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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략 이런 것이 속상합니다.

생크림요구르트 조회수 : 1,658
작성일 : 2004-08-06 12:02:53
저는 아이에게 꽤 엄하게 하는 편입니다.
간식거리는 아무리 졸라도 반드시 밥 먹어야만 내어주고,
공공장소에서 소란피우면 야단치고 울려서라도 못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이젠 아들녀석도 제 눈치는 많이 봅니다.
손에 사탕을 쥐고 있는 상태에서도 제가 달라면 순순히 건네주고
저랑 남편이랑 셋이서만 외식할 때는 유아용 의자에 얌전히 앉아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안되겠지만, 친정 부모님이 애 버릇 다 버려놓습니다....ㅠㅠ

그것도 주범-_-은, 친정 아버님이십니다.
육아문제가 발단이 되어, 평생 원만하던 저희 부녀 사이, 파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제가 기껏 내키지 않는 악역 맡아서 아들녀석 군기 잡아 놓으면 뭐합니까.
할아버지한테 부탁하면 언제든 사탕과 과자와 주스가 제공되는데요.
외식을 하러 나가서도 제 하고싶은대로 다 하고,
가만 못 앉아 있고 쪼르르 돌아다니면 저희 아버님, 야단을 치는 게 아니라 같이 놀아주고-_-

이건 정말 말 그대로 '이중잣대' 잖아요. 쪼끄만 녀석이 얼마나 헷갈리겠습니까.
똑같은 장난을 쳤는데 어떨 때는 그냥 넘어가고, 어떨 때는 야단을 맞고...
아이 교육상, 아주 최악에 가깝도록 안좋은 상황-_-이 아닐까 싶네요.

제가 웬만하면 이런 문제에서 손톱만큼도 제 뜻 안 굽히는 편인데,
아이 맡아 길러 주시는 부모님께 큰소리를 칠 수만도 없는 형편이고, 아주 죽겠습니다.

기껏 자기 전에 이빨 닦아놓으면,
아버님 어느 사이엔가 애가 조른다고 냉큼 주스 꺼내주십니다.
그러면 저는 부글부글 끓으며-_- 일부러 큰 소리로 '이빨 다시 닦자!!' 하고 외치고 다시 닦입니다.
'주스가 뭐 어떠냐' 고 하시지만, 주스라고 이빨 안 썩는 거 아니잖아요.
아니 그 이전에, 자기 전에 주스는 왜 줍니까? 버릇 나빠지게.

이런 소소한 일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상당히 심경이 불편합니다ㅠㅠ

물론 부모님 아이 키워 주시는 거 정말 감사드리고 있고,
많이 사랑해 주시니 아들녀석한테도 좋은 영향일 거라는 생각은 합니다.

하지만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너무 많네요.
저녀석을 내가 한달만 혼자 데리고 키우면 정말 사람 만들어 놓을 수 있을텐데! 라는 생각이 다 듭니다.
(엄마가 아니라 무슨 훈련관 같군요...;;)

음, 저는 절대로 완벽주의자라든가 그런 사람은 아니구요,
오히려 지나치게 해파리처럼 흐느적흐느적 제멋대로 살아서 곤란할 지경인데...
단 한가지, 남한테 폐를 끼치면 죽는 줄(;;;) 압니다.
예전에 일본에서 잠시 산 적이 있는데, 그곳 사회분위기가 아주 제 취향이더군요^^;

아들녀석한테 달리 바라는 것도 없습니다.
조기교육, 한글, 영어, 무슨무슨 플레이 스쿨, 이런 거 전혀 관심없습니다.
(아, 운동 한 가지 정도는 시킬 생각입니다. 좀 더 크면요.)
슬슬 어머님 일손 덜어드릴 겸 동네 놀이방에는 보내야 하겠지만,
그게 아마 학교 들어갈 때까지 전부일겁니다.

단지, 예의와 공중도덕은 아는 아이였으면 좋겠습니다.
자기 건강 자기가 챙길 줄 아는 아이였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뭐, 엄마 되는 자가 이토록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니^^;; 잘 되겠지요....(아자)
IP : 218.145.xxx.187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홍이
    '04.8.6 12:09 PM (211.227.xxx.175)

    ㅎㅎㅎ 저도 그래요 남한테 폐끼치면 큰일나는줄압니다.좀 너무 교과서 적이라 ..책에 안된다고 하는건 다 안합니다 ㅎㅎㅎ 우리얘도 그러면 좋은데

  • 2. 걱정 마세요.
    '04.8.6 12:30 PM (220.122.xxx.29)

    엄한 사람이 있으면 아이들이 방패 막이도 있어야 합니다.

    할아버지가 그래 주시면 좋은 점도 있다고 생각하세요.

    엄마가 할아버지에게 진다는것 알면서 이용(?)하기도 하겠지만 역으로 부모에게 질 수도 있다는 것을 배울 수도 있으니까요.

    결국 철이 들면서 나쁜 것 좋은 것 알게 되고 판단력도 생겨서 잘 자랍니다. 엄마가 원칙을 가지고 계신 것 같으니까 잘 자랄 겁니다.

    저는 시부모님이 공중도덕과는 거리가 먼 분들이라서(당신들은 마음대로 하고, 나이 들었다는 핑계로, 몸이 약하다는 핑계로) 걱정했지만 아이들이 크니까 할머니 그러지 마시라고 충고하더라구요. 저는 제가 그런 꼴 못보거든요. 남에게 피해주고 뻔뻔하게 자기 편한대로 하는것 말이예요.

  • 3. 쵸콜릿
    '04.8.6 12:33 PM (211.35.xxx.9)

    좀 지나면 안헷갈립니다.
    엄마한테는 이게 안되지만
    할머니 할아버지한테는 되는구나 ㅋㅋㅋ
    잔머리 굴립니다...ㅎㅎㅎ
    어쩌겠어요...저두...초등학교때까지는 열심히 놀리구 싶다...입니당
    우리 잘해보죠 아자!!!

  • 4. 달개비
    '04.8.6 12:49 PM (221.155.xxx.88)

    저랑 비슷하시네요.
    제딸은 지금 8살이지만 여섯살 후반부터 할아버지 할머니랑 살면서
    버릇 다 나빠졌어요.
    6살때가지 제가 길들여 놨던 모든 습관이 아주 짧은순간 무너지더군요.
    어른들과 함께 살면서 다른 무엇보다 아이 교육문제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네요.
    역시나 할아버지께서 문제랍니다.
    저도 아이버릇때문에 참 고민 많이 하는데 한편으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제 스스로 걸러서 받아들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 5. byulnim
    '04.8.6 1:13 PM (221.153.xxx.205)

    생크림 요구르트님
    너무 걱정 마세요.
    엄마가 주관있으시니 커가면서 사리 분별력이 있는 아이도 자랄거고
    조부모 사랑이 크시니 행복한 아이로 자랍니다.
    저의 집 애들은요. 7남매의 외아들의 아이들입니다.
    위로 시누 다섯에 조카가 10명이구요. 밑으로 시누하나에 조카 하나이래서
    우리 시아빠 총 11명의 외손주+2명의 친손주를 보셨답니다.
    그러나 외손주 별볼일 없습니다.
    오로지 친손주입니다.
    그러니 어떠했을까요?
    저도 과거 6년간 같이 살아 스트레스 엄청받았습니다.
    그리고 분가하고서도 거의 3년정도를 속으로 원망많이 했지요.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늘 행복해보이고 사랑을 많이 받아 자라나 넉넉한 아이들이라고
    칭찬 아닌 칭찬 많이 들었습니다.
    한쪽이 엄하니 다른 곳에서 응석 부리고 쉴곳이 있다는 것은 아주 좋은 거라고 정신과에서도
    말하더군요.
    엄부자모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러니 아버지꼐는 자모의 역할을 하시라고 하고
    님은 엄부의 역할을 하세요.
    그리고 아이 잎에서 아버지 위상도 높혀드리고요.
    부모에게 순종하는 모습이 아이들에게는 참 좋은 교육인것 같아요.

  • 6. 뽈통맘
    '04.8.6 1:51 PM (218.38.xxx.2)

    듣기로는 한분은 무조건 아이를 받아주는 양육자도 필요하다더군요.

  • 7. 경험상...
    '04.8.6 2:07 PM (211.59.xxx.100)

    저 어릴적 부모님이 아주 엄하셨습니다.
    친척분이 오셔서 저 데리고 나가서 가게에서 먹고 싶은거 짚어오라고 해도
    아빠, 엄마 무서워서 괜찮아요. 됐어요. 저 이런거 안먹어요...하는 ...
    속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어디가서도 엄마, 아빠 눈치보게 되고.
    겉으로 보기에는 참 어린애 같지 않은 그런 시절이 있었어요.
    그게 부모가 너무 엄하면 나타나는 부작용 같아요.

    근데 저에게는 저를 너무너무 예뻐해주시는 할아버지가 계셨어요.
    저는 살면서 저를 그렇게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시고 인정해 준 유일한 사람이 할아버지셨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억이 제게는 굉장히 소중해요.

    버릇을 망쳐놓는 다는 측면도 있지만,
    누군가 나를 이렇게 좋아해주고, 사랑해준다는 것 얼마나 황홀한 기억인지 몰라요.
    아이 정서에도 정말 중요한거구요.

    부모는 내 아이가 중하다고는 해도 가르칠 것 가르쳐야 하고 하니, 무조건 예쁘다고만 할 수 없죠. 그 몫을 다른 누군가가 해준다고 생각하시면 마음이 좀 편하시지 않을지요.

    전 애 둘낳고 사는 지금도 저희 할아버지가 너무너무 그립습니다.
    그렇게 자신을 인정해 주는 누군가의 존재가 얼마나 굉장한 것인지를 알게해주신 할아버지.
    지금도 너무너무 그리워요.

  • 8. 엄부엄모
    '04.8.6 2:30 PM (210.216.xxx.222)

    저는 엄부엄모 밑에서 자랐어요...
    어릴때 받아보지못한 무조건적인 허용적 사랑...이 없어서인지 저에게도 남들에게도 매우 엄격해서 슬프답니다...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자리집힌 품성은 어느덧 고개를 삐죽~ 내밀지요...
    저의 남편 엄청 인자하고 따스합니다. 물론 예의바르고 매너있구요...
    어릴때 시어머님 시아버님 풀어놓고 키우셨다구 하더군요. 떼쓰면 다들어주시면서...
    다 그렇진 안겠지만 조금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처럼이 좋은것 같아요. 아이들은 자라면서 부모님 하시는것 보고 배우니까 엄마의 반듯한 생활태도를 보고 잘 자랄거에요...

  • 9. 사랑
    '04.8.6 5:38 PM (211.242.xxx.18)

    그게 할아버지 할머니 몫같아요
    저도 한"엄"과인데요
    담에 내손자에게는 못그럴것 같아요
    무섭다고 놀러안오면 우쩨요 ^^;; 윗분들 글보니 좋은점이 더많은것 같네요
    이해하세요~~

  • 10. 김혜경
    '04.8.6 7:01 PM (211.215.xxx.220)

    저희 친정아버지..외손녀 하나 친손주 둘 다 그렇게 기르셨죠...전 막 뭐라고 해대기나 했지..울 큰 올케 암말도 못했구요..
    그런데 그렇게 자란 애들 얼마나 반듯하고 어른스러운지 모릅니다...너무 뭐라하지마세요...주스 먹이시는 거 나쁠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지엽적인 것 말고,,,보다 큰 줄기 어른들이 잘 잡아주십니다...

  • 11. 행복맘
    '04.8.9 3:41 AM (61.83.xxx.101)

    모닝이죠.. 스파크가 각을 많이 줘서 디자인이 이쁘긴 합니다만 쉐보레 as에 완전히 질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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