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제게 재미난 야그거리는 없고
오로지 신체의 부담만 가중되는 지라...
(허리 아파 어기적 밍기적 거리고 살아요. ㅠㅠ)
재미난 얘길 하자면 무려 15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거슬러 올라가 기억의 끝자락을 붙잡을 수 밖에 없군요.
(앗! 제 나이 계산값 나오면 우짜지?)
윈스어폰어 타임, 한 대학 캠퍼스내 구내 식당.
고스톱 치기에 딱 좋은 환상의 짝으로다 단란하게
뭉쳐 다니던 여학생 셋이 백반을 깨작거리고 먹고 있을 때...
바로 옆 테이블에서 그야말로 귀가 솔깃한 얘기가 술술
흘러 나오고 있었습니다.
간단한 대화체로 풀어서 써본다면-
여1: 세상에나..그렇게 신통할 수가 없대.
여2: 정말? 정말로 그림으로 그려줘?
여1: 그렇대. 가서 앉아 있으면 조금 있다가 니 배우자 감이
뭐 하는 사람이고, 이름이 뭐고, 어떻게 생겼는지
그림까지 그려 준다잖아!
오호라! 이 무신 복권 당첨되는 소리마냥 귀가 번쩍 띄이는
소리가 아니었겠습니까.
한창 미팅이다, 소개팅이다 하며 자신의 배필을 찾고자
노력하는 두 친구들은 물론이요
남자에게 관심이 없던 고고한 저에게도 역시나 호기심 천국같은
흥미있는 얘기 였습니다.
우리들은 행여나 한 글자라도 놓쳐 들을 새라
목구멍으로 넘기는 밥알 수를 제한하고 숨소리까지 죽이며
넙치 눈을 해대며 그들의 대화를 경청했죠.
여2: 거기가 어디야?
여1: 무슨 경상도 큰 산 밑에 있는 뭐라던데...
여2: 에이~~넘 멀다. 어떻게 거기까지 찾아가?
그리고 만약 내 남편감이 못생겼거나 대머리거나
이상한 사람이라고 딱 나오면 어떡하냐?
이건 아예 희망도 없고 딱 그 사람이다..하고 살아야 하네.
여2의 말이 백번 지당했으나 갖은 만남에서
절망과 후회의 눈물만 흩뿌리던 두 친구는
운우지정을 나눌 남정네를 알아내기 위한 욕심으로
감히 경악할 만한 짓을 저질렀던 것입니다.
먹던 식판도 내팽겨 둔 채 조르륵- 그 여학생들에게 다가가
거기가 어딘지, 어떻게 찾아가는 지를 조목조목 물어 수첩에 적더니
쪽 팔려 하는 저에게 의기양양한 얼굴로 돌아와
"이젠 되었다!"를 연발하지 모예요. 글쎄쎄쎄쎄쎄.........
"어차피 내가 어떤 남자랑 결혼 할 운명이라면 이 남자, 저 남자에게
시간, 정열, 돈을 쓸 필요가 없잖아.
'어차피 그 한 놈'을 찾아내 아무 고민 없이 그 놈한테 올인하면 되지."
어차피를 연발하던 그 친구는 어차피를 반드시로 바꾸기 위해
<미래의 남편감을 쪽집게로 알아봐 드립니다> 경상도 점집 투어를 위해
계를 조직하자고 하더이다. -_-
그래서 어찌 됐냐구요?
점집이든 뭐든 단짝 친구들끼리 여행이라도 가자는 마음으로
차분히 돈을 모았던 그 계는
그 뒤 소개팅에서 눈이 맞아 암수 서로 정다운 꾀꼬리의 흉내를 내고 다니던
그 친구의 흡족하고 자신만만한
"난 지금 그 애가 딱 내 짝이야. 호호홍~"
하는 대답으로 흐지부지 유흥업소의 안주값으로 사라졌지요...
그 친구 현재 남편.... 그 때 그 남정네 아니랍니다. -_-;;
그 때는 하나도 궁금하지 않던 미래의 남편 얼굴이
지금에서야 무쟈게 궁금해 집니다. 호호.
아직도 그 거짓말 같은 신통한 점집이 있다면 꼭 찾아가서
물어보고 싶어요.
"정말 지금 저 화상이 제 운명의 상대 맞아요? 맞냐구요...? 우씨...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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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상대
아라레 조회수 : 2,082
작성일 : 2004-09-04 10:14:32
IP : 210.221.xxx.247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하늘사랑
'04.9.4 10:24 AM (221.140.xxx.196)ㅎㅎㅎ,아침부터 상쾌하게 웃게 해 줘서 고맙습니다.^^
2. 깜찌기 펭
'04.9.4 10:33 AM (220.81.xxx.165)ㅋㅋ 바다사자님은 맞을꺼예요. ^^
3. 김혜경
'04.9.4 10:34 AM (219.241.xxx.198)ㅋㅋ..
저희 어릴 때는 잘 때 베개에 거울을 얹은 후 베고 자면 꿈에 미래의 남편 얼굴이 보인다고...
해봤냐구요? 제가 누굽니까?
어떤 얼굴이 보였냐구요? 꿈은 무슨 꿈....4. 짱여사
'04.9.4 11:31 AM (211.194.xxx.173)ㅎㅎㅎ 구여니님 ㅋㅋㅋ
전 회사에서 일안하고 이러고 있다는..-_-5. 미스테리
'04.9.4 12:12 PM (220.118.xxx.59)ㅋㅋㅋ.....아라레님땜에 웃고 구여니님땜에 또웃고....ㅎㅎㅎ
6. Ellie
'04.9.4 1:57 PM (24.162.xxx.174)제 현재 목표가... 2006년 5월의 신부가 되는거거든요.. 흠... 어딘가요? ^^
7. 꾸득꾸득
'04.9.4 3:35 PM (220.94.xxx.11)흠흠,,고스톱치려면 광팔 친구 한명 더 있어야,,쉬엄쉬엄 치기 좋습니다..-.-
정말 상주엔가 유명한 관상 할ㄹ매가 잇거든요..그할매 제친구 결혼할 사람 맞췃다는거 아닙니까,,손금이랑 관상만보구요..유명한 분이시라는데,,
저두 가보고 싶어요.-ㅅ-8. 키세스
'04.9.4 3:52 PM (211.176.xxx.134)점집 가서 물어보고 바다사자님이 운명의 상대 아니라면 어쩌실려고?
아픈 허리 부여잡고 내 님을 찾아 다니시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흐흐흐
얼짱 남편남편이랑 삼시롱 투정도 많아. ^^9. 마농
'04.9.4 7:21 PM (61.84.xxx.22)"정말 지금 저 화상이 제 운명의 상대 맞아요? 맞냐구요...? 우씨... "ㅠ.ㅜ
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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