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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 남편과 추석 유감
저는 결혼한 지 2년 6개월 되었구, 지금은 9개월된 이쁜 딸 (벌써 걷는답니다. 애미를 닮아서 좀 설칩니다) 주원이 엄마입니다. working mom이구요..
추석이 다가오니 가슴이 점점 답답해지네요.. 저 하소연 좀 할게요..
저희는 지체입니다.(2남3녀 중 막내입니다) 저희 아버님도 지체입니다.(따로 나와 친구분하고 사십니다. 한마디로 어머님과 별거중입니다.) 큰아버님은 미국에 계시고...근데 명절 때만 되면 제가 성묘 갈 제물을 챙깁니다. 큰집은 갈 생각도 안하는데 신랑이랑 아버님 둘이서 경북 의성의 골짝, 골짝에 있는 산소로 벌초하고 성묘하고 옵니다. 고조, 증조,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8세트의 제물을 챙기고 나면 휴- 한숨이 나옵니다. 이걸 들고 왕복 3시간 산 타고 넘을 두 부자를 생각하면요. 작년에 임신 8개월의 몸으로 저도 갔다왔습니다. 아기아빠가 좀 운전이 서툴러서 운전만 왕복 10시간이 넘는 곳이라 도저히 혼자 보낼 수가 없더라고요..그런데 작년에는 아버님께서 벌초 도중에 벌에 20군데 넘게 쏘이셔서 정말 돌아가시는 줄 알았습니다. 의성에서 대구의 대학병원으로 다시 서울에는 비행기타고 아기아빠가 모시고 오고 저는 차 끌고 혼자 오고..올라오는 5시간 동안 계속 울었습니다. 첨에는 아버님 돌아가시는 줄 알고 울고, 괜찮으시다는 연락받고는 제 신세를 한탄하며 울고, 나중에는 배가 너무 아파서 계속 울었습니다. 뱃속의 아기가 스트레스를 너무 받고 나올 준비를 하더라구요. 주사 맞고 추석 연휴 내내 꼼짝도 않고 누워 있었는데 다행히 아기가 자리를 잡았습니다...그후의 시댁 분위기 "네가 왜 갔냐?" 하시더라구요. 어머님께서 아버님과 아들들이 같이 내려가는걸 원치 않으셔서 같이 사시는 큰아들을 못가게 하셨답니다. 그래서 제 신랑만,,,아주버님이 가셨으면 제가 왜 따라갑니까? 운전이 서툰 신랑을 밤길운전에, 벌초에 한숨도 못자고 다시 올라와야 하는 길을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저도 울고 신랑도 울고 정말 추석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생겼습니다....
얼마 전...가족과의 갈등으로 연락 끊고 살던 둘째 시누가 돈이 필요하다고 연락했답니다. 맘 약한 아기아빠 해주마 했구요. 저나 아기아빠나 옷 하나 변변한 거 못 사입고 화장도 안한지 정말 오래이구, 신혼집 꾸미면서 도배, 장판 맘에 드는 가구 하나 안 들이구 바득바득 돈 모았습니다. 맞벌이 하며 육아휴직도 눈물로 참고 아기를 놀이방에 보내면서 부동산 하나 마련했는데 물론 대출 받았지요. 대출이자 건물 월세 받으면서 갚구요. 친정엄마한테 돈도 좀 빌렸습니다. 빨리 돈 모아서 부모님 돈부터 갚으려고 했는데 말도 안되는 시누한테 그 돈을 빌려주다니. 사업자금이 딸린다구 빌려 달래네요. 저번에는 큰집에도 얼마를 그냥 떼었습니다. 해외 출장가다고 VISA카드 빌려달라더니 순진한 신랑한테 비밀번호를 묻더래요. 나중에 청구서 보니 현금 서비스 만땅으로 받았더군요. 달라는 말도 못하고.. 저 그거 갚느라고 적금 깼습니다. 가뜩이나 돈 때문에 말많은 시댁에 아주 유감 많습니다.
올해도 두부자만 성묘 간다는데 추석 스트레스 만땅을 풀기 위해 성묘 제물 산답시고 하나로에 안가고 하등 상관없는 코스트코에 갔습니다. 불고기 베이크랑 피자랑 잔뜩 먹고 제맘에 드는대로 이것저것 바리바리 사들고 나왔습니다. 노리다케 플래티넘 디너세트가 제 발을 잡았지만 우리 집에 무슨 디너세트냐며 주제를 파악하고 금요일 창고 세일에 집중하려고 참고 나름대로 기분좋게 장을 마쳤습니다.
좀 딴 이야기 같지만...제집에는 V4라는 비 때문에 제법 시선을 끌었던 디카가 있었는데 아기아빠가 수동기능에 관심이 많아서 기변을 원하더군요... 저는 기분이다. SLR은 못사주까..맘대로 골라.. 요즘 짜증 만땅 모드라 특히 돈에 관해서요.모아서 남 주느니 마구 써버리자 -.-:: .그런데 이 소심한 아저씨는 중고디카 LC5 를 골랐더군요. 35만정도 줬습니다.... 있던 V4는 30에 처분하구요..요새 디지털사진잡지의 문화기자에 뽑혔다고 본업보다 더 시간을 쓰시더니, 뽀대나는 디카 사주려고 맘 먹었었는데. 그 중고 디카를 들고 좋아라 하니..
불쌍했습니다. 시댁은 시댁이구 남편은 남편이겠죠.. 자기집이니 저보다 더 괴로울 거라 생각합니다...
이뻐해줘야겠습니다.
PS-저의 신랑 별명 포로리입니다. 얼마나 귀여운 지 아시겠죠?
1. 리틀 세실리아
'04.9.9 3:45 PM (210.118.xxx.2)아휴...듣기만해도 깝깝해지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분 많이 사랑하시고 위해주시는것같아서
괜스레 고개 숙여집니다... 남편분 너무 많이 착하셔서 바람막이가 잘 안되는듯하여 안타깝네요..2. 지나가다
'04.9.9 4:06 PM (192.33.xxx.39)죄송한데요, '지체'가 뭔가요? 혹시 '지체부자유자'를 말씀하시는건가요?
3. 주원엄마
'04.9.9 4:09 PM (210.99.xxx.186)리틀 세실리아님 // 정말 남편 넘 착해요...
작은 아들이란 뜻입니다....4. 희망맘
'04.9.9 4:26 PM (221.138.xxx.18)네...정말 힘드시겠어여. 휴... 저는 명절음식두 않하구
시댁에 돈들어가는것두 하나 없지만...
그래도 어렵고 불편한게 시댁인지라...추석 두려워지는데..
주원엄마님 힘내시구여.
신랑분이 착하셔서 님께서 행복하신 점이 더 많으실거예여.
늘 행복하실거라 생각듭니다.
기운내시구여~5. ?
'04.9.9 4:29 PM (211.176.xxx.139)지체가 아니고 자차라고 하지 않나요???
6. 리틀 세실리아
'04.9.9 4:49 PM (210.118.xxx.2)저도 지체가 뭘까 한참 고민했다는...--;
그나저나 주원맘님 실은 신랑분보다 님이 더 착하신듯...
그렇게 두분다 착하셔서 어찌 이 험한 세상을....쫌만 더 강해지세요.
NO할건 NO하라 하시라고 하시고..
님도 모질게 하시기 힘들겠지만 좀 그럴땐 그래주시고..
...그.래.도.
만약 제동생이 그리 계속해서 절 귀찮게 한다해도 저또한 혈육이기에 모질게 대하지
못할것만 같은 생각이 드네요...참 어렵지요..7. 주원엄마
'04.9.9 5:25 PM (218.39.xxx.238)리틀 세실리아님// 착하다뇨..저 때로는 독한 마눌인데요.. ^*^ 감사합니다.
일이 생길 때마다 이번만이야, 이번만이야 매번 포로리 남편에게 다짐 시키지만 소용 없군요....형제가 뭔지...
지체---사투리 일까요? 자차가 맞는 말인가요? 장남이 아님 아들이라는 뜻인줄 알았는데..집안 어른들이 쓰시는 걸 듣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썼습니다.
희망맘님//힘내야겠죠... 기운내서 그래서 금요일 창고세일에 가서 싹 쓸고 올 예정입니다. 이쁜 그릇들아.내가 꼭 집어올께. 포로리!! 뭐라고만 해봐라...창고세일에서 그릇들을 보고 침 흘리며 미친듯이 싹쓸이 하는 여자 있으면 전줄 아세요..^_^;;8. 짱여사
'04.9.9 5:55 PM (211.224.xxx.135)주원엄마님! 정말이지 남편이 딱 거절 못하면..계속 시댁에 질질 끌려다니게 됩니다.
저희도 막내인데..그래요..ㅜ.ㅜ
근데 그러지 마세요. 전 아예 착한 며느리되기 포기하고 하나씩 하나씩 말씀드립니다.
뭐 첨엔 많이 화 내시던데.. 이젠 좀 그러려니 하시는거 같아요.
시댁식구들 돈 얘기에 거절하기 힘드시겠지만...그래도 하셔야 해요.
남편분이랑 진지하게 얘기를 해 보세요. 언제까지 이러실순 없잖아요.
제가 좀 건방졌나요? 제 갠적인 생각입니다.9. 김혜경
'04.9.9 9:16 PM (211.215.xxx.92)저도 지체가 뭔지 몰라서...낼 뵈요...
10. goldsun
'04.9.9 9:40 PM (220.86.xxx.160)지차(之次)를 말한답니다
어른들은 많이 쓰시더라구요 저도 엄마가 가끔 쓰신던 대로 새겨듣습니다
맏아들말고 아들을 지칭하던대요..
곁에서 지켜볼땐 속은 터져도 미워할 수없고 형편이 나아지면 존경스러버질겁니다
반대의 경우는 몸은 편할 지 몰라도 속으론 경멸스러버질 거구요11. 주원엄마
'04.9.9 9:55 PM (218.39.xxx.238)짱여사님//시댁식구들 다들 말빨로는 어디에서 지는 사람들이 아니예요.같이 막 가는 사람되까봐 그동안 피했습니다.근데 남편은 같은 핏줄인데 참 다르거든요.또 다시 그런 일이 생기면 남편 체면이고 뭐고 이젠 저도 전면에 나서야겠죠? 건방지시다니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김혜경선생님//이쁜 그릇들 보며 침 흘리며 광분해서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여자 보시면 애써 못본척 해주시와요.....
goldsun님//반대의 경우가 될까봐 걱정이예요. 존경이 경멸될까봐. 사실 저 그동안 속으로 나쁜 욕할 때 있었어요... 그리고 저 역시 '벌어야 소용없구나' 허리띠 졸라맬 필요성 안느끼고 같이 무너질까봐. 지차가 맞는 말이군요.. 여기서 표준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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