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남 땅끝 ~ 영전.
계획했던 땅끝으로의 일정 시작일 이었다.
금요일 퇴근 후 동생 지숙과 바로 전주까지 내려오고
7월 31일 오전 9시 20분
광주행 고속버스에 올랐다.
많은 여행을 해보진 못했지만 언제나 새로운 곳으로의
출발은 기대 이상의 떨림을 낳곤 한다.
전주에서 출발한 광주행 버스는 10시 45분에 도착했다.
아우~ 광주라. 사실 난 한번도 광주에 와보지 못했었다.
전주에서 겨우 한시간 꼴인 이곳에 스물 일곱이 되도록
와보지 못했다니...쪼~~오~금 아쉬울 따름이었지만..
뭐~ 오늘 왔으니.^^ 오호~ 광주 시외버스 터미널
진짜 넓다~~!! 사실 뭐 조금 우왕좌왕 했다.
무슨 외계선도 아니고 뭐가 이리 크담.~ ^^:
지숙이는 내가 우왕좌왕 하면 뒤에서 뭐라뭐라~궁시렁댄다.
이거이~ 이거 노리고 온게 분명타. ^^
광주에서 해남까지 가는 버스편은 한시간에 한 대 꼴이다.
우리의 목적지는 해남 땅끝.
광주-남부-영산포-신북-영암-성전-해남-산정-송호리-토말!!
광주에서 11시 15분 출발행 버스를 타고 이렇게 경유해서
땅끝에 도착한 시간은 2시30분..
정말 오전내내 버스만 타고 다닌 셈이다.^^
와~ 땅끝이다!!
이년전쯤 혼자서 국토종단을 했던 한 친구에게 듣기로는 많이
실망할 거란 소리를 했었다. 땅끝마을은 너무 작고 조용해서
많이 실망할 거라는...
그런데 내가 너무 기대치를 내려서 생각했었나 보다.
생각보다 해수욕장에 사람들에 북적대진 않아도 제법 어수선한
바닷마을이다.
지숙이와 나는 늦은 점심을 위해 땅끝마을 이곳 저곳을 쭉 살펴
봤지만 간단하게 식사할 만한 곳은 없다.
모두 횟집뿐이다. 아~~ 먹고 싶다.. 회! 하지만 우린 먹기위해
놀기위해 쓰기위해 이곳에 온 게 아니었다.
된장찌개 메뉴가 보이는 한 횟집에 들어섰다. 에어컨의 그 시원함
이란. 죽다 살아난 기분이다. 도대체 도보여행의 시작을 어찌할꼬~
그.런.데 점심메뉴로 된장찌개가 안됀단다. 아침메뉴라나~
지숙이는 회도 못먹고 해물탕도 못 먹는다. 아..슬프도다.
안됀다는 말을듣고 두 말 없이 나는 일어섰다. 다른데라도 찾아볼
생각이었더니 아줌마 대뜸 이왕왔으니 손님 별로 없을때 된장해주겠
단다...ㅋㅋㅋ 우린 결국 횟집에서 된장찌개만 먹고 나왔다.ㅋㅋ
맛도 먹을만 하고 맛있다.
밥도 먹었고. 배도 부르고..장시간의 버스탑승으로 인해 사실
기운이빠진 상태였지만 땅끝에 왔으니 당연히 땅끝탑에 가서
발도장 찍고 시작해야 할 터였다.
땅끝탑은 작으마한 산 중턱쯤에나 올라야 그 모습이 보였다.
땅끝탑으로 오르는 길과 전망대로 오르는 길 두 갈래로 나뉘어졌지만
오후의 시간이 너무 지체된 상황이라 땅끝탑만 가보기로 했다.
땅끝탑으로 가는 길은 좁고...무척이나 길었다.
이건 무슨 산행도아니고...생각했던 땅끝탑의 위치가 마을앞이 아니라
산 중턱이라니. 작은 사실 하나에도 경험과 무 경험의 차이다.
땅끝탑을 둘러보고 사진도 찍고 다시 마을로 내려와 도보여행의
시작을 한다.
우선 땅끝마을에서 813번 지방도로를 타고 영전까지 오를 계획이
오늘의 일정이다.
813번 지방도라~. 길 거리에 보이는 아저씨를 붙잡고 물어물어
열기가 가득한 아스팔트 길로 빠져 나왔다.
77번 국도.
땅끝마을에서 조금 벗어나자 남창 22km 표지판이 보인다.
이곳에서 남창까지의 거리가 22km 표지판이 보이기 전까지 1km를
걸었으니 총 23km의 거리란 소리다.
도대체 어느만큼을 걸어야 한단 말인가.
햇살은 너무나도 뜨겁고 무섭다. 숨이 막힐 듯 뜨거운 태양아래
영전으로 한 걸음 한 걸음을 시작한다.
준비했던 부담스런 내 밀짚모자가 그래도 제법 햇살을 많이 가려줘서
고맙다. 역시 밀짚모자다. ㅋㅋㅋ
가방의 무게가 제법 묵직하다. 아니 사실 많이 무겁다. 나도 그렇고
지숙이도 많이 힘들다. 땀이 순식간에 비오듯 쏟아진다.
덥고. 끈적이고 숨막히고 무겁고...
열심히 걷다보니 1km씩 줄어들고 있는 표지판이 보인다.
아. 이 기분이다. 힘들게 걷고 있지만 그만큼 줄어드는 표지판의
거리. 우리는 어느새 걸음을 즐기고 있다.
걸으면서 마신 물의 양이 내 일주일 물 양은 됨직하다. 그런데도
화장실 가고 싶은 생각도 없다. 땀으로 모든 수분이 빠져 나가나보다
땅끝을 뒤로 하면서 걷는 이 길은 왼쪽으로 집과 산. 그리고 밭 과 논.
오른쪽으론 바다와 해변이 보인다. 햇살이 너무 강렬해서 바다빛이
하얗게 보일 정도지만 해변이 보이는 길을 걷는 기분 참 좋다.
생각했던 것 보다 우린 잘 걸어내고 있었다.
물도 떨어져 가고 손도 끈적거리고 먼지로 뒤범벅이 된 몸도 따갑고.
손이라도 씻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몇 분 전부터하고 걷던 중.
저앞에 아저씨 두 분이 트럭 한가득 빨간 고추에 모터로 품어올린
물을 적시고 있었다..아싸~ 저기가서 좀 씻자!
지숙: 아저씨 저희 손 한번만 씻어도 되요?
아저씨 : 아이고~ 그거는 얼마든지 내가 해줄수 있지요~
나 : 아저씨 이 물 먹어도 돼요?
아저씨 : 그먼요~ 이거 걍 바로 먹어도 디야요.
아저씨는 말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시험에 보이신다.. ㅋㅋ 그렇게
하지 않으셔도 우린 물 받아서 마셨을건데~
아저씨 : 어디서 온다요?
지숙.나 : 땅끝에서요.
아저씨 : 걸어왔소?
지숙.나 : 예~
아저씨: 차타고 가제 머하러 걸어간다요~
지숙.나 : 걸어서 여행중이거든요.^^
우리는 손도 씻고 물도 마시고 빈통에 물도가득 채워서 다시
걷는다.
남창 18, 17, 16....km는 조금씩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이런 기분 너무 새롭다. ^^
한참을 걷는 길. 여전히 오른쪽으론 바다가 보이고 왼편으론
산과 마을이 보인다. 드문드문 마을이 보이고. 뒤돌아서 보니
이젠 땅끝탑도 보이지 않는 길까지 걸어오고 있다.
시원한 음료수 생각이 절로 난다.
물도 떨어졌다. 마을이 보이면 슈퍼에서 물도 사고 시원한 음
료수도 마셔야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보니 마을 안쪽에 슈퍼가 하나 보인다.
숨을 헉헉 거리며 슈퍼 앞으로 걸어 들어가는데 슈퍼앞 평상에
할머니들 서너분이서 더위를 피하고 계신다.
슈퍼에서 물을 사고 음료수캔 하나씩을 들고 평상에 앉았다.
단숨에 음료수를 들이키는데 옆에 계시는 한 할머니께서
물으신다.
할머니1: 어디서 오는 길이여?
지숙.나 : 땅끝에서요.
할머니1,2: 땅끝서 여그까지 걸어왔소?
지숙,나 : 예~
할머니1: 더운디 어디 갈라고?
나 : 영전이요
할머니1 : 영전? 거그를 어떻게 걸어갈라고?
얼매나 먼디~ 걸어서 못가~ 저그서 차 타고 가.
다른 할머니들 께서도 다들 걸어서 못간다고 차 타고 가란다.
ㅠ.ㅠ 우린 걸어가야 한다니까요~..ㅋㅋ
그때 일하고 오시던 할머니 한 분이 우리 옆으로 앉으시더니
또 물으신다.
할머니3: 여그 아그들은 어디 아그들이여?
나 : 서울 아그들인디요~
ㅋㅋㅋ..살짝 말투를 따라 했더니 웃으신다.
새참삼아 드시고 계신듯한 떡을 하나씩주신다.
우린 암것도 못 먹은 사람마냥 잘도 먹는다. 어찌나
식성이 좋은지. 이 더위에 이렇게 땀 흘리며 걸어도
식탐은 여전한가 보다.ㅋㅋㅋ
또다시 비슷 비슷한 거리를 걷는다..
여전히 km 표지판을 보고..줄어드는 거리를 실감하면서
새로운 분위기의 마을을 바라보면서...
좁은 도로위를 한쪽으로 걷다보니 경적을 울리며 지나는 차
도리어 우리를 피해서 앞질러 가는 차.
우리보다 언니인 듯한 운전하던 언니는 차를 세우며 가는
곳까지 태워다 준댄다.
이런 고마울때가. 그러나 이번은 사양이다. 우린 걷기위해
왔으니까.
남창15km표지판이 보인다. 벌써 몇킬로를 걸어왔다.
그늘에 앉아 잠시 쉬는데 또다시 아저씨 한 분이 태워주신댄다
다시거절. ㅠ.ㅠ
사구리 해수욕장을 지나고 걷다가 도로편 커피, 냉수 파는 곳에
잠시 들러 냉커피 한 캔씩을 또 사마신다.
그 주변에 앉아 계신던 한 무리의 할머님들과 아주머니 아저씨
일제히 우리를 쳐다보신다.
또다시 이어지는 비슷한 질문.
어디 가느냐. 어디서 왔느냐.그냥 버스타고 가라~
할머니 : 돈 많이 가져왔으면 저그 해수욕장서 놀고 가~
나 : 돈이 없어요~돈이~
나는 할머니 말투따라 표정까지 우습게 섞어서 말했더니
또다시 할머니들 다 웃으신다.
저기 앞에서 영전가는 버스 있으니까 타고 가라는말씀도 잊지
않으시고...아주머니는 찐 밤 고구마 먹고 가라고 몇 번이나 말씀
하신다. 어찌 거절할소냐..우린 또 열심히 먹어댄다.ㅋㅋ
그러자 아저씨는 우리들이 궁금했던지
아저씨 : 걸어서 오는거면 어디서부텀 걷는다요? 서울서
걸어 내려온다요?
나 : 땅끝탑에서요~
아저씨 : 아. 땅끝탑서. 허허허 나는 고것에 젤로 궁금하더라고~
열심히 고구마 까먹고 있는 우리에게 아주머니는 삶은 달걀을
또 내미신다. 먹고 가라고.
아..우린 이래서 별로 배고프지 않았다. ㅋㅋㅋ
태워주시겠다는 아저씨의 말을 정중히 거절하고 열심히 걷는다
4-5km만 더 걸으면 영전이 나온다.
4시 30분에 시작했던 도보행이 6시가 넘고 있다.
표지판이 나올때마다 사진을 찍고. 또 걷고...
어느덧 시간은 또 7시를 접어들고 있다.
걷다보니 아까전에 보았던 그아저씨가 도로변에 계신다.
지금 땅끝은 햇 밤 고구마가 제철이다.
도로마다 가판을 내놓고 고구마 판매하는 곳이 많다.
아저씨 : 아까 걸어가드만 이제 여그 오요?
우리는 그냥 웃음으로 대신 답했다.
걸음도 많이 가벼워졌고 햇살도 사라졌다. 기분은 더
좋다.
아저씨 : 해도졌는디 얼렁 뛰어가야제~ 이쟈 쪼금만
더 걸으면 되것소. 저그요 저그.
아저씨 손끝이 가리키는 곳엔 제법 큰 마을이있다.
큰소리로 감사하단 인사를 하고 날아갈 듯 가벼워진
걸음으로 영전에 도착했다.
아...이곳이 영전이다.
땅끝에서 딱 11km걸었다. 이젠 묵을 장소를 정해야한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 영전교회를 들렀다.
수련회건물을 한쪽으로 같이 운영하고 있는 영전교회
늦은 시간 때문에 불도 대부분 꺼져있다.
집사님? 전도사님? 정확한 신분확인은 못해서 그냥 사모님
이라 칭해야 겠다.
어쨌든 책을 보고 계신던 사모님께 도보여행 중이라는
말과 하루 묵어갈 수 있겠냐 여쭈웠더니
두 사람이냐며 흔쾌히 승낙하신다.
수련회건물 2층이 우리가묵을 장소다.
샤워실도 있고. 주방조리실도 있다.
우리는 넓은 수련회 2층 건물에서 짐을 풀었다.
하루종일 땀에 절은 몸을 샤워실에서 엄청 차가운 물로
씻고 조리실에서 저녁도 해결했다.
물론 라면으로 떼웠지만.ㅠ.ㅠ
그 말을 들으신 사모님은 몸 버릴라고 여행하는 거냐며
꼭 밥을 챙겨먹으라 하신다.
옳은말씀이다.^^
포도와 아침에 삶아서 먹으라며 감자까지 챙겨다 주신다
이렇게 감사할때가.
지숙이와 나는 너무도 많이 흥분돼어 있었다.
오후내내 햇볕에서 힘들게 걸었지만 즐거웠던 시간과
수련회를 온 듯한 착각이 들게 만든 시설.
시원하게 몸도 씻었고 먹었고..편히 쉴 수 있는 공간까지
제공되었다. 아... 얼마만의 일탈인가.
땀으로 뒤범벅 된 몸을 차가운 물로 씻어내고
주방으로 내려가 모기에 뜯기며 저녁을 먹고
아쉽게도 나오지 않는 tv를 한탄하며 캔 맥주 하나를
마시고. 일찍 잠이 들었다.
우리의 영전교회에서의 하룻밤은 그렇게 저물고
있었다.
**31일 하루일정 정리 **
이동거리 : 11km
(전주) 아침 : 5,500
(전주-터미널) : 1,400
(전주-광주) : 15,400
(광주-땅끝) : 23,800
(해남 점심) : 10,000
(해남 물) : 2,000
( 음 료 수 ) : 1,400
( 커 피 ) : 1,600
(영전.저녁아침) : 10,200
서울에서 전주까지 교통비 2인 \20,200-
전주에서부터 광주 해남 영전까지의 모든 비용 2인기준
\71,300-
** 쓸데없는 내용으로 너무 길었지요?^^ 개인홈피에 올리느라 말투가 이렇습니다
이해해주세요.^^ 잘 다녀왔습니다.^^**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땅끝에서 영전까지.
띠띠 조회수 : 727
작성일 : 2004-08-02 15:54:22
IP : 211.211.xxx.18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김혜경
'04.8.2 8:45 PM (211.201.xxx.93)에구 이 무더위에...아픈데는 없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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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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