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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와 나.

생크림요구르트 조회수 : 1,866
작성일 : 2004-08-31 16:39:52
남자가 여자를 고를 때는 무의식중에 자기 엄마의 이미지를 가진 여자를 찾는다든가
반대로 여자는 자기 아빠의 이미지를 찾는다든가...그런 얘기 듣잖아요.

그런데 저는 정말 시어머니랑 하나도 닮은 구석이 없다고 생각했었어요.

저희 시어머니는 참으로 전형적이도록 고루하신 옛날 어른이시고,
저는 대단히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가정에서 자란, 급진보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고...
시어머니는 지극히 금욕주의적이시고 독실한 불교신자이신데,
저는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건 재미;;라고 생각하는 쾌락주의자고...

사실 그래서 친해지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지금도 여전히 힘들구요.
모처럼 서울 올라 오셔도, 맛있는 데서 외식하자면 싫어하시고...너희끼리 갔다오라시고...
(어떻게 저희끼리 갑니까 말도 안되죠ㅠ.ㅠ)
영화 같은 것 물론 보러 안 가시고, 다른 문화활동도 일체 안 하시고...
이번 여름에도, 휴가여행 저희랑 같이 가자고 청했는데도
며칠 생각해 보시더니 안 가시겠다고...ㅠ.ㅠ
(남편 말로는, 시아버님은 좋아하셨다고 했는데...불쌍한 시아버님)

저희 집이랑 시댁이랑 전혀 생활수준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거든요.
연애결혼인데 이렇게 맞추기도 힘들겠다 싶을 정도로, 딱 둘 다 중산층...
시아버님은 평범한 공무원, 친정아버님은 평범한 회사원, 사는 집 크기도 비슷.
저희한테 보태주실 것도 없지만 저희가 보태드려야 할 필요도 없는 가정경제규모.
(그래도 예의상 양가에 얼마씩은 드립니다만^^;;)

그런데도 그냥, 애당초, '놀기' 를 안 즐겨 하시는 겝니다ㅠㅠ
놀이문화를 함께하는 것만큼 인간이 서로 가까워지는 길은 없다고 굳게 믿는 저로서는 대략 난감...

음식 하나를 하셔도, 정말 간 싱겁게, 싱싱한 재료로, 조미료는 근처에도 못 오게 하시고,
하여간 참으로 건강하고 건전하며 금욕적인 음식만을 만드십니다^^;;;
저는 입의 쾌락을 위해서라면 달디단 케익도 기름진 고기도, 없어서 못먹을 지경인데요.

이렇게, 전혀 닮은 데라고는 없는 고부간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한 가지만은 정말 똑같더라구요.

'몸치장을 안한다' 라는 것.

화장도 안 하시고, 그 흔한 파마도 안 하시고, 반백인 머리 염색도 전혀 안 하시고,
언제나 생머리 짧게 자른 헤어스타일 그대로십니다.
옷에도 가방에도 구두에도 전혀 관심 없으셔서
어쩌다 서울 나들이 하셔도 항상 운동화에 시아버님의 등산배낭 들고 오시구요.
옷차림 검소하시고 털털하신 건 물론입니다.

결혼 후 두어번은 생신날 목도리니 스카프 같은 것 사드리곤 했는데
그때마다 퇴짜맞아서ㅠㅠ 이제는 그냥 돈으로 드립니다.

음, 저도 비슷하거든요.
대학 졸업사진 찍는 날 화장 처음 해봤고,
요즘도 로션 바르고 나서 립스틱 칠하는 게 전부입니다.
레지던트 시절에는 내내 싸구려 면티에 면바지 입고 다녔는데,
정식으로 취직하고 나니 차마 그럴 수는 없어서; (그것도 삐까번쩍한 압구정동에서-.-;)
인터넷으로, 저렴한 블라우스랑 니트 서너 벌 구입했더랬습니다.
(실은 옷가게 가기도 쫌 무섭더라구요^^; 워낙 패션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

그러고 보니 결혼 전 처음 시부모님 뵐 때도 늘상 하고 다니는 그 꼴이었는데,
오히려 시어머님은 그게 마음에 드셨었나 봅니다.
나중에 그런 식의 말씀을 한 번 하셨었거든요.

지금도 아마, 다른 예쁜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며느리겠지만, (예...주제파악은 합니다ㅠㅠ)
몸치장에 돈 안 쓰는 것만은 예뻐라 하고 계시지 않을까, 제 나름대로 생각해 보네요.

저도 시어머니께 며느리로서 서운한 건 있지만, 그런 점만은 참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안 꾸미신다는 거 자체가 아니라,
털털한 옷에 운동화에 등산배낭 차림으로도
어딜 가시든지 더없이 당당하시다는 거요^^

결혼준비 하면서도, 좋은 음식점에서 상견례를 해도, 금은방에 반지를 맞추러 가도, 고급 한복집에를 가도,
어디 한 구석 위축되거나 주눅드는 모습 없으십니다.
평상시 모습 그대로, 당당하고 기백있게, 따질 거 다 따지시고 하실 말씀 다 하세요.
뭐랄까, 약간은 여걸 타입^^; 이시거든요.
시대를 잘못 만나 고등교육을 못 받으셔서 그렇지,
요즘 같았으면 사회를 이끌어 가는 명사가 되시고도 남을 분이 아닐까 가끔 생각합니다.

음....결국 우리 남편은, 내가 자기 엄마처럼 외모 꾸미기에 그닥 관심이 없기 때문에 결혼상대로 택했단 말인가;
설마-.-; 뭐 다른 좋은 구석도 있었겠지요...(뭘까;;;)


사족 : 하지만 저희 친정아버지와 남편은 정말 도무지 닮은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네요^^;
IP : 218.145.xxx.165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지나다
    '04.8.31 4:46 PM (218.51.xxx.147)

    ^ ^ 저도 친정아버지랑 남편이랑은 정반대라고 생각했는데 8년 살다보니 비슷한 점이 보이네요
    집안일에 깐깐하게 간섭 한다는 거 아닙니까 ㅠ.ㅠ
    예를 들어 냉장고 야채박스에 키친타올을 깔아서 쓰면 깨끗하거나 욕실에 머리카락 떨어지는 꼴을 못본 다거나 오래되서 버리는 음식이 있다거나 하면 잔소리 무지무지....
    엄청 쪼잔하다고 할 수도 있는 그런 상태이지요
    남자도 나이들면 잔소리가 늘어난다는데 정말 걱정됩니다
    이제 30대인데...ㅜ.ㅜ

  • 2. 저는
    '04.8.31 5:20 PM (203.241.xxx.142)

    제 남편은 친정 아버지와 정반대의 사람이예요.
    아버지는 차갑고 깐깐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
    남편은 개인주의가 강하지만 매너 좋고 따뜻하고 여유로운 맘을 가졌어요.
    그것만으로 친정엄마나 동생들이 사위이자 형부인 제 남편을 참. 많이 아끼고 좋아합니다.
    헌데 저는 나이 들면서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네요. 문득 문득 놀랩니다.

    참. 시어머니랑 저는 문득 문득 닮은데가 보여요.
    같은 장녀라 그런가.. 연애할 때는 전혀 내색하지 않으셨는데
    상견례할 때 그러시더라구요. 절 보면 당신 어릴 때 모습이 떠오른다고..
    그래서 맘이 많이 간다고..

  • 3. 코코샤넬
    '04.8.31 5:27 PM (220.118.xxx.216)

    저 언젠가 이런말 들은 적 있어요..
    시어머니가 화장을 잘하면 며느리도 화장 잘하는 며느리가 들어오고..
    시어머니가 화장 하는걸 별로 안 좋아하면 화장 안하는 며느리가 들어온다는 그런 얘기요..
    근거가 있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제 주변엔 진짜 비슷한 경우가 많기에...
    생크림 요구르트님 미모가 출중하실 듯.. ~~
    피부 좋고 이쁜 여인네들은 화장 잘 안하잖아요 (저만 빼고요 ^^;;)=3=3=3

  • 4. 꼬마신부
    '04.8.31 5:43 PM (218.152.xxx.35)

    전 정말 서로 닮은 건 없는 것 같은데...^^;
    시어머니랑 저두.. 신랑이랑 울아빠두..
    신랑이랑 저는 닮았지만서두요. ㅋ
    웅. 신랑이 나중에 울 아빠 닮아가믄.... 으~~ ^^;;;;;;;

  • 5. 하늘사랑
    '04.8.31 5:51 PM (221.140.xxx.196)

    울신랑 돌아가신 울 친정아빠라도 닮은점이 꽤 있어요,그래서 깜짝 놀라는데 뒤돌아 보니 저도 시엄마랑 닮은 점이 있꼬 닮아 가고 있더라구요,^^:

  • 6. 지나다2
    '04.8.31 5:52 PM (128.134.xxx.52)

    저는 나중에 울 어머님처럼
    옷도 이쁘게 입고.. --;; 피부 관리도 좀 하고.. --;; 그렇게 될까요?? ^^
    되면 좋으련만.. ㅋㅋㅋ
    근데 한가지 닮은 점은 있어요..
    남 흉보는 것만 아니면.. 이래두 좋구 저래두 좋아요..
    반찬 사다 먹은 날은..
    "여자들두 이래야 살지~ 안그러냐 맨날 먹지두 않는 반찬만 잔뜩 만들면 힘만들지~ " 하구..
    반찬 이박삼일 땀 뻘뻘 흘리며 만들어 먹은 날은
    "집에서 가족들 건강 챙기려면 역시 해먹이는게 최고야~ 호호호~" 하구.. --;;

  • 7. ^ ^
    '04.8.31 5:54 PM (218.51.xxx.147)

    저희 시어머님 '며느리중 하나는 꼭 시어머니 자리 닮는 사람들어 온다'고
    하시면서 저를 지목 하시는데
    전 솔직히 저희 형님이랑 시누이 시어머님 볼때마다
    웃음이 나옵니다
    남이 저렇게 닮기도 정말 어려운데 왜 저렇게 서로 싫어하는지
    이해가 안가서요
    너무 닮아서 자신의 불리한 모습이 보여서 싫은 걸까요?

  • 8. 이팝나무
    '04.8.31 6:03 PM (210.106.xxx.131)

    시어머니가 며느리 낳는다는 옛말이 있대요. 제가 별로 입덧을 안하니 큰이모, 친정어머니 입을 모아 그러시더군요.(엄마는 입덧이 엄청 심하셨다는데) 미우니 고우니 해도 같은 환경에서 살아가니 닮아가지요. 음식을 해도 나눠 먹을만큼 많이하고요.

  • 9. 로그아웃
    '04.8.31 6:09 PM (211.50.xxx.59)

    자랑이라구 욕할까봐 로그아웃 먼저 하구...^^
    저희 신랑은 시어머니와 제가 딱 반대라서 저를 넘넘 좋아라 해요...
    시어머니...지저분...저...깔끔(시어머니에 대면ㅋㅋ)
    시어머니...목소리큼...저...조용조용
    시어머니...뚱뚱...저...날씬(것두 비교적)
    시어머니...눈치없음...저...싹싹함(자타공인)
    심지어 시어머니 본인도 딸 안낳길 천만다행으로 생각하신다니까요...저의 신랑도 동감이구..
    하지만, 저희 새언니를 보니 어쩜 저의 친정어머니랑 그리 똑같은지...
    조금만 불쌍한거 봐도 글썽글썽...흰머리 소녀...
    깔끔 또 깔끔...
    블라우스 끝까지 단추 채우기, 저랑 동갑인데, 미니 유행할때도 한 번도 안입음.
    목소리 조용조용...발걸음 살금살금...
    어떨때 보면 저희 새언니가 저희 엄마 딸같아요...^^

  • 10. 아침 키위
    '04.8.31 6:43 PM (220.127.xxx.186)

    울 엄마 ---지저분, 올케 ---지저분
    정말 발디딜 틈 없이 해놓고 산답니다.
    오죽 하면 제 남편이 그집 형광등 까지 갈아 껴 주겠어요?

  • 11. 나도
    '04.8.31 6:57 PM (211.215.xxx.190)

    울 시어어미
    어느날 절 물끄러미 보시다가
    "니도 나처럼 발목 없고 발이 엄청 넓적하다~"

    나머지는 닮은 거 하나도 없슴다.

  • 12. 핀구루
    '04.8.31 7:30 PM (137.68.xxx.139)

    서울 남부교도소로 이름이 바뀌고 아직 그자리인가 본데요, 홈피를 보니.
    http://www.corrections.go.kr/HP/TCOR/cor_01/cor_0107/cor_106008.jsp

  • 13. ...
    '04.8.31 7:47 PM (211.207.xxx.61)

    공갈빵 부산에 차이나 타운거리에도 팔아요 ㅎ

  • 14. 음.
    '04.8.31 8:04 PM (220.127.xxx.89)

    저도 닮은데 정말없어요.
    외적으로나 성격으로나 완전반대타입인걸요.
    재밌는건 왜 딸은 엄마닮아간다고 그러잖아요.
    저희 시누이들은 저런얘기나오면 엄마닮는거 싫다고 완전 질색한다는.
    참 효녀들이죠.ㅡㅡ;
    자기들은 아니라고 그러는데 제가보긴 아주 비슷해져가더구만.

  • 15. 나도?
    '04.8.31 8:16 PM (81.205.xxx.243)

    푸하핳..넘 웃겨요...
    어쩜 고론 약점을 공통점으로 발견하셨나?ㅋㅋ

    발목 두거운 여자가 애들을 잘 키운다는 말이 있죠.
    발목 얇으면 다산형이구....
    믿거나 말거나....ㅎㅎ

  • 16. 미스테리
    '04.9.1 12:27 AM (220.118.xxx.59)

    저두 시어머님이랑 반대여요...
    가끔 속이 터지죠...ㅠ.ㅜ (임금님귀는 당나귀 귀네요...입이 근질근질...다 일러주고 싶어라)

    근데 코코샤넬님 말씀에서 저도 빼주세요!!!
    피부는 나이에 비해 좋은편 같은데 미모는 ...ㅠ.ㅜ
    화장하면 싹 달라지지만요...^^;;;

    저는 스킨도 안발라요...얼굴엔 아무것도...하지만 모임에 나갈땐 변신을 하죠...가끔^^;

  • 17. 예진모친
    '04.9.1 6:51 AM (210.182.xxx.123)

    저희 시아버님은 70세이시고 올봄 현대 투싼 ix를 구입하셨는데 차도 넓고 승차감도 좋고 디자인도 좋더군요.
    차값이 원글님이 생각하시는 보다 더 나가지만 아주 만족하십니다.
    그리고 저희는 다른 건 모르겠고 new sm3를 구입해서 타고 있는데 후회하고 있어요.
    타다 보니 내부가 너무 좁은 것 같더라구요.
    갚을 형편만 된다면 이왕이면 좀 더 주고서라도 사양 좋은걸 사셨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운전하시는 아버님 본인이 타 보시고 결정하셔야 할테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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