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휴가 끝났습니다...ㅠㅠ

생크림요구르트 조회수 : 960
작성일 : 2004-08-02 18:01:22
방학이라는 것이 존재하던 학생시절,
어른들은 일년에 휴가 딱 일주일 받고 어찌 사나? 싶었는데
과연 살만하지 않군요...ㅠㅠ

참으로 스위트하고;; 러블리한;;; 일주일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세식구가 함께 여행도 가고
32개월 된 울 아가 구명조끼 입고 바다에서 수영도 하고...
(물론 엄마한테 찰싹 붙어서 죽어도 안 떨어지려 했지만^^)
마지막 이틀은, 구미로 2개월 파견가는 남편을 따라나서
둘만의 시간도 한껏 즐겼답니다.

구미란 참 좋은 곳이더군요.
번화가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영화표 끊고 나와
차타고 딱 10분 가니까 시원한 계곡물이 나오더라는..^^
분명히 공단으로 조성된 도시고,
산 자체도 작고 야트막한데도
어쩜 그렇게 계곡이 물 맑고 정갈한지요.
남편이랑 송사리 잡으면서 놀고,
나무그늘 밑에서 평상을 발견하여 뒹굴대다 낮잠도 자고,
밤에는 둘이서 파리의 연인 시청하고...

일요일 저녁, 혼자 서울로 향하려니 어찌나 마음이 허하던지ㅠ.ㅠ

옛날 생각이 나네요.
선배 커플 두 쌍이랑 여섯이서 강릉으로 여행을 갔는데,
마지막날은 흩어져서 각자 놀았거든요.
저희는 설악산 흔들바위까지 올라갔더랬어요.
제 가방이 부피가 좀 있어서 매점아저씨한테 맡겨두었는데
내려와 보니 이 매점이 그새 문을 닫아버렸지 뭡니까-.-;;;
결국 고민 끝에, 남편(당시 남자친구)이, 자기가 하룻밤 더 자고 가겠다고...
아침이면 매점 다시 열테니 그때 가방 찾아서 가겠다고, 먼저 가라고 하더라구요.
너무너무 미안했지만, 달리 마땅한 방도도 없고...
그렇다고 남편을 보내고 제가 혼자 타지에서 자기도 그렇고...
(아직 순진하던 학생시절이었던지라...^^;)
그래서 염치불구하고 그냥 그렇게 하기로 해버렸습니다.
강릉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헤어지는(?)데, 이 남자 또 쇼를 합니다.
제가 앉아있는 창문가 자리로 와서, 유리에 덮힌 먼지에다가 손가락으로 하트 그리고-.-;;
남들 다 보는데 오버하면서 손 흔들고, 버스 움직이기 시작하니까 따라 뛰고-.-;;;;;
그날 밤은 여인숙에서 티비 보다 잤다네요.
며칠 후 만나 배낭을 주면서, 안에 양말이랑 내복 있던 거 자기가 빨았다고-.-;;;;;;;;;;;;;;;;
아악 창피하게 그건 왜 꺼내! 하고 펄펄 뛰었더니,
뭐 없어진 거 없나 보느라고 열었다가 눈에 띄길래 그냥 빨았다나요.
구박은 했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이쁘던지ㅠㅠ

그러던 그 남자, 결혼 후 단 한 번도 제 속옷 빨아 준적 없습니다 하핫^_^;;;

어제 구미에서 기차 출발할 때도,
어? 안 따라 들어와? 창문에 하트 그려줘야지~ 기차 따라 뛰어야지~
...그랬다가 뒷통수만 한대 맞았습니다ㅠ.ㅠ;;

음.....애정이 식은 것일까요 역시.....ㅠ.ㅠ

하긴 그 짓도 스무살 갓 넘긴 청년이 하니까 이쁘지
서른 넘은 애아빠가 하기에는 좀 안어울리는 감이 있지요^^;
(와. 그러고 보니 딱 십년 전 얘기네요...)

그래도 아무튼 제 눈에는 아직 이쁜 구석이 더 많은 남편인데
두달씩이나 떨어져 살 생각을 하니 착잡하네요ㅠㅠ
일주일에 한번씩 오프가 있다지만, 주말이 아닌 목요일이어서...
월차 생리휴가 등등이 전무한 직업에 종사하는 저로서는, 도저히 둘이 같이 놀 방법이 없군요.

뭐, 아주 못 보는 것도 아니고^^;;
다음 주말에는 아가랑 같이 구미에 위문공연 갈까 합니다~
IP : 218.145.xxx.192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마농
    '04.8.2 7:23 PM (61.84.xxx.159)

    피식피식 웃으면서 행복한 기분으로 글 읽었어요.^^
    그렇게 이쁜 연애시절 추억이 있으니 참 좋겠다...그죠?
    부러움 한가득입니다.^^

  • 2. 김혜경
    '04.8.2 8:42 PM (211.201.xxx.93)

    흐흐..예전 이야기 읽으니까..저절로 웃음이 나네요...너무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지네요..ㅋㅋ

  • 3. champlain
    '04.8.2 11:48 PM (69.194.xxx.234)

    예전에 연애 하셨던 모습도 예쁘지만
    님의 지금 모습도 참 사랑스럽네요.^ ^

    에고,,저랑 비슷한 처지..
    우리 남편 없는 쓸쓸한 맘 씩씩하게 이겨나가자구요.^ ^

  • 4. 홍이
    '04.8.3 9:15 AM (211.223.xxx.253)

    파리사람들은 여름휴갈 위해 일년을 일한다는데...전 남들 주 5일근무하면 쉬는 토요일 일요일밖에 휴가가엄슴다.휴가 일주일씩 가는분들..넘 부러워요

  • 5. 박미련
    '04.8.3 12:17 PM (203.234.xxx.253)

    에궁.. 주말부부(보다도 더 가끔보는 부부) 참 힘들지요?
    연애시절 얘기도 너무 이쁘고 지금 사는 모습도 예쁘네요.
    저희도 3년정도 주말부부하다가 합쳤는데.. 주말부부가 나름대로 재미도 있고 애틋함도 있지만.. 같이 사는 만 못한 것 같아요.

  • 6. 생크림요구르트
    '04.8.3 2:46 PM (218.145.xxx.144)

    헥...비겁하게 이쁜 부분만 골라 써놓은 건데요^^a; (쑥스러워라~)
    연애시절에 싸우기도 무지 싸우고...워낙 오래 사귀다 보니;;
    냉전기를 거쳐 빙하기(;;)까지 도래했다가 해빙기를 맞이하여 결혼한 사연많은 커플...
    결혼 당시에도 주변에 걱정하는 사람이 더 많았을 지경인걸요^^;;

    그 난리를 치고도 결국 결혼해서 부부로 사는 걸 보면 인연이긴 인연인갑다 싶은...(결론은 그거냐!!!)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82633 자유게시판은... 146 82cook.. 2005/04/11 154,576
682632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82cook.. 2009/12/09 62,243
682631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82cook.. 2006/01/05 92,524
682630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ᆢ.. 2011/08/21 19,975
682629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애니 2011/08/21 21,672
682628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사랑이여 2011/08/21 21,380
682627 꼬꼬면 1 /// 2011/08/21 27,414
682626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애셋맘 2011/08/21 34,607
682625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명언 2011/08/21 34,794
682624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애엄마 2011/08/21 14,851
682623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차칸귀염둥이.. 2011/08/21 16,993
682622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너무 어렵네.. 2011/08/21 23,215
682621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해남 사는 .. 2011/08/21 36,194
682620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조이씨 2011/08/21 27,399
682619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_-; 2011/08/21 18,312
682618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2011/08/21 26,632
682617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짜증섞인목소.. 2011/08/21 74,080
682616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이건뭐 2011/08/21 14,556
682615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도어락 얘기.. 2011/08/21 11,626
682614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참맛 2011/08/21 14,361
682613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2011/08/21 13,392
682612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수영장 2011/08/21 13,646
682611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독수리오남매.. 2011/08/21 26,041
682610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애플 이야기.. 2011/08/21 23,545
682609 가래떡 3 가래떡 2011/08/21 19,759
682608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슈슈 2011/08/21 21,819
682607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늦은휴가 2011/08/21 13,808
682606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도대체 2011/08/21 11,933
682605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독수리오남매.. 2011/08/21 18,086
682604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2011/08/21 21,835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