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부분에 보면 가전제품 대리점 하는 분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게 사실입니까?
오래도록 은은하게 향기를 내뿜는 꽃(엄광용의 사람의 향기중에서)
세상살이를 하다 보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일도 억지로 해야 할 때가 있다. 직장 생활이 그렇고, 사업이 그렇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그렇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다 보면, 아무리 마음이 깨끗한 사람도 때가 묻게 마련이다. 세월의 때, 세상살이의 때, 그것은 곧 마음의 거울에 묻은 때인 것이다.
1993년 7월 30일, 내가 12년간의 잡지 기자 생활을 집어던지고 백수가 되었을 때의 일이다. 명색은 ‘전업 작가’였지만, 일정한 수입이 없으니 ‘백수’라고 해야 더 어울리던 때였다.
아무튼 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 그동안 사회생활을 하며 마음의 거울에 묻었던 때를 벗겨내기 위해, 내 나름대로 여행과 독서라는 두 가지 방법을 고안해 냈다. 그것도 아무 생각 없이 혼자 떠나는 여행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독서의 경우 우선 장자와 노자를 읽자는 계획을 세웠다.
먼저 나는 8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작은 배낭 하나를 메고 전라도 땅으로 내려갔다. 나는 우선 곡성에서부터 섬진강 줄기를 타고 터덜터덜 걸어서 하동포구까지 갈 생각이었다. 가다가 날이 저물면 여관이나 민박집을 찾아들어가 자고, 아침밥을 먹고 나면 또 강줄기를 따라 걸어서 이박삼일 만에 하동까지 갔다. 그리고 거기서 남해로 들
어가 섬과 바다를 구경하다가 나는 다시 지리산 대원사 계곡으로 들어갔다.
혼자였기 때문에 지리산을 오를 생각은 없었다. 다만 대원사 계곡에 들어가 절 구경도 하고, 한 나절 계곡물에 발이나 담그고 놀다 되돌아 나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민박집에서 나는 한 사람을 만났다.
“혼자 오신 모양인데, 내일 아침 우리 같이 지리산이나 오릅시다. 나 혼자서는 엄두가 안 나서 그렇습니다.”
나보다 대여섯 살 더 나이가 든 사람이었는데,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첫인상이 마음에 들었다. 당시 서로 통성명을 했는데 지금은 그의 이름을 기억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일단 B씨라고 해두기로 한다.
서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B씨는 당시 가전제품 대리점을 하다 그만두고 마음이나 비우려고 등산을 다닌다고 하였다. 나하고 비슷한 처지여서 우리는 곧 의기투합이 되었고, 나는 생각지도 않았던 지리산 등정을 하게 되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지리산을 오르면서 나는 B씨와 여러 가지 세상살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들은 이야기 중에서 그가 가전제품 대리점을 그만둔 사연은 지금까지도 내 기억에 새로울 정도로 잊혀지지 않는다.
B씨는 가전제품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사람의 권유로 유명 브랜드의 가전제품 대리점을 열게 되었다. 그는 책을 아주 좋아해서 대리점 한쪽에 칸막이를 하고 책상과 소파까지 갖다 놓은 채 그곳에서 독서를 즐기곤 하였다. 대리점 일은 경험이 많은 점원들이 알아서 했기 때문에, 그는 관리만 해주고 하루에 한 번씩 장부 정도만 체크하면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그 나머지 시간은 주로 독서로 소일하였다.
그러나 사업은 주인이 주도권을 잡아가며 해도 쉽지 않은 것이다. 점원들에게 모든 것을 맡겨두니 장사가 잘 될 리 없었다. 더구나 인근에 있는 다른 가전제품 대리점들이 파격적인 바겐세일 홍보를 하며 신문 찌라시를 돌리고 커다란 플래카드를 붙이고 하는 통에 더욱 장사가 잘 안 되었다.
“사장님, 우리도 바겐세일을 해야 합니다. 곧이곧대로 정품만 팔아 가지고는 다른 대리점과 경쟁이 안 됩니다.”
점원들은 계속해서 B씨에게 다른 대리점들처럼 가격을 파격적으로 내려 바겐세일 캠페인를 벌이자고 주장하였다.
“그렇게는 안 돼. 어떻게 고객을 속여가면서 장사를 할 수 있나?”
B씨는 일언지하에 거절하였다.
파격적으로 가격을 내려 바겐세일을 하는 가전제품 대리점들은, 절대로 그 가격에 정품을 팔 수가 없다고 한다. 편법으로 중고 가전제품을 사다가 수리를 해서 껍데기만 새것으로 씌워서, 마치 정품을 싸게 파는 것처럼 속인다는 것이다. 결국 바겐세일 제품은 정품이 아닌 가짜라는 이야기다.
정품 판매만을 고집하며 대리점을 운영하던 B씨는 결국 손해만 잔뜩 보게 되었다. 아무리 손해를 봐도 그는 바겐세일을 해서 가짜를 정품처럼 속여서 팔 수는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대리점 운영을 계속할수록 빚만 더 늘어나게 되자, 그는 가전재품 대리점 문을 닫기로 마음먹었다.
“대리점 사업을 걷어치우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하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홀가분한 마음으로 등산을 다니며, 앞으로 무엇을 해서 먹고 살까 궁리중입니다.”
나는 벌써 11년이나 지난 지금, B씨가 무엇을 해서 먹고 사는지 궁금하다. 다만 나는 절대로 그가 다른 사람에게 해를 입히며 자기 이익을 도모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세상 어떤 일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 똑같은 일을 가지고도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서 자기 이득을 취하고,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자기 손해를 감수하면서 일을 한다.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은 망하고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일하는 사람은 성공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을 속여 자기 이득만 취하는 사람은 짧은 기간 동안 돈을 많이 벌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곧 그 속임수가 드러나 오래 그 일을 지속할 수가 없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위해 일을 하는 사람은 처음에는 적자를 보고 힘이 들지만 나중에는 신용이 쌓여 크게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향기는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도록 지지 않고 피어 있는 꽃과도 같다. 그런 꽃은 짙은 향기가 나지는 않지만, 그 은은함이 멀리멀리 오래도록 퍼져 나간다. 나는 분명 B씨가, 결코 화려하지도 않고 짙은 향기가 나지도 않지만 오래도록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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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제품 세일... 이게 정말인가요?
rndrma 조회수 : 920
작성일 : 2004-08-13 17:56:26
IP : 221.151.xxx.76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ymh
'04.8.14 6:48 PM (222.117.xxx.214)중고를 정품으로 속여팔다니요~다 그런건 아닐겁니다.
구매전 제품정보 알아보시고 판매점을 믿으셔야죠...
세상사는 방법이 다른 비양심의 사람이 더러 있겠죠?
대기업의 각종유통대리점은 지원받은 만큼 불필요한 제품도
계약이행상 과다출고해 손해보며 도매내기도 한답니다.
선출고된 물품대의 어음결제때문에 제품을 많이 손해보며 도매내어 현금회전을 합니다.
과잉출고로 인한 타대리점과의 경쟁으로 손해보며 소매하기도 하구요...
개선되어야 할 관행이죠?
열심히 일하고 세금내고 봉급정도 챙기거나, 적자누적으로 잘못되는 대리점주들 많아요.
중간도매점과 대기업만 배불리죠..허무하죠?
우리동네살리는 차원에서 가까운수퍼,대리점,식당...등등 애용하세요^^
그리고 우리동네 소규모 영업장에서도
친절과 적정가판매와 서비스개선에 최선다해주셨음 하구요.
어차피 너와 내가 함께 사는 사회니까요..
정직하게 소신있게 사는 사람만 성공하는 사회가 되었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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