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내가 사람이 싫어졌던 이유...

슬퍼요 조회수 : 890
작성일 : 2004-08-06 16:54:04

원글님과 똑같은 경우는 아니었지만 몇년전 제가 당했던 소름끼쳤던 일이 생각나네요.

아이가 넘 아파서 큰병원 가라길래 일부러 한산할 거 같은 오전 10시 넘어서 전철 타고 서울 가던 길이었습니다. 제가 만삭이고 큰애는 한창 말 안듣는 3살짜리 였는데...
아무도 자리를 양보 안했을 뿐 아니라 (저도 남의 자리 뺏고싶지 않아서 그냥 눈 딱감고 갔습니다)
제 앞에 자리가 나서 앉으려면 행동이 굼뜬 틈을 타서 멀리 서있던 아짐마나 기타 여자들이 잽싸게 새치기 해서 제 자리에 앉더군요.
중간에 아이가 보채면 들어서 안아주었습니다. 만삭임에도...
그러다 또 한번 자리가 났는데 이번엔 저 멀리 있던 젊은 청년이 또 앉으려고 오더군요.
저도 열 받아서 둘이 동시에 엉덩이 들이밀고, 제가 앉았습니다.

근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애가 좀 큰소리로 칭얼대는 거에요.
바로 다음 다음 정거장에서 내릴거라서 그냥 달래고 참았습니다.
병원 예약시간도 있고, 거기서 내리면 다음 전철에서 또 서서 가야하는데 정말 지쳤거든요.
그랬더니 저쪽에서 한 남자가 와서는...
"애가 이렇게 보채면 내려서 좀 달래시지요..."
그 사람 붙잡고, 다음다음에 내려요, 또 자리 없으면 어째요.. 대답하기 짜증나서 (계속 자리 뺏긴것 때메 좀 속상했었거든요)
"좀 있음 괜찮아져요..."
했더니, 그러대요.
"여기는 많은 사람들이 타는 전철인데 아이가 시끄럽게 하니 다른사람들을 위해서 내려줘야 하는거 아닌가요?."

좀 모질지 않나요? 차라리 우리애에게, "애기야, 왜 우니? 착하지..." 하면서 한번이라도 타일러 줬음 제가 미안해서라도 먼저 내렸을텐데...

순간 너무 열받아서 제가 그랬습니다.
"아까부터 제가 만삭으로 계속 애 안고 서있었지만 아무도 자리 양보 안하고 제 자리를 뺏기까지 했는데 어차피 남 생각 안 하는건 피차 마찬가지 아닌가요?"
그랬더니 그 남자 왈...
"그래요? 참 독하시군요!!!"

저도 알아요. 배 부른거야 내 사정인데, 내 자리 뺏었다고 머라하면 안된다는 거... (그게 지금까지 원글에 댓글다는 분들의 생각 아닌가요? 그런건 니 사정이다... 공중도덕 지켜라..)
하지만, 그렇게 대놓고 내리라고 하는데, 이건 완전 쫓아내는 거잖아요. 만삭의 여자와 세살배기 아이를, 그타고 우리애가 내내 그런것도 아니고 1분도 칭얼대지 않았는데...

그때 넘 서러웠어요. 아이 갖은 죄가 이렇게 큰가...
저도 공중도덕 생각해서 왠만하면 택시탔음 좋았겠지만 안산서 서울까지 택시비가 얼만가요... ㅠ.ㅠ
택시비 없으면 서울에 있는 병원은 가지도 말걸 그랬나요.
노약자석은 젊은사람들이 앉아서 눈감고 자는척하고 있으니 깨워서 일어서라고 하지도 못하고...

제일 슬펐던 건, 저에게 내리라고 강요했던 그 남자의 말이었습니다.
그 차가운 말...

근데 여기 원글에 대한 댓글들을 보니 그때 그 기분을 또 느낄 수 있어 잊었던 기억이 다시 떠오르네요.
어쩜 그리 모질게 말씀하시나요.
조금 맘 상하지 않게 말씀하셔도 충분히 알아들을것을, 그렇게 심하게까지...


머라 더 드릴 말씀도 없고 조심스럽네요. 이번엔 또 제글에 무슨 비난이 쏟아질지...
IP : 221.155.xxx.195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겨란
    '04.8.6 5:02 PM (211.119.xxx.119)

    어머어머 그 남자 진짜 재수없네요 저도 막 화나네요!!!
    전 언니들이 많기 때문에 임신한 여자 보면 암만 피곤해도 꼭 자리 양보해요.
    근데 오히려 남자들이 더 양보를 잘 해준대요 글쎄
    젊은 여자들은 절대로 안 일어난다고.... 꽥 -.-

  • 2. 슬퍼요
    '04.8.6 5:26 PM (221.155.xxx.195)

    아이고 겨란님... 자리 양보는 정말 꿈도 안꿔요. 그래주실 필요는 없어요. 다만, 제발 앞에 나온 자리 뺏기만 말아주심 가사하지요.

  • 3. 슬퍼요
    '04.8.6 5:27 PM (221.155.xxx.195)

    감사하지요.

  • 4. 슬퍼요님
    '04.8.6 5:36 PM (210.92.xxx.250)

    노약자석을 이용하세요 ...

  • 5. 잠보
    '04.8.6 5:46 PM (211.178.xxx.147)

    어째 그런일도 있군요. 요즘 양보 잘 안한다고 하지만 임신할때부터 애 데리고 항상 버스나 전철타는데 아주머니들이 제일 먼저 양보해주고 젊은 사람도 미안해서 못 앉아있던데...
    밖에서 애가 칭얼거리면 부모가 더 속타죠. 남들 뭐라그럴까.. 그렇다고 남앞에서 막 뭐라할수도 없고...

  • 6. 슬퍼요
    '04.8.6 5:46 PM (221.155.xxx.195)

    제가 한마디를 빼먹었군요. 저번에 또 병원 가려고 전철탔다가 다행히 노약자석이 비어있어서 (아시죠? 젊은이들 노약자석 앉아서 자는척 눈감고 있는거. 그러다 자기 내릴 차례 오면 한번에 눈뜨고 일어섭디다 ) 앉았는데 올해나이 육십됬다는 한 남자분이 호통을 치대요. 자기 자리 뺐었다고 얼른 일어서라고... 노약자석에 세살짜리는 앉으면 안되는건데, 아님 저때문에 그런건지... 근데 하필 그때 애기가 잠이 들어서 제가 안고 앉았었거든요. 주민등록증까지 보여주면서 저 같은 사람들이 자기 자리 뺏는다고...
    저는 나이 육십되어도 어린아이 있으면 그냥 양보 할렵니다.

  • 7. 노아
    '04.8.6 6:10 PM (192.33.xxx.54)

    슬퍼요님 글을 읽으니 제 머리칼이 쭈뼛서네요.
    어쩌면 그리도 마음에 여유가 없는 것인지... 자리는 얼마든지 양보할 수 있는 것인데요.
    아이나 노약자에 대한 조그마한 배려도 양보도 없다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노약자는 말그대로, 늙고 약한자들이니, 임산부나 아이가 충분히
    앉을 권리가 있는 자리인데도 불구하고, 그 노인분이 그런 어이없는 행동을...ㅠ.ㅠ
    맘 많이 상하셨겠어요.

  • 8. 하늘
    '04.8.6 6:44 PM (218.48.xxx.33)

    근데 전 그 남자분도 이해가가네요.(오늘 피리쿡낌새가 이상한데 돌날아올라)
    지하철안에서 벌의별사람들이 다타고 애가 큰소리로칭얼거리는데
    좀있으면 괜찮아져요 했다는건 심하신거같아요.
    저두 아파서 병원갈때 식은땀흘리면서가는데 아이가칭얼거리고 그러면 괜히 예민해지더라구요.애엄마는 달래지도않고...

  • 9. 김새봄
    '04.8.6 7:01 PM (211.206.xxx.68)

    으....정말 그 남자 누군지...핸드폰에 카메라 달린거 갖고 계셨으면..
    전 당연히 사진찍어 공개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어우...정말 서서 볼일보는 사람들이랑 상종하기 싫어집니다.

  • 10. 아휴 정말.....
    '04.8.6 7:23 PM (220.77.xxx.166)

    처녀적인데..무릅을 다쳐서 절둑거리면 치료 받으러 다닌적이 있었어요..
    잘 걷기가 힘들어서..왠만 하면 외출을 하지 않았읍니다.그런데 어느날은....
    버스에서 앉아서 가고 있는데..어떤 아주머니 타시더니 ..자리 양보 안한다고..뒤에서 계속
    궁시렁 대는 겁니다. 이런 애들 며느리 볼까 무섭다는둥..내가 보기에 그사람 분명 할머니
    아닌 아줌마수준 이었습니다...그때 생각하면 정말....
    그아줌마 나보다 훨씬 쌩쌩하더구만...
    앉아 있을땐 표가 안나니 정말 억울 하더라구요...

  • 11. 새콤달콤상큼
    '04.8.6 8:48 PM (221.155.xxx.188)

    이거저거 다 차치하고, 전철에서 내리라니 정말 심한거 아닌가요? 술마시고 큰소리 치거나 그러는 남자한테 내리라고 할 사람 과연 있을지 궁금하네요. 결국 임산부에 어린아이...
    약자라서 당하는거 아닐까요? 전철에서 보면 여러가지로 혐오감 주는 사람들도 많은데 어린아이는 그보다도 못하다는 건가요?애한테, 이놈... 조용히 안하면 혼내준다. 이런것도 아니고 내리라니... 자기 부인이랑 애가 그런꼴 당하면 어떻게 나올런지...

    제가 더 화가나는데 하늘님은, 죄송하지만 아마도 임신하신적이 없거나 아이가 없거나 전철을 안타시거나... 기타등등 이신지... (저도 조심스럽게...)

    어쨌거나, 저도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좀 그러네요. 언제부터 우리가 사회 혐오대상이 되었는지... ㅠ.ㅠ

  • 12. gma..
    '04.8.8 8:02 AM (211.201.xxx.83)

    노약자석 이용 강추..근데 원글님한테 하는 소리는 아닌데요..저도 차안에서 어린아이 울고 그러면 진짜 짜증날때 있거든요.. 특히 애엄마가 달래지도 않으면 좀 그렇죠.. 이해는 가는데 짜증은 나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1463 아기아빠 이름으로 들어온 상조금 받으면 안되나요? 8 부끄러운질문.. 2004/08/06 1,327
21462 내가 사람이 싫어졌던 이유... 12 슬퍼요 2004/08/06 890
21461 소란스럽고 방해되고 이런걸 다 떠나서요.. 3 안전 2004/08/06 892
21460 애 조용히 시킬 자신 없는 엄마는요. 18 네, 안되요.. 2004/08/06 1,252
21459 ... 39 ... 2004/08/05 2,741
21458 8월19일쯤 동남아 가려고하는데요 2 상큼이 2004/08/05 885
21457 죽여 주는 휴가... 28 jasmin.. 2004/08/05 2,516
21456 [re] kbs 인간극장 보세요? 앨리엄마 2004/08/06 888
21455 kbs 인간극장 보세요? 14 bimil 2004/08/05 1,875
21454 에고.... 11 오늘은 저도.. 2004/08/05 1,353
21453 떨리는 마음으로 82cook 을 포옹 합니다.. 4 요리하는남자.. 2004/08/05 1,057
21452 정나미떨어지는 남편... 10 우울한 마음.. 2004/08/05 2,150
21451 남편 때문에... 5 익명으로 2004/08/05 1,279
21450 언제 테스트 해야 하죠?! 궁금합니다.^^ 4 궁금^^ 2004/08/05 883
21449 여덟살짜리 아들한테 배신감을 느꼈어요.. 25 배신맘 2004/08/05 1,780
21448 이런 남편을 만듭시다 !!!(펌) 12 쵸콜릿 2004/08/05 1,223
21447 아저씨! 몇호 차예요? 2 청포도 2004/08/05 886
21446 에버랜드 케리비언베이 가는 버스 첫차가 몇시에여 5 굴레머 2004/08/05 908
21445 혹시 집에서 소수정예로 어린이영어 가르치고 계신분계세여?? 3 굴레머 2004/08/05 882
21444 부정맥 5 신현지 2004/08/05 950
21443 마음이 넘 아파서... 11 쵸콜릿 2004/08/05 1,335
21442 왜 이리 꽁한지.... 6 저도 익명 .. 2004/08/05 1,120
21441 코스트코 상품권으로 이용해보신분 있는지요? 6 ^^ 2004/08/05 921
21440 희귀 곤충 전시하는 곳? 2 scymom.. 2004/08/05 874
21439 임신하신분들 허리 안아프세요?? 7 카푸치노 2004/08/05 889
21438 샘표지미원 된장요리 페스티벌 지미원 2004/08/05 878
21437 샘표통조림 무조건1,000원 균일가행사 해요 ^^ 8 지미원 2004/08/05 1,053
21436 드뎌 정했습니다 5 형수님 2004/08/05 910
21435 저의 출산을 축하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1 오렌지피코 2004/08/05 874
21434 울 시엄의 말들 13 환이맘 2004/08/05 1,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