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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전에서 남창까지.

띠띠 조회수 : 907
작성일 : 2004-08-02 15:58:08
# 영전교회 - 남창.

첫 날의 살인적인 더위의 경험때문에 그리고. 태풍예보 때문에
지숙이와 나는 새벽부터 일찍 도보를 시작하기로 했다.
잠들기 전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5시부터는 걷기로 했었는데
일어나긴 일어났지..새벽 4시에.
그런데 시골의 새벽은 역시나 너무 어두웠다.
간밤에 피곤했음에도 잠을 잘 못자서 새벽에도 제 시간인 4시에
눈을 떴지만 결국 우린 5시에 기상했다. ㅋㅋㅋ ^^
씻고 아침을 먹고 사모님께서 주신 감자를 삶고
짐 꾸리고...
시간은 금새 6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이론 ^^;
6시 30분 영전교회를 나오면서 사모님께 인사를 드렸다.
하루 잘 쉬고 간다는 말에 사모님
금방 더워질텐데...걱정하신다.
낼름...열심히 걷는데 까진 걸어보려구요~^^
인사드리고 나오는 영전교회의 새벽은 시골 분위기답게
너무도 조용하다. ^^
간밤에 내가 정신이 나갔는지 77번 국도가 교회 바로 앞으로
이어져 있는데 착각을 하고 밑으로 내려왔다...ㅠ.ㅠ
지숙이가 이상하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나 계속 타박받았다. ㅋㅋㅋ
남창 10km...
새벽이라고 자만했지만 여름 햇살은 금새 밝아졌다.
너무도 조용한 시골길..
이른 아침부터 더위를 피해 빨간 고추를 따고 계시는 아줌마.
경운기 소리가 경쾌하다.
어제보단 오히려 발걸음이 느린것 같아 신경쓰인다.
열심히 걸어야지..앞으로도 몇 킬로가 남았다.
어제보단 못하지만 여전히 오른쪽으로 멀리 해변이 보인다.
이거 빼면 뭐~ 임실이랑 똑같네~^^
하도 임실 얘기를 했더니 지숙이 날 잡아먹을라 한다.
그러시든지~ 캬캬캬
남창까지의 국도 길은 너무도 조용하다.
사실 크게 볼 거리도 없고 왼쪽은 산 오른쪽은 멀리 바다가
간혹 보이는게 전부다.
그래도 새로운 곳을 처음 걷는게 아닌가.
이것만으로도 우린 행복하다.
아침부터 도로엔 개구리. 잠자리..심지어 뱀까지 ㅠ.ㅠ
압사로 죽어 있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지숙인 동전도 줍고. 압사당한 것들도 종류별로 다 보고
난 뭘 봤는지 ...아하~ 난 그냥 열심히 걸었지~^^ ㅋㅋㅋ
이젠 남창 km표지판에 나올때마다 찍느라 바쁘다
가끔 정신없어서 지나가 버리면 지숙이한테 구박도 받고.
아~~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한단 말인가...ㅠ.ㅠ
땅끝에서부터 걸어왔던 국도길은 비슷비슷 하다.
단지 영전에 오기 전까진 도로변마다 밤 고구마 판매가
아주 많이 보였었는데 이젠 잘 보이지 않는다
그냥 길이고.
그 길 옆에 바다와 마을 뿐이다.
마을이라곤 해도 너무 조용해서 우리만 떠든다.
뭐가 그리 신났는지
어제부터 날씨땜에 잠깐 고생한거 이후론 정말 잘 걷고
정말 잼나게 걷고 있다.^^
이곳엔 부들이 많이 보인다. 내가 좋아라 하는 부들~
걸어 들어갈 수 없는 곳에 많이 있다보니 그냥 눈요기만 하다가
길옆 가까운 곳에 자라있는 부들을 3개 꺽었다.
지숙이가 종아리 바쳐 꺽어준 부들 2개.
그때문에 지숙이는 종아리에 풀독이 올랐다는
지숙이 피부는 너무 예민하더이다..ㅠ.ㅠ
9시 30분....이진마을이 보인다.
핑클에 이진~ 마을일까? 푸하하하
이곳역시 너무나도 조용하다. 한참만에 보인 슈퍼라니.캬캬
당장 들어가 캔커피랑 물을 샀다.
나 : 아저씨~ 남창갈려면 아직 멀었어요?
아저씨: 남창? 아직 멀었는디 어디서 오요?
지숙 : 땅끝에서요~
아저씨 : 땅끝에서 여기까지 걸어왔소? 머하러?
여기서 차타고 가지`
나 : 걸어서 가는 중이예요.^^
아저씨 : 근디 그거는 뭐디야?
아저씨는 내가 들고있는 부들에 대단한 관심을 보이신다. 부들이고 갈대처럼 생겼는데 이렇게 자란다고 하니 아저씨 평생 그런거 첨 본댄다. 허풍도 심하셔라~ 집밖으로 조금만 나가셔도 부들이 엄청 많든데~ ㅋㅋㅋ
지숙이가 화장실을 가고 한참 아저씨와 말을 나누는데
아저씨 : 근디 몇학년이여?
오잉? 몇 학년? 지금 나한테 몇 학년이라고 물으셨다.
으하하하 살다가 이런때도 있다~
나 : 몇 학년이요? 아이고 나이가 몇인데..학생 아닌데요.
아저씨 : 학생 아녀? 학생인줄 알았고만...
ㅋㅋㅋ..나도 학생으로 보일 때가 있단 말씀이다. 캬캬캬
슈퍼에서 쭈쭈바를 사들고 열심히 먹으면서 걷는다
이젠 걷는다기 보단 먹으면서 즐긴다.ㅋㅋㅋ
열심히 쭈쭈바를 먹으면서 오르막을 걸어올라 갈쯤
어떤 차 한대가 지나더니 운전하시는 아저씨
엄청 큰 소리로 한미다 하시고 가신다.
화~~이~~팅!!
ㅋㅋㅋ..대략 멋진 아저씨다. 그렇게 응원할 줄도 아시고.
걷다보니..
여러가지 일들이 많다. 작은 거지만 나눠주시는 분.
공간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경적을 울리면서 쌩 지나는 차.
일부러 세워서 태워 주시겠다는 분들.
아직도 이런 분들이 많다.
사실 혼자였다면 좀 많이 무서웠을 것도 같다.
아직은 여자 혼자여서 하기엔 좋은 일보다 그렇지 않은 일들이많다.
드디어 남창 2km....결국 이렇게 걸어서 남창까지 왔다.
그 감격이라니..
열심히 수다 떨고 왔다지만 그래도 벅찬건 분명히 벅차다.^^
10시 20분 남창에 도착했다.
지숙이와 나는 오늘이 여기까지의 일정이다.
더 걷고 싶지만 시간상 여건이 힘들다.
남창에서 시내(?)로 들어와 남창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광주행 버스표를 구입하고.
한참을 기다리는데 광주행 버스가 안온다...이론.ㅠ.ㅠ
먼저 오던 해남행 버스 기사 아저씨가 인계해 주시겠다고
무조건 타란다.
결국 해남까지 와서 해남에서 광주행으로 갈아타고
광주로 왔다.
광주에 도착한 시간 1시 10분쯤.
점심먹고 출발할 시간예정을 따져봤을때 2시가 제격.
결국 서울행 버스표는 2시 10분 우등으로 끊고
점심은 간단하게 햄버거로 해치웠따.
우리의 이번 도보 일정은 여기에서 끝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즐거웠고 재미있었다.
지숙이랑 계속 즐겁다고 말할 정도였으니...우리 어쩌란 말이냐.ㅋㅋ
계획했던 목표 지점까지 잘 왔고.
아주 적당한 시간에 서울도 왔고.
다음 일정은 8월 마지막 주다.
하기전에 주춤했던 생각들. 이젠 절대 그러지 않는다.^^
기다려지는 시간이라고나 할까.
오랫만에 느끼는 행복이었다.

** 영전교회 ~ 남창~ 서울까지의 경비 **
이진마을 : 커피, 냉수- 2,500
남창-광주 버스비용 - 20,200
광주-서울행버스 - 41,800
광주에서의 식비 - 2,000 + 보태기......

이번 2명이서 도보에 들어간 모든 경비는
1인당 \80,000 정도였다.
대부분 교통비가 젤 많았고.^^

여행기라고 하기엔 너무 허접하다.
사실 이렇게까지 올리는 것도 내겐 많이 힘들었다.
시간을 내서 여유롭게 해야 하는데 사무실에서 하다보니.^^
어쨌든 이번 여행은 엄청 즐거웠다.
참고로 같이 열심히 해준 지숙이에게 고맙다.
엄청 즐거웠다.^^



** 개인적인 홈 주소에 올린 내용이라 말투가 이렇습니다.
이해해주세요. ^^**
IP : 211.211.xxx.18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맑은하늘
    '04.8.2 5:21 PM (61.85.xxx.133)

    잘 댕겨오셨군요.
    화이링~~

    땅끝에서 영천까지의 그 길이 하도 좋아서
    작년 이맘때
    전 몇번이나 왔다 갔다 했다는...(물론 자동차 타고...)

    계속 좋은 여행담 기다릴께요.

  • 2. 인우둥
    '04.8.2 9:38 PM (218.156.xxx.71)

    띠띠님, 뿌듯하지요?
    우리땅 모두 걷는 그 날까지... 힘내시라구요. 아자! 아자!

  • 3. 열쩡
    '04.8.3 10:36 AM (220.118.xxx.122)

    사진도 올려주세요
    역시 길에서 만난 좋은분들이 마음을 따듯하게 만들어 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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