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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푸른나무 조회수 : 877
작성일 : 2004-08-03 13:15:30
제가 어릴때 마당이 무척이나 넓은 집에서 살았습니다.
전통적인 한옥가옥 이었는데 저희 식구(8명)을 포함하여, 3집이 더 살았으니
엄청 넓은 집이었죠!
마당 한가운데는 넓은 꽃밭, 나무(사과나무, 무화과 나무)등이 심겨져 있고
담은 낮은 돌담으로 되어 있어서 집 바깥에서 키 큰 어른들은 고개를 내밀어
저희집을 들여다 보곤 했답니다.
돌담이 참으로 제겐 인상깊었답니다.
가끔씩 유리나, 돌, 부러지 바늘 등 깨어지면 위험한 물건들을 버리라고 엄마가 시키시면
저는 그것을 가져다가 돌담 사이에 살짝 끼워버려 표시 안나게 버리곤 했답니다.
그리고 마당 한쪽에는 우물과 세면대, 옆으로는 장독대가 있었죠.
그 시대에는 수도물이 늘 지금처럼 틀면 쏴~ 하지 않았기에
따로 물을 받아 보관하는 독깡(경상도식 표현인데, 달리 뭐라고 말해야 할찌!!!)을 만들어
두곤 했습니다.
지금처럼 이렇게 더운 여름철이 되면 엄마는 항상 김치, 국물김치를 넉넉히 담으셔서
줄을 매달아 우물속에 저장하곤 했습니다.
두레박처럼 김치를 걷어 올려 꺼내면서 한입 베어 먹을때 그 시원함은
뭐라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 정도랍니다.
우물속에 담겨있던 수박 맛도 잊을수가 없습니다.
지금 냉장고에서 잘 식혀진 수박 맛과는 완전히 달랐죠!
저녁때가 되면 평상을 펴고 보리밥을 한솥 쪄서 호박잎, 깻잎등에 걸쭉한
멸치젓갈로 쌈을 싸서 먹고, 누런 된장에 금방 따온 풋고추를 그냥 쓱 찍어먹곤
했더랬습니다.

어릴때 그 깊던 우물이 때로는 너무 무서워 쳐다 보지도 못하고
두레박으로 물 한 바가지 긷는것이 제겐 너무도 큰 숙제였던 기억이 아직도 남습니다.
우물물을 길어 오빠들 등에 부어주면 오빠들은 시원하다 못해 너무 찬 우물물로
인해 부르르~~ 떨던 기억도 남네요.
아무리 가물어도 늘 마르지 않던 우물물의 비밀이 늘 신기하곤 했죠.
그 마당 넓은 집에서 우린(여동생과 뒷집살던 언니) 소꼽놀이를 하곤 했습니다.
꽃잎을 따서 반찬을 만들고, 나무 열매를 따서 밥을 만들고
그러면서 여름을 지났던 기억들이 문득 문득 떠 오릅니다.

모두가 휴가를 이번주에 많이들 지내시죠?
무더운 여름에 지난 추억들 한번 꺼내어서 서로 얘기해 보시는 것도 좋을것 같네요.
저도 다음주에 부산 갈껀데, 살던 그집에 한번 꼭 가보고 싶네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 어렸을적에 이야기도 들려주고 싶네요.
오랫만에 엄마랑 우리 자랄때 옛날 이야기도 하고 오고 싶어지네요.
더운 여름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시는 아름다운 기회들이 되시길 바래봅니다.
IP : 220.66.xxx.165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청포도
    '04.8.3 2:01 PM (203.240.xxx.20)

    평화로운 그림을 보는것 같네요.
    오빠들과 참외, 토마토 우물안에 넣어놓고 오빠들 없으면 두레박을 못 올려서 먹고 싶어도 못먹고 들여다보다가 빠질까 무서워 한발짝 뒤로 갔다가 다시와 들여다보고..........
    등은 뜨겁고 얼굴은 시원하고.......
    집 우물가엔 청포도 나무가 지붕처럼 덮어주고 포도는 주렁주렁 싱그럽게 달리고.......
    푸른나무님 덕분에 어릴적 기억이 새롭네요.
    여름이면 항상 생각나는 고향집 마당.........

  • 2. 열쩡
    '04.8.3 2:09 PM (220.118.xxx.122)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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