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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포도님 글을 읽고보니..

부럽습니다.. 조회수 : 936
작성일 : 2004-08-10 11:50:03
아파트 문열고 살펴보면 304호, 305호 다 똑같다고 하잖아요.
아무리 "나 행복하다"라고 외치는 사람인들 슬픔과 분노가 왜 없겠습니까마는..
청포도님 글 읽고보니 한없이 부럽네요.
며느리건 사위건간에..
피다른 식구가 들어와서 화합하고 정답게 사는게 저한테는 왜 이리 힘이 드는지..
저는 시어머니가 너무 싫습니다.
싫은 사람을 평생 봐야 한다는 것도 정말 미칠 노릇이고,
시어머니 언제 돌아가실까.. 그런 생각 수도 없이 많이 해봤고,
저 여자 때문에 어쩌면 내가 먼저 죽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저희 시어머니도 저를 너무나 싫어하십니다.
결혼하기 전부터 아들 붙잡고 죽자고 반대했었고,
처음에 인사갔을때부터 신혼여행 다녀와서, 그리고 이후 시댁에 들릴때마다..
단 한번도 제 속을 긁지 않고 지나간 적이 없습니다.
언제나 독사눈을 하고 억지소리를 해대면서 두통을 유발시킵니다.
한번 밉보인 선입관은 바꾸기 힘들다는 말..
아주 절절하게 절감을 합니다.
그 쪽도 마찬가지일테고, 저 역시 그렇습니다.
절대로 접점을 만들 수 없는 평행선을 그리며 나아가는 느낌입니다.

여러가지 이유때문에 답을 낼 수 없는 생활을 계속하고 살지만,
친정엄마가 너무 불쌍하다는게 이혼하지도 못하는 이유 중 하납니다.
만약에 사돈이 아닌 다른 관계로 두 분이 만났다면..
우리 엄마, 시어머니한테 하나도 꿇릴 것 없을텐데..
배운것도.. 가진것도..
도저히 시댁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저희 친정 부모님들이,
단 하나..
<딸 가진 죄인>이라는 이유 만으로 눈물을 삼키고 사십니다.
돈이 없고 배운게 없다는건.. 모르고 결혼했던게 아닙니다.
어차피 그 점에 대해서는 저도 처음부터 기대치가 없었으니깐요..
교양도 너무 없고, 수준차가 난다는 말을 쉽게 내뱉을만큼 제가 잘난 사람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아주 인간적으로 환멸을 느낍니다.
무식하고 가난한건 참겠지만, 인간성 더럽게 대하는데 견디기가 힙듭니다.

시부모 때문에 이혼한다는게 참 말안되는 변명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내가 물러서고 질 수 없다는 오기가 생겨서 버티고는 있습니다.
이 남자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한들, 시집식구와의 불화가 없을쏘냐..
뭐, 그러한 생각들을 하면서 스스로 위로는 합니다마는..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것도 같고,
억울함으로 심장이 터질듯이 쿵쾅거립니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는게, 결국 제 자신을 망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견딜 수 없는 증오와 저주가 끓어오릅니다.
IP : 211.178.xxx.72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깜찍이공주님
    '04.8.10 12:27 PM (220.75.xxx.24)

    힘들지요.남들처럼 행복한 생활이면 하고 바라기도 하겠지요.
    이런 글을 만날때면...뭐 기운 돋구어드릴 말재간이 없음이 안타깝지요.
    증오와 저주가 상대에게만이 아니라 자신에게 향하는 협오감이나 비하감으로 변하지 않을까 그래서 님의 맘이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근데 대부분이 그렇게들 사신답니다.
    개인에게 허락된 인내와 사랑이 어디까지인지 모르지만 끝없는 시험인 것만은 분명하지요.

  • 2. ...
    '04.8.10 1:11 PM (222.121.xxx.118)

    그런 마음 저도 압니다. 첨엔 아닌거야 내가 예민한거야..하고 스스로를 속이며 다독이다가..

    한번씩 뒤집힘을 당할때마다.. 생각날때마다 내속만 타들어가죠. 그게 일상적인 생활에 까

    지 영향을 미치고 어쩔땐 저를 자학까지 하게 되더군요,

    밝고 명랑한 편이던 성격도 어두워져가고.. 조금씩 그래 마음대로 해보십쇼.나는 내길을 갈란

    다라는 뻔뻔함(?)도 커져가더군요. 때로는 그런 태연함과 뻔뻔스러움도 삶의 내공인것 같습니

    다. 희생, 인내 이런것만이 삶의 미덕은 아닌듯 싶어요. 나자신을 지켜야 할 덕목은 반드시 도

    덕교과서같은 덕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누군가를 미워한다는거 할짓이 못되고 나를 좀먹는거 맞는 말이거든요.

    그냥 거리감을 두시고 네네하면서 속으로는 적당히 뭉개는 내공도 나를 지키는 처방이 될수

    도 있을것 같아요. 열이 많을때 임시방편으로 해열제를 먹는것 처럼 근본적인 치료는 될수

    없을지언정 스스로 마음의 해열제를 (뭐라하든 속으로 적당히 무시하고 거리감갖는) 스스로

    놓는것도 때로는 필요할겁니다.

  • 3. 청포도
    '04.8.10 1:35 PM (203.240.xxx.20)

    제 글때문에 맘이 더 상하시는 것 같아 미안해지네요.
    어른들 억지소리 좀 하시죠?
    가슴은 터질듯 하지만 어지간하면 못들은척 넘기세요.
    저희 형님이 자주 하는 말인데요 (그러든지 말든지)라구요.
    가슴에 자꾸 쌓아놓지 말고 잊어버리세요.
    뭔가 빠져들수 있는 취미생활을 가지시는것도 좋을텐데........
    제가 글재주가 좋다면 많이 위로해 드릴텐데.........

  • 4. 김혜경
    '04.8.10 9:50 PM (218.237.xxx.99)

    부럽습니다님...혼자 참으시기만 한가요? 참지마세요...어머니께 한번쯤은 분란이 일어날 각오를 하고 조근조근 말씀드리세요...혼자 참는다고 되는 일은 아닙니다.

  • 5. 왜 사람들이
    '04.8.11 4:46 AM (194.80.xxx.10)

    그다지도 어리석을 까요. 좋든 싫든 사랑하는 아들이 같이 데리고 살겠다고 결정한 며느리를 결혼하고 나서도 미워해서 좋을 게 뭐가 있을까요. 님의 글을 읽다보니 시어머니가 참 불쌍한 분인것 같습니다.

    속만 태우지 마시고 진심을 한번 털어놓아 보세요. 사실은 이러구 저러구 해서 너무 힘들다. 술을 한잔 드시던지...한번 쯤 속상한 거 털어놓아 보세요. 사람들이 자기가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고통을 주는지 알지 못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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