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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저는 가진 자, 그 이름 며느리입니다.

나의 미래 조회수 : 1,373
작성일 : 2004-07-14 13:06:08
(저 가끔 여기 오는데... 익명으로 씁니다)


저는 가진 자, 그 이름 며느리입니다.


십여년 전 귀에 못이 박히도록 시댁에 잘해야 한다는 부모님 말씀 들으며 꿈을 안고 결혼했습니다.
시댁은 그 때 200만원짜리 전세 살고 있었습니다.
결혼도 알고 보니 모두 빚으로 해결해서 나중에 같이 일해서 갚았지요.


결혼할 때 시부, 제게 넌 애기와 같으니라. 이 집에서 법도를 배워야 한다고 해 놓고선
절 가르쳤습니다. 저 보는 앞에서 시모 부르는 호칭이
반피(반병-신 이란 뜻(붙여읽기)), 저런 것.. 이런 표현을 쓰더이다.
제게 년 이란 말 안 쓰는 게 다행이었지요.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점심만 챙겨 먹고 종일 운동하고 친구 만납니다.
점심은 가끔 추어탕, 보신탕 그런 거 드시더이다.

남편이 사업을 하는데 제가 전화를 받으면 절대 저 호칭 안하고
원장 바꿔라 합니다.
그런데도 저 바보 같이 네에~ 하고 바꿔줬습니다.

시모는 일하느라 여기저기 안 아픈데가 없고, 가끔 제 귀에 거슬리는 말씀 하셔도
전 같은 여자로 시모에 대해선 그만한 시모 없다 생각하고 (맘 속으로)모십니다.
혼자 되시면 평생 모신다고 각오하고 있습니다.

울 시누. 결혼하고 두 달 후에 시부모랑 남편 보약 해주라 합디다.
응당 그래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결혼 첫 달부터 남편이 생활비 드리자고 해서 그 당시 돈으로 월 10만원 꼬박꼬박
바쳤습니다. 알고 보니 그 머리 틀은 건 시누 같습니다.
휴직한 동안 돈 안 드렸더니 시부 하시는 말씀. 너 나한테 술 한 잔 받아준 적 없다.
(울 엄니 애 키워 주셔도 전 돈 못 드렸습니다. 제가 미쳤지요.
가슴을 치고 통탄합니다)

결혼 후 첫 애 낳고 남편이 절대 그런 말 안하던 사람이 어쩐 일인지 그 날 따라
니, 수고가 많다 합니다. 옆에서 들은 시누. 하는 말.
여자가 애 안 낳는 여자가 어딨노. 했습니다.

그 날까지 전 어떤 대접을 받아도, 어떤 말을 들어도 응당 그런 것인 줄 알고 참았는데
혼자서 눈물 흘릴지언정 남편한테도 한 마디 안했는데
그 날 이후, 제 눈 뒤집어졌습니다.

이야기 시작하니 줄줄 나오는군요. 밥도 먹어야 되는데...배 고프네요...
말 꺼낸 김에 계속하지요...

결혼하고 3년 정도 지난 어느 날.
남편에게 이제까지 아무 소리 안했는데 이제는 내 얘기 할란다.
일종의 선전포고 였습니다.

그 이후
저와 직접 관계 안 되는 건 못 들은 척 하고
직접 관계되는 건 낮은 목소리로 차근차근, 조목조목 짚고 넘어갔습니다.

돈 드릴 때 일단 통장에 넣었다가 쓰시고 그것도 가급적 쓰지 마시라 했습니다.
그리고 가급적 통장으로 보내어 돈 드린 흔적이 남게 하구요.

시부모 생신 안 챙긴 적 한 번도 없는데 생신 며칠 전에 꼭 전화 오는 시누한테
설마 굶기야 하겠냐고 한 소리 해버렸더니 널 며느리로 인정 못한다 하더이다...
나중에 또 저한테 한 방 먹었지요.

장남이고 유일하게 대학 나온 남편, 시누가 자기가 공부시켰다고 유세하는데
남편에게 얘기했지요.
나, 울 아버지 능력되고 자식들 공부 열심히 해서 울집 모두 대학 나왔다.
시부 능력 안 되고 자식들 공부 안해서 그리 된 거지.
만일 다음에 한번만 더 내게 그런 소리 하면 남편 공부한 거 내가 갚아야 하냐고 한 소리 할꺼다.
해버렸더니 담부턴 그런 소리 없습니다.

한 마디만 해도 일파만파라 시댁에 가면 거의 말을 안하는데
어느 날 시부, 넌 무슨 마음으로 여기 오느냐 하더만요.
그래서 저 그대로 말해 버렸습니다.
그럼 오지 말까요?

그 담부터 제발 오기만 해도고 하는 수준입니다.

전화만 하면 무슨 일로 골이 났는지 끊지도 않으면서
으, 응... 정도의 대답과 가시 돋힌 억양만 돌아옵니다.
기분 좋으면 온갖 소리 다합니다.
어느 날 안부 묻는데 이상한 반응을 또 하길래 저도 아무 소리 안해 버렸더니
그대로 끊더이다.
그 담부턴 이상한 반응이 훨 줄어들었어요.

시동생에 대해서도 일 많지만 그건 어린 아해라 생각하고 신경 끔...

그 외에 많습니다만...
이런 글 첨 쓰는데 힘드신 며느리님들 참고하시라구요.


그렇습니다.
전 가진 자, 그 이름 며느리입니다.
난 젊음을 가졌고, 시부모가 애지중지 하는 남편을 가졌고,
그 분들이 보고파 못 사는 손주들이 내 품안에 있습니다.

전 직업이 있으니 돈도 가졌고 미래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 나를 대변할 입도 가지고 있고 머리도 갖고 있습니다.
가끔은 깡다구도 가진 게 보입니다.


이 땅의 며느리님들, 우리 가진 자 맞습니다.
의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제 남편 10년 동안 제 부모 생신도 제대로 안 챙겼는데
올해 어버이날엔 울 집에서 보냈습니다.
시댁에 안 갔습니다.


아.. 배고파서리.. 적을 거 많은데 뇌활동이 멈추어버렸네요.
일단 밥 먹고 일 좀 하고 올께요... 죄송.

IP : 210.103.xxx.3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k
    '04.7.14 1:32 PM (220.70.xxx.5)

    많은 며느리들께서 님의 사고 방식을 가졌으면 좋겠네요.
    어쩔 수 없이 힘든 것이라면, 이런 자세로 임하는 게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 역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 2. 바다
    '04.7.14 1:36 PM (211.53.xxx.253)

    나의 미래님. 현명하게 잘 하셨습니다.
    박수를 보냅니다...

  • 3. 지나가다
    '04.7.14 1:39 PM (220.118.xxx.152)

    윗분! 많은 며느리들 운운하고 사고 방식이라고 쓰신 거 보니까 며느리로써 뚜껑 열립니다.
    님의 며느리나 딸에게 그렇게 가르치세요. 어쩔 수 없이 힘들면 평생 그렇게 살아야 하나요?
    님의 딸이라면 그렇게 가르쳐서 시집 보내겠습니까? 아직도 그렇게 구시대적인생각을 가지고 사니까 세상이 이모양 이꼴이지요!! 좀 생각좀 바꾸세요. 님부터요!!

  • 4. 박정순
    '04.7.14 1:40 PM (211.229.xxx.139)

    나도 가진자.
    재작년 까지는 두분의 며느리.
    내가 있으므로,
    남편이 있으며,
    그리고 아이가 있으며,
    그다음이
    시집식구,친정식구~~~~
    왜? 사람들은 자신이 아닌 남을
    무언가의 굴레를 씌워놓고
    멋대로 굴려보는건지.
    현명하게
    살아있음을 보이면서 삽시다.
    나.
    얼마나 중요한데요.

  • 5. 결혼 7년차
    '04.7.14 1:51 PM (221.139.xxx.79)

    근데 저는 정말 제가 '가진 자'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시어머님 연배 노인분들이 소문으로 들으시고 욕을 하시는 '명절에도 안 오는 나쁜 며느리'가 될 자신이 있으니까요.
    제 스스로가 제 할도리를 결정하고 있는 것일 뿐이지요.

    일단 남편을 놓으세요. 본인이 최우선입니다.
    남편과도 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아무도 함부로 못 합니다.
    최악의 사태에 대한 대비가 사람을 얼마나 강하게 하는지...

  • 6. 헤스티아
    '04.7.14 3:45 PM (218.144.xxx.105)

    착한 며느리, 착한 아내가 되려고 하면 부담이 끝이 없더군요. 휴우~
    내 인생 남의 눈치만 평생 보며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 둘째 형님은, "나는 딸이 좋은데, 아버님이 아들을 원하시니 아들을 낳아야 겠다"고 하더군요. 며느리는 의견도, 바램도 없는 무뇌인간인지..... 그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 딸과 제 며느리도 나중에 마음에도 없는 행동을 하는 것 보다는 제가 좀 서운해 해도, 본인들이 행복하면 좋겟어요. 그들이 행복해야, 그들 가정도 행복한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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