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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새삼 그때 생각이....

어쩔 수 없이 익명 조회수 : 893
작성일 : 2004-09-03 09:28:33
인주님의 글을 보다가 새삼 몇년 전 생각이 나서 갑자기 기분이 다운...
그때는 정말 찍소리도 못해봤는데 나중에 두고두고 이렇게 생각만해도 화가 나네요.

저희 아이도 태어난지 딱 두달만에 시댁 벌초가 있었어요.
벌초는 아무도 빠지면 안되는 대대적인 행사였기에 저는 몸 푼지도 얼마 안됐으니 이번에는 오지 마라는 말씀이 없으시면 그래도 가야한다고 생각했죠.
물론, 가기 싫었고 애 보는 것도 서툴고 젖병도 소독해야하고 할거 많은데 걱정도 됐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런 말씀은 없더군요.
그렇다고 제가 먼저 말할 그런 뻔뻔한 군번이 못되는 나이였구요.

아뭏든 갔죠.
저 도착해서 턱 빠질 뻔했어요.
집에 화장실이 막혀서 화장실 공사한다고 화장실 변기를 들어내놓고 벽을 부숴놓고...
거실이며 방이며 완전 이사가는 집이 되어 있더라구요.
애기 하나 뉘일 곳이 없었어요.....
집이 크지 않아서 화장실 공사 한다는데 집을 다 고치는 형상이더군요.

어쩜 집이 그렇게 되었는데도 오지 말라 말씀을 안하시다니...
하루종일 저더러 애기 안고 서 있으라는 얘기였는지, 너무 어려서 유모차도 없을때였거든요.
기가 막혔어요.

애기 건강이 걱정되었죠.
천장까지 뜯어서 무슨 석면같은 것도 나와있고...시멘트에...
애가 좀 크기나 한가요? 딱 두달 된 갓난 아이.

결국 여관잡아서 저랑 애기랑 가서 자기로 했어요.
제가 너무 화가나서그렇게라도 해야겠다고 신랑에게 말하고 신랑이 시어른들께 말하고...

후~

여관은 깨끗한가요?
어린 아기 데리고 여관에서 자기도 찝찝하더군요.
그래도 아침에 눈뜨자마자 씻고 챙겨서 시댁으로 갔죠.
그랬더니 어머님이 "쟤하고 애기만 여관에서 편하게 잤다."하시더라구요.
당신도 민망해서 그러셨는지 몰라도 참..

그러고는 아침먹고 차 타고 1시간 거리나 되는 산소가 있는 곳으로 가서 산을 타고...(선산이거든요.) 올라가서 애기는 산바람 부는데 뉘여놓고 일을 했어요.
다른 형님들이 놀라시더군요.
아니 어떻게 왔냐...왜 왔냐...

저희 친정부모님도 대놓고 가지마라 가지마라는 못하셨어요. 사위가 서운해할까...
그래도 장거리 여행해서 애기한테 좋을거 없는데...하셨죠.
시댁도 지방이라 시댁까지 가는 것만도 두어 시간에 밤에 잠은 그리자고, 또 그 다음날 산까지..
다행히 아기는 무탈했어요.
전 그때 산바람도 신경쓰이더라구요.

그때는 저도 몸 힘들고, 나 불편해도 어른들께 잘하는게 최고인 줄 알았어요.
저희 시댁 상식없이 시집살이 시키시는 분들 아니신데도 가끔씩 섭섭한거 생기고, 시댁이다 보니 그 섭섭함이 풀리지 않고 하나 둘 쌓여가요.
그 쌓여가는 와중에 내가 그리 무리해야만 했던 섭섭함들이 보태지고 보태져서....
친정부모님들이나 다른 분들이 그래도 너희 시댁은 잘하시는거다..하시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별반 다른거 없는 것 같은.

인주님께 이리하시라, 저리하시라 말씀은 못드리겠어요.
혹 이번에 못가시더라도 백일 전, 출국 직전에 한번 다녀오실 수도 있지 않을까...

뭘 모르는 새댁, 갓 엄마 되었을 시절의 제 이야기랍니다....에혀~





IP : 211.49.xxx.117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미스테리
    '04.9.3 9:39 AM (220.118.xxx.59)

    에궁...님 시어머님도 무심하시지...집이 그런상황인데도 오라셨어요???

    산사람이 먼저지 죽은 사람이 먼저인가요...ㅠ.ㅜ

  • 2. 하루나
    '04.9.3 10:37 AM (211.217.xxx.230)

    제친구는 백일잔치를 하도 하라고 시댁식구들이 종용해서 부페에서 했는데, 끝나고 시부모님에게 공손히 친구네집에 모셔가서 하룻밤 주무시고 가시라고 말 안했다고 그 다음날 서운해하는 시부모님 전화에 시누이들이 분노하면서 달려왔다고 하네요.

    아...무섭습니다. 아이 가지기도요....울 형님도 막달에 뒤뚱거리면서 시댁일 했다고 저에게 말씀해 주는데 소름이 쫙 끼쳤습니다...ㅠ_ㅠ

  • 3. 신짱구
    '04.9.3 11:23 AM (211.253.xxx.36)

    저 큰애 낳고 한달만에 추석이였습니다.
    저도 아무생각 없어지만 울 시댁부모님, 남편 당연하다고 산소 데리고 갔습니다.
    오히려 친정오빠가 산소 갔다왔다니깐 깜짝 놀래데요. 너 애난지 한달밖에 안됐다.
    뜨악∼ 그래도 시댁부모님들 모두 좋은분들이셔서 그냥 덮고 삽니다.^^

  • 4. 홍이
    '04.9.3 11:35 AM (211.227.xxx.6)

    머 말리는 시누가 더 밉다더니...왜 시누들이 더 난린가 모르겠어요 저희들 시댁에나 뼈바쳐 잘할것이지..

  • 5. 지나가다
    '04.9.3 12:21 PM (211.209.xxx.179)

    우리는 왜 이런거 가지고 고민해야 하는지..
    휴..답답합니다..
    본인 힘들면 않가면 됩니다..
    무슨말이 더 필요한지..
    그놈의 도린지 뭔지가 사람 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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