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일요일에 방영된 <파리의 연인>시청률이 46%라고 합니다.
거의 모든 사람이 같은 시간대에 같은 드라마를 보고 비슷한 공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신비로움으로 다가옵니다.
박신양과 김정은의 어록을 만들며 그것을 따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텔레비전의 놀라운 힘에 놀라면서
한편으론 몇 가지 면에서 걱정이 앞섭니다.
모든 드라마가 그렇지만 주인공을 제외한 다른 출연진들의 상처는 무시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어른들이야 이해할 수 있겠지만
청소년들의 사랑 방식이 그렇게 변하지 않을까 두려움이 생깁니다.
<천국의 계단>에서도 그랬지만 맹목적으로 주인공을 사랑하는 미모의 조연은 너무나 아픈 상처를
당연하게 받는다는 것입니다.그리고 남자 주인공은 상처의 도를 더해 갑니다.
그리고 주인공에게 선택받는 단 한 사람의 여자가 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들러리가 되어야 합니다.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나는 너에겐 이세상에서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꺼야."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시부터 행복해지겠지."
어린 왕자에 나오는 말입니다. 저는 무언가에 길들여진다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지금 갖고 있는 가치관도 가정에서 학교에서 지금은 너무나 큰 힘으로 우리 곁으로 다가온
텔레비전에 길들여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외모에 지극히 관심이 많은 우리집 둘째도 <파리의 연인> 열성 팬입니다.
지난 주에도 같이 시청하면서 그런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무심코 스쳐갈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런 작은 것들이 큰 것이 되어 아이의 가치관이 될지도 모르기에
말은 하지 않았지만 두려웠습니다.
이해인 수녀 시인의 "말을 위한 기도"라는 시를 좋아 합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수없이 뿌려 놓은
말의 씨들이
어디서 어떻게 열매를 맺었을까
조용히 헤아려 볼 때가 있습니다
무심코 뿌린 말의 씨라도 그 어디선가
뿌리를 내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왠지 두렵습니다
더러는 허공으로 사라지고
더러는 다른이의 가슴 속에서
좋은 열매를 맺고
또는 언짢은 열매를 맺기도 했을
내 언어의 나무
주여, 내가 지는 언어의 나무에도
멀고 가까운 이웃들이 주고 간
크고 작은 말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둥근 것, 모난 것, 밝은 것, 어두운 것,
향기로운 것, 반짝이는 것
그 주인의 얼굴은 잊었어도
말은 죽지 않고 살아서 나와 함께 머뭅니다
살아 있는 동안 내가 할 말은
참 많은 것도 같고 적은 것도 같고
그러나 말이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살이
매일매일 돌처럼 차고 단단한 결심을 해도
슬기로운 말의 주인이 되기는 얼마나 어려운지
날마다 내가 말을 하고 살도록
허락하신 주여
하나의 말을 잘 탄생시키기 위해
먼저 잘 침묵하는 지혜를 깨우치게 하소서
헤프지 않으면서 풍부하고
경박하지 않으면서 유쾌하고
과장하지 않으면서 품위있는
한 마디의 말을 위해
때로는 진통 겪는 어둠의 순간을
이겨 내게 하소서
참으로 아름다운 언어의 집을 짓기 위해
언제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도를 닦는 마음으로 말을 하게 하소서
언제나 진실하고 언제나 때에 맞고
언제나 책임있는 말을 갈고 닦게 하소서
내가 이웃에게 말을 할 때는
하찮은 농담이라도
함부로 지껄이지 않게 도와 주시어
좀더 겸허하고
좀더 인내롭고
좀더 분별있는
사랑의 말을 하게 하소서
내가 어려서부터 말로 저지른 모든 잘못
특히 사랑을 거스르는 비방과 오해의 말들을
경솔한 속단과 편견과 위선의 말들을
주여, 용서하소서
나날이 새로운 마음
깨어있는 마음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내 언어의 집을 짓게 하시어
해처럼 환히 빛나는 삶을
노래처럼 즐거운 삶을
당신의 은총 속에 이어 가게 하소서.
사랑은 물론 말에서 시작합니다.
아무리 좋은 사랑의 말도 가려서 해야 되고 특히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이나 행동은
삼가야 하지 않을까요.
시청률도 좋지만 주인공을 제외한 다른 사람의 아픔이 보는 저에게 너무 크기에 적어 보았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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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즘 입장에서 본 <파리의 연인>
귀여운토끼 조회수 : 1,192
작성일 : 2004-07-13 10:38:13
IP : 211.57.xxx.2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지나가다
'04.7.13 1:48 PM (211.180.xxx.61)저두 공감합니다.
저는 남주인공에게 외면당하는 여자가 받을 상처를 생각하기보다는
그런 행동이 이해가 안갑니다.
"발리"에서 박예진이 했던 역과도 틀리고, "불새"에서 정혜영이 했던 역은
거기서 남주인공 이서진이 한때나마 자신과 연인관계였고 약혼자였기에
그걸 되돌릴려고 길길이 뛴다지만, "파리"에 나오는 그 여자는 박신양과
데이트도 변변히 못해본거처럼 나오는데, 왜그리 혼자 사랑하면서
집착한답니까? 그럴수도 있는것인가요? 쫌 이해가 안가요.
나같으면 내가 아무리 짝사랑했더라도 나 싫다는 남자는 나두 "땡"인데요?2. Ellie
'04.7.13 2:43 PM (24.162.xxx.174)귀여운 토끼님 그때 생신 잘 보내셨어요?
음.. 저는 82의 연인... ^^;; 안봐서 잘 모르지만...
예쁜여자들이 현실에선 행복하니깐.. 드라마에서라도... ^^;;
(허걱 이거 딴지 들어오는거 아냐? ^^;;)3. 돌리걸
'04.7.13 6:42 PM (221.138.xxx.216)신문사설을 빠짐없이 읽는데여,,요즘 경기도 안좋아지고 이라크전에다 수도이전,,
이런 정치문제까지 나라가 시끄럽다보니까 사람들이 파리의 연인이나
황태자의첫사랑같은,,현실성없는 드라마를 더 자주보고 심리적으로 위안을받는다네요,,
요즘 뜨는영화들도 다 그렇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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