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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원짜리 올챙이송

글로리아 조회수 : 915
작성일 : 2004-08-07 09:06:49
이제 주말같은 분위기가 된 어제 금요일 퇴근길....
시원한 저녁바람을 맞으면서 광화문역 근처에 다다랐는데
히아~~ 참으로 찐덕찐덕하게 `베사메무초'를 연주하는
거리의 악단을 만났습니다. 동유럽 쯤에서 온듯한 아저씨 3명....

순간 이 아저씨들이 올챙이송을 흥겹게 연주하는 광경을
인사동 거리에서 지나가면서 택시 속에서 본적이 있는지라
`베사메무초'가 끝나기 무섭게 `올챙이송'을 신청했어요.
짧은 영어로 신청했는데 아저씨는 더 짧은 영어인지 알아듯지 못해서...
제가 가락을 들려줬더니,
금세 환하게 웃으면서 익살스러운 표정과 함께 나팔로 올챙이송의 가락을 연주했지요.
전자기타와 드럼이 그 가락을 따라오면서 본격적으로 외국 밴드의 올챙이송 시작~~~

핸드폰을 집으로 걸었습니다.
"얘들아, 나팔로 부는 올챙이송 들어봐"
방송기자들 취재원들에게 마이크 들이대듯,
핸드폰을 펼쳐잡은 왼팔을 아저씨 밴드 앞으로 쭉 뻗었어요.
"들리지?" "엉. 들려".....

정말 흥겨운 연주였답니다. 잠시 걸음을 멈춘 퇴근길 직장인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지고. 디카로 찍는 관광객도 있고. 정말 여유로운 퇴근거리의 풍경이었답니다.  
연주가 끝나자 저도 사람들처럼 아저씨들의 바구니 앞에 1천원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핸드폰에 "자, 너희들 잘들 들었지?" 하는 순간
놀라 자빠지는줄 알았습니다.

전화속은 완전히 전쟁터였어요.
아이들 둘이 울고 싸우느라...
7살과 5살이 서로 듣겠다고 전화 쟁탈전이 벌어진 겁니다.
올챙이송이 끝난뒤에야 전화기를 뺐은 큰 녀석은 "왜 노래가 없냐"고 아우성이고,
그 배경으로는 작은 녀석이 전화기 뺐겼다고 목 터져라 울어대고.
큰 놈은 결국 울음을 터트리면서 "나도 다음주에 시내에 나가서 올챙이송 들을래!!!" 울고불고...
밴드 연주보다 더 우렁찬 울음소리가 귀청을 때리더이다.

아이들의 세계는 항상 제 예상을 보기좋게 비껴나갑니다.
잠시 나팔로 부는 올챙이송을 들려주고 싶었을 뿐인데...

아이들을 낳으며 캐릭터슈즈를 사게 됐다는 분의 글을 읽고 한번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화점에 가서 머리핀을 고르라면 정말 제 눈에 가장 `촌쓰러운' 것을 집어드는 우리딸.
한번은 제가 묻지도 않았는데 아이가 선택하자마자 점원이 그럽니다.
"정말 아이들 눈은 다르다니까...여기오는 애들 전부다 저거 집어들어요"^^
항상 그들의 세상에 눈을 맞추려고 합니다만, 어렵네요.
꼬마들의 생각을 따라잡기가 정말 어렵더라구요.^^  






IP : 210.92.xxx.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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