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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다녀온 이야기

byulnim 조회수 : 879
작성일 : 2004-08-14 17:59:16
부산으로 휴가다녀왔습니다.
4년만에 휴가갔어요.
작년에 시누 한명이 암이라는 판정받아 마음아파 안가고
그 앞해에는 갑작스런 이사땜에 못가고
그 앞해에는 시엄마가 담랑 수술받으셔서 못가고...
사실 올해도 콘도 추첨에 떨어져 안갈려고 했는데
시엄마가 해운대가시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시니 효자아들이 뭔가 수를 냈겠지요.
가는날 하루 오는날 하루 가운데 하루 바닷가에서 놀고왔습니다.
금수복집에 가서 복지리 먹고 달맞이 고개에서 해월정에 올라가 바람 맞고
자갈치 시장에 가서 자연산 잡회먹고 꼼장어구이먹고 그랬답니다.
객실이 바로 광안대교를 보고 있어서 얼마나 야경이 환상적이었든지요.
새벽에 일어나 바다를 바라보노라니 내가 이미 살아버린 많은 시간들이 정리가 되면서
앞으로의 시간을 잘살아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답니다.
사실 시엄마 모시고 가는 휴가가 휴가겠어요?
우리 시댁 여성들은 전부 공주과 거든요.
예외는 아니어서 우리 시엄마 거의 아들에게 응석부리는 철없는 공주 행세를 하시었답니다.
우리 아들과 나는 그런 시엄마 기분 맞추어드리는 조연하다왔구요.
가는 7시간동안 우리 시엄마 남편이 자는 시간에 당신도 같이 주무시고 다시 일어나 운전교대하니
아마 5시간쯤일거예요.
당신이 사신 75년 중 나는 전혀모르는 60년의 이야기를 하염없이 늘어놓으시는 거예요.
그리곤 억울해하시지요,
7명의 자녀를 키우면서 고생한 것,
나이차 많이 나는 남편 만나 서로 맞자 않아 지금까지 투닥대시는것,
그리고 당신이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랑 등등....
우리 시엄마 일하는 사람 안두싡지는 겨우 3년 이에요. 두분만 사시니까 일이없으시다고 안쓰신답니다.
나이차 많아 나지만 결혼 당시 이미 기관장이셨던 시아빠 덕에 한때 잘가셨답니다.
우리 시엄마 정말 유식하고 박식하고 그렇습니다.
그러나 당신 입으로 그런 자랑하면 좀 그렇잖아요.
또 자식이 많아 힘드셨겠지만 당신이 선택한거니까 부모로서 감수하셔야지요.
그런데 그런 희생에 대한 보답을 저에게서 바랍니다.
100% 순종하기를요.
저는 종가집 장녀입니다. 친정동네에 가면 집성촌이라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들도 전부 친척이신데
제게 아가씨 아가씨 하며 대접하시고 존대하셨습니다.
저는 자라면서 내 감정이나 나의 상태보다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 어른의 도리라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나이가 어리지만 내가 더 어른이니 더 베풀어야 하고 조심해야했으니까
저는 어릴적부터 애어른이었던 셈입니다.
그래서 시집와 7년간의 시집살이 동안 나보다 늘 시댁이 우선이었습니다.
그런데 시댁은 오로지 저에게서 받을려고만 합니다.
아마 그게 대접받느거라고들 아셨나봐요.
나의 형편을 잘아는 친구들은 제가 그 시절을 글로 쓰면  두꺼운 책 3권은 쓸수 있다고 합니다.
그 시절 제가 살았던 이야기는 제친구들에게는 전설입니다.
그 시절 비슷한 시집살이를 하던 친구가 한명 더 있었지요. 서로 위안을 받으며 살았답니다.
하긴 제가 좀 나았네요. 저는 직장이 있어서 출입이 자유로웠는데 그 친구는 그게 안되었답니다.
아뭏든 그래서 가는 길에 저와 아들은 글씨읽기 놀이, 잠자기 놀이, 더하기 빼기 놀이,
오르다 놀이 하면서 놀았답니다.
밤에 32층에 올라가서 노래듣고 포도주 한병하고 늘 그런 것처럼
자기랑 결혼해줘서 고맙다는 말도 듣고 오랜만에 남편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해보고 그랬답니다.
이날 오후에 돌아다녀본 부산은 참 활기있고 서울과는 또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도시였습니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다왔다고 할까요?
다음날 해수욕장을 나갔는데 시엄마께서 5년만에 바닷물에 와본다고 너무 좋아하시대요.
그 모습에 저도 기분이 좋아져서 잘 놀았답니다.
점심때가 되었는데 뭐먹을까요? 했더니 아무거나 먹자 하셔서 찌라시보고 짜장면을 시켰는데
맛없다고 한숟갈먹고 그만 드신다더니 그래도 음식버리면 하나님이 싫어하시니 먹자하셔서
결국에 먹었는데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그다지 못먹을 정도는 아니였구요.
결론은 제가 점심밥을 안해와서 이런 음식을 시엄마에게 먹게한다는 식의 비난을 하셨거든요.
그리곤 오후가 되었는데 파라솔 밑에 누워 한 잠 잘려고 하는데
옆 파라솔 밑에서 부부가  나누는 대화가 들리는 거예요.
발단은 남편이 엄마에게 건 전화였어요.
40대 중반은 되어보이는 부부였는데 남편이 약간 많이 마마보이스타일이더라구요.
결국 부인되는 이가 지난 세월 동안 시엄마모시면서
받은 설움이나 구박따위를 다 쏟아내며 찔금거리고....
좋지 않은 그 모습을 보자니 물에서 잘 놀고 계시는 우리 시엄마께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거예요.
점심에 속으로 미워해서 말이에요.
그래서 오후엔 예쁜 마음으로 정말 무수리 마냥 잘해드렸답니다.
옛날 명상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때 대학 시절에 읽은 "관"이라는 책에서 본 글귀인데요.
정말 위대한 사람은 어느 순간에 자기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있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데요.
그런데 다음날 자갈치 사장을 가신다고 해서 모시고 갔더니 텔레비전에서 볼 떄는 큰 시장이더니
생선도 싱싱한게 없고 살게 없다고 또 막 서운해하시는거예요.
아휴 미워.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고
하시면서 저에게 이게 진짜 자갈치 시장이냐고 히사더라구요.
문어도 싱싱한게 사고 싶고 고등어도 싱싱한게 사고싶고 양태류도 사고 싶은데 국산은 없고
등등등.....
결국 아들이 짜증내고 갈치하고 자반만 사서 얼음 포장했습니다.
나오면서 주차장에서 물으니 우리가 갔던 반대편에 더 큰 어물전이 있다고 하니 아들을 막
나무라시는거예요. 길도 므르면서 물어가지 아무데나 데리고 다닌다고 말이예요.
결국 빈정상한 아들이 입닫고 운전만 하니 다른때같았으면 저라도 분위기 녹였을 텐데
그냥 두었어요.
집에 도착했는데  저녁먹고 사온 생선 손질해서 냉동실에 넣고 과일먹는데
시엄마가 저더러 구경잘시켜줘서 고맙다는군요.
그말 한마디에 환하게 웃었더랬습니다.
그리곤 오늘 댁으로 얼린 생선들고 가셨습니다.
그런데 5명이나 되는 딸들에게 응석을 부리셨답니다.
너무 멀리 데리고 가서 너무 피곤하고 그래서 예전에 아프셨던 어께병이 도져
너무 힘들다고요.
56먹은 큰시누 전화해서 잘 좀 모시지 왜 노인 피곤하게 하느냐고 하는군요.
그래서 제가 그랬지요. 그러면 다음부턴 형님들이 모시고 다니라고요.
침고로 우리 시누들은 절대 시어른들이든 친정어른들이든 같이 안다닙니다.

여러분 이런 휴가 어때요?
IP : 221.153.xxx.205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가운데
    '04.8.14 7:55 PM (211.176.xxx.31)

    수고하셨어요.
    그래도 조정할 수 있는 마음이 있어 보여
    정말 부럽습니다.


    글을 읽으니 완전 우리 친정 엄마라
    무척 찔렸어요.

    그래도 전 전화하는 시누는 결코 아니랍니다.

  • 2. beawoman
    '04.8.14 9:36 PM (211.229.xxx.201)

    이래저래 잘하신 일이어요.
    어른들 모시고 다니기 쉽지 않은데 잘 하셨어요.
    마지막 "형님들이..."이가 압권입니다.

  • 3. 보리수
    '04.8.16 4:56 PM (210.99.xxx.2)

    다른 사는 얘기도 다 마찬가지네요.

    이래서 아줌마들은 시~가 들어가면 할 말이 많아 지나봐요. 울 시모랑 비슷합니다. 지금 죽으면 살아온 세월이 너무 억울해서... 제 가슴이 아프더라구요. 난 그렇게 안 살아야지,,하면서 저두 지금 그렇게 살고 있는 거 같애요. 왜 여자들은 시집을 가야하는 걸까요. 남자들보구 장가오라고 하지. 옛날에는 장가를 왔다는데....

    맏며느리들 힘냅시다!

  • 4. 회화나무
    '04.8.16 8:57 PM (220.81.xxx.35)

    손녀입장에서 보면 할머니, 엄마 서로 뭐가 마음에 안드는지 환하게 보이는데요, 문제는 그게 다 서로 일리가 있다는거예요. 어느 한쪽이 말도 안되는 트집을 잡는 경우는 없거든요. 그렇다고 그게 또 큰 문제도 아니고 다 사소한건데. 이해하자면 쉽게 이해가 되지만. 그게 반복되니 서로 불만이 있더라구요.
    에구. 저도 결혼하면 어떻게 될지 환히 보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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