐했던 것처럼

아이만 우리 곁에 있어준다면
정말 감사하며 함께 살아갈텐데..



너무 오래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나 봐요.
어지러워지네요.

아이디는 있지만 그냥 익명으로 올립니다.
언젠가 고백할 날이 올까요?

사실 한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을 만났을 때, 맘 놓고 울지도 못했습니다.
다들 걱정하는 걸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 한번 울면 다신 그치지 않을 것 같아서..
신경 약하신 어머니 내 걱정까지 껴안고 딸내미 쓰러질까 안달복달하고 계신데
제가 웃어야겠어서

금방 웃었습니다.

지금도 주변 친구들 임신 출산 얘기 자연스럽게 합니다.
당사자 아닌 사람들은 곧 잊지요..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다만 얼마 전에 아이 낳은 친구에게는 아직 축하도 전하지 못했네요.
부정 탈까봐서.. 그리고 갓난쟁이 보기엔 아직도 너무 아파서..

한 가지 없던 증상이 생겼습니다.

빈 자궁이 자꾸 움직거립니다.
마음이 울컥하거나 동요했을 때 그만 같이 꿈틀거립니다.

지나다 어린 아기들 보면 한번 더 보게 됩니다.
원래 별로 이뻐하지 않던 아이들입니다만 얼마나 다 귀한지 모르겠습니다.


목이 울컥하고 눈이 젖었습니다.

...전 잘 지내요.
남편과는 이런 혹독한 시련을 같이 겪고나서 미운정 고운정에 애틋함이 더해져서
세상에 없는 사이(제 속으로만.. 겉으로는 덤덤하지만요)가 됐죠.
친정 부모님, 시댁 부모님, 정말 죄송했습니다.
세상에 다시 없을 분들에게 이렇게 억장 무너지는 일을 떠안겨서요.
그래도 네가 제일 힘들지 하며 위로만 해주셨죠.

...사람 사는 일이 이리 어려울 줄 몰랐습니다.
나이도 적지 않았는데 시련을 겪지 않아 자기 힘으로 어쩔 수 없는 태산같은 불행의 무게에
그만 기겁을 했더랬죠.

이제 조금 살만하다고 인생이 얼마나 어려운지 잊어버리려 합니다.
망각이 없으면 살 수 없는데 사람이라는 게 맞지요.

...아이의 사인은 아직도 모릅니다.
병원측에서는 부검을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합니다.
신생아 돌연사 증후군이라고 남의 얘기로만 생각하던 거 그거 같습니다.
이렇게 막연한 마음으로

다시 꿈을 꾸고 있습니다...
IP : 218.49.xxx.105
3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잠깐만..
    '04.9.11 3:01 AM (218.49.xxx.105)

    주말 아침부터 이 글을 보게 될 분들께 죄송한 말씀 드립니다.
    저처럼 잠들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 이 글이 한참 뒤로 밀려있기를 바랍니다.

  • 2. T.T
    '04.9.11 3:03 AM (220.85.xxx.168)

    흐읍......후유...

  • 3. 일새기
    '04.9.11 3:05 AM (222.232.xxx.194)

    님의 꿈이 곧 이루어질 거예요...그래야 조금은 무뎌지겠지요...

  • 4. 꼬마신부
    '04.9.11 3:14 AM (218.152.xxx.180)

    ㅜ_______ㅜ 너무너무 힘드셨겠어요...
    제가 덜어서 조금이라도 덜해졌으면 좋겠는데.....
    조만간 정말 예쁜 아가와 함께 행복한 기억 많이 만드시길 기도할게요..

  • 5. 누룽지
    '04.9.11 3:20 AM (221.151.xxx.209)

    에구.... ㅠ.ㅠ
    나가려고 로그아웃했는데 이런....

    세월이 약이란 말....이럴 때 힘이 될까요?
    가슴에 너무 깊이 묻어두지 마세요....그러다 병 생기겠어요....
    신생아돌연사라니...말로만 듣던 그런게 정말 있는 거군요...

    이름도 지어주지 못한 그 아기, 좋은데 가서 다시 인연맞는 부모 만나 훌륭한 사람으로 태어나라고 기도 많이 해주세요....

  • 6. 누룽지
    '04.9.11 3:35 AM (221.151.xxx.209)

    자리에 누웠다가 다시 왔어요....
    원글님...어떡해요...힘내요....
    막 눈물이 나고...내가...주체를 못하겠어요...
    종교 있으세요? 없으면 그냥 하늘에 대고 기도 많이 하세요...
    이미 간 아기는 좋은데 가라고, 그리고 내게 엄마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달라고...
    남에게 부정타고 어쩌고 그런 생각 마세요.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에요.
    그냥 그 아기는 나와 인연이 아니었나보다고 생각하세요....그럼 마음이 좀 편해지않을까요...
    그리고...남생각말고 님의 몸을 먼저 추스리고 힘내세요.
    기도해드릴게요....

  • 7. 누룽지
    '04.9.11 3:51 AM (221.151.xxx.209)

    어떡해요...왜 이런 슬픔 겪으신 분들이 있는거죠?
    엄마인 우리들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열달동안, 아니 그전부터 몸조심, 마음조심 해가며 수태해 금이야 옥이야 내몸보다 아껴가며 길러온 아기들이....왜 숨을 놓는거죠?

    원글님, 그리고 ㅜ.ㅠ님도 힘내세요...아기들은 하늘나라에서 행복할거에요...
    엄마가슴 찢어지는 줄은 몰라줘도..그래도 아가들은 행복할 거에요...분명 천국에서 행복할 거에요,..그거면 됐죠....우리 가슴이야 시간이 고쳐주겠죠...

  • 8. 해보성우
    '04.9.11 6:09 AM (221.150.xxx.31)

    아....눈물만 나네요..
    님의 상처보다 더 큰 행복을 하나님이 준비하고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 9. 날라리
    '04.9.11 6:49 AM (219.252.xxx.128)

    출산에 대한 기억이 다 기쁜건아닌가봐요 주위에 그런분들이 제법 많답니다
    저두 그렇구요
    전 아이가 셋이여요
    둘째 아이가 태어날때 좀 충격이였지요 남달랐거든요
    출산후 입원실에 옮기기도 전에 아이가 다운증후군이란 얘길들었어요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가슴이 저립니다
    정말 많이도 힘들었습니다
    고운 내 아가를 놓고 혼자 들볶았지요
    그 아기가 이젠 세살 ~
    막내가 태어나 이젠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세월은 약한자의 편이라더니 그말이 맞더이다
    열심히 틈나는대로 보듬고 사랑하고 그렇게 삽니다
    저 누가 물어보면 세상에서 젤로 예쁜아가가 우리 아가라고 합니다
    아픈만큼 귀한 행복이 오리라 믿어마지않습니다

  • 10. Ellie
    '04.9.11 7:37 AM (24.162.xxx.174)

    저는 애도 없는 미혼녀이지만.. 애기들 너무 좋아해요.
    눈 보고 있으면 얘네들이 정말 나랑똑같은 사람 일까 싶고...

    애 안 낳아본 저도 이런데... 품에 안아본 님의 마음은 오죽 할까요?
    제 이종사촌 동생도 장애압니다. 이모인 우리 엄마도 그 아이를 보면 눈시울이 붉어지는데, 우리 이모, 그 아이의 엄마는 오죽 할까 싶습니다...

    사람은.. 생명은.. 너무 아름다운 거에요.
    님! 애기 아마...좋은 곳에서 잘 지낼거에요. 님이 행복하길 바라면서요. ^^

  • 11. 김혜경
    '04.9.11 7:59 AM (211.201.xxx.196)

    아침에 잠시 들어왔다가...절 울리시네요..
    그래도 기운내세요...아기 잊으시시구요...
    곧 좋은 소식 있을거에요...

  • 12. 언제쯤이면
    '04.9.11 8:36 AM (211.44.xxx.37)

    읽다가 보니 목이 메이네요
    힘내세요

  • 13. 엘리사벳
    '04.9.11 9:01 AM (218.237.xxx.180)

    아무탈없이 커가는 아이들이 고맙고

    또 아무탈없이 아이 키우고 있는제가
    왠지 미안하고 슬프네요.

  • 14. 미씨
    '04.9.11 9:13 AM (203.234.xxx.253)

    저도요,,눈물이 울컥,,,,
    제목보고 전,,무서운 얘기줄 알았어요,,(바부탱이,,,)
    저도 출산이라는 것을 해보니까,, 그 애틋함,소중함,,그런것들을 알게되더군요,,,
    원글님께서도,, 가슴 깊은곳에 묻어버리시고,,,정말,, 소중한 보석이 또 생길수있으니까,,
    건강하시고요,,, 힘내세요,,,

  • 15. 짱구유시
    '04.9.11 9:35 AM (210.95.xxx.29)

    힘 내세요.. 아자 아자!!!

  • 16. 화이팅
    '04.9.11 10:24 AM (211.177.xxx.13)

    제친구도 애기를 낳은지 한달만에 하늘나라로 보냈지요. 원인불명인데 아마 바이러스때문일거라는 의사의 성의없는 대답... 그리곤 상처가 오래갔죠. 하지만 지금은 두아이의 엄마가 되어서 그애한테 쏟았을 사랑까지 쏟으며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답니다.
    물론 상처가 크시겠지만... 아기를 갖는것도 겁나시겠지만... 몸과 마음을 추스려 새로 아이를 가지시라고 감히 권해드리고 싶어요.

  • 17. 길가운데
    '04.9.11 10:47 AM (220.127.xxx.230)

    눈물 콧물 빼고 갑니다.

    이제 좋은일 많으실거에요.

    힘 내세요.

  • 18. 생강과자
    '04.9.11 10:53 AM (211.49.xxx.117)

    목이 메여서....
    그렇게 간 아가도 저기 위에 어느 곳에선가 편안히 잘 지내리라 믿으시고, 또 새로운 마음 가져보셔요.
    한참 울다 갑니다. 앞으로 좋은 일만 있으시기를 바라며....

  • 19. 밍키
    '04.9.11 11:13 AM (203.255.xxx.127)

    너무 아파요.
    담번에 태어날 아가를 위해 슬픈마음을 조금만 아껴주세요..
    엄마가 너무 슬퍼하면 안되니깐요..
    기운내시구요..

  • 20. 둥이맘
    '04.9.11 11:18 AM (211.215.xxx.18)

    잊으시라는말은 차마 하지 못하겠네요... 저는 그런 경험이 없어 그 깊은 시름과 아픔 헤아릴수는 없지만.. 힘내세요... 시간이라는게 약이라잖아요...
    지금은 많이 힘든 상처지만 그 상처를 감싸줄 좋은소식이 꼭 올꺼에요..
    힘내세요...

  • 21. 샘물
    '04.9.11 11:44 AM (222.99.xxx.208)

    앞서 김선곤님의 글을 읽고 많이 웃었는데 그 웃음이 너무나 죄송해지는 순간이네요..잠깐만님..ㅜ.ㅠ님..사실 어떤 말씀을 드려도 위로가 되진 않을테데...저도 자식을 가진 엄마라 너무 가슴이 아프네요..님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리고 날라리님을 위해서두요. 믿은 대로 되실거예요.

  • 22. 미스테리
    '04.9.11 12:02 PM (220.118.xxx.231)

    얼른 좋은 소식이 있길 기도 할께요...ㅠ.ㅜ

  • 23. 달개비
    '04.9.11 1:23 PM (221.155.xxx.94)

    저도 기도 드릴께요.
    힘내세요.

  • 24. 곰돌이마눌
    '04.9.11 2:33 PM (203.229.xxx.233)

    흑~~~ 마음이 아파요. 힘내세요

  • 25. 반이~
    '04.9.11 2:52 PM (218.154.xxx.156)

    기운내세요.. 제발...ㅠ,ㅠ

  • 26. 건이맘
    '04.9.11 3:11 PM (218.234.xxx.140)

    ...잘 있을거에요. 잠깐헤어졌다 나중에 다시 만날테니까..
    엄마 울면 멀리 있는 아가도 많이 슬퍼할거에요....
    힘내세요.

  • 27. 쭈니맘
    '04.9.11 5:12 PM (203.235.xxx.138)

    오늘 절 자꾸 울리네요...
    이쁜 아가는 천사가 되어 하늘나라에서 엄마를 지켜주고있을꺼에요..
    이제 그만 우시고요..힘내세요..
    부디 좋은 속식이 빨리 오길 기도드립니다...

  • 28. 레아맘
    '04.9.12 6:44 AM (82.224.xxx.49)

    힘내세요...
    꼭 예쁜아가랑 다시 만나실 거예요...

  • 29. 해피위니
    '04.9.12 10:55 AM (211.194.xxx.4)

    정말 목이 메이네요..
    앞으론 행복한 일들만 있으시길 바랍니다.

  • 30. 꺄오!!!
    '04.9.12 11:29 PM (211.177.xxx.133)

    단 한 줄의 글도 쓰기가 넘 힘드네요..

    어떻게 말하죠...

    어떻게 바라봐야 하죠...

    그저 기도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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