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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고 싶나?

kim hyunjoo 조회수 : 1,630
작성일 : 2004-07-18 21:23:34
네덜란드의 수도는 암스텔담.
내가 네덜란드로 발령이 났다니까 모두 수도 암스텔담으로 가는구나,라고 했다.
하지만 이곳은 국회,정부 부처가 수도에서 1시간 쯤 떨어진 헤이그라는 작은 도시에 있기 때문에 대사관 역시 헤이그에 있을밖에.
헤이그는 작은 도시라 대사관이 60여 개나 있으니 온 도처에서 대사관과 외교관 차량을 쉽게 볼 수 있다.
미국도 수도인 워싱턴은 정치적 도시일 뿐,뉴욕이 문화를 크게 담당 해 더 유명세를 치루며 각 주마다 교육으로, 저마다의 강점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캐나다,호주,뉴질랜드,독일,스위스,남아프리카 공화국,인도 등 역시 마찬가지로 수도보다 타 도시가 더 발달된 대표적 국가는 많다.

두 번째 근무지였던 필리핀은 수도 마닐라 만이 유일한 경제 발전을 지나치게 보이는 도시.
특히 마카티라는 일종의 우리 나라 강남이나 동부 이촌동 같은 곳인데 정부와 외국 투자가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물가도 턱없이 비싼 곳이였다.
도로도 오로지 관광지-즉 사유 재산을 위한 곳에만 제대로 깔려 있는 편이고 경찰들의 부정은 아예 내놓고 저질러지는 자연스런 이야기며 총기 사고나 테러로 인한 폭발 사고,온갖 범죄에 치안이 무척이나 안 좋은 곳이였다.
필리핀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모두들 “골때리는 나라”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었다.
한마디로 인권이 없는 나라였다.
그렇다고 내가 필리핀에서 나쁜 기억이 있는 것만은 아니지만 사실 회상 해 보면 당시 좋은 감정만 말하기엔 힘든 나라였었다.
대사관에는 툭하면 “죽이겠다”라는 협박 전화가 일쑤였고 사실 근무 중이던 직원 한 분이 필리핀인에게 살해 당한 사건도 있었고.

이렇듯 선진국,후진국을 두루 돌아 볼 기회가 있으니 어느 정도 나도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를 따지는 눈이 생겼다고 할까.

선진국-내가 가 본 나라는 일본,영국,스위스,이태리,프랑스,미국,이곳 네덜란드가 전부이기도 하고 모든 곳을 자세히 다녀 본 것은 아니지만
수도 뿐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모든 지방이 모두 균등이 발전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도시의 북적임과 큰 쇼핑몰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같지만 농가와 그 주변이 상당히 깔끔하고 수준있게 정리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첨 5년 반 만에 서울로 들어간 탓에 새로 닦인 도로나 새로 들어선 건물에 감탄을 하며 이렇게 무섭게 성장하는 나라가 있을까 놀라워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몇 번 여기저기 시골을 다녀오면서 도시에 비해 너무 초라하고 낙후된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어 무척 실망스러웠다.

이곳 네덜란드에서는 관광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어느 도시를 들어 가 봐도 도로며 주택이 너무 근사하고 새로 지은 건물은 독특한 현대 감각이 물씬 풍긴다.
내 나라와 먼저 비교해 보는 한탄이 어찌 없으리요.
물론 국제 연합 인간 개발 지수(삶의 질을 측정하는 기준)와 국내 총생산 GDP(국가의 부를 가늠하는 척도)가 턱없이 차이나는 걸 알지만 늘 언제 우리도,라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선진국은 어디를 가나 어린 아이들을 위한 시설 또한 참으로 잘 되어 있다.
공원도 상대적으로 많고 많은 박물관과 볼거리,찾아 갈 곳이 많아 여유로운 삶의 질이란게 어떤 건지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빈부의 차이도 심하게 느낄 수 없이 모두 검소하다.

우리 나라는 집 앞 백화점을 가더래도 잘 차려 입고 나가야 점원들에게 무시 안 당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 아닌가.
나도 백화점에서 한 번 화가 난 일이 있었다.
점원 아가씨가 아이 옷을 이거저거 보여 주고 권하길래
“너무 비싸네.난 그냥 남대문에서 사 입혀요.”
“어머,어떻게 남대문 옷을 입히세요?”
라는 것이다.아니....난 도대체 아가씨 월급이 어느 정도나 되길래 남대문에서 옷을 사 입힌다는 말이 우습게 들리는지 되묻고 싶었다.
내 보기에 턱없이 비싼 옷을 들고 “어머,이 정도 가격에 뭘 그러세요.”
라는 말을 들으면 의아하다.물론 상술로 물건을 하나라도  팔아야하겠지만.
필리핀이 그랬다.
호텔은 반바지 차림이 허용 안되고 같은 아시아인이면서 차림새가 허름한 이들을 대하는 자세가 어찌나 차별화 되었는지.
일단 백인들 앞에서는 짹 소리도 못하고 허용이 안되는 걸 요구해도 들어 주는 걸 본 일이 있다.


네덜란드에 와서 미국보다 더 아담하고 정겨운 고풍스러움에 감탄하는 이유는 아마도 이제 내가 제대로 뭔가를 보는 안목이 생긴 탓이 아닐까?
첫 미국 살림 때는 뭐가 뭔지도 잘 몰랐고 영어에 통 자신도 없었고 내가 어떤 행운을 누리며 사는지 전혀 깨닫지 못하고 늘 외롭고 지겹다는 생각만 했었으니......
그러니 뭐가 제대로 눈에 고깝게 보이고 감상이 있을 턱이 있겠나.
필리핀에서도 건강이 썩 좋지 않았고 오염된 공기와 소음에 괴로워했고 더위로 늘 지친 상태에서 빨리 서울로 가고 싶다,라는 푸념이 강했었지.

하지만 그렇게 오고 싶던 서울에 돌아오자 이건 사정이 더 달라졌다.
막상 돌아와 살아보니 해외 체류 중 잠시 들려 친정에 있었을 때 즐거웠던 서울행이 결코 만만치 않게 된 것.
현실은 이랬다.
그리운 친구들은 저마다 아이 교육에 바빴고 교통 지옥에 시달리니 집을 코 앞에 두고 차에 막혀 한참을 걸려 다니고......
주말이라고 편히 쉴 수도 없이 툭탁대는 두 아이를 데리고 어디를 가자면 밀리는 차 때문에, 주차 때문에 망설여지고.
집 앞에 주차하는 것조차 혹이나 늦은 밤이면 빙빙 한참 돌아 힘겹게 찾아 다녀야했고.
맘 먹고 출발한 여행길에서는 고속도로에서 가던 길을 되돌아 온 적도 있었다.
전철,버스를 타고 다니자니 잠들고 피곤해 징징 거리는 두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것도 곤욕이였다.나는 손목이 나쁜 탓에 아이를 제대로 안거나 엎어 줄 형편이 아니기에.
가장 놀란 것은 버스를 타고 내릴 때 내가 안지를 못해서 아이가 좀 늦게 내리면 버스 기사 아저씨가 욕을 하며 화를 버럭 냈을 때였다.
너무 놀라고 당황해서 할 수 없이 아이를 얼른 안고 내리다가 오랫동안 손목 아파 죽을 상이였던 그 때를 생각하니......
서울? 이제는 그렇게 가고 싶어했던 내 나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을 못하게 된 것에 참으로 유감이다.

이러이러한 이유로 아마도 다시 나오게 된 네덜란드. 그렇게나 더 좋아 보이고 행복한지도 모르리라.
물론 외롭다.
한껏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쇼핑도 같이 하고 싶고 아이들 이야기도하고.
친정엄마랑 자주 그 옛날처럼 여기저기 같이 다니고 싶다.
원하는 걸 맘대로 주문하기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도 편히 잘 할 수도 있고 ......
보고 싶은 사람이 있고.
어찌 서울,내 고향이 그립지 않을까?
그런데-
남편과 해외에서처럼 편히 닭살을 도돌도돌 떨 여유도 없어진다.

어디에든 함께 있는 빛과 어둠처럼.
마음엔 이제 늘 두 갈림길이다.
빨리 돌아가고 싶다,아니다.

물론 내 맘대로 가고 안가고 선택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그저 마음 속에서 부지런히 해외 살이가 그래도 낫지,하며 만남이 차단된 외로움을 견딜밖에.



IP : 81.205.xxx.243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kim hyunjoo
    '04.7.18 9:24 PM (81.205.xxx.243)

    ㅎㅎ;;제 글은 다 넘 길죠?부담시렵게....
    야갸 외로워서 할말이 부단히도 많나부다....글케 이해해 주셔욤....

  • 2. 프림커피
    '04.7.18 11:43 PM (220.73.xxx.160)

    네덜란드 사시나봐요?
    전 어려서부터 거기한번 가보는게 소원이었는데,,,,
    아직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답니다,,,ㅎㅎㅎ

  • 3. 김혜경
    '04.7.18 11:44 PM (211.215.xxx.64)

    제딸..HEBO에 1년동안 교환학생 다녀오더니..네덜란드로 도로 가고싶어 하더라구요...

    김현주님..외로우시면 얼마든지...긴글 남겨주세요..제가 다 읽을게요...

  • 4. 땡칠이
    '04.7.19 12:05 AM (210.222.xxx.244)

    긴글 상관없어요..^^ 어떤 느낌,,마음이신지 알것 같아요

  • 5. jasmine
    '04.7.19 12:59 AM (218.238.xxx.116)

    이런 글 보면, 행정수도 빨리 이전하는게 맞는 것 같기두 하네요....
    서울은 도시가 아니고 거대한 공룡이거든요.....이대론, 결국 공룡처럼 자멸할 것 같아서....

  • 6. 쌍봉낙타
    '04.7.19 8:32 AM (221.155.xxx.74)

    끄덕끄덕하며 읽었습니다.
    돌아와서 우리 나라에 적응하는 게 더 힘들다고 하지요.

  • 7. 영어공부
    '04.7.19 8:39 AM (221.141.xxx.53)

    전 이런 글 좋아요. 내가 접해보지 못한 곳에 대한 이야기들..
    그래서 그런지 82가 더욱 좋기도 하구요. 정말 다양하고, 글도 잘 쓰시는 분들도 너무 많으시구.. 자주 올려주세요

  • 8. 제비꽃
    '04.7.19 9:32 AM (61.78.xxx.31)

    하나도 안길어요 ^^
    소식많이 전해주세요 ~~~~

  • 9. beawoman
    '04.7.19 9:39 AM (169.140.xxx.38)

    저도 너무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많이 많이 올려주세요

  • 10. 아침 키위
    '04.7.19 11:50 AM (202.30.xxx.200)

    그래도 들어와 살다 보면
    서울 만큼 살기 좋은 도시도 없어요.
    돈만 많으면....
    저도 옛날에 같은 생각을 한적이 있거던요.
    서울 오기 싫었더랬죠.
    근데 몇년 지나니 서울 만한 도시도 없어요.
    밖으도 많이 나갔다 올수록 서울이 참 괜찮은 도시라는 생각이 들던데...
    '한 강'도 강만 보면 센 강이나 라인강, 블타바 강보다 낫죠.
    주변 조경이 안 바쳐 줘서 그렇지.
    서울 들어 오는거 너무 겁내지 마세요^^

  • 11. 쌀집고양이
    '04.7.19 12:37 PM (64.203.xxx.167)

    김현주님 어쩜 저랑 이렇게 똑같은 맘이신지..
    당연히 가고 싶은 고국이지만 막상 가려고 하면 가서 할 고생이 눈에 아른..
    근데 한국 떠난지 30년이 다되가도록 한번도 한국 안가본 울 남편과 아이들을 생각하면
    언제 한번 가보긴 가봐야할텐데...(글구 저도 한번 번개 뛰고 싶어요~)

  • 12. 설련화
    '04.7.19 1:12 PM (221.143.xxx.235)

    저도 시골이 집이라 어쩔땐 한심하기도 해요..
    물론 시골 가면 시원한 바람과 향긋한 숲속 향기도 나고 그래서 자주 가는편이지만
    티브이도 잘 안 나와서 유선 달아 달랬더니 안 된다 하고..
    그래서 웃돈 주고 스카이 라이프 달았답니다,,쩝

  • 13. 푸른바다
    '04.7.19 1:56 PM (221.158.xxx.172)

    저도 서울에서 살고 싶내요 내 고향 서울 서울 에서요

  • 14. 행정수도
    '04.7.19 2:26 PM (220.94.xxx.130)

    지방의 균등 발전에는 찬성하지만, 행정수도로 확실하게 가야하는 입장에서는 씁쓸합니다.
    낙후된 환경 개발에 제가 먼저 앞장서는 건 좋지만, 경쟁속에서만 살아왔던 제 시각으로는 아이가 앞으로 닥칠 경쟁에서 유리한 카드로 쓸만한 것들을 빼앗기는 것 같거든요

  • 15. 모란
    '04.7.19 3:12 PM (220.118.xxx.122)

    이국의공항에 마악 내리면, 눈이 마구 돌아가면서 신이나다가 밤되면 으슬으슬 한기 들고,
    며칠지나 몸도맘도 지치면 집생각 남편생각..하다하다 나중엔 옆집아줌마까지보고싶어지면
    그때가 여행의막바지죠...그 감정은 우리공항에 내려서 88대로를 달릴때 극대화되어서 뜨금없는 애국심까지 활활 불타오르는것까진 좋았는데,곧 길이 칵 막히면서 집에오면 기다리는 신문속 그저그런얘기, 답답한 뉴스내용...이러고한참 살다보면 어디 멋진데로 여행이나가서 낭만을 맛보리라 ...하는 생각이 들고.남의 나라가 막 좋아보이다가 이국의공항에 내리면 ,신이나서 눈이 막돌아가다가 밤이되면 으슬으슬 ... 이렇더이다...

  • 16. 깜찍이공주님
    '04.7.19 5:43 PM (220.93.xxx.95)

    서울 가고 싶으세요?
    전 도로 서울을 나가고 싶은디요^^
    돈만 있으면 내 나라가 최고다는 억지 같아요.그런 난 돈이 없단 뜻^**^
    저도 이리 저리 외국서 살다왔는데,지금도 다시 어디든 나가자고 남편 꼬드기고 있답니다.
    우리 나라에선 준배절 수준의 돈이 없음 이리 저리 살기 고달플 것 같아요.
    돈의 문제만이 아니라 예를 드신 필리핀의 경우처럼 우리 나라도 주위 눈치땜시 내 맘대로 내가 원하는대로 살기가 쉽진 않더라구요.
    분명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판이하게 다르지만,개인주의가 강한 사람들에게 분명 우리나라는 숨막히고 인격이 창조적이지 못하게 하는 듯...
    그래서 죽기 전에 한국에나 들어갈까~~~란 말이 실감납니다
    어느 곳이든 머무르는 동안 편안히 누리고(정신적인 면-외국선 타인을 터치안하니까) 살았으면 좋겠어요
    계시는 동안 건강하세요^^

  • 17. kim hyunjoo
    '04.7.19 9:07 PM (81.205.xxx.243)

    ^^감사해요....내가 넘 주책맞은 말을 썼나 싶기도 했는데.....
    서울,어자피 3년 뒤 칼같이 들어 가야합니다.
    그 때는 애들 공부 때문에 제가 돌아 버릴 상황이 될련지도 모르죠....
    이렇게 인터넷에서 시간 보낼 수도 없구....
    그래서 글이래도 쓰고 내 생각도 정리해 보자,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쓰는 한국말이 정해져 있어서 단어도 잊어버리고....웃기지도 않게 되더라구요.
    혹 해외 이야기를 모아 책이래두 내면 팔릴까? ㅋㅋ 관심이 있을까 모르겠네요.
    물론 어떻게 쓰느냐에 따른 이야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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