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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련하네요...ㅎㅎ

많이 큰 며늘 조회수 : 1,208
작성일 : 2004-09-02 17:02:22
저희 시어머니...자식 사랑이 하늘을 찌르는 분인데다..자랑하기가 삶의 낙이신 분이에요.
울 신랑이 하나 뿐인, 것두 늦둥이 아들이거든요....그러니 그 사랑과 집착이 오죽하겠어요?

울 신랑 지금 나이가 30인데...다시 학교 다니거든요.
방위산업체 마치구..이래저래 늦어져서...학부생으로 복학했는데, 아직 3학기나 남았어요.
전공이 컴퓨터공학인데...원래 학교에 뜻이 없는 사람이라 그간의 학점도 안좋은 편이구요.
근데...시어머닌 울 아들  졸업하면 대기업에 가든가 유학가든가, 뭐로든 최고로 잘 나갈 것이라고
벌써부터 자랑을 늘어놓으시거든요.
자기 아들 끔찍히 사랑하고,,자랑하는 거 좋아하구...그런 거 귀엽게 봐줄 수도 있지만요.
문제는 그렇기 땜에 며느리를 아주 우습게, 심하게 말하면 거지같이 본다는거죠.
너 우리집에 와서 팔자 고친 거다 라는 말부터 시작해서...
나 너같은 거 맘에 안들었지만 아들이 너 아니면 안된다길래 받아줬다...
너같은 애 학교다닐 때 분명 왕따였을 것이다(덧붙여, 왕따란 꼭 필요한 것이다까지)...등등
별별 기막힌 말들을 다 들었네요.
저두 공부할만큼 하구,,신랑에 비해서 학벌이 떨어지는 것두 아니구...
그래두 결혼할 땐 주위에서 신랑한테 성공했다 그랬는데...
참...신혼 초에 가슴에 피멍이 들어 살았거든요.
첨엔 울 신랑 암것도 모르다가(울 시어머니 아들 앞에선 저 위하는 척 하셨거든요...어찌나 연기력이 뛰어나신지...ㅡ.ㅡ)
저 우울증 생겨서 상담소 찾는다...혼자 여행간다...이러는 과정에서 모든 걸 알았어요.
다행히도 저희 신랑 마마보이는 아니더군요.
어머니가 너무 집착하는 거 부담스러워하기도 하구....저에게 참 자상한 사람이라...
제 편이 되어줬어요.
시어머니 아들은 무서우신지 요즘은 태도가 많이 조심스러지셨지요.
심한 말두 자제하구...

저 결혼한지 이제 10개월 정도 됐는데요.
요즘은 아이 안생기냐고 성화시거든요.
신랑이 늦둥이고 외아들이니까 그러시는거 충분히 이해는 되지요.
사실 결혼 전에는 효도하는 겸 결혼하자마자 애 갖을려고 생각도 했었구요.
하지만 신혼 초에 시집살이 혹독히 겪고나니 생각이 바뀌더군요.
신랑이 아직 공부중이라 경제적으로 시댁에 의존하는 상황인데...
아이까지 나면 시댁에 더 많이 의존해야하구 그만큼 시어머니 영향력이 커지겠죠.
생각만해도 싫더군요.
그리고 부모가 되는 것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생각했는데...
시어머니처럼 자식에게 집착하는 엄마는 안되야겠다 싶구요.
아이와는 별개로 내 생활을 찾아야지...그리고 내 삶을 즐길 수 있을 정도만 아이를 갖겠다 결심해요.
그럴려면 많아야 2명...아마 하나만 갖을 확률이 높겠네요.
아들만 셋 낳으라던 시어머니 아시면 기함을 하시겠지만...어쩌겠어요?

엇그제 제사 땜에 시댁에 갔는데요.
아버님이랑 신랑이 잠깐 나간 사이...아니나다를까 애기 얘길 꺼내시데요.
"애가 안 생기는거야? " 말을 일단 이렇게 푸시던군요.
"아니요..."                                          
"그럼 피임약 먹니?..."(신혼 때 부터 몸에 안좋다고 피임약 먹지말라구 노랠 불렸다죠)
"아니요..ㅇㅇ씨(신랑이름)가 피임해요...공부 중에 애가 생기면 부담스럽데요."
"아니..그럼 니가 잘 얘길해서 애부터 갖어야지...참내!"
(뭐든 제 책임이라고 말하는 시어머니인지라...뭐라 말할까 오만가지 생각이 순간에 스치고 지나더군요)
"ㅇㅇ씨 고집이 보통이어야죠...어머님도 아시잖아요?....말을 해서 들으면 좋죠."
(아들 얘기 나오니까 잠시 잠잠하시더니) "걔가 고집이 좀 세긴 하지..."이러시면서 말끝을 흐리시더군요.


근데 얘기가 그렇게 끝나고 나니 넘 후련하고 기분 좋은 거 있죠?
저 지금까지는 아무리 억울한 말 듣고 시어머니가 억지를 부리신다는 거 알아도
말대꾸 한번 못했었거든요.
그럼 울 어머니 신나서 "너 벙어리야...말해봐!" 기세등등...그런 분위기였는데요.
적당히 신랑 핑계 대가면서 대꾸하니 어머님 금방 말꼬리 흐려지시구....
스스로 넘 대견하더라요.
11시까지 부엌일하고 지쳐서 집에 가면서도 그 생각만 하면 기분이 좋더라구요.
집에 와서 신랑한테 신나서 그 얘길 하니까
신랑이 픽 웃으면서..."왜 내 핑곌 대구 그래?"....그러길래
"안 그럼...계속 나만 잡을 거니까 그랬죠"....싱글벙글....
"알아알아..잘했어....그래서 기분이 좋아?..."
"응...넘넘 좋아영...자기야! 나두 참 많이 컸다...그만치 말대꾸도 하구말야...ㅋㅋ"
신랑은 제가 어린애 같았는지 머리를 쓰다듬어 주더군요.

신혼 초에 한참 힘들 때는 이러구 어떻게 사나...앞날이 캄캄하구 그랬는데...
그래두 제 편이 되주는 착한 신랑 만나서 이만큼 살만해졌네요.
제가 어려서부터 여러모로 마이너한 취향을 가진터라
남자를 볼 때두 능력같은 거 생각두 안하구 편한게 최고지 그랬거든요.
울 신랑 야망두 별루 없구 돈 욕심두 없구 그치만 저에겐 최고의 반려자인 것 같아요.
요즘은 애교인 척...진심으로 신랑한테 그래요 "나 남편복 하나는 정말 끝내주는 거 같아용"..ㅎㅎ







IP : 211.217.xxx.84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키세스
    '04.9.2 5:17 PM (211.176.xxx.134)

    뭐야뭐야 첨에 심각하게 읽었는데 결국 닭살이구만... ㅎㅎ
    어머니랑 트러블 있어도 남편이랑 둘이 행복해서 다행이예요.
    요새 자게를 보다 느끼는 점은 별난 시어른 둔 사람은 잔뇌와 말발을 연마하는게 최선이라는 거예요. ^^

  • 2. 쵸콜릿
    '04.9.2 5:23 PM (211.35.xxx.9)

    진짜 뭡니까...엄청 심각하게 읽었구만 ㅎㅎㅎ
    결국은 닭살 ㅋㅋㅋ
    행복하시니...다행이시네요.
    잔머리와 말발...오늘의 주요핵심이군요 ^^

  • 3. 아침키위
    '04.9.2 7:45 PM (220.127.xxx.186)

    글이 해피 엔딩이네요.
    이쁘게 사시네요.^^

  • 4. 헤스티아
    '04.9.2 8:34 PM (218.144.xxx.200)

    [닭]...--;;

  • 5. 주정녀
    '04.9.2 9:33 PM (222.106.xxx.184)

    남편을 완전히 자기편 만드는 여자분들을 보면 정말 너무 부럽고 존경스러워요......
    전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수 있을까요......
    제 남친은 이상하게 저랑 결혼생각할수록 자기 아빠 엄마가 새록새록 생각나나봐요.
    벌써부터.......
    전 사실 무지 걱정됩니다.
    난 여우표 곰인가봐 ㅠㅠ

  • 6. 마농
    '04.9.2 10:48 PM (61.84.xxx.22)

    이쁘고 착한 며느리네요.시엄마가 복덩어리를 그리 함부로 취급하다니..쯔쯔..
    그정도도 말대꾸했다구 기뻐하다니..ㅠㅠ;;;;에구..이제까지
    얼마나 할말도 못하구 가슴에 맺혔을지.......

  • 7. 김혜경
    '04.9.2 11:10 PM (211.201.xxx.139)

    흐흐...남편분이 처신을 잘하시네요...닭 맞습니다..

  • 8. 뽀로리~
    '04.9.2 11:46 PM (65.96.xxx.1)

    으... 시어머니가 말씀을 그리 하셨다니... 얼마나 상처받으셨을까요.
    그래도 꿋꿋이 남편분과 이쁘게 지내시니 참 현명하신것 같아요. 저같으면... 애꿎은 남편만 잡겠죠.. --;;

  • 9. 풀내음
    '04.9.3 10:09 AM (210.204.xxx.4)

    하하하.. 정말 귀엽고 예쁘시네요. ^^:

  • 10. 신짱구
    '04.9.3 11:10 AM (211.253.xxx.36)

    꼬꼬댁 맞습니다.^^

  • 11. 샘솔양
    '04.9.3 11:10 AM (130.126.xxx.33)

    근데..시어머님들은 다들 어디 학교라도 다니시는게 아닐까요? 어찌 저리 레파토리가 비슷..하실까요..ㅋㅋㅋ

  • 12. 모래주머니
    '04.9.3 11:56 AM (220.85.xxx.167)

    ㅎㅎㅎ..저두 엄청 심각하게 읽었더랬습니다.

    행복하게 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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