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나가 눈치코치 엄는거는 알아줘야함다.
으찌나 멍청인지.....
예전에 먹고살기가 어려버서 가구회사 경리일을 몇년 했던 적이
있었더랬지요.
친구남편이 하는 회사인데 친구남편은 일종의 전문경영인이고
돈을 투자한 양반은 따로 있었슴다.
허니 돈을 댄 양반이 자기사람을 하나 심는다는 뜻으로다가
수산나의 보조 경리를 하나 짱박아 두더구만요.
혼자서 헥헥거리며 규모가 제법 큰 살림을 맡아 하다가
노처녀보조가 하나 생기니 으찌나 좋던지....
이 아가씨가 생긴거는 새초롬하니 생겼지만두 이런저런 야그를
해보니 순탄한 인생은 아니였슴다.
가엾은 마음에 내 마음을 활짝 열어두고 지내게 되었지라.
(결혼 몇달만에 남편을 잃은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는디 혼인신고도 하기전이라
호적상은 노처녀였슴)
돈을 투자한 사장님은 천장사로 자수성가를 한 양반인디
마눌님과 첨으로 결혼생활을 할땐, 말그대로 사과괘짝 위에다
냄비하나 숟가락 두개로 시작한 살림이였다고 늘 자랑처럼 이야길하고 댕깁디다.
그렇게 살다가 울나라에서는 그래두
최고로 비싼차를 몰고 댕기시니 나름대로 성공을 하였노라 하믄서
작달막한 키에 볼록하니 나온 배를 있는대로 내밀고 댕겼지요.
으시대며 댕기는 꼬락서니가 수산나의 비위를 쪼매 건드는것두 그렇고,
인상도 매우 좋지않아서 왠지 밉살스런 양반이였슴다.
눈치코치 없는 수산나....
노처녀 경리아가씨가 누구의 사람이라는 것은 까마득히 잊은 채
단지 사무실에서 유일하게 친하게 지내며 속내 이야기를 하는 여직원이라는
것에만 눈이 어두워 투자사장 흉을 솔찮이 봤다는거 아닙니까!
몇달이 지나서야 그 아가씨가 투자사장의 일명 세컨드라는 것을 알고
으찌나 경악을 금치 몬했던지....
더더욱 놀라운건 울사무실에서 수산나만 빼고는 모든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눈치로다가.....
마음을 주었던 아가씨에게 대한 배신감에다가 나만 멍청이 바보가 된듯한
기분이 참 더럽더구만요.
어느날 투자사장 마눌님이 수산나가 누구보다 젤 확실하게 알 것 같다면서
혹 그런 낌새를 채지 못했냐며 따로 불러서 조용히 물어볼때도
"에이, 그런일 없어요~~~오해예요."
하고 단호히 잘라서 말했었는데......
그 아가씨가 회사를 그만두던 날도 몇번이나 얼굴을 보고 또 보고 하였습니다.
아니 그 얼굴로 어떻게.....아무래도 사람들이 뭘 잘못알고 있는건 아닐까...하고
혼자서만 믿을수 없다고 고개를 흔들고 또 흔들곤 했더랬습니다.
눈치가 없다는거....
그 나이에는 참 어리석은 자신을 한심스러워하곤 했는데 지나고 보니
내 삶에 있어서 좋은 덕목중에 하나라 여겨집니다.
중학교때 허구헌날 등록금을 내지 못해서 교무실로 맨날 불려댕기는
처지였으면서도 생활기록부 조사에 상,중,하로 나뉜 생활정도를 적는 난에다
당당히 '중'이라고 동그라미를 치곤 했었습니다.
연탄이 없어서 새끼줄에 맨 낱개 연탄을 사들고 와야 하는걸
무쟈게 창피스럽게 여기기도 했고,
쌀이 떨어져서 수제비나 칼국수로 저녁을 때우는 날이 대부분이였슴에도 불구하고,
어린 수산나의 생각에는 그게 중산층의 삶인 줄 알았거등요.
눈치코치가 엄스니....ㅋㅋㅋ
내 나이 마흔하고도 다섯살....
여전히 눈치코치는 없슴다.
요만한 장마에도 온통 비가 줄줄 새는 집이라고 해도
비가 올때 비를 피할 수 있는 집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체한것 때문인지, 또 다른 이유인지 알 수도 없이 몇날을 두통으로 시달리고 있어도,
아직은 두다리로 씩씩하게 걸어댕기면서 오년만 더 살 수 있어도 좋다고 했었는데
육년을 바라보며 살고 있으니 즐겁기만 하구여~~
'빚에서 빛으로'라는 교육을 받고 워크아웃 신청에 통과가 되어
신용불량자에서 벗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뻐서 벙벙뛰고 있으니....
내가 잘살고 있는건지, 못살고 있는건지 도무지 알지 못하고
남들이 어찌사는지 곁눈질 할 줄도 모르고 사는 눈치코치 없음이여~~
눈치코치가 없다는게 내 삶에 있어서 을매나 좋은 덕목인지요. ㅎㅎ...
앞으로도 쭈욱~~~눈치는 밥말아 묵어버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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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는 밥말아 묵었슴다
장수산나 조회수 : 1,357
작성일 : 2004-07-18 14:00:17
IP : 61.84.xxx.221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강금희
'04.7.18 2:06 PM (211.212.xxx.42)5년 넘겼다는 얘기를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벌써 그렇게 됐군요.
늘 건강하세요.2. 장수산나
'04.7.18 2:13 PM (61.84.xxx.221)강금희님~ 감사합니다.
우리.... 김정란샌님의 허공의 집에서 만난 인연이 아니등가요?
더더욱 반갑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수산나의 궁상은 여전합니다. ㅎㅎ...3. 알로에
'04.7.18 10:08 PM (220.84.xxx.171)사시는 형편이야 어쨌던 아무튼 씩씩하고 건강하시기를 ...저도 한눈치 없단소리 많이 듣는데요 지도 눈치는 밥말아 먹고삽니다 넘피해안주기만을 바라면서 ㅎㅎ
4. 김혜경
'04.7.18 11:56 PM (211.215.xxx.64)건강은 좋으신지요?? TV에서 뵜습니다.
5. 커피와케익
'04.7.19 3:17 AM (203.229.xxx.154)ㅋㅋ..눈치가 없으시다기 보다는...세상의 때가 덜 묻으신 탓이 아닐까요...글고..어른들 말씀으로는..닳고 닳은 사람한테는 이런저런 세상의 고난이 닥쳐와도..순수한 사람한테는 그런 풍상들도 비껴간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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