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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미안해...

생강과자 조회수 : 1,056
작성일 : 2004-09-04 10:56:59

딸만 있는 우리 친정.
딸들이 애교가 하나도 없어요. 물론 부모님의 성향을 받은게 크죠.

특히, 엄마는 잔정이 많은 푸근한 엄마가 아니셨어요.
전 그런 엄마한테 불만도 많았고, 엄마랑 싸우기도 많이 했던거 같아요.
결혼하고 아이낳고 나니 그렇게 이해가 안되던 엄마가 이해되더군요.

울 엄마 나 어릴 적에 외할머니하고 매일같이 전화하시는데 한번 전화기 붙들면 1시간은 기본이어서 막 짜증을 내고 그랬죠.
'아니, 맨날 전화하면서 왜 그렇게 오래해?'하면서...ㅋㅋ

근데, 지금 제가 그러고 있네요.
매일 엄마한테 전화하고 싶어지구..

어제 며칠만에 엄마랑 통화를 했는데 이런저런 얘기끝에
엄마가 요즘 잘 팔리는 유명한 회사의 고기구이판을 사고 싶다시는거에요.
니들 오면 상에 놓고 좀 폼나게 먹어야지 맨날 가스불에 왔다갔다 하니 그렇기도 하구...하시면서.

저는 "나도 그거 사고 싶은데 비싸드라. 에잉"했죠.
엄마도 "그래, 좀 비싸긴해도 있어야겠어."하면서 망설이시는거 같길래 그냥 가서 하나 사~하고 아무 생각없이 말했죠?
그랬더니 "에유, 사면 내 꺼만 사니? 니 꺼두 사야지."하시더군요.
순간 울컥했어요. 그거 두개 사실려니 망설여지시지...에이그~

난 됐다고 부득부득 말해도 아니라고 아니라고...두 개 사실 생각을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엄마, 우리 집에 지금 고기판 못쓰지. 애들땜에 어차피 우리는 뜨거운거 상에 못 놓잖아.
손 데고 난리난다."했어요.
손자들 어디 다치는거는 또 엄청 신경쓰시잖아요. 어르신들....

"어머, 그래그래 내가 그 생각을 못했다.
니들은 애들 좀 큰 다음에 써야되겠다. 너 뜨거운거 상에 놓지 마. 알았지?"

그러면서 얘기는 자연스럽게 누구 애기가 고깃집에서 손을 데어 다쳤네 하면서  넘어갔어요.

시장에서 집에서 입는 5000원짜리 여름 원피스도 당신 것만은 못사는 엄마.
그거 보고 촌스럽다구 욕하는 못난 딸.....-_-

엄마한테 많이 미안하구, 고맙구, 감사하구...
결혼 전에 편지에 사랑한다고 적은 거 말고는 말로는 쑥스러워서 해본 적이 없네요.
정말 못난 딸...

엄마, 감사하고 정말정말 사랑해요....엄마 밖에 없어. 그래두 r^^r
IP : 211.49.xxx.117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하늘사랑
    '04.9.4 11:02 AM (221.140.xxx.196)

    결혼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의 사랑의 깊이를 헤아리게 되는것 같아요.그쵸?

  • 2. 짱여사
    '04.9.4 11:40 AM (211.194.xxx.173)

    생강과자님이 절 울리시네요...-.ㅜ

  • 3. 미스테리
    '04.9.4 12:03 PM (220.118.xxx.59)

    뭐니뭐니해도 엄마가 ^^b

  • 4. 햇님마미
    '04.9.4 1:06 PM (220.79.xxx.40)

    옛날에는 엄마의 그리 이해가 안되고 매일 삐딱하게만 들리던데요,,
    결혼해서 제새끼낳고 살아보니 엄마의 말이 딱딱 들어맞습니다..
    그게 연륜이라는 거겠죠^*^

  • 5. Ellie
    '04.9.4 1:53 PM (24.162.xxx.174)

    저도 아파서 정신없는데, 우리엄마가 "차라리 내가 대신 아팠으면..."하시는 말씀은 들렸어요.
    오늘따라.. 왜이렇게 부모님과 관련된 일이 많은지.. 안그래도 보고 싶어 미칠것 같은데.. 휴~ ^^;;

  • 6. 핫코코아
    '04.9.4 2:03 PM (211.243.xxx.125)

    아이..콧날이 찡...

  • 7. 이춘희
    '04.9.4 8:49 PM (221.155.xxx.71)

    생강과자님이 엄마에게 얼른 사드렸으면 좋겠네요. 나중에 부자되면 해드리려고 했더니 이 세상에 안계시더라고요. 큰 돈도 아니고 조금은 부담되도 별거 아니랍니다. 내가 좀 덜 쓰면 되잖아요.

  • 8. 엄마사랑
    '04.9.4 9:34 PM (69.194.xxx.237)

    엄마라구여?울컥 합니다.
    그래두,거기 계신 분들은 보고 싶을 때 달려 가믄 그만 이지만.....
    전 하루에도 열 두번은 뛰쳐 나가 보지만.답답합니다.
    혹 이런 기분은 아실런지...거의 맬 밤 꿈에 한국 가는 뱅기 놓치는 꿈!
    뱅기만 봐두 울렁 울렁.모녀가 다정히 있는 거만 봐두 눈물 맺힙니다.
    어엄마아아아아!!!!!!!!!!

  • 9. 김혜경
    '04.9.4 10:13 PM (219.241.xxx.198)

    그게 엄마 마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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