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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라는 것이...

라떼 조회수 : 935
작성일 : 2004-07-16 16:42:44
참 하루하루가 긴 시간입니다.

그저께 엄마가 전화를 하셨더라구요. 아빠가 간암이시라고..

그 소리를 듣는데 정말 머리가 하얗게 되면서 하늘이 노랗다는게 이런거구나 싶더군요.

순간 아무 생각도 없고.. 눈물만 났습니다.

막연히 아빠는 건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또 간염 보균자여서 6개월에 한번씩 검진도 했었는데 나중에 보니 격번으로 한 검사에는 간암수치검사가 빠져있었다고 하더라구요.  

이제 50대 중반이신데.. 저 결혼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손자 보시려면 아직 한참 멀었는데..

일단 신랑한테 전화해서 알리고 병원을 알아보는데 정신이 없더군요.

아빠가 부산에 계셔서 부산대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하다가 알게 된 것인데 서울에서 치료받는게 좋을것 같아서요.

급하게 예약을 하려고 하니 특진은 한참이나 있어야 의사 만나는 것도 가능하고..

시어머니가 전화하셔서는 많이 놀랬지? 하시면서 그래도 니가 정신차려야지 장녀인데.. 그래도 너 혼자일때 이런일 있었으면 어쩔뻔 했냐. 그래도 우리가 있으니 좀 낫지 않냐 하시더라구요.

그러시면서 여러가지로 많이 알아봐주셔서 어제 의사도 만나고 입원 날짜,시술 날짜도 잡았습니다.

암이 커서 절제술은 불가능 하다고 하더라구요.

그전 의사가 얼마나 겁을 주었는지 아빠가 무척 놀라있는 상황이었는데 여기 의사는 희망적인 말을 많이 해 주어서 날짜 정하고 나서는 아빠가 참 마음이 편하다 하시더라구요.

어제 제가 짐을 좀 들려 하자 나를 벌써 병자 취급하냐고 뭐라 하시더라구요. 나도 모르게 그랬나봐요.

일을 다 보고 식사를 하는데 이제 밥이 좀 넘어간다 하시면서 병원비 같은건 다 알아서 하시겠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러면서 오늘 운전한다고 수고했으니까 내가 밥사줄게 하는데 참..

조금이라도 자식한테 피해 안주고 싶은게 부모심정이라 말씀 하시는데.. 속으로 말했어요.  돈이 얼마가 들든 아빠가 건강해 지시길 바라는게 자식의 마음이라고...

키울때 부족함 없이 키울려고 한없이 해주셨으면서도 저리 편찮으시면서도 그런말씀 하신다는게 참 속상하더라구요

외국에 있는 고모가 전화했는데 아빠가 우셨다더라구요. 무서우시겠지요. 그래도 희망을 가지려고 노력하시는것 같아서 다행이예요.

설상가상으로 미국에 있는 동생은 무릎인대가 끊어졌다고 수술을 해야 할것 같다는 전화가 왔네요.

멀리 있어서 일단 시술 한번 해보고 경과를 보고 알리려던 참이었는데 아무래도 들어오라고 해야할것 같아요

어제는 길을 가는데 스치는 사람들이 왜이리 행복해 보이는지요?

세상 사람들이 암환자 가족과 아닌 가족으로 나뉜듯 느껴지더라구요.

회사에서 청소하는 아줌마,아저씨들을 보면서 저집 자식들은 부모님이 저런일 하시니 얼마나 속상할까? 생각했었는데 오늘 그분들을 보니 저집 자식들은 참 좋겠다. 부모님이 건강하셔서.. 란 생각이 들더군요.

희망을 가지고 있으면 암도 물리칠 수 있겠죠? 아빠도 아빠지만 전 엄마가 더 걱정됩니다. 암이란걸 알기 바로전날에 아빠랑 결혼한건 참 잘한 일이라고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하던 엄마였어요. 아빠밖에 모르는 사람인데..

일단 의사가 권고하는 시술을 받겠지만 식이요법도 해야 할 것 같아요

혹시 주변에 이런 경우에 어떤 방법을 썼는데 좋았다 뭐 이런거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그리고 가족모두 건강한 분들 정말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 몰라요.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지금 이순간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그래도 아빠가 이 세상에 함께 하고 있는 이 순간 전 행복한 거겠죠?

IP : 147.6.xxx.194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깜찍새댁
    '04.7.16 4:50 PM (61.73.xxx.39)

    저는...아무것도 도움은 못드리지만..
    힘내시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어서 몇자 적습니다.
    그래도....그리 걱정해주시는 님이 있으시니 아버님 힘나실거에요..
    그리고..전 아무것도 모르지만..들은 풍월로는...
    그런때일수록 주변분들이 굳게 마음 먹으시고 서로 합심해서 이기자는 마음으로 힘내셔야 한다 들엇습니다..
    힘내세요!!!

  • 2. 샤코나
    '04.7.16 5:01 PM (211.216.xxx.167)

    간은 식이요법으로 효과 봤다는 분들도 많더라구요. 기운 내세요.
    제가 주워들은 얘기 중에는 포도 식이요법이 있었구요. 뭐가 됐든 즙내서 드시는 것은 간에 별로 안좋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별로 실질적인 도움은 못 드리지만 인터넷에서 검색만 해보셔도 유용한 정보는 이것 저것 있을 것 같네요.

  • 3. 짱여사
    '04.7.16 5:01 PM (211.229.xxx.10)

    얼른 쾌차하셔야 할텐데...ㅠ.ㅠ
    저희 아빠도 간암이셨어요..
    제 경험에 비춰보면 여긴 대구인데 상황이 허락된다면 서울에서 진료받으세요.
    간이 아프면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해 하시니, 만약 서울로 이동하신다면 꼭 비행기 이용하시고 의식적으로 많이 못 걷게 하세요.(운동삼아 하시는 산책 정도는 괜찮구요)
    제가 잘은 모릅니다만 연세대학교 병원에 유명한 간암 전문의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울아빠도 어찌어찌 연고를 통해서 진료 받았는데 그분 날카롭지만 정확하게 상황 판단해 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답니다.
    가능하면 의사분 성함이라도 알아봐 드리고 싶었는데, 엄마가 어찌나 진료기록등등 자료를 보며 우시는지..그래서 이사하면서 다 없애버려서...
    지금 연고 통해서 알아봐 달라고 전화했습니다. 가능하면 쪽지 드릴께요.

    참 힘들겠지만, 어머님이 정신이 없으실듯 한데, 자식들이 냉정해 지셔야 해요.
    제일 중요한 건 아버님의 마음가짐이니... 너무 우울한 표정 짓지 마시고 가급적 즐겁게 해 드리세요..
    라떼님도 힘드시겠지만, 아버님, 어머님 앞에서 스.마.일입니다.
    힘내시구요.. 자꾸 눈물이 나서..주저리주저리......ㅠ,.ㅠ
    힘내세요.. 힘내세요..힘내세요.. 얼른 완쾌하시길...

  • 4. 레몬트리
    '04.7.16 5:12 PM (211.199.xxx.136)

    맞아요. 자식들이 의연한 모습하는거 중요해요.
    사실 어른이니까, 아버지로써, 남자로써, 아무렇지 않은듯 하셔도 마음속으로는 참 많이 무섭고 두렵고,,,,,,,,울고 싶으실꺼예요.
    저희는 췌장암이였는데..
    자식들 앞에서는 ..요즘 암은 암것두 아니다. 금방 고칠수 있다.이러면서 씩씩해 하셨었는데
    절친한 친구분앞에선 엄청스레 우셨다네요. 겁이 난다고........ ㅠ.ㅜ

    너무 흔한 말 같아서 , 용기라고 쓰고 보니,제대로 그 표현이 될까 싶다가도 , 더 다른 좋은 단어가 없어서 이 말로 대신합니다.

    용기 잃지 마시고 의연하게 이겨내세요.

  • 5. 최은주
    '04.7.16 5:32 PM (218.152.xxx.139)

    라떼님! 힘내세요...

  • 6. 짱여사
    '04.7.16 5:49 PM (211.229.xxx.10)

    라떼님 쪽지 보냈습니다.

  • 7. 꾸득꾸득
    '04.7.16 6:13 PM (220.94.xxx.51)

    라떼님 힘내셔요..
    저도 요즘 부모님 건강이 젤루 걱정입니다..
    맘 강하게 먹으시고 아버님께 웃는 얼굴로 대하셔요..

  • 8. champlain
    '04.7.16 8:15 PM (69.194.xxx.234)

    저도 모르게 눈물이...
    라떼님 힘내셔요..
    님같은 따님이 있으시니 꼭 건강해지실꺼예요..

  • 9. 김혜경
    '04.7.17 8:03 AM (218.237.xxx.39)

    눈물이 나네요..라떼님 힘내세요...라떼님이 씩씩하셔야 합니다.

  • 10. Ellie
    '04.7.17 9:30 AM (24.162.xxx.174)

    저희 아버지도 요즘 건강이 별로 안좋으셔서 남이야기 같지가 않아요...
    너무 맘이 아프네요...

    라떼님 처럼 마음 따뜻한 따님이 있어서...아버님을 행복 하실 겁니다!!
    힘내세요.

  • 11. 치치아줌마
    '04.7.17 9:58 AM (218.156.xxx.50)

    님! 힘내세요.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 12. 라떼
    '04.7.17 4:41 PM (220.117.xxx.169)

    입금했습니다. ^^

  • 13. 클라라
    '04.7.18 2:32 AM (68.110.xxx.230)

    저는요 택시 타고 가는네 기사께서 마침 튼 음악이 슬픈거라 엉엉 울으면서
    흑 흑 아아 저 씨 저 음악 조좀 꺼 주...세요 엉엉 울었더랬습니다
    그런데 전 어버지께서 암이라는걸 안 그날 부터 근처 학교 운동장을 밤메 뛰면서 운동을 했습니다
    너무나 울고있으니까 다른 사람들 운동 방해할까봐
    아버지는 돌아가시겠지만 계시는동안 내가 지친모습을 안보여드리려고
    씩씩 하게 아버지를 만나고 싶었거든요
    그때 저는 처음으로 내 몸을 위해서 운동 이란것을 해보았었습니다.
    어머니께서 가장 힘드실테 고 그이후는 더하실테니까
    슬픔은 꼭 라떼님 댁 화장실에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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