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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거운 이야기(심심하신 분만..^^)
끄집어 내다보니 처녀시절에 쓰던 일기장이 나왔어요.
잠깐 쉴겸해서 10년도 더 된 옛 일기장을 읽어보기 시작했는데..
헉, 남편이 봤으면 큰일나겠다 싶은 내용들이 막 나오네요.
예전에 사귀던 사람, 그냥 잠깐 만났던 사람, 정말 짝사랑했던 사람...
실명이 마구 등장하는 겁니다.
게다가 내용이 어찌나 유치하고 조악한지...
확 내버릴까도 싶었지만
이조차도 없으면 요때 1,2년의 추억은 상당부분이 그냥 사라져버릴 것 같은거예요.
차마 그 추억을 다 버리기 싫어서 남편 못볼 곳에 꼭꼭 넣어두었습니다.
다시 정리를 하는데
이번에는 남편의 노트가 나옵니다.
깔끔하고 단정하게 괜찮은 시를 적어놓은 노트.
그냥 시만 써 있는게 아니라 색한지로 장식도 하고-.-(한 때 유행했던...)
노트 끝에는 몇줄 글과 날짜와도 남겨두었더군요.
누가 이런 걸 줬을까 한 세번쯤 읽어보니 알겠더군요.
저 만나기 6년 전에 만났던 여자가 헤어지면서 줬던 건가봐요.
물론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걸 저는 몰랐죠..-.-;;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 나이가 서른이었으니
당연히 사귄 사람이 많이 있겠죠.
또 그건 저와 관계없는 일이라 생각해서 지난 사람에 대해서는 한번도 물어본 적이 없어요.
남편도 마찬가지구요.
하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어요.
15년동안 이걸 끌어안고 이사를 다녔다니...
버릴까하다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생각해 다시 꽂아두었습니다.
퇴근 후 돌아온 남편이 텅빈 책장을 보더니 바로 찾는군요.
"그것도 버렸어? 공책인데..."
시치미를 떼고 물었어요.
"무슨 공책인데?"
"...시 같은게 써 있는..."
좀 머뭇거리며 대답하더군요.
공책을 꺼내주며 장난스럽게 말했죠.
"이게 뭔데..이제 버리지? 별거 아닌것 같구만.."
다시 제자리에 꽂으며 남편의 좀 멋적은 대답
"아직...좀 더 있다가..."
상쾌한 기분은 아니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어요.
나도 버리기 싫은 일기장이 있는 것처럼 이 사람도 차마 버리기 아까운 추억이 있을 수 있으니까.
기억까지 다 차지하고 싶은 욕심은...버려야겠죠?
서늘한 기운이 좋아 잠도 안 오고 해서 늘어놓은 수다입니다^^
1. 마농
'04.9.2 10:32 PM (61.84.xxx.22)남편분이 장가를 잘 간것같네요..^^..
맞아요. 참 잘하셨네요.2. 김혜경
'04.9.2 10:59 PM (211.201.xxx.139)그럼요...남편분의 추억도 소중한거죠...
3. 레몬트리
'04.9.3 12:42 AM (211.199.xxx.192)저도 남편의 고등학교때 썼던..그러다 중간생략하고 군제대하고의 생활이 이어지는 그런 일기장있어요.
뒤늦게 발견한 저도 얼마나 웃음나오던지.
특히 고교때꺼요. 너무 웃어서 눈물까지 나왔답니다.
스케이트장에서 이쁜 여학생 만나서 사귀게 된 이야기. 그 여학생과 빵집에 간거..
그 여학생 생일날..그 여학생 집에서 ..그 엄마가 해주시는 밥 얻어 먹은 얘기.. 이런거요.
쓴 내용이 정말 미소짖게 하는 순수함이 깃들어 있었다죠.
그리구 또 아버지가 힘든 일 시켜서 하기 싫은데 한 얘기.4. 모래주머니
'04.9.3 11:29 AM (220.85.xxx.167)ㅎㅎ..저도 저희 신랑 중학교때 일가장을 봤는데요.
얼마나 순진하고 귀여운지...
지금도 먹는걸 좋아하는데 중학교때 일기장에도 먹고싶은 것만 적어 놨더군요.
내일은 엄마한테 만두를 해달라고 해야지...하는식으로...
타임머쉰을 타고 돌아가 신랑의 어릴적 모습을 모고 있는듯 하더군요,5. 유로피안
'04.9.3 12:23 PM (221.168.xxx.70)모래주머니님...순간 너무 웃겨서 막 웃어버렸어요
죄송한 말씀이지만, 신랑 분 귀여우세요6. 하늬맘
'04.9.3 2:54 PM (203.238.xxx.234)모래주머니님땜에 저도 막 웃엇어요..
일기에.. 내일 엄마한테 만두해달래야지...는 좀 심하게 귀여운데요....7. 야옹냠냠
'04.9.3 3:26 PM (222.99.xxx.27)만두 해달래야지...정말 귀여워요.ㅋㅋㅋ
8. 아름다운그녀
'04.9.4 12:28 AM (221.153.xxx.98)저에게는 남편 초등학교 때 일기장 있어요. 심하게 귀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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