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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수업시간에 욕하는 넘 있더군요.

에효... 조회수 : 1,850
작성일 : 2004-08-25 03:24:40
저희학원은 규모가 꽤 큽니다. 초중등 합해서 1500명 이니까요.
그래서 타지역 학생들까지 몰리다보니, 저희학원에서 가장 잘하는 반은 전교 1-2등만 모이고, 그 아랫반은 주로 반에서 1-2등 입니다.
어제 제가, 그 가장 잘하는 반 바로 아랫반 수업에 들어갔습니다.
아이들 공부잘하는 거 대부분 엄마들 관심이 극대한 지라, 선생 바뀔 때마다 노트 필기보구, 참고서 진도나간거 비교해서 말도 참 많습니다. 그만큼 수업에 신경 많이 써야하고...

그래서 저는 숙제도 일정량 내주지 않을수가 없어요. 행여 좀 적게 내준다 싶으면 또 애들 공부 안시킨다고 머라 하니까요...
어제 숙제를 말하는데, 한넘이, "선생님, 숙제가 넘 많아요..."
"어쩔수 없어. 너네 열씨미 공부하라고 그러는거야. 내가 원래 숙제는 빠지지 않고 내주잖아..."
그랬더니, 그놈 곧바로  "에이 C- 8..."

헉...
얼마전 여기서 읽었던 글이 생각나더군요. 똑같은 6학년 남학생...

저는 원래 때리는 걸 싫어합니다. 제가 워낙 맞고 자라서...
초등학교 때, 기껏 다 해논 숙제 (그래봤자 프린트 한장이지만)를 안 가져가서 1시간동안 애들 수업받는데 저는 칠판에 발 올리고 원상폭격(?) 했습니다. 여자인데도, 치마 입었는데도...
게다가 그거 끝나자마자 무지 두꺼운 몽둥이로 손목을 세대 맞았는데 정말 엄청 부어오르고 검붉은
피멍들고...
제가 머리가 나빠서 프린트 한장 못 가져간게, 초등 3학년 나이에 그리도 잘못한 걸까요?

어찌되었건, 순간 여러가지 생각이 겹치더군요.
체벌?
선생님들은 주로 손바닥을 때립니다. 종아리는 한대만 때려도 대부분 자국이 남지요.
하지만 손은 맞을 때 아프지만 자국도 잘 안남고, 체벌시간도 짧아서, (그냥 손만 내밀면 되니까요)
수업에 지장도 덜 초래하니까요.
하지만 손이라고 안전한 거 아닙니다. 행여 몽둥이 내려치는데 아이가 피하다가 손가락뼈라도 맞으면 큰일 나니까요.
저는 벌을 세우고 싶었지만 그건 아이가 수업받기에 방해가 되어 학부모한테 항의받을 소지가 있다고 권하지 않더라구요. 벌 서면서 공부하기란... 사실 좀 불가능하죠?
벌 이라고 해봤자, 손 들기 입니다. 오해하실까봐...

하지만, 선뜻 어느것도 할수가 없더군요,.
어느분 말씀처럼, 저는 교대를 나오지도 않았고 교사자격증도 없습니다.
혹여 제가 말로써 혼낸다해도 그 부모가, 자기 아들을 정신적으로 상처줬다 고발한다거나
때리거나 벌 줬을때는 신체적으로 상처있다고 고발한다면...

고발당하는 것도 무섭지만, 그런 처지에 놓여야 하는 제 신세가 넘 서글퍼서 그걸 못 참을거 같더군요.

저는, 교대도 못나왔고, 교사자격증도 없지만 영문과 나와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칩니다.
그것으로만 당당해지기로 했습니다.
나는 내 지식을 파는 학원강사다.
전인교육은 교사 자격증 있는 학교 교사들의 몫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그랬죠.
"너는 숙제 하나 더 추가다. 방금 전 네가 했던 말을 꼭 너희 어머니께 전해드려라.
선생님이 숙제 많이 내줘서 ** 이라고 했다고 꼭 말씀드리고, 너희 어머니한테 혼나라."

제가 직접 어머니께 전화 드리지 그랬냐구요?
그렇게 쉽게 욕 하는 아이, 집에서는 고운말 만 쓸까요? 어차피 어머니도 알고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그런 말씀 드리는거... 참 쉽지 않더군요.
아이들끼리 싸우다 그런욕을 했다면 차라리 말씀드릴 수 있을텐데, 저한테 했다는 말은 좀...
아무래도 제 자존심 때문인가 봅니다.
또, 그렇게 말씀드렸을 때, 상대방이 "애가 실수좀 했네요. 머... " 이런식으로 나올까봐 두렵기도 했구요.

어제 오늘 계속 우울합니다.
프린트 한장 때문에 피멍든 나는 암말 못했는데, 욕 한 아이에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저의 무능력한 처지가 한심해서...

아이들 밖에서 혼나는게 싫으시다면, 부디 집에서 잘 교육시켜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를 위하는 게 아니라 댁의 자제분을 위하는 겁니다.
그리고 교사와 강사를 너무 큰 차이두고 보지 않으셨음 합니다.
저희 부모님 두분 다 교사셨기 때문에 제가 감히 말씀드리자면, 큰 차이 없습니다.
교사든 강사든, 실력없는 사람은 어차피 실력 없고, 인격 나쁜 사람은 어차피 인격 나쁩니다.

아이고...
제가 이 새벽에 머하러 잠 안자고 학생한테 욕먹은 것도 모자라 여기서까지 욕 먹을짓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너무 심한 악성리플은 참아주시길 부탁드려요. 그냥 저는 저의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았을 뿐입니다.
자유게시판이니까요...
IP : 221.155.xxx.155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님,,
    '04.8.25 4:12 AM (80.58.xxx.42)

    토닥토닥~~
    잊으시고 힘 내세요..

  • 2. 저도 잠 안자고..
    '04.8.25 4:45 AM (211.218.xxx.168)

    그러고 보니 지금 선생님들도 소위말하는 샌드위치 세대인가요?
    왜 요즘 부모님 세대가 그렇다잖아요. 부모에게 효도하는 마지막 세대,
    자식에게 효도 못받는 첫 세대...

    저는 더 억울하게 맞은 기억이 아직도 나네요.
    숙제 해온 공책 페이지 늦게 찾았다고
    손바닥이 부어오르게 맞았던게 초등학교 2학년때 입니다.
    숙제도 했는데 말이죠. 나쁜 기억은 왜 생생할까요...

  • 3. 하고
    '04.8.25 6:14 AM (211.201.xxx.74)

    많은 아이들중에 별 아이는 없겠습니까?
    화난것 꾹참고 숙제 더 시킨거 잘한겁니다.
    아이가 알아들었을거에요..
    저희때는 욕하는 아이는 없었지만.. 날라리 이런애들은
    꼭 한둘 있었죠. 선생들이 이런애들은 거의 포기.. 인간취급도
    않했져. 공교육이라는게..참으로 틀에 박힌 보수성을
    가졌고, 일반적인 아이들만 원하는것 같아요..
    전 아이 낳으면 대안학교보낼까 생각중이에요..

  • 4. 김혜경
    '04.8.25 7:53 AM (218.237.xxx.209)

    잘 참으셨어요...숙제 더 내주기, 참 잘하셨어요...힘내세요...

  • 5. 마농
    '04.8.25 8:29 AM (61.84.xxx.22)

    참 현명하게 처신하셨네요.^^......
    너무 속상해하지마세요. 먹고사는게 전쟁같아요.
    그정도 욕 한마디야 전쟁통의 애교려니 하세요..
    정말..세상살이에는 더럽고 치사하고 눈물나고 화나는 일이 많답니다.

  • 6. 쌍봉낙타
    '04.8.25 8:58 AM (221.155.xxx.201)

    좋은 선생님이시네요.
    맘 푸시고 힘내세요.

  • 7. 싸부~~
    '04.8.25 9:15 AM (220.122.xxx.17)

    한수 배웠습니다. ㅎㅎ
    잘 참으셨어요.

    애들 밖에서 행동은 잘하고 다니는지 원.... 저도 엄마로서 걱정되요.

  • 8. rosehip
    '04.8.25 9:27 AM (220.86.xxx.151)

    아..숙제 더 내주기..
    좋은 체벌(?)이 있었네요...^^*
    힘내세요~

  • 9. ....
    '04.8.25 10:14 AM (211.252.xxx.1)

    잘 참으셨어요.....속이 무척 상하지요?
    그래도 학교교사입장에서 보면 학원에서 매 맞은 것은 부모들이 별로 항의 안하고 많이 때려달라고 하는 쪽인 것 같던데...그렇지도 않은가봐요.
    학원이고 학교고 선생님들 속이 바글바글...

    집에서 보는 아이와 밖에서 보는 아이들이 많이 다릅니다.
    아이들이 집에서 부모와 대화 얼마나 하는지 생각해보면....
    다들 집에서처럼 학교에서도 잘 할거라고 부모님들은 생각하는거죠.
    큰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도 사건이 터져서 밖으로 나올때까지 학부모에게 말하지 못합니다.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 막는꼴이 허다하게 생기고요.
    지금이 그런 세태입니다.

  • 10. 영어공부
    '04.8.25 10:25 AM (221.138.xxx.84)

    님 현명하시게 잘 처리하셨네요. 겉으론 그렇게 처리하시고 맘은 많이 아프시죠
    그래도 힘내세요. 그런 아이보다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많을 거라고요.
    멋지십니다.

  • 11. 라라
    '04.8.25 10:50 AM (210.223.xxx.138)

    아유, 속이 많이 상하시죠?
    그래도 그 순간에 정말 현명하게 잘 하셨네요. 숙제 더 내주기...
    교사든 강사든 별 차이 없다는 말씀에 정말 공감합니다.
    힘내실거죠!!! 그래도 선생님을 따르는 예쁜 녀석들이 더 많지 않나요?

  • 12. 봄나물
    '04.8.25 10:57 AM (218.48.xxx.219)

    마음이 참 여리시네요.
    저희 학교땐 님같은 선생님은 없으셨던것 같아요..
    윗분들 말씀처럼 잘하신 대응이셨어요.
    힘내세요!!

  • 13. 쵸콜릿
    '04.8.25 11:05 AM (211.35.xxx.9)

    정말 잘하셨네요.
    네...잘 가르칠께요^^

  • 14. 에효...
    '04.8.25 12:46 PM (221.155.xxx.146)

    정말 넘 감사드려요. 사실, 리플이 13개나 달렸다는 표시 보구서 열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많이 망설였답니다. 열었다가 상처받는 말만 있을까봐... 그런데 뜻밖에 모두 위로해주시고 용기
    주시고 그래서 넘 감사드리고 눈물 났어요. 네, 맞아요. 이쁜넘들이 훨 많아요. 그래서 남편한테도 그래요. 아무래도 나는 선생이 천직인가 보다. 넘 재밌고 신난다... 결혼 전에 일반회사 다닌게 후회된다. 진즉 학원선생 할껄... 그런답니다.
    다시 힘내서 열쒸미 가르칠께요. 이렇게 따듯한 리플 주신 분들 아이들이 제가 가르치는 학생이라 생각하고...

  • 15. 페파민트
    '04.8.25 1:19 PM (211.172.xxx.122)

    그래도 순발력 있게 대응하셨네요..

    요즘 애들 공부만 잘하면 모든게 용서(?) 되니까

    인성은 키울 틈이 없죠...

    그런데 제 아이는 아직 어리지만 조금 큰 애들 보면

    그렇게 욕을 나쁘게 생각하고 하는 것 같진 않아요..

    그냥 감탄사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어린 것들도 18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 재미있어

    하더라구요...

    아직 욕의 뜻을 모르고 입버릇으로 하는 것 같으니

    넘 맘 상해하지 마세요..

    그리고 님이 학생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좋네요..

    행복하시길....

  • 16.
    '04.8.25 1:24 PM (210.104.xxx.130)

    어려운 순간순간들 참 많은데,, 님께선 정말 현명하게 잘 대처 하셨네요.. 힘내시구요,, 더 좋은 선생님 되어주세요^^ 아니,, 지금도 충분히 좋은 선생님 이십니다...

  • 17. 코코샤넬
    '04.8.25 1:59 PM (220.118.xxx.111)

    현명하신 님에게 박수를 드립니다. 그리고 토닥토닥..
    숙제 한가지 더 내신 거...정말 잘하셨어요.
    저도 아이교육 잘 시키겠습니다..

  • 18. 은비
    '04.8.25 2:55 PM (203.239.xxx.9)

    예전에 버스타고 가는데 고만고만한 고딩이들이 옆에 서서 한참 누군가를 욕하기를 가만히 들어오니 그 중 한놈이 낄낄거리며 왈 "엄마 아빠가 담배 피우지 말라고" 지X 했다고.. 옆에 있는 것들도 맞장구치며 자기 엄마가 어떻게 지X했는 지 얘기하는데 낯뜨거워서리.. 참다가 한마디 했씀다. 너 그 지x가 무슨 뚯인지 아니? 그거말이다 간질병을 말하는건데 지금 너네 부모님이 간질환자라고 온 동네에 떠드는 거냐. 무슨 말인지나 알고 해라 네 얼굴에 침뱉기다.. 이런 취지,, 그 녀석들 죄송함다 하고 아무말 안하더근요. (속으로야 심한 말을 했거지만)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울 언니 "너 목숨이 2개니 요즘 애들이 얼마나 무서운 데 그런 얘기를 하니" 으---- 오싹했습니다.

  • 19. 체리공쥬
    '04.8.25 3:51 PM (210.90.xxx.177)

    은비님 정말 큰일날 뻔 하셨어요...
    전에 시끄럽게 떠드는 고등학생에게 할아버지가 뭐라고 한마디 하셨는데 그녀석 다짜고짜 할아버지 복부에 주먹을 날리더군요..할아버지는 그자리에서 주저앉으시고....
    근데요...거기 탄 다른 사람들 (남자청년, 아저씨들도 많았는데..)아무도 그녀석에게 아무말 못하더군요...물론 저도 너무 무서워서 침묵했지만....
    요즘 세상이 넘 무섭죠....에효!!!

  • 20. 마자요.
    '04.8.25 4:19 PM (221.155.xxx.194)

    지금 아무 생각없이 욕하는 초등들이 고딩되면 그러지 않을까요? 초등때까지는 엄하게 가르치는게 좋을거 같아요. 좀 더 머리크면 정말 내몸 무서워서 못 가르치죠. ㅠ.ㅠ
    제발, 우리 사회를 위해서라도 공부 못해서 혼내는게 아니라 인간 덜 되어서 혼내는 것에는 딴지 걸지 않았음 좋겠어요. 사실 저번에 애 때렸다고 형사고발 한 내용읽고 마음이 참 무거웠답니다.

  • 21. sss
    '04.8.25 4:49 PM (220.80.xxx.42)

    자식을 보면 부모를 알지..그 놈의 부모도 싹수 노란 인간일 겁니다. 맞서지 않은 것 잘하셨네요

  • 22. ....
    '04.8.25 5:34 PM (219.252.xxx.106)

    애들 행동하는거나 말하는거 보면 더도 덜도 아니고 딱 ! 그 부모 수준 나옵니다.
    우리나라 학부모들, 학교가 어떻네, 학원이 어떻네, 입시위주 교육이 어떻네 말은 많지만, 저 아는 외국인이나 외국에서 오랜생활한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우리 나라 부모들 남 탓하기 앞서 교육 탓하기 앞서 가정교육부터 신경써야 할 거 같습니다.
    내아이만 생각하고, 내 아이가 무조건 남밟고 앞서가야 하고, 공공장소에서 예절은 가르칠줄도 모르고 내눈에 이쁜 것처럼 남들 눈에도 내아이 잘못조차 이뻐보이는줄 아는...
    아이고~ 또 엄청난 악플이 벌써부터 예상되는군...쩝

  • 23. 맞아요
    '04.8.25 9:40 PM (221.140.xxx.55)

    아니요. 위엣분 말씀 참 잘하셨어요.
    요즘 부모들 남탓은 정말 똑부러지게 잘하는데 가정교육은 등한시하는 부모도 꽤 많은 것 같아요.

    공공장소에서 남에게 마구 피해주고, 무례하고 거칠은 행동보이는데 부모가 옆에서 자기자식 이쁘다고만하고, 다른 사람은 배려도 안할때 저도 그런 부모 정말 교양없고 무식해보입니다.(학력이고 뭐고 다 떠나서)

  • 24. 저는요
    '04.8.25 11:35 PM (218.237.xxx.31)

    저 감동받았어요...ㅠ.ㅠ

    아 이렇게 좋은 방법도 있구나 싶네요..

    이제 남은 문제는 아이가 그 선생님의 깊은 마음을 알아주는 것만 남았는데 제발 알았으면 좋겠어요...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이 일은 꼭 마음속에 기억했다가 나중에라도 님께 감사하는 마음 가졌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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