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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등산을 안가는 이유
제대로 된 등산은 딱 두 번 가봤답니다.
아니 초등학교 때 걸스카우트를 했었는데 그때 산행이 있긴 했네요.
제 앞에서 줄이 끓어져 조난을 당해서 친구들한테 째림을 받던 기억이 어렴풋이...
^^;;
20살 넘어서 간 첫 번째 등산이 한라산... -_-
졸업여행 가서 한라산 중턱부터 올라가는데 얼마나 힘들던지...
특히 해발 몇백 미터에서 한참 죽을둥 살둥 올라갔는데 오히려 해발이 낮아져 있을 때...
정말 울고 싶었습니다. 엉엉
그래서 그 자리에 앉아서 포기하고 저랑 비슷한 애 하나 꼬셔서 손 잡고 허덕허덕 내려왔어요.
남들 한라산 정상 올라갈 때 저는 거기 방위한테 백록담에 산다는 괴물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있었죠.
그리고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군대 간 남자동기들한테 하도 속아서 요샌 군인들 말 안믿거든요. ^^;;)
한라산 꼭대기에서 탈진한 뚱땡이 아줌마를 업고 내려왔다고 하더라구요.
생각해 보니 그건 방위가 하는 일이 아닌데... ^^;; 그죠?
내려오다 여섯시 되면 어떡해요. ^0^ㅋ
두 번째이자 마지막이 직장 다닐 때 추계 체련대회...
그냥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야트막한 산에 갔어요.
원래부터 운동이라곤 안하는 사람이라 허덕허덕 죽을둥 살둥 따라가다가
너무 무서운 소리를 들었어요.
길이 없어졌다네요. @.@;;
원래 담당 직원이 답사를 먼저 갔다와야 하는데 바쁘다고 안했나봐요.
글쎄 인적이 없어 길이 없어진 줄도 모르고 올라온 거예요.
우르르 올라오다 중간중간 끓어져서 일행은 남자 네 명, 여자 두 명만 있더라구요.
다행히 우리 일행 중에는 소령으로 예편하신 부장님,
대위 제대 한 대리 한분이(그것도 특전사 출신 ^-^) 있었어요. ^^
이런 일 한두 번도 아니니까 믿어라 하시기에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현역시절의 무용담을 들으며 내려갈 길을 찾기 시작했어요.
우리 뒤에 잘린 사람들은 여직원들이었거든요.
제 앞에서 줄이 잘릴까봐 죽어라 따라온 보람이 있더라구요. ^^
부장님/ 저 봉우리만 넘으면 된다.
나/ 네~
올라갔습니다.
부장님/ 여기가 아닌가 보네.
나/ (그래도) 야~~호~ ^^
부장님/ 저기다.
나/ 네.
올라갔습니다.
부장님/ 아니구나. ^^;;
나/ 야~호~ ^^;;
부장님/ 저기구나.
나/ 네...
부장님/ 아니네. --;;
나/ ............ (건성으로) 야호!
부장님/ 이제 찾았다, 저 봉우리야.
나/ 저, 헉헉 힘들어서... --;;
부장님/ 여기가 맞아. 조금만 힘내.
헉헉헉
부장님/ 왜 여기가 아니지? ( '')
나/ (마음속으로 궁시렁 궁시렁) 헉헉 (야호는 무슨...)
부장님/ 저 봉우리다.
나/ 전 더 이상 못가겠어요. 그냥 놔두고 가세요. 흑흑흑
부장님/ 아냐. 이번이 마지막이야. 힘내.
헉헉헉 철퍼덕! 주르르~~ 제발 놔두고.... (; . ;) 엉엉 끙끙
부장님/ 허참! 아니네. (-_-)
나/ 끙끙 =.= (힘든거 외엔 아무 생각 없음.)
거기다 더 힘든 건 부장님이랑 남자들은 앞에 가구요.
여자 둘이 뒤에 처져서 가는데 쉬다가 꼭 우리 올라오는 거 보고 올라가자고 일어서는 거예
요.
그 증오심, 안겪어 본 사람은 모를걸요? -_-^
힘센 젊은 직원들이 도시락 상자 매고 앞에 가버려서 점심도 굶고요 (; _ ;)
물도 조금 있어서 아껴아껴 마시면서 온 산을 헤매다 여섯시 넘어서 내려왔어요.
그것도 원래 도착지점까지는 차로 한참 이동해야 하는 엉뚱한 지점으로요.
차를 타고 오면서 부장님이 그나마 우리는 다행이라고 다른 여직원들은 헬리콥터 불러서 빨
리 구조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구요.
여자들이 그 험한 봉우리 봉우리들을 헤메고 있는데 날까지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버뜨... 그 여직원들은 처음에 길을 잃자마자!!!
흐르는 계곡물 따라서 제일 먼저 내려왔다네요.;;;;
금방 내려와 우리를 기다리다 지쳐 있더군요.
지겨워서 죽을뻔 했다네요. -_-
전 힘들어서 죽을뻔 했는데... ㅠ.ㅠ
몇갈래로 찢긴 다른 팀들도 다들 점심시간 훨씬 전에 내려왔다고 하더라구요. ㅠ,ㅠ
답사 안가고 우릴 고생시킨 직원은 내내 꼭꼭 씹혔구요.
다행히 징계는 안받았지만 미움은 한몸에 다 받았어요.
그리고... 그 소령출신 부장님과 대위출신 대리...
그 분들 예편 시킨 거 정말 국가의 탁월한 선택 아닙니까?
예편 안했으면 국가 안보에 암적인 존재가 됐을 거라고 전 힘차게 주장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산을 내려가려면 그냥 조용히 밑으로 내려가지 왜!!!! 길 찾는다고 봉우리
마다 올라가냐구요?
어차피 다른 지점으로 내려갈거면서... -.-*
저 또 길 잃을까 무서워서 등산을 절대 안가요.
그날 팔자에도 없는 봉우리를 여섯 개나 정복했거든요. 흑흑흑
1. 아라레
'04.9.2 9:53 AM (210.221.xxx.247)우하하하.... 키세스님덕에 오랜만에 웃었쓰요.
그 군인 출신 부장과 대리, 예편함으로써 애국했네요. ^^2. 깜찌기 펭
'04.9.2 10:06 AM (220.81.xxx.183)저는 올라갔다 내려오는게 싫어서 안가요. --;
갓바위좋아하는 울부모님덕에 맨날 울면서 질질 끌려다니고, 동아리서 경남 매화산/가지산 다녀온걸 마지막으로 다시는 산 안가!! 결심했답니다.
마지막으로 간곳이 직장에서 월악산간것인데 흐흐흐.. 부장님꼬셔서 산중턱 두부집에서 동동주마시고 놀았죠. ^^3. 신짱구
'04.9.2 10:07 AM (211.253.xxx.36)하하하.... 그 맘압니다. 죽어라 올라가서 좀 쉴려구 하면 기냥 가버린 무정한
사람들....4. 함피
'04.9.2 10:08 AM (61.83.xxx.153)하하하하...
키세스님 잼있는 경험했는데요 뭘 고생은 했지만..
답사 안가고 고생시킨 직원은 얼매나 오래 살려나? (넘 씹으신거 아닌지)5. 호..호..
'04.9.2 10:09 AM (211.196.xxx.253)ㅋㅋㅋ
사무실에 앉아 웃고 있어요..ㅎ ㅎ
저는 올라가는 거 머든 싫어요..6. 미씨
'04.9.2 10:14 AM (203.234.xxx.253)전,,산에가는것은 좋은데,,
그 담날,,온몸이 쑤실생각하면,, 미리부터 겁먹습니다...
아라레님 말씀,,,
예편== 애국 넘웃겨요,,,ㅋㅋㅋ7. 코코샤넬
'04.9.2 10:18 AM (220.118.xxx.216)푸하하하하
저도 등산이 젤 싫어요(이승복->저는 공산당이 싫어요?)
여그가 아닌가벼 ㅎㅎㅎㅎㅎ8. 이서영
'04.9.2 10:24 AM (218.153.xxx.50)저두 등산 무지 싫어하는데요...
백화점에 있는 옷가게 그릇가게 가구점... 등산로에 주욱 늘어놓으면...
하루에 몇번이라도 왕복할 수 있을거 같아요.
아니... 산악구조대원도 할 수 있겠죠.9. 생크림요구르트
'04.9.2 10:25 AM (218.145.xxx.219)우리나라 소득수준 대비 그렇게 명품백이 길거리에서 흔하게 보일 수준은 아니잖아요
우리 나라 여성들 자기 수준에 비해 브랜드에 집착하는 과한 허영의식이 있는건 사실인거 같아요10. 쵸콜릿
'04.9.2 10:30 AM (211.35.xxx.9)ㅎㅎㅎ
전 의사가 등산하지 말래여 ㅋㅋ11. 승연맘
'04.9.2 10:43 AM (211.204.xxx.112)전 산에서 거꾸로 떨어져서 기절했었다니까요. 얼굴엔 피가 흥건하고...못 움직이고..
그거도 밤에 그랬답니다. 안 죽고 살아난 게 기적이죠.
성형외과, 이비인후과, 치과에 뿌려댄 돈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발목은 인대가 끊어져서 업혀나오고...1년동안 절뚝거리고 다녔습니다.
지금도 코뼈가 약간 기울어있고 이빨이 약간 흔들립니다.
지금도 그 기억을 하면....흐미...
그런데요...피가 되게 따뜻한 거 아세요? 그리고 그 아픈 와중에 졸립더라구요.
그럴 때 잠들면 죽는데요...전 다행히 살았지만요.
키세스님...전 남 얘기 같지 않아요. 산이요? 전 다신 안 갑니다. 와우~12. 미스테리
'04.9.2 10:48 AM (220.118.xxx.59)ㅍㅎㅎㅎㅎ.....
그런 사연이 있으셨군요...ㅋㅋㅋ
아무리 생각해도 웃겨요~~그 부장님...켁! (웃다가 침에 사래 걸렸음...^^;)
이서영님...
만약 그렇게 된다면 백화점에 음식파는데 망하죠...ㅋ
만약 그렇게 되면 저도 열심히 산에 오르내리며 몸을 다질텐데요~~^^13. 나나
'04.9.2 11:10 AM (61.98.xxx.139)저도 등산은...
산에 가면..산아래 절에서 약수 마시고...
주차장 인근에서 파전 한장 먹는게 땡이라는...
올라갔다 내려 오는 것도 귀찮고...
높은 데 올라가는 것도 무서버요..14. 하늬맘
'04.9.2 11:24 AM (203.238.xxx.234)ㅋㅋㅋ 산이랑 인연이 없으시네요..
내려 올때 마다 다신 산에 안온다.. 다짐하면서도
한달 넘기면 근질거려 못참고 열심히 다녔었었는데...
결혼과 동시에 모든 산에게 안녕!!
올봄..결혼15년 만에 ..
남편 초딩 친구들 모임에 산바람이 불어 ..옛생각하고 겁없이 따라 나섰다가..
덕유산 정상에서 눈 앞에 휴게소 보이는데 기어갈 힘도 없어 굴러 갔다죠..15. 푸우
'04.9.2 12:47 PM (218.52.xxx.153)저두 대학때 과외때문에 후발대로 엠티 간적이 있는데,, 어떤 못믿을 선배랑,,
평소에 하는 언행으로 보아 좀 띨한,,,
어쨌든 그 선배와 제 동기 여자애랑 세명이서 후발대로 갔는데,,
그 선배가 지리를 잘안다고 해서 따라갔었죠,,
안그래도 늦게 출발한 터라 빨리 가야 된다고 해서 거의 산을 신들린듯이 탔는데,, 3시간쯤 탔을까요??
그 선배가 "이 산이 아닌가벼.." 결국, 다시 내려와서 우여곡절 끝에 합류하게 되었다죠,,
그 이후로 저희 동아리엔 아직도 "이산이 아닌가벼"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는 전설이,,16. 파파야
'04.9.2 12:52 PM (211.178.xxx.169)아니,웃으면서 읽긴 했는데 어떻게 6봉우리를 오르셨대요? 오우~~
그 부장님인지 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자들 길 찾을때 보면 해 뜬 위치 보고도 잘 찾아가더구만..
진짜 예편하시길 잘했네..ㅋㅋㅋ17. 풀내음
'04.9.2 12:54 PM (210.204.xxx.4)ㅎㅎㅎ 저도 역사를 전공해서 답사로 무지많이 등산다녔죠. 게다가 저도 경주 남산에서 교수님 따라서 등산하다 " 여기가 아닌가벼, 저긴가?"해서 정말 하루를 남산에서 보낸 아픈경험이.. 그 뒤로 우리과애들 그 교수님 앞장서면 아무도 안갔답니다. 사회에 나온 지금.. 딱 두번 등산갔습니다. 한번은 북한산 비봉에 진흥왕 순수비(가짜 모조임에도 불구하고) 찍을려고.. 이거 찍어서 학습자료할려구요. (열혈교사 같군요. -.-:) 두번째는 올 여름방학때 한 학교에 한명씩 금강산에 가야한다고 교육청에서 공문와서 울면서 금강산에 갔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내 생전 언제 여기 다시 오겠나"라는 심정으로 만물상 꼭대기 천선대까지 후들대면서 올라갔다 왔답니다. 사실 내려가고 싶었는데 내려가는게 더 엄두가 안나서 끌려끌려 가다가 포기하니까 정상이더군요.
18. 미스테리
'04.9.2 1:17 PM (220.118.xxx.59)어, 푸우님...아기 낳으러 가신거 아녀요???
어제 키세스님이랑 며칠 안보이셔서 애기 낳으셨나보다고 얘기 했었는데...^^;19. 키세스
'04.9.2 3:47 PM (211.176.xxx.134)진짜 푸우님 아기 낳으러 가신줄 알았네요. ^^;;
여기가 아닌가벼... 조형기 아저씨가 몇년전에 과자선전한 거 기억나시죠?
다들 재미있다던데 그거 볼때마다 그때 생각이 나더라구요. -_-
모두들 예편에 찬성하는 분위기여서 저 아주 기분이 좋습니다. ㅋㅋㅋ
그리고 저도 백화점을 등산로에 주르르 늘어놓으면 몇번 왕복할걸요. ㅎㅎㅎ
상상만으로 즐겁습니당~~~ ^^
승연맘님 이야기 들으니까 생각나는 거 있네요.
내일은 그 이야기 올릴께요. ^^20. 김혜경
'04.9.2 11:26 PM (211.201.xxx.139)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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