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날씨는 10분을 기다려 보라했든가.
7월이 되어도 반짝 해가 쨍쨍인 날이 하루나 이틀이라면 그새 비가 와 바람도 쌀쌀한 탓에 으스스 춥던 차.
금새 비가 오는 가하면 금새 개어 해가 쨍쨍이기를 반복하다 맑은 날이 좀 더 많아진다,싶더니 7월 중순부터 정말 약간 땀이 날 정도로 더워졌다.
드디어,드디어 여름인 것이다.
재작년부터 작년까지는 이상 기온으로 여름에 좀 더웠다고 하더니 올해는 제대로 돌아왔나 보다,했었다.
하도 춥다고 엄살을 피워 오다가 갑자기 여름(?)을 맞이하니 어,정말 계속 더우려나? 믿을 수 없었지만......
찬 바닷바람에 감히 자주 갈 생각을 못하다가 오랜만에 스헤베닝겐 비치를 갔더니 사람들이 꽤 북적였다.
여기저기에서 그대로 가슴을 내놓은 채 일광욕하는 사람들은 많이 보였으나 물이 찬 관계로 수영을 즐기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솔직히 여자들이 저 큰 가슴과 저 대단한 뱃살을 그대로 스스럼없이 내놓는다는 것에 놀랍기도 했지만.
이토록 변덕스럽고 일조량이 부족하다싶은 나라인만큼 왜 햇빛이 나면 훌렁~벗는지 충분히 이해가 가기도 했다.
하지만 기미가 홀랑~낀 나로서는 늘 햇빛 기피증이다.
한데 유럽인들은 일광욕이 절실할지 몰라도 공기가 맑은 탓인지 여기 온지 6개월도 안되어 우리 가족은 모두 시커먼스가 됐다.
날도 늘 맑지도 않은데 어느새 그리 모두들 검게 탔는지.
필리핀에서보다 피부가 더 잘 타는 듯 싶다.
남편이 은근히 “자기도 일광욕해서 자랑 좀 해.”
라고 놀리는데 동양 여자들이 옷을 벗는 것을 꺼리는 걸 알기도 알테고 당연 낯선 체구이니 시선 집중이 되겠지?
흠,내가 애만 둘을 낳지 않았어도.
서울서 사온 한번에 펴는 요술 텐트를 폈다. -한데 우리처럼 완전 큰 텐트를 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다들 작은 바람마개 식이나 큰 파라솔 정도?
아니면 큰 타월 하나면 이들에게는 족하다.
타월을 깔고 되는 대로 벗고 엎드려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문신을 한 사람들도 무척 많다.
스티커 문신이라도 나도 언젠가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우린 연을 날리기 시작했는데 두 명의 장난 가득해 보이는 청소년 둘이 나이스,라고 하면서 말을 건넨다.
독일에서 이 비치로 가족끼리 놀러 왔다는 두 아이는 연을 날려 본 일이 없는지 해 봐도 되냐고 묻기에 남편이 연을 건네 주었다.
영어와 독일어를 섞어 말해서 나는 잘 알아 듣기 힘들었는데 웬지 껄렁하게 보이는 이 둘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빨리 연을 돌려 주고 가 주었으면......하는 심정이였다.
나는 너무 여름 공포 영화를 많이 봐서인지 솔직히 좀 건장한 청년들이 두 명 이상 몰려 있으면 무섭다.
참 나도 엉뚱하기도 싶다하겠지만.....
청소년 몇이 휴가지에서 벌이는 엽기 살인 이야기가 아주 무섭게 각인된 탓이다.
선하게 생긴 두세 명의 청년이 별장에 와서 휴가를 맞아 온 가족들에게 계란을 빌려 달라고 오면서 시작되는 그 이야기."Funny game"
어린 아이까지 잔인하게 온 일가족을 살해하는 이야기라 더 섬짓했다.
어린 아들이 눈 앞에서 총에 맞아 죽었는데 나중에 가까이 가 보지도 않고 차분히 두 부부가 탈출을 시도 하려던 장면이 너무 인상 깊은 영화였다.
맞아,흥분하고 놀래서 울부짖고만 있으면 뭐해.냉정히 사태 파악을 하고 탈출해서 놈들을 잡는 게 더 중요하지,라고 감탄을 하며 보았던 독일 영화였다.
하긴 대부분의 공포 영화 특성이 젊은이들의 여행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대부분 아닌가.
네덜란드도 특히 도시에서 강도나 도둑이 많다고 들었는데 지독한 더치인 근성답게 집털이들은 정말 단 하나도 남김없이,변기통까지도 떼어 간다고 들었다.
주로 사건은 집에서 자주 발생한다고.
대도시는 여행객들이 많기 때문에 지갑이나 여권 분실 사고가 무척이나 많다.잡범들이 많은 이유가 마약을 사기 위해서라는 말도 있다.
네덜란드는 홍등가,마약이 허용된 국가이다.
북유럽답게 밤 10시가 지나야 어둑어둑해지는 하늘.
새벽도 일찍 오고 밤이 무척 짧다.
6월 중순이 가장 밤이 짧다고.
수퍼마켓 경우 8시까지하고 또 스헤베닝겐처럼 관광지인 곳은 관광철에 늦게까지 영업을 하기도하지만 5시면 대부분 모든 상가가 문을 닫는다.
뭐 나이트 클럽이나 술집이 물론 있지만 이곳은 노래방이나 단란주점 따위도 흔하게 있는게 아니니 건전한 밤 문화일 수밖에 없다,할까.
하긴 내가 모르는 밤 문화가 분명 있겠지만 말이다.
트램(전철)을 밤 늦게 탔다가 강도를 만나 봉변을 당한 사람도 있었고 사실 네덜란드는 치안이 그리 좋다고 말 할 수는 없다.
또한 공원 등 구역마다 자동차 도둑을 조심하라는 경고의 그림이 그려져 있기도 하는데 카 오디오를 훔치는 잡범들 탓이다.
우리 차도 운전석 열쇠를 뜯긴 일이 있었는데 오디오 탓인 듯 싶다.
해서 이곳의 차들은 카 오디오를 쉽게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도록 되었다.
한 번 사고를 당한 나 역시 웬만하면 차에서 오디오를 떼어 놓는 습관이 절로 생겼다.
또한 왜지? 싶은 것들 하나는 창문.
분명 모기도 있다고 들었고 실제 창문을 여기 무섭게 파리가 날아 들어오는데 집집마다 망 창이 있는 집을 한 집도 볼 수가 없으니.
추위도 문제가 아니고 그깟 작은 날벌레들 쯤도 문제가 전혀 안되는 네덜란드,라고 해야 하나?
망 창이 없으니 문을 열면 수시로 드나드는 파리들 때문에 가끔은 짜증이 난다.
한데 필리핀에서도 느낀 거지만 네덜란드 파리 또한 상당히 행동이 느리다.
아마 우리나라처럼 날센 파리가 또 있을까 싶게 이곳 파리는 잡기가 쉬운 편이다.
부엌 유리창에 붙은 파리를 한 번에 때려 잡고 나니 유리창에 들러 붙어 버렸다.
남편이 올 때까지 파리를 그냥 붙여 둔 나는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다.
죽은 파리를 본 보기로 매달아 놔서 파리 출입 금지 구역이라는 것을 알리는 거다.
한 마리는 좀 약하고 한 세 마리 이상 달랑달랑 매달아 놓으면 혹 파리들이 으스스해 하지않을까?
물론 서바이벌 게임을 즐기는 모험심 강한 파리는 슬쩍 들어오고 싶겠지만......
그러나,에헤라,통재라.
요런 무식한 것들 같으니.
파리들에게는 동족의 죽음을 애석 해하는 눈치가 없다.
(내가 파리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건가?)
노랭이 나라에서 살다보니 나도 알뜰 정신이 생긴 탓인가.
많은 파리들을 잡을 때마다 아깝다.
물고기에게 먹이로 주면 좋아 할텐데.....그냥 버려야하다니.
그렇다고 파리 시체들을 죽 모아 놨다가 집 앞 호수에 던져주는 그 알뜰살뜰을 떨기엔 너무 게으르고 비위에 안 맞기는 하다.
여름이 되고보니-
일단은 옷 입기가 더 자유스러워 좋다.
아이들도 물놀이를 신나게 즐기고 할거리가 많다.
뭐 언제 또 더웠냐싶게 비 오고 바람 불면서 나를 움츠리게 할지는 모르지만.
한국과 달리 북적이는 인파나 열대야 현상으로 지칠 일도 없고 언제든 가까이 갈 수 있는 바다가 있고 넓은 공원이 있고......
피서를 따로 가야 할 걱정이 도대체 없다.
아무때나 늦은 시간에도 아이들은 밖에서 자전거나 킥 보드를 타고 분수대에서 물장난을 하고.
집 앞의 호수에서 빵가루를 던지며 물고기를 구경하는 여유로움이며......
여름의 네덜란드,헤이그.
나는 파라다이스에서 산다.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Oh,summer,Summer Story
kim hyunjoo 조회수 : 943
작성일 : 2004-08-02 06:16:40
IP : 81.205.xxx.243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kim hyunjoo
'04.8.2 6:17 AM (81.205.xxx.243)날 드븐데...염장 지르는 야그를 한건가...싶네요...^^;;
2. 몬나니
'04.8.2 11:48 AM (61.78.xxx.50)얼마전 이원복 교수의 새로운 네덜란드 이야기를 읽었어요...
글이 짧아 다 적을순 없지만 무지반가워요..
이국적인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행복도 느껴지구요.....3. 깜찍새댁
'04.8.2 1:33 PM (61.73.xxx.244)우와..........정말 좋겟어요...
몬나니님 말씀처럼...머릿속에 그려집니다...(한번도 가본적도,사진 본적도 없지만)
저도......아이를 낳으면....좀 다른 환경 좀 여유로운(경제력이 아닌 마음의 여유로움)곳에서 키우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있는데......
진정 파라다이스에서 사시는 듯한 글 입니다....
글로나마 잘 읽고 갑니다.=3=34. 홍차새댁
'04.8.2 3:10 PM (210.119.xxx.19)5시에 문닫는 상점들....
예전에 유럽갔다가 상점들이 너무 빨리 문닫아서 기차역에서 줄창 앉아있었던 생각이 나네요.
어디 갈데가 있어야죠.....^^ 그리고 기차역에도 그 흔한 의자조차없어서 바닥에 가방깔고 앉아있던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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