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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가루청국장 먹이기

핀구루 조회수 : 892
작성일 : 2004-08-06 13:23:32
안녕하세요..
오랫동안 눈팅, 익명 생활하다가 드디어 자유게시판에 등단하게 된 핀구루입니다..
한번 글 올리면 계속된 폐인 생활을 못벗어나게 될거 같아 자제했지만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듯 하여 글 올려 볼라구요.

제가 건강에 관심이 좀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온갖 잔병으로 부모님 걱정시키는 약골이었던데다가
지병이 있으셨던 부모님 덕분에 저의 친정 분위기.. "건강"이 최대 화두입니다.

결혼하여 살림해가면서 건강관련 상식을 직접 실험해 볼 기회가 되니까..좋더군요..
생협에 가입해서 가급적 농약 안 친것들 먹으려고도 해보구요,
인스턴트 식품 안먹고 건강식으로 생각되는 것들로만 상을 차려보구요.

그런데 호응을 해 줘야 할 저의 남편..
음식의 맛을 무지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면서 또 음식에 대한 호불호가 뚜렷합니다.
예를 들어 힘들게 연수받고 돌아온 날 기껏 생각해서 육개장 해 놓으면 상에 앉으면서 "김 줘!" 하곤 김치랑 김이랑 밥이랑 요렇게만 밥 먹습니다... 한마디로 까다롭지요..^^; 시자 들어가는 누구 닮았습니다..
나름대로 건강식으로 식탁 차려보지만 이런 식으로 안먹으니까 저는 남편 입맛 안챙기고 자기 건강만 챙기는 사람 되어버렸습니다..
하긴..새댁이 차리는 밥상이 뭐 그렇게 맛났겠습니까..
맛도 없는 것이 비싼 재료로 만들어졌다니까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나봅니다.
몇번 제게 경고성 멘트를 날리더군요.

그래서 저도 이젠 거의 포기하게 되었는데,
그래도 그동안 사놓았던 것들은 다 먹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가루 청국장도 그 중 하나인데요, 남편.. 안먹습니다.
저 혼자 속 더부룩할 때 물에 타먹기도 하고 된장국에 몇숟갈씩 넣어 먹기도 했었어요.
그런 저를 보면서 남편은 "천년만년 살겠다~"고 야유하기도 했지요.
그 말 듣고 하도 기분이 나빠서 복수하기로 했습니다.. 그대도 천년만년 살게 해주겠노라고..ㅎㅎ

82에서 힌트를 얻어 아침에 두유미숫가루에 한숟가락식 섞어 내 놓아 보았습니다..
혹시나 했는데 아무말 없이 한잔 다 마시고 출근하더군요..
으~아~ 당신도 마셨어... 호..호..호..
첫 날 기분 매우 좋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내가 왜 이런것에 희열을 느끼는지.. 우습기도 하고...
아뭏든 성공입니다..

근데요... 처음 청국장 가루 탈 때 어찌나 떨리던지..
TV에서 본 드라마..장희빈이 인현왕후 독살하려고 음식에 비소 같은 거 타는...그런 광경이 떠오르면서..
저도 참... 그렇지요?
IP : 220.116.xxx.89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정현맘
    '04.8.6 1:44 PM (220.73.xxx.161)

    그거 얼마전에 sbs잘먹고 잘사는법에서 스타코너에 이승철이 나왔는데 건강식으로 매일 아침마다 두유에다 청국장가루 한스푼 넣어서 마시는데 청국장에서 나는 특유의 구린내가 안난다고 하더군요.
    마니 마니 드세요^^

  • 2. 쵸콜릿
    '04.8.6 1:55 PM (211.35.xxx.9)

    ㅎㅎㅎ 가슴이 떨리기 꺼정
    한 일주일 그렇게 먹여놓구
    사실을 밝혀보세요.
    남편분 표정이 궁금해여 ㅎㅎㅎ
    재미있게 사시네요 ^^

  • 3. 바랑
    '04.8.6 3:03 PM (218.52.xxx.44)

    저는 청국장 가루 떨어질때까정 비밀을 지켜라에 한표요. 제 남편도 좀 입이 짧은 편인데요, 잘 먹다가도 이상한 것 들어간 것 알면 안먹을려구 하더라구요. 멀쩡히 잘 먹다가 어쩐지 이상하더라는 둥.... 청국장 가루 다 떨어지고 나면 말해주세요. ㅎㅎㅎ

  • 4. 생크림요구르트
    '04.8.6 3:29 PM (218.145.xxx.187)

    귀...귀여우십니다ㅠㅠ
    가루 다 떨어지고 나서의 뒷이야기도 꼭 올려 주세요~^^

  • 5. 혀니
    '04.8.6 3:51 PM (218.51.xxx.145)

    ㅎㅎㅎ 전 아들놈... 변비땜에 스무디에 타줬거든요..
    그때 심정이 딱 님하고 똑같았습니다..ㅋㅋ
    전 얘기도 안해줬는데..두번째에 들키는 바람에..그냥....그날로 스톱이었지만..
    님..비밀을 엄수하시고..양도 늘리지 마시기를...(늘렸다가 들켰걸랑요..)

  • 6. 김혜경
    '04.8.6 6:59 PM (211.215.xxx.220)

    하하하...

  • 7. kim hyunjoo
    '04.8.7 6:20 PM (81.205.xxx.243)

    ㅋㅋ 넘 웃기네요...
    남자들이란 다 비슷한거 같군요..ㅋㅋ
    하긴 남자들은 여자들이란 다 똑같다,하니깐....
    으하하 저도 슬쩍슬쩍 먹기 싫어하는거 우유,바나나 갈은거에 넣어 주는데.....ㅍㅍ
    아니 독약도 아니고 건강에 좋은 약?을 타 주는데 떨리시긴요...
    ㅋㅋ 넘 재밌네요....집집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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