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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끝났습니다...ㅠㅠ

생크림요구르트 조회수 : 960
작성일 : 2004-08-02 18:01:22
방학이라는 것이 존재하던 학생시절,
어른들은 일년에 휴가 딱 일주일 받고 어찌 사나? 싶었는데
과연 살만하지 않군요...ㅠㅠ

참으로 스위트하고;; 러블리한;;; 일주일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세식구가 함께 여행도 가고
32개월 된 울 아가 구명조끼 입고 바다에서 수영도 하고...
(물론 엄마한테 찰싹 붙어서 죽어도 안 떨어지려 했지만^^)
마지막 이틀은, 구미로 2개월 파견가는 남편을 따라나서
둘만의 시간도 한껏 즐겼답니다.

구미란 참 좋은 곳이더군요.
번화가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영화표 끊고 나와
차타고 딱 10분 가니까 시원한 계곡물이 나오더라는..^^
분명히 공단으로 조성된 도시고,
산 자체도 작고 야트막한데도
어쩜 그렇게 계곡이 물 맑고 정갈한지요.
남편이랑 송사리 잡으면서 놀고,
나무그늘 밑에서 평상을 발견하여 뒹굴대다 낮잠도 자고,
밤에는 둘이서 파리의 연인 시청하고...

일요일 저녁, 혼자 서울로 향하려니 어찌나 마음이 허하던지ㅠ.ㅠ

옛날 생각이 나네요.
선배 커플 두 쌍이랑 여섯이서 강릉으로 여행을 갔는데,
마지막날은 흩어져서 각자 놀았거든요.
저희는 설악산 흔들바위까지 올라갔더랬어요.
제 가방이 부피가 좀 있어서 매점아저씨한테 맡겨두었는데
내려와 보니 이 매점이 그새 문을 닫아버렸지 뭡니까-.-;;;
결국 고민 끝에, 남편(당시 남자친구)이, 자기가 하룻밤 더 자고 가겠다고...
아침이면 매점 다시 열테니 그때 가방 찾아서 가겠다고, 먼저 가라고 하더라구요.
너무너무 미안했지만, 달리 마땅한 방도도 없고...
그렇다고 남편을 보내고 제가 혼자 타지에서 자기도 그렇고...
(아직 순진하던 학생시절이었던지라...^^;)
그래서 염치불구하고 그냥 그렇게 하기로 해버렸습니다.
강릉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헤어지는(?)데, 이 남자 또 쇼를 합니다.
제가 앉아있는 창문가 자리로 와서, 유리에 덮힌 먼지에다가 손가락으로 하트 그리고-.-;;
남들 다 보는데 오버하면서 손 흔들고, 버스 움직이기 시작하니까 따라 뛰고-.-;;;;;
그날 밤은 여인숙에서 티비 보다 잤다네요.
며칠 후 만나 배낭을 주면서, 안에 양말이랑 내복 있던 거 자기가 빨았다고-.-;;;;;;;;;;;;;;;;
아악 창피하게 그건 왜 꺼내! 하고 펄펄 뛰었더니,
뭐 없어진 거 없나 보느라고 열었다가 눈에 띄길래 그냥 빨았다나요.
구박은 했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이쁘던지ㅠㅠ

그러던 그 남자, 결혼 후 단 한 번도 제 속옷 빨아 준적 없습니다 하핫^_^;;;

어제 구미에서 기차 출발할 때도,
어? 안 따라 들어와? 창문에 하트 그려줘야지~ 기차 따라 뛰어야지~
...그랬다가 뒷통수만 한대 맞았습니다ㅠ.ㅠ;;

음.....애정이 식은 것일까요 역시.....ㅠ.ㅠ

하긴 그 짓도 스무살 갓 넘긴 청년이 하니까 이쁘지
서른 넘은 애아빠가 하기에는 좀 안어울리는 감이 있지요^^;
(와. 그러고 보니 딱 십년 전 얘기네요...)

그래도 아무튼 제 눈에는 아직 이쁜 구석이 더 많은 남편인데
두달씩이나 떨어져 살 생각을 하니 착잡하네요ㅠㅠ
일주일에 한번씩 오프가 있다지만, 주말이 아닌 목요일이어서...
월차 생리휴가 등등이 전무한 직업에 종사하는 저로서는, 도저히 둘이 같이 놀 방법이 없군요.

뭐, 아주 못 보는 것도 아니고^^;;
다음 주말에는 아가랑 같이 구미에 위문공연 갈까 합니다~
IP : 218.145.xxx.192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마농
    '04.8.2 7:23 PM (61.84.xxx.159)

    피식피식 웃으면서 행복한 기분으로 글 읽었어요.^^
    그렇게 이쁜 연애시절 추억이 있으니 참 좋겠다...그죠?
    부러움 한가득입니다.^^

  • 2. 김혜경
    '04.8.2 8:42 PM (211.201.xxx.93)

    흐흐..예전 이야기 읽으니까..저절로 웃음이 나네요...너무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지네요..ㅋㅋ

  • 3. champlain
    '04.8.2 11:48 PM (69.194.xxx.234)

    예전에 연애 하셨던 모습도 예쁘지만
    님의 지금 모습도 참 사랑스럽네요.^ ^

    에고,,저랑 비슷한 처지..
    우리 남편 없는 쓸쓸한 맘 씩씩하게 이겨나가자구요.^ ^

  • 4. 홍이
    '04.8.3 9:15 AM (211.223.xxx.253)

    파리사람들은 여름휴갈 위해 일년을 일한다는데...전 남들 주 5일근무하면 쉬는 토요일 일요일밖에 휴가가엄슴다.휴가 일주일씩 가는분들..넘 부러워요

  • 5. 박미련
    '04.8.3 12:17 PM (203.234.xxx.253)

    에궁.. 주말부부(보다도 더 가끔보는 부부) 참 힘들지요?
    연애시절 얘기도 너무 이쁘고 지금 사는 모습도 예쁘네요.
    저희도 3년정도 주말부부하다가 합쳤는데.. 주말부부가 나름대로 재미도 있고 애틋함도 있지만.. 같이 사는 만 못한 것 같아요.

  • 6. 생크림요구르트
    '04.8.3 2:46 PM (218.145.xxx.144)

    헥...비겁하게 이쁜 부분만 골라 써놓은 건데요^^a; (쑥스러워라~)
    연애시절에 싸우기도 무지 싸우고...워낙 오래 사귀다 보니;;
    냉전기를 거쳐 빙하기(;;)까지 도래했다가 해빙기를 맞이하여 결혼한 사연많은 커플...
    결혼 당시에도 주변에 걱정하는 사람이 더 많았을 지경인걸요^^;;

    그 난리를 치고도 결국 결혼해서 부부로 사는 걸 보면 인연이긴 인연인갑다 싶은...(결론은 그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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