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대학 가기 전 학원다니며 알게 된 삼십년이 다 되어가는 친구가 있답니다
이리저리 서로 결혼을 하고 흩어져 살더니 우연인지 필연인지 서울로 시집오고
결혼하고 서울오고
그래서 서울서 아이낳고 키우고 얼굴 자주 보고 살았었지요.
남편들도 잘 알고 아이들도 엄마보다 이모가 더 익숙한 그런 사이였답니다
힘들 때는 암말 안해도 그냥 걱정이 되고 마음이 쓰이는
오래 휴가 갈 때는 먹던 반찬도 통째로 그냥 넘길수 있는 그런 친구요
그런데
그런 친구가 남편이 직장 그만두고 벌이는 사업 따라 아이들만 집에 남기고 경남으로 가버리네요
매장과 함께 식당을 인수하게 되어 관리하러 친구까지 내려간다는 군요
사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아는 난
결혼 후 내내 잘 나가는 금융맨이던 바깥양반 덕에 아무것도 모르고 내조만 열심히 하던
내 현모양처 친구가 걱정되어 가슴이 아파옵니다
어렵고 힘든 때를 만나 집도 공장도 모두 남의 손에 넘겨 주고 오직 아이들 아프지 않은 것이 다행인 적도 있어 본 나는
오로지 친구가 마구마구 번창하기만을 바랄 뿐 입니다
그래서 마음만은 편하기를 바랍니다
내내 초연한 척 해도 이렇게 밤에는 허전한 마음 달랠길이 없네요
저는 서초동에 난 잠실에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고
전화로 온갖 자잘한 근심도 행복도 다 나누었는데
맥주 한잔에 눈물이 나서 딸한테 그랬습니다
"남자와 달라 엄마는 친구가 보고싶어도 지방으로 훌쩍 차 타고 길 나설수가 없구나"
안 그래도 속상한 울딸 그러네요. 흥분해서 " 왜 남자만 친구 보고 싶을때 만나? 엄마도 내가 살림 살 테니까 이모 보러 가"
고3딸이요
그래서 허허로운 웃음 한번 날렸습니다
어제 친구가 남쪽으로 여행길을 떠났습니다
이제 아마 빨라도 2주는 되어야 아이들 치닥거리 하러 올라오겠지요
남편 회사 그만 둔게 억울해 내내 운 그 친구한테 어제 아침에 난 전화도 못했습니다
그냥 밝은 마음으로 일 잘 보라고 문자만 보냈지요
그리고 어제 오늘 내내 그 친구를 생각합니다
지금쯤 무얼 할까
서울이 왜 이다지도 허전하지요?
다 늙어 주책인가요?
덥지만 마음 가는 건 어쩔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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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이 무언지......
lyu 조회수 : 1,015
작성일 : 2004-08-01 22:29:02
IP : 220.118.xxx.95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여름
'04.8.2 1:15 AM (218.38.xxx.150)저도
결혼해 20년간 아파트 앞, 뒷동에 붙어 살던 고등 동창 친구 캐나다로 떠나 보내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앞의 아파트를 보니 눈물이 주루루 나오더라고요.
한동안은 정말 마음이 너무나 허전하고 앞동을 쳐다 볼 수도 없었어요.
님은 아마 힘든길 가는 친구땜에 더 안좋겠죠.
그 친구분 잘 되시길 바래요.2. 기쁨이네
'04.8.2 3:58 AM (80.140.xxx.68)그럼요, 마음 가는 건 더위도 추위도 상관없지요... ...
친구분 잘 되시길 저도 함께 빕니다.3. 토마토
'04.8.2 10:46 AM (218.145.xxx.74)한동안은 허탈하지요.. 더구나 힘들어진 친구니 더하죠...
따님 말처럼, 이젠 친구 만나러 갈 수도 있는 나이가 되었죠?
나이가 들수록 그렇게 오래한 친구가, 항상 마음 속에 든든히 자리잡고 있어
문득 문득 그리움을 가져다 줍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친구가 잘 되기를 기도하게
되구요. 그리고 말하지 않아도 어떤 아픔이 어떻게 친구를 아프게 하는지도...
친구도 그 마음 느끼고, 잘 되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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